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사는 환경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학교나 일터에 가기 위해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집을 나서고, 누군가는 한창 온도가 높은 오후 2시에 외출하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하루 종일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모니터 앞에서 8시간 동안 앉아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환경의 변화가 매우 큽니다.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덥고 습한 여름부터 입술과 손이 트는 건조한 겨울까지 겪게 되죠. 그렇다면 매일 바깥 환경에 노출되는 피부는 날씨에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하절기 실내외 반복 노출 시, 유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탄력이 떨어지며 노란기도 증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제가 환경 변화를 기록하고 이 변화로 인해 피부의 트러블과 칙칙함이 생겼음을 알았다면,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대한 솔루션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 영역에서는 선수의 역량을 높이고 경기에서 정확한 판정을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합니다. 선수의 신발과 옷뿐 아니라 농구의 경우 백보드와 링에 부착된 진동 센서로 슈팅의 각도 및 계도를 계산하여 선수와 코치에게 피드백을 줍니다. 야구의 경우는 영상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타구 속도, 각도 등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선수들은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자신과 다른 선수를 수치로 비교하며 스스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 이를 ‘스마트 스포츠’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몸과 피부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수면과 수분 섭취, 좋은 식습관,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가 낮은 환경 등등. 또, 피부는 타고난다고 하는 말처럼 유전적인 요소도 중요하죠. 그 외에도 호르몬, 업무 환경 등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최적의 건강과 피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의 노력이나 카운슬러의 도움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스포츠 분야처럼 측정과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춤으로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 있다면, 그것을 ‘스마트 화장품’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온도센서, 습도센서라고 합니다. 각 센서는 형태와 정확도에 따라 크기와 가격이 많이 다른데요, 최근 건강 모니터링 영역에도 다양한 센서가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죠. 이들은 대부분 손목시계와 벨트의 형태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휴대형 형태에서 최근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배터리 없이 더 작고 가벼운 부착형과 이식형이 용도에 맞게 개발되었고 이는 상용화 단계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각 센서의 형태는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기보다는 목적에 맞는 형태가 중요합니다. 모든 기술에는 장단점이 존재하니까요. ‘스마트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 환경과 그때의 피부 상태에서 지표로 쓸 수 있는 피부수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시중에 있는 많은 환경/수분 센서를 검토하였는데,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볍고 예쁜 센서라 해도 대부분 서랍과 가방 속에 있어 생생한 실제 데이터를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옆에 항상 있고 화장실까지 가져가는 기기, 바로 스마트폰에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센서를 달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스마트 뷰티 센서’라 이름 붙였습니다.

현재의 온도와 습도를 시간에 따라 기록하는 것은 현 기술에서 구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10분 간격, 혹은 30분 간격으로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여 데이터를 기록하게 하였습니다.(물론 초 단위 이하로 급변하는 센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센서 가격은 올라가고 기록을 위해 앱에서 늘 켜놓아야 하므로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소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해결 방법은 있습니다.) 그런데 피부의 수분을 어떻게 측정할지가 문제였습니다. 피부의 수분도는 피부 장벽 기능이 반영되는 피부 건강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환경만으로도 솔루션을 줄 수 있지만 각 개인의 스킨케어 제품을 비롯해 생활습관, 마시는 수분 양이 각각 다르므로 이러한 환경에서 피부수분도의 변화가 측정되었을 때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여 솔루션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수분도 역시 사용자 모르게 자연스럽게 측정되어야지, 일부러 측정하려면 빈도 수가 낮아 분석할 만큼의 데이터를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화를 할 때 측정할 수 있도록 휴대폰 앞면에 센서를 넣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초기에는 휴대폰 케이스에서 스피커 옆 부분에 수분센서가 노출되게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전화할 때는 머리카락이나 귀 쪽이 측정되게 되므로 스마트폰 표면에 보이지 않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 스마트폰에 UV 센서를 넣는 것을 검토했었는데, UV 센서는 태양과 직각 방향으로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의 위치를 나침반처럼 맞춰서 측정하는 것이 사용자 모르게 측정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뷰티 센서의 취지와 맞지 않아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함께 일하는 업체의 신기술 소개에서 투명한 센서를 본 후 이것을 이용하여 스마트폰 위에 부착할 수 있는 투명 수분센서를 개발하고자 공동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수분 측정에는 전기전도도 및 정전용량을 이용한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에 개발한 휴대폰 케이스에 달린 수분측정센서는 전기전도도를 측정하는 금속으로 만든 눈에 보이는 센서였다면, 피부가 닿는 스마트폰 표면에서 측정하는 투명 센서는 스마트폰 터치 패널의 작동과 같은 원리인 정전용량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어떤 화장품을 사용할지에 대한 솔루션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제품을 바르냐에 따라 달라지는 피부 수분 양까지, 민감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측정하는 센서여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또 스마트폰 터치에 영향을 주면 안 되기에 센서 구조와 크기도 최적화하여 개발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전화가 올 때 발생하는 전파를 활용해 에너지 하베스팅을 하는 렉테나 기술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기술도 업체와 함께 공동출원을 하였습니다.

고객을 화장대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 고객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어디에서든지 내 피부가 영향받는 환경을 기록하였습니다. 피부 수분도를 자연스럽게 측정하여 '나'만의 환경적 특징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뷰티 센서'. 피부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속에 아모레퍼시픽이 고객에게 더 좋은 것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며, 앞으로도 스마트 뷰티 센서의 진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