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턴의 시선 #4
글
SAMPRITI DUTTA 인도사업팀
Editor's Note
글로벌 인턴으로서 쓰는 네 번째 칼럼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평범할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던 한국에서의 일상적인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새로운 문화 속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경험한 그런 작은 순간들을 기록하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본 칼럼은 영어로 작성된 원문을 한글로 번역했습니다.
#INTRO
‘역문화충격’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역문화충격’은 다른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거주한 후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의미합니다. 물론 고향은 예전 그대로지만, 이상하게도 한때는 무척 자연스러웠던 것들이 갑자기 조금 낯설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제가 바로 살아있는 예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고향인 인도로 돌아갈 때마다 과거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들에 기분 좋게 놀라곤 합니다. 제가 자라면서 늘 접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이 한국에서 몇 년간 생활한 후에는 종종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실제로 고향에 돌아와 누군가 “너 왜 그래? 벌써 이곳의 방식을 잊어버린 거야?”라고 짚어줘야 비로소 한국에서 생긴 습관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생각합니다. ‘잠깐... 내가 언제부터 그랬을까?’
그래서 오늘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세 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느새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이제는 거의 의식하지도 않는 습관들입니다.

출처: 직접 촬영
1. 제시간에 도착하기
여러분께는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것입니다. ‘아니 그럼 여태까지 평생 지각을 했다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죠.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물론 수업, 약속, 면접 등 공적인 자리에는 제시간에 도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저는 조금 다른 의미의 시간 엄수, 즉 사생활에서의 시간 엄수를 배웠습니다. 고향에서는, 적어도 제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약속 시간에 느슨한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후 5시에 만나기로 했다면, 실제로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간은 5시 30분이라는 무언의 합의가 있는 것이죠. 아무도 여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다들 그렇게 했으니까요.
그러다 한국에 왔습니다. 누군가가 5시라고 말하면 정말로 5시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저는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게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지하철로 이동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고, 몇 시에 출발해야 하는지 계산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향에 돌아가면 약속 시간에 저 혼자 앉아 다들 어디쯤 오고 있는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단순히 일정을 따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은 소중하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나타나는 것도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는 작은 방법이니까요. 의식적으로 바꾸려고 한 적은 없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제 습관이 되었습니다.

출처: 직접 촬영
2. 사소한 인사하기
이번에는 조금 뜬금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정겹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전에 제가 알았던 인사말은 대부분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도의 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하루 일과의 소소한 순간마다 쓰는 표현이 존재하더군요. 식사 전에는 ‘잘 먹겠습니다’, 식사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하죠.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수고하셨습니다’, 외출했다가 돌아올 사람에게는 ‘다녀오세요’라고 합니다. 제가 외출하는 당사자라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고요. 이 표현들은 제가 일상에서 쓰게 된 수많은 사소한 어휘 중 일부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아,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해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번역을 하는 과정이 사라지더군요. 그제야 제가 이런 표현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달았습니다. 물론 식사 전이나 누가 방에서 나갈 때마다 꼭 특별한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챙기는 작은 순간들이 일상에 녹아든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는 식사 전 고마운 마음의 발화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는 누군가 종일 기울인 노력을 조용히 칭찬합니다. ‘다녀오세요’는 간단한 말이지만, 그 안에는 안전한 출발과 편안한 복귀를 바라는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인사말은 큰 수고가 들지 않으면서도 친절과 배려에 목소리를 부여합니다. 이제 저는 이런 인사말이 거의 저절로 나오고, 주변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조차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또 한 번 ‘내가 언제부터 이랬지?’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직접 촬영
3. 혼자만의 시간 즐기기
이번엔 습관보다는 개인적인 성취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혼자 기꺼이 하려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어딘가를 찾아가거나, 카페에 혼자 앉아 일하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웠죠. ‘왜 혼자 거기까지 가야 하지?’ 나 ‘혼자라면 그냥 집에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에서 몇 년 살다 보니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혼밥’이라는 말도 알게 되었고, 카페에서 홀로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서서히 그렇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나 혼자라고 해서 하려던 일을 포기할 필요는 없더군요. 저 혼자서도 외출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단순한 일 같지만 제가 이곳에서 사는 동안 배운 것 중 가장 힘이 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어떤 경험을 즐기기 위해서는 늘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는 제가 인도에 돌아갔을 때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입니다. 저는 더 이상 카페나 박물관 등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을 때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해서 계획을 취소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이것이 굉장히 만족스럽게 느껴집니다.
#OUTRO
한 나라에서 4년을 산다는 건 인생 전체로 보면 비교적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제게 이 4년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밀도 있게 생활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타국에서 삶을 꾸리는 과정에서 고향에서 편하게 지내면서는 이루지 못했을 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이 인생을 뒤바꾸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사소하고 별것 아닌 듯한 순간들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습관들을 의식적으로 기르려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생활하는 과정에서 제 일부로 자리 잡았을 뿐입니다.
이 글은 아마 이곳에서 쓰는 제 마지막 칼럼이 될 것 같아서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칼럼들을 통해 제 경험의 일부만을 공유했지만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글로 옮기는 동안 그간 제게 일어난 변화를 포함해 평소에는 깨닫지 못했을 일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 정체성을 조금 더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고향에서부터 지니고 있던 것, 이곳에서 배운 것, 그 사이에서 발전한 제 자신 말입니다.
제 칼럼을 읽고 제 이야기를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게는 진심으로 크나큰 의미였고, 제 인생의 한 조각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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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tta Sampri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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