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 유용한, 현실적인 와인 페어링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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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유용한, 현실적인 와인 페어링

김민우 Innisfree GTM Team

한국의 전통주인 막걸리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갓 삶은 수육과 김치를 곁들여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와인은 어떤가요? 아직도 잘 차려 입고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와인을 평가하는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사실 이것은 와인을 조금 더 가깝고 쉽게 생각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8개월 전 첫 번째 칼럼의 서두로 던진 질문입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먼 나라의 전통주이긴 하지만, 와인도 결국 음식과 곁들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식문화의 한 부분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조금 더 가깝게 와인을 경험하기 위해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교과서적인 와인페어링

 

 

와인 페어링 차트 / 
출처: 와인 폴리

 

 

와인페어링의 세계에서 교과서처럼 통하는 법칙들이 있습니다. ‘육류에 레드와인, 생선에 화이트와인’이 바로 그것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치킨에 맥주, 파전에 막걸리와 같은 조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와인 페어링은 일반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적은 ‘안전한 조합’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예외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와인과 음식의 일반적인 특성을 고려한 것이기에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보기에 앞서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등을 기준으로 음식과 어울리는 조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식의 신맛은 와인의 신맛을 가립니다. 하지만 반대로 와인의 바디감이나 단맛, 과일 풍미를 더 돋보이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맛이 나는 음식은 대부분의 와인과 좋은 궁합을 이룹니다. 와인에 숨은 달콤함과 과일 풍미를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큼한 산도가 핵심인 화이트와인들은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신맛이 많이 나는 음식과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음식과 와인 모두 밋밋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산미 있는 음식과 화이트와인을 매칭할 때에는 음식보다 더 높은 산도를 지닌 와인을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음식의 단맛은 와인의 단맛과 과일 풍미에 대한 지각을 약화시킵니다. 반대로 쓴맛, 떫은맛, 신맛에 대한 지각은 더 강화합니다. 초콜릿을 먹은 후 오렌지주스를 마시면 어떤 느낌일까요? 오렌지 주스 특유의 단맛은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신맛만 강조되는 결과를 불러오겠죠. 어쩌면 시큼하고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이유로 단맛을 가진 음식에는 그보다 더 당도가 높은 와인을 매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른바 디저트 와인이라 불리는 것들이 왜 그렇게 달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음식의 짠맛은 와인의 떫은맛, 쓴맛, 신맛에 대한 인지를 약화시킵니다. 반면 과일 풍미나 바디감에 대한 인지는 강해지게 되죠. 떫은 와인과 짭짤한 음식을 매칭하면 와인을 더욱 부드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기름기 있고 짭짤한 소시지나 육류와 함께 떫은 레드와인을 즐기는 상상을 해봅시다. 벌써 허기가 지는 기분이네요. 더불어 ‘단짠단짠’이라는 진리의 조합이 있듯이 짠맛이 있는 음식은 달달한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은 어떨까요? 맵고 감칠맛 나는 음식과 함께 알코올을 섭취하면 화끈거리는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한국 음식 특유의 매운맛은 기본적으로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 요소이지만, 그나마 교과서적으로 잘 어울리는 조합을 물어보신다면 당도가 있는 와인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매운 떡볶이를 먹고 쿨피스를 마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달콤한 맛은 이렇듯 음식의 매운맛을 중화해 줍니다. 퍼뜩 떠오르는 와인으로는 모스카토와 같은 스파클링 와인, 당도가 있는 로제 와인, 리슬링 등이 있습니다.

나열하자니 참 복잡하고 다양한 규칙들이 있는데요. 하지만 원리만 알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맛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와인페어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기 위해 규칙을 암기해야 한다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니까요. 어깨에 힘을 빼고 간단한 와인페어링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2 편의점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있습니다

 

이제 교과서를 덮을 시간입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전교 1등의 말이 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시험 문제가 교과서와 똑같지 않기 때문이겠죠. 실제 우리가 음식과 술을 접하는 환경에서는 완벽하게 플레이팅 된 요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로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무렇게나 집어올 수 있는 과자나 간편하게 배달시킬 수 있는 패스트푸드도 훌륭한 페어링을 보여줍니다.

 

 

편의점 4사 로고

 

 

편의점에는 수많은 과자들이 있습니다. 가볍게 소주나 맥주 한잔을 즐길 때에는 쉽게 편의점 스낵을 집어오지만 와인과 함께하려 할 때는 조금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해 드린 음식과 와인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렬한 오렌지빛이 익숙한 과자 ‘치토스’는 그 색깔만큼 강렬한 짠맛으로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옥수수맛, 치즈맛 등이 마구 버무려져 있죠. 이렇게 강렬한 맛을 지닌 음식과 어울리려면 ‘강렬한 산미’가 필수적입니다. 가장 먼저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화이트와인이 떠오릅니다. 소비뇽 블랑과 슈냉 블랑 품종을 사용하는 이 지역의 화이트와인은 드라이한 스타일입니다. 상큼한 산미와 부싯돌 같은 풍미가 특징입니다. 하지만 꼭 특정 지역의 와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산미가 돋보이는 소비뇽 블랑이라면 무엇이든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밥도둑으로 유명한 조미김은 어떨까요? 배를 채우는 음식은 아니지만 짭짤한 감칠맛이 훌륭합니다. 와인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어링중 하나가 부르고뉴 샤블리 와인과 굴의 조합이지만, 언제나 집에 굴을 준비해 둘 수는 없습니다. 조미김은 이럴 때 바다의 향을 내는 훌륭한 대체재가 됩니다. 샤블리 와인은 산미와 더불어 고유의 미네랄리티로 유명합니다. 조개껍데기나 석회질 또는 부싯돌 풍미가 그것인데요. 마셔 보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해안가의 소금기를 머금은 듯한 짭조름한 향 정도라고 상상하시면 될 듯합니다. 짭짤한 조미김은 칼로리도 낮을 뿐더러 특유의 감칠맛이 샤블리 와인에 바다의 풍미를 더해 줍니다.

 

 

3 편의점 가기도 귀찮다면 패스트푸드는 어떤가요?

 

편의점 나가는 것조차 귀찮은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땐 배달로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도 와인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방 안에 가만히 앉아 피자부터 햄버거까지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와인을 가지고 있어도 훌륭하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맥도날드 매장 / 
출처: 맥도날드 공식 홈페이지

 

 

맥도날드를 떠올려 봅시다. ‘참깨빵 위에 순 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즐길 수 있는 빅맥은 노래까지 있어서 와인 조합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쇠고기 패티가 두 장이나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의 탄닌감은 필요하겠습니다. ‘특별한 소스’의 레시피까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그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산미가 있는 소스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빅맥 소스와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지만 풍미 있는 부르고뉴 레드 와인이 떠오르네요. 부르고뉴 레드, 이하 레드 버건디는 고유의 붉은 체리향, 히비스커스 라즈베리 풍미로 유명하고, 빅맥 소스의 산미가 과일 풍미를 강화해 줍니다. 레드 버건디 중에는 굉장한 고급 와인도 존재하지만, 다행히 모든 와인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3만 원대 제품도 찾아볼 수 있으니, 빅맥과 함께 즐기기에 지나친 와인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빅맥 세트 
/ 출처: 맥도날드 공식 홈페이지

 

 

친구와 맥도날드에 가서 버거 세트를 나란히 시켜 먹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프렌치프라이는 쟁반에 다 쏟아 두고 나눠 먹던 암묵적 규칙으로 인해 프렌치프라이를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낄낄거리며 경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햄버거보다 때로 더 손이 가는 짭짤한 감자튀김은 어떤 와인과 어울릴까요? 탄산음료 한 모금이 절실해지는 고유의 기름기와 짭짤함은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까바’와 잘 어울립니다. 물론, 클래식한 프랑스 샴페인도 더할 나위 없겠지만 프렌치프라이의 가격을 떠올려 본다면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훨씬 저렴한 까바, 그중에서도 달지 않은 까바 브뤼(brut)가 최고의 조합일 것입니다. 레몬과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향, 고유의 산미에 고소한 이스트 풍미까지 지닌 까바는 프렌치프라이의 짠맛에 전혀 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며 입안을 상쾌하게 정리해 줍니다. 기름기로 인한 더부룩함을 날려줄 탄산은 덤이구요. 어렸을 적 부모님께 떼를 써 가끔 먹던 패스트푸드와 어른의 음료 와인의 조합이라니. 저에게는 삶의 아주 오랜 기간을 관통하는 일탈의 기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맥락에서 KFC의 프라이드 치킨도 샴페인, 까바, 리슬링 등의 산미 있는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레드와인을 찾으신다면 11월에 출시되는 보졸레누보를 함께 마셔 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매콤한 맛이 곁들여진 프라이드 치킨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합니다.

 

 

#내 혀를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치킨에는 맥주라 외치지만, 저의 몇몇 지인은 치킨에 항상 소주를 곁들입니다. 긴 글 말미에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세상에는 무수한 가짓수의 페어링이 있고 맛에 대한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말하는 안전한 페어링도 나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매칭 원리와 사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은,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없는 경우 이 개념을 기초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보길 바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의 감각입니다. 자신을 믿고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어울리지 않으면 어떤가요? 해당 와인 또는 음식을 잠시 밀어 두고, 다른 조합을 시도하면 될 일입니다. 그 모든 실패의 경험들이 쌓여 가장 행복한 만찬을 만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오늘 칼럼의 마지막회를 기념해 아껴 뒀던 샴페인과 군만두를 페어링해 볼까 합니다. 샴페인이 꽤 가격이 있는 편이지만 상관없습니다. 제 입맛에 이보다 더 훌륭한 와인페어링은 없으니까요. 여러분의 즐거운 순간을 와인이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길 바라며 이만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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