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화 속 다양한 아름다움의 이야기 시리즈
글 영희 (가명)
Editor’s note
영화는 때로 우리 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때로는 쉽게 닿을 수 없는 세계를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죠. 이번 칼럼에서는 소수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밀도 높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하며, 영화적 재미와 함께 아름다움에 대한 인사이트도 담아보려 합니다.
※ 영화의 전개와 구성상 핵심 장면들을 다루고 있으므로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께는 정독을 권하지 않으며, 영화와 관련된 해석은 개인의 의견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출처: 룸 넥스트 도어 포스터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INTRO
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화는 ‘룸 넥스트 도어’로, 2024년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는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에 비해 개방적 성향을 지닌 영화제로, 1951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통해 세계 3대 영화제 중 처음으로 아시아 영화에 최고상을 수여한 바 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 제작 영화에도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수여했습니다. 이처럼 베니스의 수상작들은 대체로 사회적 쟁점을 날카롭게 파고들거나 형식적 실험에 도전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룸 넥스트 도어” 역시 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 ‘안락사’를 소재로 삼은 영화로, 인간의 존엄과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1 함께 머문다는 것의 의미
출처: 룸 넥스트 도어 스틸컷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룸 넥스트 도어”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한 여성과, 그 곁에 머무는 또 다른 여성이 나누는 조용한 대화를 따라갑니다. 주인공 마사(틸다 스윈튼)는 종군 기자로 살아오며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해 온 인물입니다. 자궁경부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그녀는 뉴욕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차도 없는 치료를 이어가며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어느 날, 기후 위기를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뉴욕을 찾은 작가 잉그리드(줄리안 무어)가 예전에 잡지사에서 만났던 직장 동료 마사의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찾아옵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마주하지만, 대화는 금세 삶과 선택에 대한 깊은 호기심과 끌림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거리를 두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정과 연대의 감정이 피어납니다.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내가 죽을 때, 옆방에 있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합니다. 잉그리드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그 곁에 머무는 동료로 자신을 재정의하며, 함께 뉴욕 근교의 렌탈 하우스로 이사를 갑니다. 이 공간은 병원도, 호스피스 기관도 아닌 마사가 직접 선택한 마지막 공간으로, 병실보다 따뜻하고 단정한 삶의 풍경으로 연출됩니다.
2 고요한 방, 호퍼의 그림 같은 감정
출처: 룸 넥스트 도어 스틸컷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이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삶의 끝자락을 배경으로 하지만 화면은 생기 있고 정제되어 있으며, 공간과 의상, 조명이 삶의 흔적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마사와 잉그리드가 입는 옷과 소품, 공간 전체가 원색 계열의 채도를 은은하게 조절해 생의 에너지를 환기시킵니다.
특히 마사가 마지막 날 스스로 화장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거울 속 자신의 눈빛을 조용히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은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통제하고자 하는 상징적인 제스처로 읽힙니다. 이 장면은 색채, 구도, 빛의 흐름으로 정교하게 표현되며,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충분히 전달합니다.
출처: 룸 넥스트 도어 스틸컷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가 떠올랐습니다. 고요하고 정적인 구도 속에 감정의 잔상이 흐르는 호퍼의 그림처럼, 이 영화 역시 공간의 여백을 통해 인물의 고립과 연대, 두려움과 평온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연출자 역시 그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연출한 듯, 실제로 마사가 대여한 공간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마사는 처음에는 초연해 보이지만, 통제되지 않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해 보입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그녀가 마지막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떠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만을 보기 보다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자 한 태도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마사의 태도를 통해 끝을 마주하는 자세와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3 아름다움의 끝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출처: 룸 넥스트 도어 스틸컷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후반부, 마사의 오래된 친구이자 기후학자인 인물과 잉그리드 사이의 대화는 영화의 정서를 더욱 확장시킵니다.
“종말이 언제 오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 끝을 향해 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죠.”
그의 말은 지구라는 큰 존재와 마사라는 개인의 운명을 겹쳐 놓으며, 모든 사라짐 앞에서 감정과 태도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기후 위기, 죽음, 인간관계, 생의 마무리. 이 모두는 결국 ‘변화’이자 ‘전이’의 과정입니다. 이 영화는 사라짐을 단절이 아닌 정리로, 파괴가 아닌 순환으로 다룹니다.
관찰자이자 작가였던 잉그리드는 마사의 곁에 머무는 동안,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감정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 초반에 잉그리드는 작가로서 죽음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려는 태도에 머무릅니다. 그녀는 책의 서문에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쓰는 것은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일’이라고 남기며, 죽음을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태도를 드러냅니다. 마사의 병문안도 처음엔 감정이 아닌 관찰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그러나 마사의 부탁, 그리고 기후학자와의 대화를 거치며 잉그리드는 서서히 죽음을 ‘함께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출처: 룸 넥스트 도어 스틸컷 (출처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우리는 보통 아름다운 것을 볼 때, 그 끝을 함께 상상하지 않습니다. 끝을 생각하면 우리는 당황하거나 불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오히려 삶이 더 또렷해진다고 알려줍니다. 마사가 머무는 방은 단순한 이별의 장소가 아닌, 지금까지 살아온 감각이 마지막까지 머무는 삶의 연장선입니다. 삶의 끝을 의식하고 준비하는 일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을 더 명확히 바라보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아름다움의 끝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아름다움은 훨씬 더 깊고 넓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삶은 결국 끝이 있다는 전제 위에서 더 풍부해지고 더 소중해집니다. 아름다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끝이 있기에, 더 찬란하게 빛나는 것일지 모릅니다.
#OUTRO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은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삶을 어떻게 마주하고, 무엇을 남길지 고민하는 이 영화의 태도는 결국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의 선택 속에서 어떤 가치와 태도로 의미있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가치 위에 사람과 환경, 그리고 아름다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선을 나누고자, 다양한 ESG 활동과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이 우리 삶 속에 더 넓게 퍼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칼럼 마무리하겠습니다.
✍ 룸 넥스트 도어 한줄평: 끝을 함께 바라볼 때, 아름다움은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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