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부터 햄버거까지, 신용산 미다스의 손 ‘미미옥’ 박재현 대표를 만나다 - AMORE STORIES
#한강대로 100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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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부터 햄버거까지, 신용산 미다스의 손 '미미옥' 박재현 대표를 만나다

서울식 쌀국수 ‘미미옥’, 아메리칸 스타일 햄버거 ‘버거보이’, 이탈리안 레스토랑 ‘쇼니노’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신용산을 이끄는 셰프로 자리매김한 박재현 대표를 만났다. 세 브랜드의 오너 셰프로, 유튜버 캠핑맨으로, 서울 모닝 커피 클럽(SMCC)을 이끄는 리더로. 바쁜 일상만큼이나 치열했던 그의 인생 이야기를 뉴스스퀘어가 들어봤다.




▲ 신용산 ‘버거보이’에서 박재현 대표 ⓒgoldenimageshouse



#1 스무살, 백혈병이 알려준 것


20대에 백혈병을 앓으셨다고 들었어요.


네. 스무 살에 백혈병을 진단받고 4년 정도 투병했어요. 큰 병을 앓고 나니 가치관이 바뀌더라고요. 그전에는 큰 부와 명예를 얻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젊을 때 달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런데 소위 말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알차게 살아야겠다, 하고 싶은 건 미루지 말고 다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몸 상태가 좋아진 후에는 바로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죠.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건가요?


처음엔 취미였어요.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인데 요리할 때는 잡생각이 안 나서 좋았어요. ‘이건 언젠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뉴욕은 집세가 비싸니까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거실을 원 테이블 레스토랑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유학생들이 한식을 많이 못 먹으니까 한식을 메뉴로 말이죠. 그런데 제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요리 학교를 다니기엔 금전적으로 부담스럽고요. 그래서 당시 자주 가던 퓨전 한식당에 무작정 들어가서 주방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렇게 주방에서 일하며 셰프님에게 요리를 배우게 됐죠. 배운 메뉴들을 응용해서 거실에 차린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 내었고요.


▲ 뉴욕의 퓨전 한식당에서 요리를 배우는 박재현 대표 ⓒ박재현



반응은 좋았나요?


거실이 늘 북적거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이탈리아로 건너가며 아쉽게도 4년 만에 접게 되었지만요. 이탈리아라는 나라와 문화에 흠뻑 빠져 있을 때라 피렌체에서 3년 반을 살았어요. 그곳에서는 게스트 하우스 사업과 여행 가이드 사업을 하며 돈을 벌었죠. 한국인 여행객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때 같이 일했던 멤버들이 아직까지 같이 일하고 있고요.




#2 돌고 돌아, 결국은 식당으로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다시 요식업으로 시작했어요.
왜 요식업이었나요?


나름대로 많은 사업을 해보며,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사업은 F&B가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했어요. 맛집에는 하루에도 몇 백 명씩 몰리잖아요. 음식 하나로 이렇게 많은 트래픽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어요. ‘이렇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는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울산에서 시작해서, 신용산에 서울식 쌀국수집 ‘미미옥’을 열었죠.
신용산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울산에서 미미옥을 시작했는데 잘 안됐어요. 하지만 유동 인구가 더 많은 서울로 가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마침 지인의 친척분이 가게를 하던 자리를 인수받게 되었는데, 그곳이 신용산이었죠. 당시 신용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적이고 한적했어요. 상권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골목만의 정취가 좋았어요. 서울에서는 아직도 2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동네를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조금만 나가면 대로에 아모레퍼시픽 사옥처럼 도시적인 건물들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 한옥을 개조해 만든 ‘미미옥’ ⓒ박재현





동네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요.


이곳의 주민들은 거의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터줏대감분들이에요. 미미옥이 들어오면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식당들은 우리 가게가 생김으로써 손님을 뺏겼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요. 무조건 잘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죠. 미미옥 쌀국수와 버거보이 햄버거를 배달해 드리고, 할머니 안마도 해드렸어요. 낡은 유모차에 폐지를 주우시는 할머니의 유모차도 바꿔드리기도 했고요. 지역 사회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게 나름대로의 노력을 한 거죠.

결국은 그런 노력들이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미미옥 다음으로 론칭한 ‘버거보이’와 ‘쇼니노’를 내기도 전에 부동산 사장님들이 좋은 자리가 있다고 먼저 전화를 주셨어요. 그래서 미미옥과 가까운 위치에 버거보이와 쇼니노가 탄생할 수 있었죠.


▲ 신용산 주민들과 ⓒ박재현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선대 회장님의 유산으로 운영되는 희망가게가 있는데요,
지역사회의 소외 계층이나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대표님도 지역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아요.


매달 미취학 아동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쌀국수와 햄버거를 후원하고 있어요. 돈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음식을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식당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되게 따뜻하잖아요.

나중엔 백혈병 환우들을 돕고 싶어요. 가끔 제 투병 얘기를 듣고 가게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거든요. 어떻게 완치했는지 물어보러요. 당시 스무 살의 저처럼 나이가 어린 친구들도 많아요.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왔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죠. 나중엔 지역을 넘어서 백혈병 환우들을 돕는 것이 제 꿈이에요.


▲ 지역 아동복지센터 후원 모습 ⓒ박재현





미미옥부터 버거보이, 쇼니노까지, 세 브랜드의 인기가 모두 대단합니다.
여는 식당마다 잘 되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서울식 쌀국수’를 표방한 미미옥은 서울식으로 쌀국수를 재해석한 것이 주효했어요. 향이 강한 고수 대신 방아잎을 넣고 ‘이천 쌀’로 뽑은 쌀면을 사용하는 식으로요. ‘버거보이’는 아웃도어 햄버거 브랜드예요. 캠핑을 하며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물어보면 의외로 ‘햄버거’라는 대답이 많이 나오거든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캠핑에서 먹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햄버거’를 개발했죠. ‘쇼니노’는 제가 이탈리아에서 먹던 푸짐한 이탈리안 음식들을 우리 입맛에 맞게 재현했어요. 세 브랜드 모두 나름대로의 스토리텔링과 특색이 있죠.


▲ 맛과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버거보이’ 햄버거와 ‘쇼니노’ 파스타 ⓒ박재현



그런데 저는 맛집의 조건은 맛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 생각하는 ‘맛집’ 리스트를 떠올려보면 아마 ‘맛’만 있는 집은 아닐 거예요. 요즘은 소비자들이 국내외로 다양한 공간을 접하며 많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맛뿐 아니라 서비스, 공간의 인테리어, 분위기, 위치 등 여러 요소들을 두루 평가해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서비스’예요. 손님이 ‘기분 좋은 상태’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죠. 아무리 음식을 맛있게 먹었어도 직원의 퉁명스러운 한마디에 맛의 기억이 휘발되는 경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거예요. 반대로 맛은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직원의 섬세함이나 배려가 느껴지면 ‘여긴 또 와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머리 긴 손님이 오면 드실 때 신경 쓰이지 않게 머리끈을 챙겨 드리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작은 배려를 놓치지 않게 직원들의 교육도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HR을 굉장히 중시하고요.




#3 M세대와 Z세대가 닿는 방법


HR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요식업은 20대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의 비중이 큰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 Z세대와 일하기 힘들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저희는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20대 직원들의 근속 기간이 굉장히 긴 편이에요. 저는 이것이 울타리를 어떻게 만들어 놓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개성 있고 튀는 친구들이 들어와도, 문화를 잘 다져놓으면 그 안에 자연스럽게 융화할 수 있죠.

한 예로, 저희는 주기적으로 달리기 모임을 하는 ‘러닝 크루’나 음식과 미술 작품 해설을 접목한 ‘아트 다이닝’ 같은 커뮤니티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요, 매출이나 홍보 때문이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 시작한 거예요. 직원들에게도 주기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매일 똑같은 거 하면 재미없잖아요. 행사를 진행하는 직원들을 SNS에 공개하면서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만들죠. 부끄러워할 것 같은데 막상 맡으면 책임감을 갖고 신나게 진행해요. 한 번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치면 그다음 행사는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자연스럽게 손님들도 만족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죠.


▲ 직원들이 주체가 되는 ‘아트 다이닝’ 행사 ⓒ박재현



또 하나의 문화는 ‘일대일 면담’이에요.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 듣기엔 ‘면담은 너무 기본적인 것 아닌가?’라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지만, F&B 업계에서는 계속 현장에 있어야 하는 여건상 직원 면담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직원들에겐 반드시 묵은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만들어서 일대일 면담을 진행했어요.

다짜고짜 ‘요즘 힘든 거 없어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괜찮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똑같은 질문도 글로 답하라고 하면 술술술 적어요. 개인적인 고민이나 사내 대인관계, 건강 등 질문지를 먼저 작성한 다음, 그걸 토대로 면담을 하면 깊은 이야기가 나오고, 직원들도 속이 좀 풀리면서 환기를 시킬 수 있죠. 그러면 하루 이틀 퇴사일을 미루게 되고, 그런 날들이 모이면서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결국 문화를 어떻게 만드느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 미미옥을 함께 일구어온 직원들 ⓒ박재현





#4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은 아침에 한다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혹시 준비 중인 브랜드가 있나요?


새벽에 여는 카페를 구상하고 있어요. 이미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요 SMCC라고 불러요. 서울 모닝 커피 클럽(Seoul Morning Coffee Club)의 약자예요. 아침 7~8시에 카페에서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모임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하고 왔어요.




아침 7시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고요…?


저는 10년 전부터 새벽 기상을 하고 있는데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데 하기 힘든 일들을 아침에 하면 쉽게 하게 되더라고요. 저에겐 그게 운동과 독서, 외국어였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과 외국어 공부를 하고 나면 7시 정도예요. 그때부터는 밖으로 나와서 아침 일찍 여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하죠. 아침 일찍 카페에 간 사진을 몇 번 인스타스토리에 올렸는데, 주변에서 ‘그거 뭐 하는 거야?’하면서 관심을 갖더라고요.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고요. 그래서 아침 일찍 카페에서 만나서 가벼운 커피 챗을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어요. 이제 6개월쯤 됐는데 벌써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천 명이 넘었어요. 지금은 10개가 넘는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고요.


▲ 아침 8시에 카페에서 모인 SMCC ⓒ박재현





그러고 보면 아침에 일찍 여는 카페가 많이 없긴 하네요.


해외여행을 가면 아침 일찍 여는 카페들이 정말 많잖아요. 여유롭고 느슨한 문화의 대명사인 유럽 국가들도 카페는 아침 6~7시에 열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카페들은 보통 10시쯤 열어요. 진짜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얼마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자연스럽게 커피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어쩌다 보니 커뮤니티가 먼저 형성되고 카페를 여는 순서가 되었고요. SMCC 커피를 들고 있으면 ‘이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구나’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5 꿈은 원대하게, 행복은 소소하게


브랜드 세 개, 여섯 개 매장을 관리하면서 캠핑 유튜버 ‘캠핑맨’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굉장히 바쁘실 것 같은데,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요즘엔 요가와 명상에 푹 빠져있어요. 요가를 꽤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요즘처럼 요가가 정신 건강에 도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한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오직 내 몸에 집중하는 몰입의 시간이 쌓이면 몸은 물론 마음에도 근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평소에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으면, 스트레스 상황이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이상하게 실패가 크게 두렵지는 않아요. 실패도 그렇지만 성공에도 너무 들뜨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잘 되면 잘 되는 대로의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정점을 찍으면 그 후론 내려올 일밖에 남지 않은 거잖아요. 저의 식당이나 유튜브 채널만 해도 지금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관심이 줄어들 거예요.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늘 되새기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요즘 ‘소확행’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소확행’이란, 장기적으로는 큰 꿈을 향해 가되, 그 사이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는 거예요. 마음속엔 큰 꿈을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이 제가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이에요.


▲ 신용산 ‘버거보이’에서 박재현 대표 ⓒgoldenimageshouse





백혈병 완치 후 ‘후회 없이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이 이끄는대로 했더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박재현 대표.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에 그가 주울 작은 행복들은 무엇일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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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혜원
사진 금상관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전체 인터뷰,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뉴스스퀘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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