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새해가 밝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
아빠의 책상엔 성공과 목표에 대한 책이
널브러져 날 기다리고 있구나.

성공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추어 보다
문득 이런 질문을 한다.

두 살인 너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첫째, 잘 먹고,
둘째, 잘 싸고,
셋째, 많이 웃는 것.
그것이 너에게 성공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첫째,
오늘도 아빠는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얹고 기차 소리를 낸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숟가락을 들이밀자
너의 풀스윙이
음식을 사방으로 흩뿌린다.

슈웅~
비행기처럼 날아도 본다.
스포츠카처럼 달려도 본다.
드디어 네가 입을 열고 첫술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열 번 반복하고 나면
겨우 너의 한 끼 식사가 끝난다.

바닥에는 우리가 흘린 음식이 가득하다.
허리를 굽혀 밥알과 반찬을 줍다 보면
식탁에 올려두는 게 귀찮아 반은 내 입으로 들어간다.

성공이다.

이제 둘째,
냄새가 난다. 황금색이다.
열심히 움직인 덕분이다.
엄마와 함께 박수를 쳐준다.

네 똥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빠는 긴장한다.
가끔 응아가 다른 곳에 묻어버리는가 하면 화장실에 데려가 씻길 때마다
울음을 터트리며 아등바등하는 널 혹시나
떨어트릴까 두려워 긴장이 된다.

호모 사피언스의 육아 역사가 20만 년이 넘었다는데
기저귀 가는 행위는 왜 아직도 힘이 드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난 성공적으로 너의 똥기저귀를 갈아낸다.
출근 시간을 맞추려고 서두르며 긴장했던 나도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향한다.

성공이다.

이제 셋째, 많이 웃어야 할 아들아.
오늘은 유독 울음이 많구나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하기가 어렵고
갖고 싶은 것은 많은데 가지지 못했구나

마임도 해보고
동물 흉내도 내보지만
아직도 우는 아들아

그래도 식칼은 안된다.

엄마를 애타게 찾는 너에게
엄마는 돈 벌러 회사 갔다고 하자
조금은 진정한 네가 묻는다.

“해사?”
응, 엄마 돈 벌러 회사 갔어

“돈?”
응, 그 돈으로 버스랑 자동차랑 오토바이 사주는거야

“뻐쯔랑 자동짜랑 오토바이?”
응, 버스랑 자동차랑 오토바이

드디어 너가 활짝 웃는다
이때다 싶어 널 안아 간지럼 핀다
자지러지게 너도 웃고
그런 널 보며 나도 웃는다.

성공이다.

나의 아들아
나의 성공아

네가 어른이 되면
잘 먹고 잘 싸고 많이 웃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짐을 느낄 거다.

남한테는 비싼 밥 사주면서
정작 자신은 대충 끼니를 떼우고

남의 약 먹을 시간은 챙기면서
자기 먹을 약은 까먹게 되고

남은 즐겁게 해주고 싶지만
정작 자신은 우울한 날을 겪게 될 거다.

그럴 때 너를 먼저 살펴라.

지금처럼
첫째, 잘 먹고
둘째, 잘 싸고
셋째, 많이 웃어라.

설령 오늘 하루 그러지 못했다 해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이
그리고 또 그 다음 내일의 성공이
애타게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성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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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할 시간에
밥부터 제대로 챙겨먹어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