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ESG 이야기 #3
글
손명관 CSR팀
#INTRO
오늘은 기업의 매년 ESG 현황과 중장기 방향성에 대해 알려주는 “SR”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SR은 “Sustainability Report”, 우리말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입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ESG 보고서” 등등 부르는 표현이 다양한데요. 실무 담당자는 그냥 “SR”로 짧게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 칼럼에서도 읽기 쉽게 SR이라고 줄여 쓰겠습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란?
고객, 투자사, 평가 기관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환경, 사회분야에 대한 영향과 노력을 소개하는 보고서입니다. 연 1회, 6-7월 즈음에 기업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합니다. 그래서 ESG 담당자들에게는 보통 5-6월이 가장 바쁜 달입니다. 재무제표가 기업의 재무 현황을 공시한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비재무적인 지표까지 포함한 통합 소개서라고 할 수 있죠.
출처: 애플의 환경 보고서
1 기업이 SR을 발간하는 이유
한국은, 2004년 삼성 SDI에서 처음으로 SR을 발간한 이래로 2024년 현재 시총 200대 기업 중에 160곳, 약 80%가 SR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왜 SR을 발간할까요? 그 이유는 시대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2004-2010년] 기업 홍보
SR의 시작은 기업 PR이었습니다. 보고서 작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아름답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가 위주였죠. 그래서 보고서의 절반 이상이 회사 전경 사진이나 멋있는 이미지로 채워졌습니다. 실제로 이때 기업 사보가 SR로 많이 통합되기도 했습니다.
[2010-현재] 기업의 ESG 성적표
2020년부터 ESG가 갑자기 기업경영에 필수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SR의 목적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S&P, ESG 기준원 등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평가 기관이 생겨났는데요. 이 기관에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SR입니다. 평가 기관의 결과는 투자회사나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공개되고, 일부 투자회사에서는 투자 심사 요건에 ESG 요소를 추가하게 되면서 SR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슈도 생겼는데요. 기업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평가사가 정한 심사항목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평가에 불리한 내용을 생략해도 마땅히 규제할 방안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평가 기관의 기준이나 요구 자료가 달라서 ESG 담당자 입장에서는 혼란이 크고 업무도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거래소 ESG 포털에서는 각 기업의 ESG 평가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한국거래소 ESG포털
[2025년 이후-미래] ESG 공시 의무화
위와 같은 한계 때문에 ESG에 대한 내용을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처럼 의무화, 표준화, 재무연계화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이 이슈는 최근 ESG 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의무화’입니다. 기존까지는 일부 표준에 맞춰 ‘자율공시’를 했다면, 이제는 회계기준원 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 정한 기준과 일정에 맞춰 ‘의무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보고서 내 누락이나 오류가 있을 때에는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이미지와 그래픽 위주의 보고서에서 숫자 위주의 기술적 표현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SR의 기능이 PR에서 IR(기업홍보에서 의무공시)로 변경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의무화 이후 SR에서는 각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회와 위기, 중장기 주요 전략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식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혹은 투자 중인 기업이 있다면, 이제는 SR을 빠뜨리지 말고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언제 의무화가 될까요? 한국은 빠르면 2029년, 늦어도 2030년에는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모두 SR을 제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글로벌 추세는 더 빠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2025년부터 의무화가 되는 곳도 있으니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은 SR 의무화 대응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2 SR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SR은 각 기업마다 조금씩 형태와 양식이 다르지만, 대부분 아래와 같이 5가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1) 기업소개
연혁, 사업구조, 산하 브랜드, 국내외 매출, 임직원 수, 가치체계 등 회사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합니다.
2) 중대성 평가
중대성 평가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슈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을 알아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중대성 평가를 통해 보통 3-10개 정도의 항목을 선정하는데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포장재 환경 영향’과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 관리’를 주요 항목으로 보고 있고, 삼성전자 같은 제조설비 위주의 기업은 ‘공급망’이나 ‘에너지 수급’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이 항목은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으며, 이에 맞춰 지속가능성 전략이 일부 조정되기도 합니다.
3)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전략
중대성 평가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요 항목이 파악되었으면, 이를 해결하고 갭을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경영전략, 거버넌스, 체계, 목표, 추진전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곳을 잘 본다면, 기업이 앞으로 어느 곳에 투자를 할지, 어떤 부분을 위험요인으로 생각하는지, 앞으로 중점 사업이 무엇이 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4) 주요 성과
목표에 따른 당해 연도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주요 성과에 대해 기술합니다. 글로벌로 통용된 일정한 기술 양식(프레임워크)이 몇 개 있는데요. 위에 기술했듯이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양식으로 통일될 예정입니다.
5) 기타 첨부자료
위에서 미쳐 다루지 못한 내용이나 숫자가 많이 들어가는 표를 나열합니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온실가스배출현황, 폐기물 발생현황, 수자원 사용현황, 임직원 수, 사회공헌, 보고서 작성 프레임워크, 검증의견서 등을 예로 들 수 있지요.
3 SR이 중요한 이유는?
SR은 그 기업의 비재무적인 현황을 알려주는 통합 보고서입니다. 재무제표에는 담을 수 없는 정보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특히 기업 내외부 요인으로 인한 예측과 대응 계획도 담겨 있기 때문에 투자사는 SR을 통해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가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유용합니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쉽게 SR을 찾아볼 수 있고, 대부분의 SR은 사진자료, 도식, 이미지와 함께 서술형으로 풀어 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심있어 하는 기업 정보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SR 보고서가 궁금하신 분은 한국거래소 ESG 포털을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SR에 대해 세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책 한 권을 써도 부족합니다. 오늘은 “SR에 대한 상식을 채웠다”는 데 의의를 두며, 우리 회사 SR 담당자의 생생한 인터뷰를 끝으로 이번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 SR 담당자 인터뷰 [지속가능경영센터 남상석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의 목적은 무엇인지?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요 지속가능경영 활동 및 성과를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SR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활동 및 성과를 공개하는 보고서로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GRI, SASB, TCFD, ISSB 등)의 보고 원칙에 기반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ESG 정보공시 및 평가 요구 강화, 공시 의무 및 규제 강화, 이해관계자의 요구 확대 등으로 인해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활용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잘 쓴 SR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첫 번째는 한눈에 보이는 목차와 구성,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거버넌스/전략/위험관리/지표 및 목표)에 기반하여 모든 토픽이 기재되어 있는 보고서, 세 번째는 기업의 목표, 중장기 전략, 성과가 명확한 보고서입니다. 보통 당해연도 성과만 기재하는 곳이 있는데, 단기, 중장기 목표와 전략이 포함되어 있는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라고 생각합니다.
SR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영문 번역이 가장 어렵습니다.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고, ESG 평가 기관 대응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이해관계자들(고객, 파트너, 공급업체 등)을 위해서는 정확한 번역을 통해 우리의 ESG 성과와 노력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전문 용어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글로벌 가이드라인이나 ESG 평가 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순 번역이 아닌, 전문적이고 표준화된 번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번역 작업이 가장 어렵습니다. 물론 번역 업체가 있긴 하지만, 번역 업체를 100% 신뢰할 순 없어요. 위에서 설명한 여러 이유로 일반 번역 업체에 맡기면 오역, 직역이 발생해서 내부 검수가 꼭 필요합니다.
1분 안에 SR을 살펴봐야 한다면, 가장 먼저 봐야할 곳은 어디인지?
‘중대성 평가’ 항목입니다.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란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및 내/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ESG 이슈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핵심 이슈뿐만 아니라, 거버넌스/전략/목표 등을 포함한 관련 대응 활동 및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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