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속 다양한 아름다움의 이야기 시리즈
글 영희 (가명)
Editor’s note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의 흐름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는 예술 매체입니다. 저는 이 칼럼을 통해 영화 리뷰를 기반으로 아름다움의 다양한 양상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영화에 담긴 시사적 의미를 해석하고, 때로는 연출의 미학에 주목하며 감성적인 면모를 조명해보려 합니다.
제가 ‘영화’를 글의 주제로 삼은 이유는, 영화가 평균 두 시간 남짓한 긴 호흡 속에서 관객에게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며, 주제와 연출에 따라 무한한 해석과 토론의 가능성을 지닌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오랜 전통과 권위를 지닌 시상식을 통해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품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저는 세계 주요 영화제의 최근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저의 시선으로 해석한 리뷰를 통해 많은 분들께 영화가 지닌 깊이와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서브스턴스 영화 포스터 (출처 | 수입: 찬란, 배급: NEW)
#INTRO
첫 번째 소개할 영화는 요즘 같은 영화 불경기에 이례적으로 55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국내 청불 독립예술외화 중 네 번째 기록을 달성한 ‘서브스턴스’입니다. 서브스턴스는 2024년 칸 영화제 각본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였던 주인공 데미무어가 수상에 실패하면서 이 영화의 주제를 오히려 강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반응으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1 영화 소개 (스포주의)
서브스턴스 스틸컷 (출처 | 수입: 찬란, 배급: NEW)
영화 서브스턴스 주인공은 왕년의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입니다. 그녀는 50살이 되던 해에 진행하고 있던 인기 프로그램에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하차 통보를 받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더 나은 나(a better version of me)’를 만드는 약물 ‘서브스턴스’를 복용하게 됩니다. 그러자 엘리자베스의 등이 ‘말 그대로’ 갈라지며 더 젊고 완벽한 ‘수’의 몸이 나옵니다.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복용 규칙에 따라 일주일 간격으로 두 개의 몸을 오가며 커리어를 이어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본래의 자신’과 ‘사회가 원하는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서브스턴스 스틸컷 (출처 | 수입: 찬란, 배급: NEW)
서브스턴스는 아름다움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방송 업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더 나아가 외모지상주의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이 영화가 크게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젊음’과 ‘외모’에 대한 강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르로 연출했기 때문입니다. 신체 변형 호러(body horror)를 통한 충격적인 연출은, 현대 사회에서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강요받는 개인의 심리적 압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2 ‘서브스턴스’라는 거울 속의 우리의 모습
서브스턴스 스틸컷 (출처 | 수입: 찬란, 배급: NEW)
극 중 엘리자베스가 화장을 완성하지 못해 외출을 포기하는 장면은, 그 어떤 장면보다 현실적으로 잔인했습니다. 엘리자베스와 수의 신체는 과장되게 클로즈업된 카메라 렌즈로 비춰집니다. 또한, 프로듀서 하비와 방송 업계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함부로 평가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의한 대상화는 결국 화장실 거울 속 모습에도 내면화되어, 엘리자베스가 나이 든 자신의 얼굴을 마구 뭉개 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서브스턴스 전광판 (출처 | 수입: 찬란, 배급: NEW)
우리도 혹시 내면에 또 다른 ‘수’를 만들어놓고, 거울 속에 엘리자베스가 아닌 수가 보이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저는 엘리자베스가 거울 속 자신을 부정하는 장면을 보고, SNS 상에서 과도한 보정으로 인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경험하는 수많은 현대인들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인기 연예 관찰 예능 프로그램 인 <솔로지옥>*의 PD는 인터뷰에서, 해당 프로그램 섭외 1순위 조건이 '인스타그램 사진과 실물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이 기록적인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사회적 기준과 강박에 지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나이와 외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관객들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3 노령화 시대의 New Beauty
통계청 인구상황판
잠깐 영화를 뒤로하고, 현실 세계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볼까 합니다. 지금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 인구의 중위연령은 46.1세입니다. 중위연령은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의미합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996년에는 중위연령이 29.8세였으며, 2056년에는 60.2세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시 말해, 1996년생이 만 60세가 되는 해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만 60세 이상 법정 노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출처 |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유튜브 @hellochoihwajung
출처 | 밀라논나 유튜브 채널 @Milanonna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각 세대가 지닌 고유한 매력과 개성이 더욱 주목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나이로 한정 짓기보다는, 삶의 궤적 속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최근 패션 캠페인이나 뷰티 광고에서 60대 이상의 시니어 모델이 활약하거나, 자연스러운 주름과 흰머리를 감추기보다 자신 있게 드러내는 모습들이 대표적인 변화의 예일 것입니다. 60대 배우 최화정님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와 70대 디자이너 장명숙님의 채널 ‘밀라논나’처럼,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뷰티 루틴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연령에 따른 고유한 매력을 드러내며, 아름다움이 결코 하나의 기준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브스턴스 스틸컷 (출처 | 수입: 찬란, 배급: NEW)
“매번 점점 더 어려워져. 네가 여전히 존재할 자격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걸! 네 안의 이 부분도 여전히 가치 있다는 걸! 네가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는 걸!” 엘리자베스가 카페에서 마주친 207호 실험체 노인이 던졌던 질문입니다. 저는 이 대사에 서브스턴스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브스턴스가 던지는 질문은 결코 영화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 아름다움은 획일화된 기준에 갇혀 있을 때보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될 때 더욱 풍성하게 빛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이제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맥락에서 영화 제목 ‘서브스턴스(Substance)’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 단어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핵심, 즉 ‘본질’을 의미합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의 가치에 다시금 주목하게 만듭니다.
#OUTRO
아름다움은 단일한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개념입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이 시대의 모든 존재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뉴뷰티 무브먼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령화 시대에 아름다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는 한줄평과 함께 앞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갈 모든 분들께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브스턴스 한줄평: 아름다움은 외형과 본질 사이의 팽팽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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