플라스틱 재활용, ESG가 불러온 재발견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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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 ESG가 불러온 재발견

알고 싶은 친환경 이야기
제3화. 플라스틱의 재발견

김정림 아모레퍼시픽 안전환경지원팀

근래 들어 ESG 경영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 칼럼에서는 왜 기존에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려웠으며, 최근에는 어떠한 기술이 새롭게 등장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재조명되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환경”이라는 키워드의 정의를 여러 사람에게 묻는다면, 설명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두 공간적, 시간적인 의미의 깨끗함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더러운 것보다는 깨끗한 것이 실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반면 기업활동에 있어 환경 문제는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껄끄러운 요소인 것도 사실입니다

 

근래 들어 ESG 경영이 회자되고 있으며, 그중에서 환경을 뜻하는 E라는 요소 하나만으로도 해외 사업 활동, 기업 이미지 등이 좌우됩니다. 이는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실증사례를 통해 이미 선두 주자로 나선 기업도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환경에 관한 칼럼을 2부에 걸쳐서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번화는 ESG에 의해 재조명받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운 물건이지만, ESG 경영과 기술개발을 통해 재활용 기술과 제조 기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플라스틱 재활용률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하루라도 플라스틱을 안 쓰신 적이 있나요?”

 

샴푸, 칫솔, 생수통 등 가정에 사용하는 물건부터 자동차 내장재, 대중교통 시트까지 플라스틱은 실생활에 깊게 파고들어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한 플라스틱은 분리수거를 통해 처리합니다. 그런데 혹시 분리수거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이 전부 재활용된다고 알고 계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활용은 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의미의 재활용은 아닙니다. 무슨 뜻일까요?

 

출처 : 머니투데이

 

2020년 기준 한국의 플라스틱 배출량은 연 960만 톤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230만 톤, 즉 24%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소각 또는 매립으로 처리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플라스틱 소각을 에너지 회수 목적의 “열적 재활용”으로 보고 재활용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 부분까지 포함하면 380만 톤이 추가되어 63.5%까지 상승합니다.

 

출처 : 의성군, 아시아경제

 

몇 년 전 의성 쓰레기산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준다고 하며 쓰레기를 수거한 후, 창고나 노지에 무단투기한 사건입니다. 아무렇게나 버린 것이기 때문에 재활용은커녕 처리 자체가 문제가 되었는데, 이를 해결한 방법 중 하나가 시멘트 회사를 통한 소각이었습니다. 총 20만 8천 톤의 양이었는데, 그중 9만 5천 톤이 시멘트의 부재료로 처리되었습니다. 처리 업체에서 플라스틱류를 선별한 후, 시멘트 회사에서 킬른이라고 하는 소성로에 투입하여 유연탄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멘트 회사들이 많은 플라스틱을 소각합니다. 1년간 약 170만 톤을 처리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양입니다. 대표적인 님비 시설인 소각장을 도심에 짓는 것은 어렵고,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할 현실적 방법을 찾다 보니 시멘트 회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인데요.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폐수슬러지, 폐유 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설 투자와 유연탄 국제 시세 등으로 최근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금액을 받고 처리한다 한들 플라스틱 처리만을 위해 시멘트를 생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플라스틱을 간단히 재활용하지 못하고 소각과 열적 재활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플라스틱,
생각보다 까다로운 녀석


PE, PP, PS, PET, PVC, PC, FRP 등 수많은 이름의 플라스틱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라스틱이 여러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지만, 재활용 측면에서는 저마다 어려움이 있습니다.

 

1일부 플라스틱 처리 자체가 까다로움

플라스틱은 열가소성과 열경화성으로 나뉩니다. 열가소성은 열에 녹아 가공이 쉽지만, 열경화성은 타버리는 특성이 있으며, 유리섬유나 탄소섬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열경화성 플라스틱이자 복합재료인 FRP의 경우, 물탱크, 어선 등에 많이 쓰이지만, 폐기물이 되면 건설폐기물에 준하기 때문에 매립 또는 파쇄 후 잔골재로 처리하게 됩니다.

그러면 열가소성은 무조건 다 재활용이 되는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는 PVC가 있습니다. PVC는 녹는 과정에서 염소가스가 발생합니다. 국내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염소가스를 특정대기유해물질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염소가스를 처리한 후 배출해야 합니다. 또한,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가소제라는 것을 넣는데, 프탈레이트 계열의 가소제는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며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PVC를 일반쓰레기로 처리합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재활용 기술을 통해 처리합니다.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플레이크화 시킨 후, 새 플라스틱 원료와 일정 비율로 섞어(이를 마스터 배치라고 부릅니다) 섬유 또는 용기를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물리적 재활용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있는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물리적 재활용입니다.

 

2선별의 까다로움

플라스틱은 단일성질일수록 재활용률이 높으며, 제일 선호하는 재질은 PE, PP, PET입니다. 당연하지만, 각각 따로 분류해야 재활용률이 높아집니다. 간혹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OTHER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라면봉지나 테이크아웃 컵처럼 플라스틱과 기타 원료가 섞이거나 2종 이상의 플라스틱이 섞인 복합 플라스틱에 붙는 문구입니다. 이런 복합 플라스틱은 분리가 되지 않아 매립하거나 소각합니다.

색깔도 방해 요인입니다. 생수병을 예로 들 수 있는데, PET의 뚜껑은 PP 재질입니다. 둘 다 재활용 가능 원료이지만, 투명한 PET와 알록달록한 뚜껑이 섞이면 재활용 품질이 떨어집니다. 현장에서는 비중의 차이를 이용하여 물에 뜨는 PP 재질을 걸러내는 방법으로 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물질도 큰 문제가 됩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접착제로 붙인 라벨이나 프린팅 용기도 재활용에 방해가 되는 요소입니다. 끓인 수산화나트륨에 오랫동안 담그면 프린팅이 지워지긴 하지만, 수산화나트륨도 유해화학물질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용수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플라스틱은 사용할 때는 편하지만, 재활용하려고 하면 제약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페트병같이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을 제외하고는 전부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을까요?

 

ESG가 불러온
플라스틱의 재발견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다시 보게 된 계기는 ESG입니다.
RE100이나 탄소중립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감축 목표를 이행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으며, 이제 중국 또는 제 3국을 통한 플라스틱 처리가 어려워지고 있고, EU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로 인해 기존의 처리 방법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MYSC와 함께 제로플라스틱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ESG를 통한 플라스틱 처리 노력의 일환입니다.
친환경 플라스틱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ESG를 통해 상용화가 된 사례를 세 가지로 추려봤습니다.

 

출처 : SK 이노베이션, 아주경제, CJ제일제당

 

1화학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라고도 불리는데요. 촉매와 고온의 열을 이용하여 분자 조합을 잘게 부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휘발유, 경유 같은 연료유로 되돌리는 방법입니다. 주로 연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석유화학공정에 투입하여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 기존 플라스틱 원료와 섞어 함유량을 높이거나 100% 열분해유 베이스의 플라스틱까지 생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술적 문제와 경제성 문제로 인해 연구 단계에서 멈춰 있던 것이 ESG와 만나 상업적 플랜트로 확장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OTHER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유사에서 열분해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석유화학사도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재질의 단순화, 경량화

재활용에 앞서 플라스틱의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움직임으로, 가급적 용기를 만들 때 PE, PP, PET 단일 재질만 사용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제작하며, 용기 제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양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현재 식음료 쪽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페트병의 경우, 과거에는 비닐 라벨을 페트병에 접착제로 붙였지만, 이제는 이지 커팅 라벨이나 약한 접작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음료의 경우 라벨을 사용하지 않고 음각을 통해 제품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식음료 회사들은 계열사로 석유화학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과 협업하여 용기에 필요한 플라스틱 양을 줄이고, 기술개발을 통해 강도를 유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량화를 통해 플라스틱의 사용량 자체를 줄여 ESG 목표와 원가절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3플라스틱 원료를 자연상태에서 가져오는 것

이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불리며, 크게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나뉩니다. 현재 상용화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는 PLA와 PHA가 있습니다. PLA는 옥수수의 포도당을 발효시켜 만든 젖산을 중합한 것입니다. 3D 프린팅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녹는 실이라고 하는 수술용 봉합사 등 의료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PHA는 미생물의 세포로 만들어집니다. 이 역시 발효와 정제를 통해 제작되며, 생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ESG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플라스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친환경 플라스틱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과 친환경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계속 이뤄져 왔지만, 경제성이 부족했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통해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상용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원유값이 너무 낮아 새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더 저렴했지만, 국내외 플라스틱 감축 노력이 경제성 확보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품질적 측면, 기술적 측면, 기존 법령과 충돌하는 부분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범지구적으로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향후 더욱 발전된 재활용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ESG가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한 2020년 이전부터 아모레퍼시픽은 친환경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친환경 행보를 이어 왔는데요. 언젠가는 모든 제품을 100% 재생 플라스틱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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