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좋은 것 - AMORE STORIES
#스낵컬처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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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은 것 <잠과 음악>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얼마 전 인간의 건강 관련한 영상을 하나 봤다. 궁금해서였다. 대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요구되는 조건은 무엇이란 말인가. 영상 속 의사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그 어떤 것도 확정적으로 건강에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다. 딱 하나만 빼고는. 바로 잠이다.”

 

 

 

우리는 잠을 자면 대개 꿈을 꾸고, 그 꿈에는 해석이 붙는다. 어떤 꿈은 낭만화되는가 하면 어떤 꿈은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에서 달성하지 못한 욕망을 해소해 준다고 여겨지는 꿈도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비슷할 것이다. 잠을 자고 꿈을 꾸면 거기에 우리는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쓴다. 괜히 로또가 잘 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잠은 그런 잠이 아니다. 매우 실용적인 잠이다. ‘사당오락’이라는 말,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기원을 알 수 없는 사자성어(?)는 특히 수험생들에게 아론의 지팡이가 되어줬다. 즉, 잠을 덜 자야 공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비록 내가 28년 전에 수험생이기는 했지만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터다.

연구 결과는 많이 다르다. 통계가 증명한다. 팩트가 말해준다. 조사 결과, 딥 슬립을 꾸준히 유지한 수험생들의 성적이 더 높았다. 이렇게 잠은 우리의 뇌 건강과 직결되어 있다고 한다. 잠을 자야 뇌가 활성화되고, 뇌가 돌아가야 지구과학 수업내용을 기억하든 삼각함수 수학문제를 풀든 뭐라도 좀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비단 수험생만은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 또한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그렇다. 우리는 마땅히 잠을 자야 한다. 최소 7시간은 침대에 딱 붙어있어야 한다. 양을 세든 망아지를 세든 상관없다. 만약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잠에 빨리 들 수 있는 나만의 비책을 개발해서라도 잠에 들어야 한다. 나의 필살기는 이것이다. 지금 한창 즐기고 있는 게임을 내일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를 상상하면 신기하게도 곧 잠에 든다. 진짜다. 그 게임이 꿈에도 나와서 곤란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잠에 부족하면 컨디션이 좋을 수 없다. 지끈거림과 몽롱함을 왕복하는 머리를 부여잡고 하루 일과를 소화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이 단전에서부터 훅 치고 올라온다. 나는, 타인에게 친절하기 위해서라도 잠을 부족하지 않게 자야 한다고 확신하는 쪽이다. 당신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몸이 별로라고 부하직원에게 화풀이하는 상사, 진짜 최악이지 않은가 말이다.

결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잠을 푹 자야 한다. 더 나아가 상대방에게 다정해지기 위해서라도 잠을 넉넉하게 자야 한다. 잠을 통해 우리의 자아는 단단해지고, 타인과의 관계는 윤택해질 것이다. 괜히 잠에서 깨서 하루가 시작되는 게 아니다. 과연, 잠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출발이다.

 

 

 

‘잠이 늘었어’ – 조규찬

이별 뒤의 불면증, 겪어본 사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별도 영원할 순 없다. 그 사람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순간은 기필코 온다. 조규찬의 ‘잠이 늘었어’는 바로 그 순간을 노래한 곡이다. 심지어 조규찬은 이 곡에서 잠이 선물하는 효능까지 꼼꼼하게 언급한다.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어여쁜 여인에 반하고/멋있게 날 꾸며 보고 싶어져/웃음이 늘어/운동이 좋아 아침을 기다려/가능하면 밥을 거르지 않으려 해” 이거 보시라. 잠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출처: Guitology (2005)

 

 

 

 

 

‘Feeling Good’ – Nina Simone

원곡은 니나 시몬, 이후 수많은 뮤지션이 이 명곡을 커버했는데 그 중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의 버전으로 골랐다. 이 곡은 뭐랄까, 대중음악 역사상 문법적으로 가장 쉽고, 간결한 가사를 지니고 있다. 진짜 별 게 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반복적이지만 단번에 귀에 꽂히는 멜로디, 핵심만 추려낸 간결한 편곡 덕분이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이 곡을 처음 플레이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날 하루를 나름 멋지게 살지 않으면 괜히 이 곡에게 미안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랫말은 이렇다. “높이 날고 있는 새들이여/내 기분이 어떤지 아는가/하늘 위의 태양이여/내 기분이 어떤지 아는가/새로운 새벽/새로운 날/새로운 인생/나에겐 그래/기분 끝내주네”

 

출처: I Put A Spell On You (1965)

 

 

 

 

 

‘The Oracle’ – Kenny Barron, Dave Holland

음악을 틀고 잠을 청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선택한 노래다. 나 역시 아주 드물게 음악을 감상하면서 잠들 때가 있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가사가 들어간 곡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이유는 별거 없다. 가사가 들리면 아무래도 자꾸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곡으로 효과 좀 봤다. 게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주 잘 자고 일어났다. 케니 배런은 미국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그래미 후보만 아홉 번 오른 거장이다. 데이브 홀랜드는 영국 태생의 재즈 베이스 연주자다. 둘이 함께 발표한 이 곡 ‘The Oracle’은 흔히 하는 표현으로 품격 넘치는 재즈 연주곡이다. 모난 구석 없이 마치 찰랑이는 물결처럼 흐르는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잠도 마치 이 곡처럼 평안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당신 주변에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한다.

 

출처: The Art Of Conversation (2014)

 

 

 

 

 

 

‘스낵컬처’는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읽을거리를 소개합니다.
아모레퍼시픽과 어라운드가 함께 큐레이션한 콘텐츠를 통해 재미와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배순탁

제작 어라운드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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