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Amorepacific:log
2026.09.10
31 LIKE
411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95%84%eb%aa%a8%eb%a0%88%ed%8d%bc%ec%8b%9c%ed%94%bd-%ec%95%84%eb%a6%84%eb%8b%a4%ec%9a%b4-%ec%82%ac%eb%9e%8c%ec%9d%80-%eb%88%84%ea%b5%ac%ec%9d%bc%ea%b9%8c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사람이 없으면 AI 시대가 무슨 소용인가요 #3

오승은 아모레퍼시픽재단

Editor's Note


아모레퍼시픽재단에서는 '학술연구', 특히 인문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오래전 연구도 지금의 삶과 연결되어 생각해 볼 지점이 많더라고요. 우리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는 인문학, 제가 쉽게 전해드릴게요.

 

 

#INTRO

 

(좌)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우) 야곱 요르단스의 그림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 출처: 프라도 미술관

 

 

최근 화제가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다들 보셨나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여정을 그린 작품인데요. 이 전쟁이 시작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뜻밖에도 '아름다움'이라는 화두가 나옵니다.

 

발단은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져 넣은 황금 사과였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 사과를 두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다투게 되고, 인간인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심판관이 됩니다. 세 여신에게 저마다 다른 제안을 받은 그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택하는데요. 그 보답으로 아프로디테는 파리스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와 이어주죠. 다만 문제는 헬레네에게 이미 남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남편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였고, 왕비를 빼앗긴 그는 형인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아가멤논이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해 트로이로 향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트로이 전쟁이죠.

 

10년간 이어진 전쟁의 원인이 된 아름다움.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웠기에 이미 남편이 있는 여인을 데려갔고, 그 일이 전쟁으로까지 번질 걸까요? ‘아름다움’이란 대체 어떤 힘을 가졌으며,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美’라는 글자 살펴보기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

 

 

우리가 흔히 쓰는 ‘아름다울 미(美)’를 뜯어보면 ‘양 양(羊)’과 ‘큰 대(大)’가 합쳐져 있는데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고대에는 크고 살찐 양이 풍요와 좋은 것을 상징했기에 ‘크고 좋은 것’을 아름답다고 여겼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혹은 머리 장식을 쓴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정말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준만으로 명확하게 설명되는 것일까요?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 중국의 학자 왕필은 이런 주석을 남겼습니다. “미(美)라는 것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즐기는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과 시선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것이죠. 그렇다면 다양한 이야기 속에 전해오는 ‘아름다운 사람’을 살펴보며 아름다움이란 어디서 나오는지 실마리를 찾아보겠습니다.

 

 

외양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수로부인

 

출처: 삼척문화관광 홈페이지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바다의 용이 수로부인을 납치했을 때, 한 노인을 따라 백성들이 다 같이 불렀다는 노래입니다. 신라시대의 절세미인 수로부인은 미모가 워낙 뛰어나 신령한 존재들에게 자주 잡혀가고는 했다는데요. 심지어 용궁에 다녀온 뒤에는 이 세상에 없는 향기가 옷에 배어 더욱 매혹적인 여인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트로이 전쟁을 촉발한 헬레네처럼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우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정작 수로부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눈이 어땠는지, 얼굴이 어땠는지 구체적인 묘사는 거의 없고, 오롯이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반응만 기록에 남아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아는 건 수로부인의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을 상상해온 오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을 테니까요.

 

 

행동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바리공주

 

출처: 교보문고

 

 

한편, 아름다움이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지만 자신을 버린 부모(왕)를 살릴 약수를 구하기 위해 저승에 다녀온 바리공주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왕은 보답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 저승으로 가는 여정에서 보았던 고통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승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저승으로 가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신이 되지요.

 

바리는 자기희생과 헌신의 상징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여러 공연예술 속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름다움은 겉모습뿐 아니라, 그 사람이 내린 선택과 행동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에 의해 완성되는 아름다움: 마고

 

출처: 위키피디아

 

 

중국의 마고신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할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신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전해오는 이야기 가운데에는 마고가 얼굴에 천연두 자국이 가득한 추녀였다는 설도 있어요. 진시황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대규모 토목 공사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 청했다가 처형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에 백성을 가엾게 여겼다는 이야기, 신선이 되어 사람들을 돌보았다는 이야기들이 더해지면서, 후대의 이야기 속 마고는 아름답고 신비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녀를 둘러싼 선한 이야기들이 실은 추녀였던 마고를 아름답게 만든 것이지요. 결국 한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그를 바라보고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지나가다 멈춰서 뒤돌아볼 만한 외적인 아름다움, 행동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사람들에 의해 완성되는 아름다움 등. 시대와 사람에 따라 느끼는 아름다움은 모두 다르기에 오래 살아남는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얼굴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 그리고 이야기로 전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대입하여 이야기를 해석하게 되니까요.

 

아름다운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나요?

 

*본 칼럼은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연구 지원으로 출간된 아시아의 미, 『아름다움, 그 불멸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프로필 사진
프로필 사진

오승은

아모레퍼시픽재단
콘텐츠를 만드는 경험과 지식 수집가 인스타그램
  • 기술은 도구일 뿐 언제나 본질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나를 알고 서로를 더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 사람에게 닿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