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 김유진, 하수현 대표를 만나다 - AMORE STORIES
#한강대로100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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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 김유진, 하수현 대표를 만나다

뭍을 그리는 바다의 마음으로 - 브런치식당

2년 전, 일산 ‘밤리단길’의 6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입소문만으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입성한 브런치 식당 ‘뭍’. 두 여성 대표가 일구어낸 결과물이다. 완전히 다르지만 은근히 비슷한, ‘뭍’의 김유진, 하수현 공동 대표를 아모레 스토리가 만났다.

‘뭍’ 아모레퍼시픽 지점

 

 

‘밤리단길’의 작은 골목, 반갑고 편안하고 설레는 브런치 식당을 만들다


2년 전, 일산의 밤리단길에서 두 분이 함께 ‘뭍’을 창업하셨다고요.
두 분은 원래 어떤 관계인가요? 


유진 20대 초반, 그러니까 10년 전에 같은 카페에서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예요. 워낙 즐겁게 일해서 퇴사 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가깝게 지냈어요. 저는 그 후로도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일을 했고, 수현이는 요리 쪽으로 진로를 변경했어요. 서른을 막 넘겼을 때쯤, 수현이가 같이 창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당시 저는 호주 멜번의 브런치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비자를 연장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원래 창업 계획은 없었지만 이 친구와 함께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죠.

수현 졸업 후 직장 생활도 해보고 카페에서도 일하고 여러 일을 했어요.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해서, 어떤 일을 해야 즐기면서 오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러다가 시작한 것이 요리예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요리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어서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창업 전에는 한우 오마카세 다이닝에서 일했는데, 그곳에서 업무적인 스킬이나 콜라보레이션, 요식업 트렌드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생각난 게 유진 언니예요. 성격이 잘 맞기도 했고, 같이 일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다른 직장에 들어가거나 진로를 바꾼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언니는 계속 뚝심 있게 이쪽 길을 가고 있더라고요. 같이 일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역은 왜 ‘밤리단길’이었나요?

유진 제가 일산과 가까운 동네에 오래 살아서 그 지역이 익숙했어요. 서울보다 임대료가 훨씬 저렴하기도 했고요. 초기 투자금이 넉넉하지 않아서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거든요. 저희 가게가 있던 곳은 ‘밤리단길’이라고 하기에도 송구스러운, 중심 상권에서 몇 블록이나 떨어져 있는 주택가였죠. 상가가 하나도 없는 골목이라 임대인이 왜 이런 곳에 가게를 열려고 하냐고 의아해하실 정도였어요. 대신 권리금도 없었고, 월세도 저렴했어요. 또 골목이 굉장히 예뻤어요. 고풍스럽고 낮은 주택들이 모여 있으니 그 자체로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었죠. 이렇게 예쁜 골목에는 반드시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확신했어요. 실제로 지금은 메인 밤리단길 못지 않게 많은 가게들이 생겼어요.

 

브런치로 메뉴를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수현 제가 샌드위치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처음에 구상한 건 프리미엄 테이크아웃 샌드위치 가게였어요. ‘서브웨이’의 프리미엄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빵과 속재료를 다양하게 만들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조리하는 ‘오더투메이드’ 방식이요. 작고 친근한 샌드위치 가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되진 않았죠(웃음). 밤리단길의 상권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브런치 메뉴가 가미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밤리단길에 브런치를 찾으러 오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처음에 구상한 ‘오더투메이드’ 방식은 유지하고 브런치 메뉴를 늘렸죠.

유진 저희 둘 다 호주에서 잠깐씩 일을 한 경험이 있어요. 멜번은 ‘커피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인데요, 좋은 브런치 식당들이 정말 많아요. 그곳에서 일하며 온전한 브런치를 즐기려면 음식뿐 아니라 훌륭한 커피도 함께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당시 한국에서는 브런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는 카페에 가서 따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음식이 맛있는 곳은 커피가 아쉽고, 실력 있는 카페에서는 음식을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한자리에서 온전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커피를 다룰 줄 알고, 수현이는 요리를 할 줄 아니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뭍’의 뜻도 궁금합니다.

‘뭍’은 ‘육지’라는 뜻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뭍’에 있을 때는 잘 쓰지 않는 말이에요. 섬이나 바다같이 ‘뭍’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불리는 단어죠. 육지와 먼 곳에서 뭍을 바라보면 반갑고 편안하고, 약간은 설레기도 하잖아요.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떠올릴 때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반갑고, 편안하고, 설레는. 단어를 발음할 때 심플하면서도 단단한 어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그런 느낌의 단어기도 했고요.

 

동업을 결심하고 개업까지는 얼마나 걸렸나요?

속전속결이었어요. 한 달도 안 걸리지 않았죠. 수도 공사부터 간단한 목공 작업, 페인트칠까지 저희가 밤을 새가며 작업했어요. 매장이 워낙 작기도 했고, 자본금도 넉넉하지 않아서 인테리어에 크게 투자할 수 없었거든요. 누구나 강점과 부족한 점이 있잖아요. 몇 블록만 더 가면 메인 밤리단길에 넓고 쾌적한 공간이 많은데 공간으로 승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잘할 수 없는 건 과감히 접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마음이었죠. 대신 우리의 강점인 ‘음식의 퀄리티’에 주력했어요. 마진을 줄이더라도 퀄리티를 더 올리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전략을 선택했어요. ‘평균보다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에, 평균보다 조금 더 퀄리티 있는 맛’을 내는 게 저희의 목표였죠.


일산 ‘밤리단길’에서 개업 초기 모습

 

개업 후, 초기 반응은 어땠나요?

유진 첫날 매출은 5만 원이었어요. 그것도 저희 임대인이 사주신 거였죠. 워낙 유동인구가 없는 골목이라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손님이 너무 없으니 황당한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그렇게 초반 두세 달 정도는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불안하진 않으셨나요?

유진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편이거든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초반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매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레시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서비스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죠. 초반에는 음식 재료도 많이 버렸어요. 손님이 없어서 버리는 날도 있었지만,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서 재료를 다 버리고 영업을 중지한 날도 있었죠. 그 시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퀄리티 유지에 힘을 쏟았던 노력들이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되었어요.

수현 전 유진 언니와는 달리 걱정도 불안함도 많은 편이에요. 개업 후 하루 이틀 지나면서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큰일났다, 괜히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요. 저는 불안해죽겠는데 이 친구는 너무 태평하니까 초반엔 그것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손님이 늘어난 계기가 있었나요?

유진 두세 달 지나면서부터는 조금씩 손님이 늘기 시작했어요. 어떤 계기로 인해 갑자기 매출이 늘어났다기 보다는, 오늘보다 다음날 더 오르고 그다음 날 더 오르는 식으로 꾸준히 상승했어요. 따로 마케팅이나 광고를 한 것도 아닌데, 1시간씩 웨이팅이 생기니 저희도 의아했죠. 아마 오셨던 손님들이 여기저기 소개해주신 것 같아요. 재방문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나중엔 잠실에서 일산까지 찾아오시는 손님도 생겼어요. 처음에는 두 개뿐이었던 테이블이 나중에는 야외석까지 다섯 개로 늘어났고요.


야외석까지 테이블을 확장한 모습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았던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현 매장에서 쓰는 재료는 모두 직접 만들고, 당일 생산해서 당일 폐기한다는 원칙이요.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요. 야채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당일 새벽에 직송으로 받아 매일 아침 손질하고, 빵도 매장에서 반죽부터 발효까지 다 제 손을 거치죠. 그릭 요거트와 후무스, 바질 페스토 같은 샌드위치 소스도 직접 만들고요. 일산에서는 이 모든 작업을 혼자 다 하다 보니, 새벽 5시부터 나와서 쉼 없이 일해도 오픈 시간 맞추기가 빠듯했어요. 직접 만드는 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정확히 제가 의도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사실 너무 힘들 땐 ‘빵 정도는 그냥 기성품을 쓸까?’ 고민을 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진짜 맛있는 샌드위치는 빵에 치즈만 넣어 먹어도 맛있거든요. 기성품으로는 제가 추구하는 맛을 낼 수 없었죠. 단 하루도 전날 만든 재료를 쓴 적이 없어요. 만족스러운 퀄리티가 아니면 당일 생산한 제품도 다 폐기했고요.

유진 물론 아깝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손님들이 공간도 협소하고 주차도 불편하고, 외진 골목에 있는 저희 가게까지 찾아 오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지켜온 가치를 포기하면 더 이상 손님들도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원칙은 꼭 지키려 노력했죠.

 

 

달라서 힘들고 달라서 좋은, 동업의 맛


두 대표님이 2년 넘게 사업을 꾸려오고 있는데요, 업무 분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수현 제가 메뉴 개발과 요리 등 주방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고, 유진 언니가 그 외적인 모든 일을 해요.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SNS 관리부터 외부 미팅, 디자인 작업까지 모두 맡아서 하죠.

유진 보통 제가 큰 그림을 제시를 하면 수현이가 그걸 구현하는 식이에요. 예를 들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재료가 들어간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 ‘날이 추워지니까 따뜻한 메뉴를 개발해 보자’라고 던지면, 그걸 찰떡같이 만들어내죠.

 


동업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유진 수현이와 저는 성격도 성향도 굉장히 다른데요, 너무 달라서 힘들기도 하고, 너무 달라서 좋기도 해요. 가끔은 다른 부분 때문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른 점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손이 느리고 빠릿빠릿하지 못한데, 수현이는 현장에서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뭐든 빨리 습득하고, 섬세하죠. 기본적으로 일하는 센스가 좋아요.

수현 유진 언니는 저에겐 없는 대중의 시선과 입맛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음식을 만드는 입장이다 보니 무의식 중에 효율성이나 비용적인 부분을 따지게 되고 개인적인 취향을 가미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유진 언니가 밸런스를 잡아주죠. 지금 가게에 있는 메뉴들은 전부 유진 언니의 컨펌을 받은 메뉴들이에요. 제가 아무리 자신 있어도 언니가 아니라고 하면 그 메뉴는 사라지죠. 제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어요.

회의를 거듭해 탄생한 ‘뭍’의 다양한 메뉴들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진 동업을 한다고 해서 모든 부분을 다 협의하고 조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모든 부분을 협의하려고 하다가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죠. 어느 순간부터는 수현이가 제 말을 많이 따라줬고, 그때부터 조금 안정화가 된 것 같아요. 한 명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정말 틀리지 않다면 따라가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수현 보통 제가 말한 쪽으로 가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요(웃음). 제가 유진 언니를 존경하는 점 중 하나가 ‘소신이 있다’는 거예요.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강단이 있어요. 처음엔 그 부분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제는 유진 언니가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지켜왔기에 우리 가게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걸 깨닫고부터는 대체로 유진 언니의 의견을 따라가는 편이에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의 기쁨과 슬픔


번아웃이나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유진 이것도 저희 둘이 다른 부분인데요, 저는 관리할 멘탈이 없어요(웃음). 매사에 걱정이나 두려움, 불안이 없는 성격이거든요. 매장이 한가하면 몸이 편하니까 좋고, 바쁘면 수익이 느니까 좋다는 마인드예요.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애써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내가 좀 힘들고 지치는 시기가 왔나 보다’ 생각해요. 그런 시기가 있으면, 반대로 편안하고 좋은 시기도 반드시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업을 하면 내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매번 발생하잖아요. 내 노력만으로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부족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닐 거예요. 너무 힘든 상황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금방 또 좋은 시기가 올 테니까요.

수현 저는 슬럼프가 오면 거기에 빠져있는 편이에요. 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유진 언니는 이렇게 해탈한 사람처럼 행동하니까 처음엔 그것도 힘들었어요. ‘이 사람은 괜찮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생각하면 안 그래도 괴로운데 더 괴로운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저도 감화가 됐는지 많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슬플 때 슬퍼하고, 괴로울 땐 괴로워 하고, 하기 싫을 땐 하기 싫다고 티도 많이 내요. 그러다 보면 힘든 시기도 결국은 지나가더라고요.

 

개업 후 주말도, 여가도 없이 일하신다고요. 계속해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유진 저는 ‘산다’는 게 너무 좋아요. 좋은 감정이든 괴로운 감정이든 살아있으니까 느끼는 거잖아요. 살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감정을 알아간다는 게 제게는 너무 즐거운 일이에요. 그래서 일도 좋아해요. 일을 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예측하지 못한 일들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생각, 알지 못했던 감정을 느낄 수 있고요. 삶은 너무 짧기에, 저는 가능한 한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느끼고 싶어요. 저에게 ‘일’이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예요. 그게 일을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해요.

수현 저의 원동력은 ‘책임감’인 것 같아요. 수많은 가게들 중 저희 매장을 찾아 주시는 손님들과 저를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거든요. 호주에서 비자 연장을 포기하고 동업을 함께 해준 유진 언니에 대한 고마움도 있고요. 이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쉬지 않고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일하는 시간을 즐겁게, 인생을 즐겁게


아모레퍼시픽 입점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진 예전에 신용산에 왔다가 식당을 가려고 아모레 사옥에 온 적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이 건물을 보고 너무 예뻐서 ‘이런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죠. 그런데 3개월 뒤에 입점 제안이 온 거예요. 우리는 일산에 있는 작은 가게일뿐인데, 너무 신기했어요. 일산 매장을 접고 새로 팀을 꾸려서 낯선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큰 도전이긴 했지만, 만약 잘 안되더라도 그 속에서 얻는 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현 저는 워낙 안정 지향형이고 일을 벌이는 것도 싫어해서, 처음엔 이전하는 걸 반대했어요. 일산 매장이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새로운 지역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니 걱정되더라고요. 유진 언니가 저를 많이 설득했죠. 당시 제가 일이 많아서 거의 번아웃 상태였는데, 이전하면서 매장을 확장하면 직원을 뽑아야 하니 일이 줄어들 거라고요.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이 맞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뭍’ 아모레퍼시픽 지점 내부

 

아모레 직원분들의 특징이 있다면?

제가 평소 머리에 그리던 전형적인 ‘직장인’ 이미지와 다른 것 같아요. 독특하고 눈에 띈다고 해야 할까요.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분들이 많아요. 좋은 의미의 궁금함이요. ‘저 옷은 어디서 샀을까?’ ‘저건 어디서 구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분들은 대부분 아모레 직원분들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아모레 손님이 있나요?

저희는 매일 SNS에 올라온 리뷰를 다 확인하는데요, 저희 스프를 드시고 ‘따뜻함’을 느꼈다는 글을 써주신 분이 있었어요. 그 리뷰를 읽으며 저도 마음이 따뜻해져서 아직까지 감사한 마음이 남아있어요. 너무 맛있었다고 작게 그림을 그려주신 손님도 기억에 남고요.

 

‘뭍’에 처음 왔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유진 바질 치킨과 페타 치즈 샌드위치요. 매장에서 직접 만든 그릭 요거트와 페타 치즈를 섞어서 소스를 만드는데, 페타 치즈 특유의 꼬릿꼬릿하고 짭쪼름한 맛과 그릭 요거트의 산미가, 시즈닝한 닭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예요. 알감자 튀김과 같이 드시는 걸 추천해요

수현 잠봉 뵈르와 스피니치딥도 인기 메뉴 중 하나예요. 시금치에 양파와 마늘을 넣어 새콤한 맛을 낸 샌드위치인데요, 호주에서는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 이렇게 인기가 많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매일 시금치를 한 박스씩 삶고 또 삶아야 하지만, 많이 찾아주시니 즐겁게 만들고 있어요.


바질 치킨과 페타 치즈 샌드위치, 잠봉 뵈르와 스피니치딥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이신지요?

저희는 세컨드 브랜드를 연다거나 외형적인 확장을 할 생각은 없어요. 대신 내적인 성장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샌드위치 이외의 메뉴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고 시즌 메뉴도 개발하고 있어요. 사업을 더 확장하면 돈을 더 벌 수는 있겠지만, 오로지 돈만 보고 일하는 건 저희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하루 중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길잖아요. 일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즐겁지 않을 것 같아요. 여기서 일하는 나날이 계속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이 안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유진 오래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 홀로 떨어져 있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게 유라시아 횡단이었어요. 날짜를 찬찬히 셈할 수 있고, 날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바이크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몇 해 전엔 바이크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아마 10년 후면 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수현 저는 어릴 때부터 쉬지 않고 일하며 바쁘게 살았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아닌, 저만의 시간에 맞춰 천천히 살아가고 싶어요. 멀지 않은 날에는 귀농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직접 키운 작물로 요리를 하고, 가끔 오일장에 나가 소개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epilogue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 따뜻한 스프와 샌드위치가 그리운 날, 바다에서 바라본 뭍처럼 반갑게 찾을 수 있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는 김유진, 하수현 대표. 가끔은 투닥이며, 가끔은 토닥이며 두 대표가 만들어나갈 ‘뭍’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에디터 신혜원

사진 금상관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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