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중에 최고는 ‘동료 덕질’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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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중에 최고는 ‘동료 덕질’

브랜드 유튜브 만드는 마음 #3

 

한다혜 메이크업프로팀

#요즘, 무얼 좋아하세요?

 

브랜딩에 관한 업계 모임에서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말해보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발언 순서가 다가오는데, 어떤 브랜드 이름도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더군요. 화려한 패션하우스 브랜드가 몇 개 생각나고, 반짝이는 오브제들이 스쳐갔지만, 제가 그것을 진심으로 ‘디깅’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가끔 갖고 싶은 마음’만으로 진정한 브랜드 취향을 논할 수는 없더라고요. 한 브랜드의 찐팬을 모아보겠다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그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싶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자꾸 떠오르는 건 제가 만드는 콘텐츠에 출연하는 이들의 얼굴이었습니다. 가끔 다정하고 매일 시크한 수석 동현쌤, 능청맞고 자연스러운 듀오인 미남 아티스트 정창과 막내 민경 차. 고개를 돌리면 항상 옆자리에 있지만 뷰 파인더와 모니터로 더 오래 관찰하게 되는 이 사람들. 저의 ‘만질 수 있는 슈퍼스타’들이요. 살짝 머뭇거리면서 이 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시간이 꽤 지나고도 이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콘텐츠에서 가장 큰 소리로 웃고 있는 제 목소리가 이제 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면서요.

 

 

3명의 메인 출연자들과 함께. 굳모닝신용산 ‘미남 유전자, 그 암호를 풀다’ 편 중에서

 

 

1 콘텐츠의 소재는 ‘좋아하는 마음’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제가 헤라 유튜브를 맡아 처음 기획했던 시리즈가 있어요. 제목은 [덕질로그], 1인칭 아티스트 관찰 시점의 브이로그 콘텐츠입니다. 입사 초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메이크업아티스트 팀’에 배정된 저는 마치 연예기획사에 입사한 사무직원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무대에 서고, 최신 메이크업 룩을 남다른 테크닉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었죠. 어쩜 그리 매일 근사한지,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항상 완벽한 헤어와 블랙 컬러의 착장을 갖추고 사무실에 등장하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반짝거려서, 그저 곁에서 설렜어요.

[덕질로그]의 첫 에피소드는 그런 시선이 담긴 저의 독백으로 시작하고요. 진한 애정 필터가 끼워진 채로 아티스트들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내가 선망하는 이 사람들을 모두 알아봐 줘!’라고 외치면서요. 그리고 그들을 한 명씩 더 깊이 ‘디깅’하는 에피소드를 몇 편 만들었습니다. 한 편 안에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개의 씬이 필요하고 구성 내러티브도 촘촘히 엮어야 하는 기획이었죠. 점점 더 업로드 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어요. 그 이후로 콘텐츠가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제 동료 덕질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덕질로그 에필로그’ 중 캡처

 

덕질로그 EP.3 강정창 아티스트 편
(이미지 클릭시 연결됩니다.)

 

 

회사에서도 종종 팔로우해주시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 인스타그램 덕질 계정도 있습니다. @teamjang_nim이라는 핸들을 달고 팀장님 덕질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죠. 인기 TV 프로그램인 [겟잇뷰티]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출연으로 이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셀럽 메이크업아티스트 이진수 팀장님은 제가 겪은 어떤 리더분들보다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이 계정의 페르소나는 메이크업프로팀에 온 저이고, 팀에서 편집자로 함께 일하던 막내 사원과 틈틈이 아이디어를 내며 운영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업무가 밀려올 때에도 ‘좋아서’ 계속했습니다. ‘시닙이(신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막내도 인스타툰을 주말 동안 쉬지도 않고 그려 오곤 했어요. 제작 프로세스를 잡느라 밤 늦게까지 남아 있는 날도 있었지만, 놓고 싶지 않은 계정이었습니다. 덕질이라는 게 항상 그렇듯, 그저 즐거워서요.

 

 

전무후무할 ‘팀장님 덕질’ 계정

 

 

가까이 있는 사람을 덕질하게 되면 ‘대형 떡밥’이 많은 게 장점이에요. 팀장님의 생일 파티, 메이크업 쇼 행사, 심지어 팀장님이 휴가 후에 복귀하는 날 같은 일상들이 모두 특별한 이벤트였습니다. 인스타그램 세계관 속의 광기 어린 팬심 표현에 많은 사람이 반응해주었어요. 잘 되는 콘텐츠의 비결 중 하나가 제작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죠. 꾸며내지 않은 애정, 지치지 않고 계속 외치는 마음이 점점 더 널리 닿는 느낌이었습니다. 2022년의 어느 날, '시닙이'의 주도 아래 팀원들을 설득해서 찍었던 '팀장님 복귀하는 날' 릴스를 공개합니다.

 

 

 

 

2 마르지 않는 애틋함: 동료 덕질의 역사

 

저는 2012년에 PD가 되었는데, 1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이 업의 신비로움에 대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주제와 소재에 제한은 있으나, 만들고 싶은 걸 스타일을 살려 기획하는 일. 마음에 흡족할 때까지 찍어보고, 오케이 컷을 결정하는 현장. 그리고 카메라 감독님, 조명 감독님, 오디오 감독님,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후반 그래픽 감독님 등 전문 기술자들의 능력을 모으고 빌려서 콘텐츠를 만드는 이 직업이 꽤 희한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었어요. 지금은 가벼운 고프로(Go pro) 하나를 들고 현장 스케치를 담기도 하는데요. 10여 년 전의 촬영 장비라는 건 아주 비싸고, 크고 무거운 것들이라 직접 손을 댈 엄두도 못냈었고요. 그때 제가 부리는 유일한 기술이라곤 편집실에서 클립을 자르는 가편집 정도였습니다. 콘티를 짜고, 레퍼런스를 찾고, 원하는 것을 잘 이야기하면 감독님들이 모든 씬을 빠짐없이 실현해주시는 거죠. 그래서 늘 내 직업의 정체를 의심했어요. ‘기술자들 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판을 짜고 결정하는 사람이 꼭 필요할까?’ 하고요. ‘기획자’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때였죠.

촬영장에 가면 각 분야의 감독님들에게 오늘 찍을 것을 잘 설명하는 일은 기본이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한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잘 대접하는 법 말이죠. 오늘 모인 모두의 역할과 이름을 서로에게 소개하는 일, 적당한 시간에 멈추고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어 먹는 일, 힘껏 자신의 기술을 펼치는 감독님들의 능력에 소리내어 감탄하는 일, 카메라 앞에 선 모델이나 연기자에게 잘 하고 있다고 크게 응원하는 일 같은 거요. 갈수록 그런 일이 저에게는 더 중요해졌고, 진짜로 한 명 한 명이 불쑥불쑥 애틋해지곤 했어요. 촬영 끝을 선언하는 그 순간까지 집중과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찍고자 했던 모든 장면을 다 담기 위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순간들 안에서요. 그걸 몇 년째 경험해도 감정의 색이 바라지 않고 더 진하게 고맙더라고요.

 

 

[헤라추천] 거제도 출장을 마무리하며

 

 

여태까지도 혼자 할 수 없는 게 많다는 걸 너무 잘 알고요. 지금 헤라 유튜브를 꾸준히 성장시킨 과정을 생각해 보면, 고마운 얼굴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헤매는 저를 응원해주며 기꺼이 함께하는 마음들은 오래 잊지 못할 거예요. 낯선 업무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적극적인 태도들, 눈에 띄는 실패와 성과마다 함께 아쉬워하고 놀랐던 장면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3 프로페셔널과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메이크업아티스트 팀에서 헤라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처음에는 아주 불행한 미션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기술전문 감독님들도, 아늑한 편집실도, 콘텐츠를 잘 뿌려 줄 마케터도 없어 팔다리가 잘린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것이 이 업을 하는 동안 갖게 된 가장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멋진 환경을 가끔 '백종원 씨와 요리 다큐를 찍는 PD가 된 느낌'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강력한 전문성을 갖춘 아티스트들이 구멍난 기획을 촘촘하게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죠. 긴 시간을 투입하고 작가님과 회의를 하며 힘껏 자료 조사를 해 대본을 만든다 해도 닿기 힘들 정확하고 깊은 이야기가 담겨요. 그야말로 질릴 틈 없이 신나는 제작 환경 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봄 ‘수석살롱’을 촬영하고 돌아온 날에 동현님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혼자 남긴 메모를 꺼내 보았습니다. 한 줄의 대본도 없이, 오프닝부터 메이크오버의 완성까지 매끄럽게 하나의 주제로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수석 동현쌤에게 항상 놀라게 되거든요.

 

 

매달 반복되는 촬영이지만 매번 느끼는 고마움.

20년 가까이 메이크업을 해 오면서도
올해의 소원은 더 많이 일하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

수석 메이크업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빛나는 영광이나 무거운 권위처럼 여기지 않는 사람.

매 촬영 때마다 끝까지 브러시를 들고
자기만 알아볼 디테일까지 항상 책임지는 사람.

오늘도 빛나는 우리의 주연 동현쌤에게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수석살롱] 소프트 스모키 메이크업 편 촬영 중

 

 

빠른 대응과 지속가능한 제작을 위한 가벼운 프로세스 안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 보니,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이 담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전문 리포터 못지않은 진행 실력의 정창 아티스트는 외부 촬영을 나갈 때마다 자주 마주치는 비바람에 잘 세팅된 머리가 망가져 버린 채로 찍히곤 합니다. 빼어난 영어 실력에 박사 과정까지 수료한 민경 차 아티스트도 카메라가 켜지면 한없이 자연스러운 모드로 변신하죠. 메인으로 카메라 앞에 나서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기획들이 너무 많아요. 매번 그들이 편안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도록 성실히 판을 짜준다고 생각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애쓰는 마음의 덕이 더 크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색이 바래지 않는 마음

 

고맙고 대단하고 당신 덕분에 해내고 있다는 걸 자주 말하게 되는데요. 크게 이룬 것이 없어서 멋지게 호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생각날 때마다 지나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조합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자주 지금이 '좋은 시절'임을 되새깁니다. 때로는 좀 과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원래 좀, 느끼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내내, 건조해지지 못할 것 같아요.

 

 

굳모닝신용산 ‘남애리 캠핑장 편’ 촬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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