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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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글 제이슨맘 (가명)

Editor's note


육아는 모든 걸 바꾸는 경험입니다.
아이의 탄생은 익숙했던 삶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 놓고, 때로는 ‘나’를 잠시 뒤로 미뤄두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습니다.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찾아가는 모든 여정은 고유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요.
아모레퍼시픽은 일과 육아의 경계에서 ‘나다운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한 워킹맘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INTRO


오늘 칼럼의 제목은 그림책 작가 김영진님의 책 제목에서 빌려보았습니다. (물론 같은 작가님이 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라는 책도 있어요.) 혹시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 제목만 들어도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지 않나요?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아이 얼굴,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이 책은 회사에 간 엄마와 유치원에 간 아이의 하루를 나란히 비교해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릴게요! 엄마, 아빠의 마음도 다독여주고,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회사에서도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1 Q.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A.아니, 지금은 잠깐 미뤄둘게.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서 엉엉 울고 헤어졌는데 막상 등원하고 나서는 울음을 뚝 그치고 신나게 놀다 왔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들은 적이요. 처음에는 선생님께서 부모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시는 선의의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은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엄마, 아빠와 떨어지기 싫은 그 순간에는 슬퍼하다가 막상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금세 재미있는 것들을 찾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 이상 어린이집 앞에서 우는 아이를 안쓰럽게만 바라보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처럼 저도 회사에 있는 동안만큼은 ‘엄마’ 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제 일에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복직을 앞두고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출산과 육아라는 큰 변화를 겪으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에서 많이 멀어져 있었거든요. 그래도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내가 가진 일의 능력까지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 이전처럼 생각하고 해결하자는 마음가짐을 많이 했어요. 육아로 인해 흐트러지기 쉬운 건 일의 능력보다는 일상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에서 ‘엄마’라는 티가 나지 않게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에게 세운 세 가지 원칙은 1. 지각하지 않기, 2. 아이 핑계 대지 않기, 3. 화장하고 출근하기였어요. 사소한 일이지만 이 세 가지가 ‘엄마’ 이전에 회사에서의 나의 모습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중 가장 지키기 힘들었던 건 바로 지각하지 않기! 분명히 늦지 않게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했는데 “이 옷 아니야, 호랑이 옷 입을래” 하면 5분, 겨우겨우 달래서 나왔는데 “아! 티라노 인형 안 가져왔다” 하면 또 5분. 그 순간 “아… 내 인내심도 어디 두고 온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화낼 시간이 없어서 또 부리나케 출발해요.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어린이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나오는 아이들의 단골 멘트 “어린이집 안 갈래”. 1분 1초라도 삐끗하면 지각을 면치 못하는 긴박한 아침 시간에 매일매일 이유를 달리 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아이와 함께 제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냐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아동 전문가 오은영 박사님도 지각하지 않을까… 심지어 바쁜 아침에 박사님처럼 아이들 마음까지 읽어줘야 한다면 더더욱요. 그래서 그냥 30분 더 일찍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빨리 챙기고 나가야지”가 아닌 “오늘도 회사에 일찍 가서 커피 마셔야지”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달래며 하루를 시작해요. 그렇게 여유가 생기면 아이가 고르겠다는 인형 하나쯤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고 재촉하지 않고 아이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걷는 시간이 그리 고되지 않았어요. 신기하게 아이들도 엄마가 서두르지 않는다는 걸 느끼는지 아침 투정이 눈에 띄게 줄었답니다. 그렇게 화내지 않고 하루를 시작한 뒤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리에 앉는 그 순간이 제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평온한 시간이에요.

그렇게 하루를 조용히 시작할 수 있다면 “내가 그래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작은 안도감이 들어요. 하지만 워킹맘의 하루는 언제나 잔잔하게만 흘러가지 않죠. 가장 큰 고비는 바로 ‘아이가 아플 때’였어요. 연차를 써서 아이 곁을 지켜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막상 그 순간이 되면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또 아프네”, “육아 때문에 자리를 자주 비우네”. 혹시나 ‘워킹맘’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불가피함에 제 일에 대한 책임감까지 흐려 보일까 걱정됐기 때문이에요. 저는 복직하면서 남편과 약속을 하나 했어요. 두 아이를 키우며 저는 2년 동안 휴직을 했기 때문에 복직한 이후 회사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남편이 먼저 나서는 걸로요.

이건 ‘누가 더 희생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일과 역할을 동등하게 존중해보자는 약속이었어요. 그래서 당일 급하게 연차를 써야 하는 경우는 주로 남편이 먼저 업무 스케줄을 조율하고 저는 아이 일로 연차를 쓰더라도 ‘아이가 아프다’라는 이유보다는 ‘개인 일정이 생겨서’라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말하곤 했어요. 사실 이럴 땐 회사에 있는 동안에도 마음 한편은 아픈 아이에게 가 있고, 아이 곁에 있으면서도 업무 생각을 완전히 놓지 못해요. 아픈 아이가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면 안돼?” 하고 묻는 순간에는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나의 자리를 지켜내려는 이 하루하루의 노력이 가끔은 서글퍼지기도 했어요. ‘엄마’의 마음과 ‘일하는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나누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아이들도 아픈 날이 줄어들었고 저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2 Q.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A.응, 엄마는 너희들을 생각하면 힘이 나.

 

 

 

처음엔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무겁게만 느껴졌어요. 회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면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억지로 워킹맘이 아닌 ‘척’하려고 애썼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의 실수는 나를 작아지게 만들지만 아이들은 고맙게도 서툰 부모를 믿고 사랑해주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를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사람들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SNS에서 우연히 본 글이 있어요. “아버지가 퇴근길에 치킨을 사오는 이유”는 “그날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독 고되고 힘들어 치킨을 받아 들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는 글이었어요. 부모가 되어서 보니 이 글이 무척 공감 되더라고요. 저도 아이들이 “엄마, 00 먹고 싶어”라고 말할 때가 참 좋아요. 그 소원을 들어주는 건 정말 어렵지 않은 일인데, 아이들은 그걸 너무나 기쁘게 받아주거든요. 저희 아이는 주로 “엄마 이따 감자(과자)사와~!” 하고 이야기하는데 이 짧은 한마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남아 저를 웃게 해요. 어린이집 문이 열리자마자 과자를 본 아이가 기뻐서 팔짝팔짝 뛰는 모습을 보면 하룻동안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에요.

물론 퇴근 후 집에 돌아가 육아를 시작하면 피로는 다시 급속도로 쌓이기 시작해요. 그래도 그렇게 육아 전쟁을 치르고 난 후 잠든 아이들의 얼굴은 하루의 고단함을 다 잊게 해주는 피로회복제랍니다. 그렇게 매일 아침 인형 하나 챙기느라 우당탕탕하고, 어느 날은 아픈 아이 곁을 지키느라 애가 타기도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제 자리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 혼자 감당한 마음, 회사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일들 모두가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고 있음을 믿어요.

 

 

#OUTRO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는 오늘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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