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일리윤의 디자인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글
김태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크리에이티브3팀
“변화는 새로움을 향한 용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익숙했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질 때,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최근 일리윤이 BI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자신감 넘치는 로고, 정돈된 레이아웃, 그리고 브랜드 정체성의 과감한 재정비까지―이번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AD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새로워진 일리윤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일리윤이 한방 브랜드였다고?
일리윤의 탄생
화장품 업계에서 한방 컨셉이 급부상하던 시절인 2012년, 아모레퍼시픽은 57년간의 연구 노하우를 담아 ‘일리’라는 한방 프리미엄 바디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여인의 태를 빚는 단 하나의 이치, 일리”라는 슬로건을 필두로 배우 전지현님이 광고 속에서 스킨톤 드레스를 입고 완벽한 바디라인을 자랑하며, ‘탄력’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답니다. 아모레퍼시픽에 오래 몸담고 계셨던 분들 중에는 그 광고를 아직도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초상권 때문에 이미지는 포함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셨죠?☺) 일리의 초기 디자인은 전통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심볼의 전체적인 형태와 색감은 한국 전통 인장에서 영감을 받았고, 일리라는 브랜드명을 영문으로 표현함에 있어서 태극기의 건곤감리 모티프로 한방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습니다.
2012년 브랜드
출범 당시 로고
2012년 토탈에이징케어
바디로션
2015년 일리 세라마이드
아토 로션
한방과 더마 사이, 세라마이드 아토 라인의 시작
2010년대 중반에는 더마(derma) 컨셉의 브랜드가 하나둘 등장했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리도 ‘세라마이드 아토 라인’을 출시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기존의 한방 컨셉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민감한 피부에도 순하게 작용하는 제형을 강조하면서 ‘순한 힘’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라인은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일리의 대표 라인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일리는 더마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디자인을 보면 브랜드의 변화를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 용기/포인트 컬러: 더마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깨끗하고 간결한 감성을 반영하기 위해 기존 한방 브랜드의 고급스럽고 따뜻한 컬러톤에서 벗어나, 깔끔한 화이트 베이스로 변경되었습니다. 또한 순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라이트한 하늘색을 포인트로 활용했습니다.
+ 레이아웃 디자인: 이전의 토탈 에이징 라인을 사용해 온 고객에게 최대한 일관된 인상을 주기 위해 컬러를 제외한 디자인 요소는 거의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일리윤(潤)’으로 리브랜딩
이렇게 성장하던 2017년 12월, 일리는 ‘일리윤(潤)’으로 브랜드명을 바꿨는데요. 브랜드명에 ‘윤택할 윤(潤)’을 더해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기능을 강조하고 ‘보습’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습니다. 새로운 로고는 한글과 영문을 병기해 소비자들에게 이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며, 붉은 인장 형태의 심볼에는 한자 ‘一利潤’을 넣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했습니다. 세라마이드 아토 라인을 필두로 브랜드 성장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기에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는 브랜드명과 심볼이 모두 변화했기 때문에 그 외의 디자인 요소들은 최대한 변화를 지양했습니다. 인장의 위치, 하늘색 메인 컬러, 정보를 담는 레이아웃 등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이전과 같은 톤으로 유지해서 충성 고객 이탈을 막고자 했고, 그 결과 ‘일리윤’이라는 네이밍으로 브랜드를 안정감 있게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2017년 일리윤
세라마이드 아토 로션
2021년 일리윤
세라마이드 아토 로션
더마 브랜드로 도약
2020년경, 더마 보습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자 한 일리윤은 디자인적 관점에서도 더욱 모던한 모습으로 변화했습니다. 로고와 메인 서체에 담긴 한방 뉘앙스를 줄였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변화의 폭은 적게 가져가는 디자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 로고: 영문 로고를 다듬고, 획의 시작과 끝 부분의 형태감과 획의 굵기를 균일하게 맞췄습니다. 손으로 쓴 듯한 특징은 유지했습니다.
+ 인장: 인장의 크기를 대폭 축소해서 존재감을 줄이고 영문 로고 우측에 배치함으로써 워드마크-한자심볼 lock-up 로고를 제작했습니다. 영문 로고와 빨간 인장 디자인이 나란히 붙어 다니는 일리윤의 로고는 이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새로운 변화
2025년 2월, 일리윤은 다시 한번 디자인을 재정비하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로고는 또렷하고 자신감 넘치는 느낌을 살려 가독성을 높였고 색상도 미세하게 조정해서 강렬하면서도 깨끗한 인상을 주도록 했습니다. 제품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전면의 라벨 디자인 영역을 대폭 확장했으며, 보다 정돈된 레이아웃으로 재배치하여 신뢰감과 전문성을 강조했습니다. 한방에서 유래된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완전히 벗어나 글로벌 더마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제품명을 한글과 영문으로 병기하는 방식을 취했고 제품명 하단의 피부 타입 설명 또한 한글과 영문을 같이 제공했습니다.
2025년, 일리윤
세라마이드 아토 로션
+ 레이아웃: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차트의 전문적인 무드를 전달하기 위해 라인을 활용하고 보다 정돈된 레이아웃을 채택했습니다. 기존보다 로고의 크기를 키워 브랜드명의 가독성을 높이고, 라벨의 면적을 확장해서 로고 위치를 상단으로 이동함으로써 가시성도 확보했습니다. 좌측 상단의 사선 커팅은 ‘Comfort Derma Lab’ 컨셉을 기반으로 한 인덱스 모티프 조형을 활용했습니다.
+ 서체: 국문 서체는 기존 서체와 같이 세로획이 긴 캐릭터는 유지하면서 신뢰감 있는 인상을 주고 가독성을 보완하기 위해 ‘김정철 고딕’을 사용했습니다. 국문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 영문인 Galvji 서체는 획의 굵기가 일정해서 정돈되고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며, 절제된 곡률과 그로 인해 돋보이는 직선의 형태를 통해 일리윤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인장: 기존의 한자가 들어간 형태에서 일리윤이 강조하는 한 가지의 이치 ‘일리(ILLI)’를 넣은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식 개선을 기대하며, ‘ILLI’를 ‘YOON’으로부터 독립화하여 ‘일리-윤’의 흐름으로 읽힐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안에서도 전체적인 형태나 색상은 유지함으로써 일리윤의 헤리티지를 계승했습니다.
2025년, 일리윤 메인 제품 라인
브랜드 주목도 강화
이번 디자인 변경은 아주 현실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매대에서의 주목도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매대에서 눈에 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로고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그 크기를 대폭 키우고, 라벨 디자인의 영역을 상단으로 넓혀 제품 정보가 잘 보이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또렷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며, 매대에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높였습니다. 특히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리윤의 이러한 변화는 더욱 돋보입니다. 정돈된 레이아웃과 커진 로고가 소비자들에게 자신감 있는 더마 브랜드라는 인상을 심어 줍니다.
국내 판매 환경을 고려한 패키지 디자인
국내 올리브영 매대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일리윤의 주요 판매 채널 중 하나인 올리브영은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빼곡히 진열된 곳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짧은 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리윤은 단상자 디자인을 전면 수정해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두 가지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던 배경색을 하나의 톤으로 정리해서 간결하고 강력한 컬러 발신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제품의 특장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적용하면서 중요한 내용은 컬러박스를 활용해 가독성을 확보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빠르게 제품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죠. 또한 여러 제품이 매대에 진열됐을 때 정돈된 느낌을 주기 위해 용기 이미지를 똑바로 해서 일관성과 안정감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서체 크기와 원형 요소의 크기를 다양한 제품에서 동일하게 적용해 일리윤 기획 세트 디자인만의 통일감 있는 톤 앤 매너를 완성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매대에서 일리윤의 다양한 제품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도록 했습니다.
2025년 새로워진 올리브영 기획세트 디자인
새로운 상세페이지
오프라인 매대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도 일리윤의 디자인 리뉴얼이 진행되었는데요. 디지털 상세페이지는 온라인 환경에서 고객이 제품을 처음 만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고객들이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마다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하게 전문성이 느껴지는 연출 컷들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신뢰감을 전달하고 ‘세라마이드 장인의 연구 노트’라는 컨셉의 그래픽 디자인을 적용해서 마치 연구 자료를 직접 보는 듯한 인상을 심어 줬습니다.
동일한 톤의 디자인이 반복되어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기존의 상세페이지를 개선하기 위해 타이포 디자인에 강약을 주고 중요 정보가 확실히 부각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임상 결과를 직관적인 도형이나 그래프로 디자인해 소비자들이 핵심만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신규 기술과 소재에 대한 설명을 담은 동영상 콘텐츠를 초반에 배치해, 지루함 없이 스크롤을 지속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일리윤은 더마 브랜드로서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민감함에 민감합니다’라는 슬로건이 말해 주듯, 디테일 하나하나에 공들인 일리윤의 새로운 상세페이지는 브랜드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보여줍니다.
진화된 일리윤의 가능성
변화와 성장을 통해 일리윤은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변화에는 늘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지만 일리윤의 이번 변화는 트렌드를 따른다기보다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또렷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일리윤의 디자인 여정을 보면 일리윤이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보여 줄지 기대가 되시지 않나요? 앞으로 더 진화할 일리윤의 모습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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