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셰프의 뉴뷰티를 만나다 - AMORE STORIES
#NEW BEAUTY ICON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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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셰프의 뉴뷰티를 만나다

불처럼 뜨겁고, 칼처럼 빛나게, 일하는 나의 아름다움

나다운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뉴뷰티 아이콘’. 이번 주인공은 중식으로 미식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정지선 셰프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속, 커다란 쟁반을 머리 위로 올려 빠스를 만들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그 장면은 요리가 미각을 넘어 오감으로 경험하는 것임을 알려준 일대 사건이었죠. 여성 셰프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중식의 세계에서 빛을 내며 스스로를 각인하는 정지선 셰프. 오래 전부터 손에 쥐어온, 여전히 날카롭게 벼려진 자신의 중식도처럼 시간이 갈수록 더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 일할 때 자신의 모습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일하는 순간이야말로 내가 나다운 순간이라고 이야기하는 정지선 셰프와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중식당 오너 셰프라는 본업 외에도 맛을 알리고 전하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칼있으마>에도 꾸준히 콘텐츠가 올라오더라고요. 바쁜 걸 즐기신다고요.

바쁜 게 좋아요. 방송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중식계가 남성 중심이다 보니 기회를 얻기 힘들었어요. 졸업장, 자격증, 수상 경력 다 가지고 있었는데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낙방했죠. 처음엔 소개로 일했어요. 정식으로 서류를 통과해서 취업한 게 아니라, 여경래 셰프님 등 선배 셰프들이 ‘일 잘하니까 한번 채용해봐라’ 해 주셔서 할 수 있었죠. 일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재미있어요.

 

번아웃도 비켜가겠군요.

번아웃은 평생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웃음) 일이 많으면 잠을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어려서도 그랬다고 해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있는데 그 외의 것은 쿨하게 넘어 갔다 더라고요. 김치랑 김만으로 밥을 먹을 때면 반찬이 없다고 투정하는 게 아니라 “밥을 먹을 수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쪽이었달까요. 지금도 일이 많으면 덜 자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요.

 

바쁜 와중에도 특별히 집중하는 건 있을 듯해요. 아무리 바빠도 절대로 빼놓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일 되뇌는 건 ‘실수하지 말자’예요. 매일 공부하면서 레시피를 익혀요. 알고 있는 레시피도 다시 체크하고요. 매일 같은 작업을 하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거든요. 너무 익숙하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사소한 부분을 놓칠 수 있어요. 돈 내고 저희 음식을 드시러 오신 분들께는 한 번의 경험인데 저의 실수로 소중한 시간을 망쳐서는 안 되잖아요. 또 주방이란 곳은 한순간에 사고가 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긴장해야 하죠. 손님 응대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업이 자신감을 갖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예요. 그 외에 집중하는 건 매장의 청결과 메뉴 그리고 직원 관리입니다. 직원 관리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업장이 확장되면서 직원들도 늘었을 텐데, 셰프님만의 직원관리 킥이 있나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중식당 티앤미미가 막 이름을 알릴 때 프랜차이즈 대표님께 조언을 구했어요. 직원들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빨리 그만둬서 힘들다니까 다른 곳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급여를 주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느 회사도 만족스러운 곳은 없지만 그래도 나의 노동을 보상해주는 곳에는 오래 머무르게 된다면서요. 이후로 근속하는 직원들에게 만족을 주는 시스템으로 맞춰가고 있어요. 아직까지 완벽하진 않지만, 직원들이 만족스럽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해외시장조사 때 직원들도 무조건 동행하고요. 함께 다니면서 식재료도 살피고 음식 맛도 보면서 요리 트렌드를 익히죠.

 

일이면서 휴가 같은 일종의 복지 시스템이네요?

그렇진 않아요. 그저 일이죠. 한 달에 한두 번 중국, 대만 등의 도시를 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하는데, 출장이나 마찬가지라 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합니다. 물론 직원들이 다 좋아하진 않아요. 각자의 일이 있으니까요. 사실 이 일을 잘 하려면 닥치는 대로 경험하고 시도하고 만들어내는 시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워라밸은 한참 후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꼰대 같을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웃음) 시간을 아끼지 않는 노력과 경험이 정말 중요해요. 특히 요식업에서는 남들과 똑같이 살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하면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아직도 성공하지 않았다고, 여전히 목마르다고 하셨잖아요. 저희가 보기엔 충분히 성공하셨다고 느껴지는데 말이죠. 셰프님이 생각하는 성공은 뭔가요?

성공은 나의 삶에 내가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타깝게 저는 아직 만족이 되지 않아요. 더 잘하고 싶고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32명의 직원과 함께 하는데, 그 직원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오너가 되어야 하고,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가 또 가족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고요. 차별이 일상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야 겨우 이만큼 목소리를 내게 되었는데, 이 지점을 성공이라 정의하고 싶진 않아요. 나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요.

 

 

 

 

후배들에게 이미 멋진 선배죠. 셰프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처음 제 가게를 오픈할 때 여자라고 무시하고 손님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게를 남편 명의로 했어요. 그에 비하면 지금 많이 좋아졌죠. 편견도 많이 사라졌고요. 주방에 여자들이 많습니다. 여자 직원들의 비율을 고려해 직원을 뽑기도 하고, 또 여직원들에게 오래 버티라고 이야기도 자주 해줘요. 일도 더 많이 시키고요. 힘들겠지만 그래야 달라지거든요. 달라야 경쟁력이 생기고요. 주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여자가 힘이 달려요. 똑같이 들고 옮길 순 있지만 속도감이 다르거든요.
그럴 땐 다른 걸로 채워야 하죠. 노력으로 성장하고 자신만의 탁월함을 만들어내야 해요. 운동해라, 공부해라, 많이 보고, 많이 먹어봐라, 닥치는 대로 경험해라 하며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어차피 나중에 그 친구들도 오너 셰프가 되어야 하니까요. 출장 가면 음식뿐 아니라 인테리어, 동선, 테이블, 의자 전부 다 잘 살펴보라고 해요. 마음껏 나를 이용하라고 하죠.

 

후배가 나보다 너무 앞서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나, 내 걸 다 내어주나 하는 걱정은 없나요?

전혀요. 그럴수록 저는 더 공부하면 되니까요. 오히려 더 자극을 받죠. 후배들을 성장시키면서 제가 더욱 성장하고 있어요. 설명해주기 위해 더 알아야 하고, 더 연구해야 하고요.

 

요리 얘기를 좀 해볼까요? <흑백요리사>에서 셰프님의 딤섬이 최고 인기였죠. 딤섬의 여왕이라고도 불리시는데, 딤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딤섬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딤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어요. 다들 중국 만두라고 하셨죠. 밀가루 안에 소를 넣어 만드는 요리인 딤섬 안에 만두가 포함되는 거거든요. 딤섬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해요. 요리로 또 디저트로도 만들어지죠. 한입 사이즈로 맛을 내는데 그 작은 소 안에 온 세계를 다 담아낼 수 있어요. 어떤 조합인가에 따라 계속 변형이 가능하고 새로운 맛을 만나게 되거든요. 저에게 딤섬은 아직도 새로워요.

 

그렇다면 중식의 매력은 뭔가요? 셰프님은 왜 중식을 택하셨어요?

거친 듯 섬세함이 좋았어요. 툭툭 집어넣는 것 같은데 굉장히 세심하게 다뤄야 해요. 처음엔 제가 좀 덜렁거리고 섬세하지 못해서 중식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엄청난 디테일이 숨어 있었어요. 그걸 깨닫고 중국 유학시절에 조각도 배우고 연습도 많이 했죠.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고요.
타고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진짜 노력형이에요. 요리에 관련해서 타고난 게 하나도 없어요. 편식쟁이에다가 향도 예민하고요. 그래도 뭐든 먹으려고 노력해요. 생각해보면 제 삶이 늘 이랬어요. 편안하게 손에 쥐어지는 게 없었죠. 그래도 불만은 없어요. 이걸 하기 위해서 배우는 게 좋고, 그렇게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재미있어요. 처음부터 잘 했다면 못 느꼈을 감정이죠.

 

 

 

 

요즘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으시죠. 특히 대만에 팬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감사하게도 많이 좋아해 주셔서 매달 대만에 가고 있어요. 해외에 초청받아 갈 때마다 K콘텐츠의 힘을 느끼고 있는데요, <흑백요리사> 이후로 한국의 중식에 대해 관심들이 많더라고요. 재미있는 게 대만이나 중국 본토에도 여성 셰프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흑백요리사> 속 여성캐릭터에 더 감정이입을 하시는 것도 같고요. 여성 셰프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해주세요. 대만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심사도 하고, 광고도 찍었어요.

 

뉴뷰티 아이콘으로 선정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처음에 아모레퍼시픽 뉴뷰티 아이콘에 선정되었다고 들었을 때,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했어요(웃음). 저는 아이라인만 짙게 그리는 걸로 화장을 끝내거든요. 일할 때 피부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아요. 불 앞에서 땀이 나고 하니까 피부는 맨 얼굴로 두고, 제 시그니처 아이라인만 하는 거죠. 스타일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NEW BEAUTY', '나다운 아름다움' 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하고 있을 때요. 일하고 있는 내가 가장 아름답고, 또 일하고 있는 나를 좋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집에 가는 순간, 뿌듯하고 행복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죠. 일을 하면 스스로를 긍정하게 돼요.

 

그 자체가 멋진 생각이네요. 일하는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요. 일과 별개로 진짜 나답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면요?

아이라인이 잘 그려졌을 때! 주방에서 일하다보면 땀을 많이 흘려서 피부화장에 공을 들일 수 없어요. 유일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메이크업이 아이라인이라, 이것만은 놓치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저의 시그니처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눈 화장이 잘될 때는 정말 하루가 행복해요. 일상 속에서 나답게 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건 일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아이라인이에요. (웃음)

 

 

 

 

셰프님처럼 진짜 나답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알고, 그 순간을 사랑하며, 그 순간을 맞이한 스스로를 긍정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주변에 그런 분이 또 있나요? 셰프님 주변에 나다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즘 과학 유튜버 궤도라는 친구와 종종 모임자리를 갖는데요. 그 친구가 딱 그래요. 나다운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서, 그것을 사랑하는 스스로를 좋아하죠. 어느 자리든 자신의 과학지식을 펼쳐서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 때마다 와, 참 자기답게 멋지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두 분처럼 나다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요?

움직이세요! 저나 궤도는 일할 때 아름다운 사람들인데, 그러려면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죠. 물론 일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 쉽지 않아요. 저나 궤도도 그렇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왔는데 우리가 지금 이 정도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행운이든 일이든 스스로 액션을 취해야 자연스럽게 찾아와요. 움직이다 보면 발견하고 만나게 되어 있어요. 일단 무조건, 두려워 말고 실행하세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겁은 나죠. 잘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안하고 후회하는 건 너무 허무해요. 실패는 나중 이야기이고 일단 실천합시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셰프처럼 나의 길을 찾고,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해요.

응원 말고 쓴 소리 한마디 하면서 마무리할 게요. (웃음) 여러분 남이 시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찾아 나서세요. 내가 먼저, 내가 더 많이, 오래, 깊이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세요. 그렇게 자기 일을 사랑하세요. 성취도 얻고 성공에 다가가면서, 나다운 아름다움까지 갖게 될 거에요.

 

 

 

 

 

 

‘뉴뷰티 아이콘’에서는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봅니다.

콘텐츠 제작 가야미디어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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