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편. “두바이 현지 결혼식”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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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편. "두바이 현지 결혼식"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도시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UAE 편 : 두바이 현지 결혼식

신숙영 님
UAE 두바이

e청첩장. '핫쥐'가문의 알리와 '알마르훔' 가문의 카디자가 결혼을 한다는 내용

앗쌀람 알라이쿰!

얼마 전, 두바이 현지인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현지친구의 오빠가 '늦깍이' 결혼을 한다며 초대해 줬는데, 나이가… 33세이네요. 이곳에선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22~25살 정도면 결혼을 하니, 평균적으로 봤을 때 늦었나 봅니다. 모쪼록 평소 현지 결혼식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소원을 풀었습니다!

1. UAE 남녀의 만남

UAE에서는 남녀가 어떻게 만날까요? 결혼식 이야기에 앞서 이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결혼에 있어서 적령기 당사자(남성)의 어머니가 큰 역할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어머니는 혼처를 두루 고려하고 있다가 아들에게 권하게 됩니다. 혹은 그가 결혼하고 싶은 의사를 먼저 내비치는 경우, 어머니는 주변 친척과 이웃을 통해 결혼 적령기의 딸을 가진 집안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취합하여 혼처를 수집한 후 아들에게 여자와 집안에 대한 설명을 해 줍니다. 참고로 여기서 특이한 것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얼굴은 노출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의 사진을 보지도 못하고 일차적으로 결정을 하게 되며 여동생이나 누나가 그 여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온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미혼의 남녀는 한 공간에 단둘이 함께 있는 것이 금기시되기 때문에, 이들은 부모님 동석 하에 짧은 데이트 과정을 거칩니다. 몇 번의 데이트로 마음의 결정을 하게 되고, 실제 결혼 진행을 위해선 신랑이 신부측에 주는 '지참금'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UAE에서는 국가 결혼펀드까지 운영하며 자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에게 7만 디르함(한화 약 210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UAE에서 지참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충 짐작이 되시죠? 그리고 법률인이나 종교(이슬람) 대표 입회 하에 이루어지는 결혼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2. 결혼식의 룰

만남부터 심상치 않은 아랍 이슬람 사회. 결혼식에 있어서도 특별한 룰과 주의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➊ 전야제 행사와 본 식으로 나뉜다. (전야제는 이틀 전에)
전야제는 전통혼례 방식이며, 본 식은 현대식으로 치러진다.
➋ 신부측, 신랑측은 따로 식을 진행한다. (물론 전야제도)
➌ 신부측 행사에는 여자만, 신랑측 행사에는 남자만 참석할 수 있다.
➍ 가족과 친척을 제외한 하객은 아바야(일반적으로 무슬림들이 입는,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색 옷)를 입어야 한다. 가족들만 컬러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
➎ 사진촬영은 안 된다. 만약에 찍고 싶다면 주변에 얼굴을 가리지 않은 여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기사항이 많을수록 더 호기심이 가는 이유는 왜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결혼식은 왜 남녀가 따로 드리는지, 다같이 까만 옷을 입고 앉아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더군요. 게다가 사진까지 찍으면 안 된다니…!
  • 저도 물론 블랙 원피스를 입고 참석했습니다


3. 전야제 '골드 나이트'

'골드 나이트'는 신부를 위한 밤입니다. 이번에는 여성 쪽 하객만해도 약 200명이 참석한다고 하는데, 주로 로컬행사가 많는 컨벤션센터 같은 곳에서 치뤄집니다.
  • 골드 나이트 파티가 열리는 장소, 주로 전통 행사가 열리는 컨벤션센터

  • 황급히 행사장으로 가는 여성들

  • 행사의 주인공인 신부 좌석

  •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가족들과 벽 쪽에 앉은 연로하신 친척분들

하이라이트는 '신부의 행복을 비는 노래와 춤', 그리고 '사프론 의식'입니다. 파티는 밤 아홉시 반쯤 시작하는데, 약 한 시간 가량 초대받은 특별 가수가 선창을 하면 하객들이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축하의 전조를 울립니다. 옛날 같으면 부족들이 다같이 모여 앞마당에서 며칠을 축하했을 그 축제의 절정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신부가 입장을 하는데, 연회장을 한 바퀴 천천히 돌고 신부석으로 가 착석을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신부의 손 등에 빨간 사프론(향신료)을 조금씩 묻히는 의식을 통해 신부의 앞날과 결혼생활의 행복을 빌어주는 순서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나서 특별가수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 가까운 친지친척이 모두 나와 춤을 춥니다. 저도 친구에게 끌려나가 한 바탕 춤을 추게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이 동양 여인이 누군고~' 하는 표정으로 다들 휘둥그래 하다가 저더러 더 신나게 추라며 부추기더라고요. 누가 보면 아마 제가 신부의 제일 친한 친구인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가수의 노래 – 듣고 현장의 분위기를 상상해 보세요!

  • 예비 부부를 위해 축복을 빌어주는 가족들

고급 현지식 피로연을 즐기고 나면, 12시 반쯤 신랑 쪽 파티를 마친 신랑이 이 곳으로 찾아옵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드레스를 입었던 신부 친구들은 성급히 나가서 까만색 아바야를 뒤집어쓰고 들어옵니다. 가족을 제외하곤 모두 다 까만 까마귀가 되어 신랑을 기다리고, 신랑은 신부와 함께 착석해 하객들의 축하를 받습니다. 이 곳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랐다면 그 동안 많은 데이트를 못했을 두 사람일 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둘 다 긴장한 빛이 역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하객들이 돌아가고 오로지 가족들만 남아 예비 부부에게 다시한번 축복을 빌어줍니다. 신랑과 신부 머리위로 '축복'을 의미하는 비단천을 펄럭이며 조용히 노래를 읊조립니다. 개인적으로 이 순간이 참 찡했습니다.

4. 본 예식 '웨딩 나이트'

이틀 후 치러지는 본식에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등장합니다. 물론 본식도 남녀 행사로 따로 진행됩니다.
  •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 현지식 동시예식 테이블

그런데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전야제에서도 놀랐지만, 아랍 여인들의 변신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래서 아바야를 입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식에 참석한 여자들의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아랍 모델들 같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라이너를 눈 앞머리 밖까지 정교하게 그려 차가우면서도 묘한 눈빛을 내뿜더라고요. 그리고 이들은 특별한 행사 시 몸에 헤나 타투를 한다고 하는데 신랑신부와 가까운 사이일수록 팔 전체에, 멀수록 팔뚝 손등 정도에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밖에서는 이 타투조차 감추기 위해 손등까지 가려지는 아바야를 입는다고 하네요.
  • 색색의 드레스를 입고 하객을 반기는 가족들

  • 헨나 타투를 한 친구의 손등

전야제와 마찬가지로 밤 12시가 되면 신랑측 결혼식을 마친 신랑이 찾아옵니다. 신랑은 하얀 드레스에 하얀 고깔을 쓰고 있는 신부에게 다가가 고깔을 벗겨주는 의식을 치릅니다. 얼굴을 감추었다가 드러냄으로써 서로를 확인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엔 신부를 둘러싸고 아버지까지 원을 만들어 다같이 춤을 추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줍니다. 여기서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신랑이랑 같이 왔던 남자 형제들은 신랑이 고깔을 벗기기 전에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것입니다! 형수님의 얼굴을 보면 안되기 때문이지요.
  • 신랑을 제외한 모든 남성들이 자리를 뜬 후


5. 마무리하며

그 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아랍인의 결혼식이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참석하게 돼 참 감사했습니다. 이 곳의 결혼식이란, 무엇보다 주변인들의 넘치는 애정과 축복이 담뿍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씩 축가도 불러주고, 모든 이가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 그리고 시아버지까지 흥에 겨워 춤사위에 함께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내가 아랍국가에서 태어나서 이런 문화에서 자라났다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또한 이 아바야에 가려진 많은 중동 여성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혼식만 봐도 헤어, 메이크업, 네일, 헤나, 드레스, 쥬얼리 등(한국에서는 '스드메'로 통하는 일련의 준비과정들 말이지요) 세심하고 정교한 케어가 필요한 부분이 참 많이 있습니다. 이들이 한 켠으로 동경하는 한국인의 베이비 페이스와 Asian Beauty를 만났을 때 이들의 스타일과 패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참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남은 날 동안도 현지의 모습을 통해 많이 배우고 인사이트를 얻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도시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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