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쁘아 BM의 브랜딩과 개발 스토리 #1
글
김낙인 에스쁘아 BM팀
1 에스쁘아 제품에 점자가 있다고?
에스쁘아 제품에 점자가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2022년 4월 출시된 에스쁘아의 “꾸뛰르 립 틴트 샤인 ‘모두의 봄’ 컬렉션”의 두 가지 호수에 처음 도입된 점자는 이후 에스쁘아에서 출시된 모든 틴트에 적용되며 벌써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틴트에서 시작된 점자는 이제 에스쁘아의 쿠션 파운데이션과 리퀴드 파운데이션 같은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과 아이브로우 펜슬까지 확대되었죠. 오늘은 에스쁘아 BM이 어떻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에스쁘아의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에 적용되어 있는 점자
출처: 에스쁘아 공식 인스타그램(@espoir_makeup)
2 컨실러와 틴트, 구분할 수 있나요?
화장대나 메이크업 파우치를 가리키며 누군가 갑자기 묻습니다. “컨실러와 틴트를 시각 정보 없이 구분할 수 있나요?” 점자 틴트 개발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제품의 리뷰를 검색하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스쁘아 틴트를 리뷰해 주신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영상이었죠. 영상을 보며 두 가지 사실에 놀랐습니다. 첫째, 시각장애인 역시 메이크업 제품의 고객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그전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 둘째, 해당 시각장애인 고객이 컨실러를 립 제품으로 착각해 입술에 바른 경험이 있다는 점. 그동안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고객의 불편을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메이크업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3 생활 속 다양한 점자
사실 점자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촉각 마킹을 적용하고 있죠. 의약품에도 점자 표기가 적용되어 있어 시각장애인도 약의 이름과 용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버튼에도 점자가 있습니다.
각기 다른 촉각 마킹으로 카드 유형을 구분한 마스터카드
의약품에 표기된 점자
출처:(좌)마스터카드 공식홈페이지
(우)동화약품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제품과 공간에 점자가 적용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메이크업 제품은 점자 표기가 거의 없는 분야 중 하나였죠. ‘모두를 위한 뷰티’를 고민하면서 제가 만든 제품에도 점자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4 점자 제품 개발을 시작하며
그렇게 저는 당시 담당하고 있던 틴트 제품에 점자를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점자를 적용하려 하니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습니다.
점자 적용은 단순한 ‘추가 요소’가 아니라,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생산 과정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5 점자에 적합한 스티커 원단을 찾아라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제품별로 별도의 금형을 제작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 제품 디자인과의 조화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죠. 결국 형압으로 점자를 새긴 투명 스티커를 용기 측면에 부착하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제품 디자이너와 공유한 뒤 적합한 스티커 원단을 찾기 위해 본격적인 서칭에 나섰습니다. 점자 스티커 원단의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문제는 라벨 전문 업체에서도 ‘점자 라벨’ 제작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저와 디자이너는 여러 가지 원단 샘플을 테스트하며 점자의 돌출 정도를 확인하고 부착력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점자 구현이 확실하면서도 사용성까지 고려한 스티커 원단을 선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당 점자 스티커를 제품 생산처에 공유하여 제품을 생산할 때 이슈가 없을지, 부착 임가공이 가능할지 협의했습니다.
6 어떤 정보를 담을 것인가
점자 틴트의 생산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한 후 남은 과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틴트의 밑 라벨을 보면 호수, 컬러 코드, 제품명 등 작은 글씨로 빼곡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상자와 용기의 면적이 작은 립 제품 특성상 가독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정보를 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품 용기의 점자 라벨에는 ‘컬러 계열’ 정보를 담기로 결정했습니다. 파우치 속 수많은 제품 중에서 어떤 틴트가 ‘라이트 핑크’인지, 어떤 게 ‘뮤트 코랄’인지 직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또한 제품의 단상자에는 ‘틴트’와 같이 제품의 카테고리를 점자로 표기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적용한 점자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시생산 후 실제 시각장애인분들께 제품 테스트를 요청했습니다. 점자의 돌출 정도와 정보의 가독성을 확인한 후 피드백을 반영해 마침내 점자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7 우리의 진심을 담아
점자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점자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점자가 단순히 브랜드의 ‘선한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죠. 다만 해당 스티커가 점자이며 잔여물이 남지 않는 원단으로 제작되어 제거가 용이하다는 점은 제품 상세 페이지에 간결하게 안내했습니다.
제품 적용 점자 관련 상세페이지
출처: 에스쁘아 공식 홈페이지(espoir.com)
8 점자 틴트의 반응과 확산
출시된 점자 틴트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X(구 트위터)는 물론,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메이크업 제품에 점자를 적용한 사례는 처음 본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관심 덕분에 점자 틴트는 뷰티 업계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조명되었고, 여러 매체에서도 우수 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
Careet 플랫폼 ESG 우수 사례로 소개
SBS 8시 뉴스 화장품 점자 적용 사례로 소개
출처: (좌)"자신 있는 삶"…'화장품 점자 의무화' 추진 (우)SBS 8뉴스
점자 틴트의 성공은 에스쁘아 내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립 틴트뿐만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에도 점자를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출처: 에스쁘아 공식 홈페이지(espo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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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인터뷰 활동 및 1:1 메이크업 컨설팅 서비스 진행
또한, 점자 제품 출시를 계기로 시각장애인분들과 추가 미팅을 진행하며, 연남 스토어의 시그니처 서비스인 '1:1 퍼스널 컨설팅' 프로그램에 시각장애인 고객을 초대하는 이벤트를 몇차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OUTRO
처음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지만, 점자를 적용한 메이크업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모두를 위한 뷰티’란 무엇일까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이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있죠.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이 메이크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할 생각입니다. 에스쁘아 제품에서 단상자와 용기에 새겨진 점자를 보게 된다면,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변화를 떠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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