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블라디보스톡 도시 혜초 김세웅입니다. 블라디보스톡은 10월말부터 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겨울이 일찍 시작되었고, 한밤 중에는 영하 10도이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러시아 추위가 시작되는 거 같은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단 한잔으로도 이런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온 몸을 뜨겁게 만드는 러시아 보드카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보드카(Водка)의 역사
보드카는 'Вода(러시아어 = 물)'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14세기부터 제조되었으며, 수수, 옥수수, 감자, 밀, 호밀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물의 대부분이 보드카의 원료로 사용됐습니다. 보드카는 러시아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키예프 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국교를 정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맨 처음 대공이 관심을 가진 쪽은 이슬람이었습니다. 대공은 이슬람의 웅장한 사원과 예배 문화를 보고 흡족하여 국교로 정하려고 했는데, 이슬람은 음주를 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마음을 돌렸다고 합니다. 결국은 '술'을 좋아하는 러시아의 왕 때문에 동방 정교회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러시아인들은 전통적으로 특별한 날(결혼식, 아이가 태어났을 때, 취업했을 때 등)에 빼놓지 않고 술을 즐겨 마시는데, 길고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낮, 밤 가리지 않고 자주 마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음주로 인해 러시아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타 유럽국가들에 비해 10년 정도가 짧다고 하니 러시아 남성들의 보드카 사랑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과도한 음주가 사망의 큰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제조법은 러시아 내에서만 공유되었는데 러시아 제국이 멸망하고 소련이 세워지는 과정(20세기 이후)에서 외국으로 피난한 사람들에 의해 유럽, 일본 등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1894년부터 현재까지 러시아의 공식 보드카 도수는 40도인데, 이 정도의 도수가 몸에 가장 잘 흡수되며(?) 해도 적고 최상의 술 맛을 낸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주기율표를 만든)가 당시 계량청 국장으로 있을 때 정했다고 하네요. 보통은 40도 짜리 술이 마시지만, 40~95도까지 다양합니다.
2. 보드카 마시는 방법
보드카는 40도의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술이다 보니 절대 얼지 않습니다. 보드카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냉동실에 놓고 약간 젤리로 변했을 때 마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최소 4시간 정도 두고 먹으면 젤리처럼 변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때 먹는 게 목 넘김도 좋고, 취기가 올라 오는 속도도 약간은 더디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독한 술이다 보니 같이 먹는 안주가 가장 중요한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현지인들은 보드카에 과한 안주를 먹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소주와 삼겹살, 족발, 곱창 등 각종 고기와 자주 먹는데, 여기서는 보드카와 오이 절임, 절인 생선, 빵, 샤슬릭 등과 먹는데 주로 가벼운 안주와 함께 먹습니다(가벼운 안주와 먹는 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처음에 적응하기 힘듭니다).
보드카는 보통 레스토랑에서 잔이나 병으로 파는데, 1잔(약 50ml)에 브랜드에 따라 200~350루블 정도 합니다. 사람들과 마실 때 보통 첫 잔은 원 샷을 하는 게 기본 매너라고 하는데, 다 먹는 게 불편하다면 굳이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남자들은 술에 대한 자신감과 술로 맺어진 인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비즈니스)라고 한다면 힘들더라도 첫 잔 정도는 원 샷 하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건배사로는 До дна!(다 드나! 원 샷!) За здоровье!(쟈 즈다로브에! 건강을 위해!) За Вас!(쟈 바스! 너를 위해!) 등이 있습니다.
3. 보드카를 사고 싶다면...
보드카는 러시아 내에서 정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마트에서부터 주류 백화점, 백화점 등 어디서든 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보드카의 종류는 너무 많아서 어떤 걸 마셔야 좋은지 항상 고민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맛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드카 브랜드로는 1. 벨루가, 2. 스톨리찌야, 3. 루스키 스딴타르트 정도가 있습니다. 특히 벨루가의 경우 가장 대중적이면서 맛이 좋은 브랜드로 손 꼽힙니다. 러시아 여행시 보드카 선물을 위해 구입한다면 벨루가를 추천 드립니다.
대표적인 보드카 / 마트 내 보드카가 진열돼 있는 모습
보급형 보드카(750ml 기준) 는 400 ~ 600 루블 정도이고, 벨루가의 경우 등급에 따라 1,200 ~ 5,000루블 정도 입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талка'라는 브랜드가 가장 대중적이면서 인기 있는 브랜드입니다. 최근 들어 러시아 내에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한정판 또는 선물용을 자주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보드카 잔과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수가 높은 보드카보다는 맥주나 와인 등이 인기가 더 있습니다. 과거 소련시절부터 보드카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해져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주류가 인기 있는데,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도 보드카를 마시는 사람보다는 다른 주류를 먹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곳에서 사업을 하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쌓을 때에는 보드카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오죽하면 러시아 관련 책이나 자료에서 "보드카와 함께 뜨거운 비지니스를 하라" 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보드카 한 두잔 정도는 마실 줄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 보드카처럼 러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좀 더 알아보고 여러분들께 많이 알려드리겠습니다. до Свидани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