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소박한 이국의 맛
친자매처럼 가까웠던 선후배가 함께 휴가를 떠난 곳이 라오스였다. 그들은 여느 동남아시아 관광지와 달리 사람도 자연도 순수했던 그곳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좋았던 건 음식. 어딜 가도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차려낸 듯한 집밥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 맛과 마음을 한국에 전하고 싶었다. 하던 일도 그만두고 현지에서 비법을 전수받아 2017년 망원동에 라오스 음식점 라오삐약을 오픈했다. 그리고 3년 뒤, 주말 관광객뿐 아니라 평일 직장인들에게도 라오스의 쌀국수를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한강대로에 2호점을 냈다. 덕분에 일에 지친 한강대로의 직장인들은 따뜻하고 소박한 이국의 국수를 먹으며 일상 속 작은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

<흑백요리사2> ‘라오스홀릭’으로 참여하셨어요. 한강대로 가족으로 무척 반가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라오삐약은 망원점과 신용산점 두 곳을 운영중입니다. ‘라오스홀릭’으로 <흑백요리사2>에 참가하신 분은 망원점을 맡고 계신 원성훈 대표이고요. 저는 신용산점 담당 정효열입니다. 처음 망원을 둘이 함께 운영하다가 2020년 4월에 라오삐약 2호점을 신용산에 오픈하면서 나눠 맡아 하고 있습니다.
원래 두 분이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신 게 아니었다고요?
네 저는 아나운서였고, 원성훈 대표는 PD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둘 다 바쁘게 살다가 함께 휴가를 가자 했는데 주변에서 라오스를 많이 추천했어요. 동남아시아 하면 베트남이나 태국을 떠올렸던 터라 라오스는 좀 낯설었죠. 그래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라오스로 떠났고, 말그대로 새로운 세계에 흠뻑 빠졌죠. 너무 아름다웠어요. 자연이나 유적 등 모든 것이 때묻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죠. 음식에도 반했는데, 그냥 길에서 파는 쌀국수의 담백한 국물이 입에 너무 잘 맞더라고요. 둘 다 컨텐츠 기획 등 PD 쪽에 관심이 많아서 라오스를 컨텐츠로 새로운 기획을 해보자고 이야기하면서 여행을 마쳤고 그게 시작이었어요.
여행 중에 한 이야기를 실행에 옮기다니 대단하시네요.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원성훈 대표도 같은 마음이었고요. 그래서 방송국을 그만두고 6개월 간 수시로 라오스에 가서 쿠킹클래스도 듣고 유명한 맛집이나 로컬이 가는 국수집에 무작정 찾아가 배웠어요. 쿠킹클래스는 팔 수 있는 음식을 배우는 건 아닌데 라오스의 식재료나, 문화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싫다는 사장님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흔쾌히 알려주셨어요. 새벽 4시부터 육수를 내니까 일찍 나오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그러면 새벽에 찾아갔어요. 자신들의 음식을 맛있어 하고 또 배우겠다니까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셨던 것 같아요.
라오스 어느 지역에서 배우셨어요?
일단 수도인 비엔티안이 먹는 문화가 발달해서 비엔티안에서 기초를 배우고, 루앙프라방이라고 여행지로 유명한 정말 예쁜 도시에서 많이 배웠어요. 루앙프라방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인데, 모든 것이 아름답거든요. 그곳 쿠킹클래스를 다 섭렵하면서 마켓 투어도 하고 식재료 공부를 많이 했죠.
망원동에 이어 신용산점을 오픈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7년 망원동에 오픈했는데 당시 망원동이 망리단길로 뜰 때였어요. 주말에 손님이 정말 어마어마했죠. 그런데 평일은 주말에 비해 비교적 그렇지 않았어요. 원성훈 대표와 평일 손님들은 어딜 가야 계실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회사 근처더라고요.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한강대로 인근 신용산역쪽을 알게 됐는데 딱 우리가 찾던 곳이었어요. 주변에 직장인들도 많고 주말엔 또 일부러 찾아주는 손님도 있고요. 특히 아모레퍼시픽 같은 큰 회사가 있다는 게 이곳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이었죠.

라오스 음식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신 건가요?
원성훈 대표와 저는 모두 동남아시아 음식을 참 좋아했어요. 그런데 라오스는 맛이 좀 다르더라고요. 태국, 베트남 쌀국수는 소고기 쌀국수가 주인데 라오스의 까오삐약은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베이스가 됩니다. 까오가 쌀, 삐약이 국수라는 뜻인데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우려 맛을 내니 소고기가 들어가는 베트남, 태국 음식과는 좀 차이가 있죠. 또 면을 직접 반죽해서 숙성 시간을 거치지 않고 썰어서 쓰는데 다른 나라의 쌀국수 면보다 두꺼워서 식감이 좋습니다. 손맛이 느껴지죠. 라오스 음식의 매력은 바로 그 손맛이라고 생각해요. 집밥처럼 속이 편안해지는 손맛이요.
라오스 쌀국수 까오삐약을 드신 손님들의 반응도 두 분 같았나요?
네 대부분 한국 음식과 위화감이 없다고 여기시더군요. 처음부터 한국인 입맛에 바꿀 필요도 없이 그냥 그대로 해도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닭고기, 돼지고기 육수 베이스를 익숙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국물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니까 더 좋아하시고요.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향신료가 세지 않아서 좀 더 편하게 즐기시고요. 저희가 만드는 건 로컬 그 자체의 맛이라 소박한 맛 그대로거든요. 그걸 참 좋아하세요.
오픈하고 설렘 반 긴장 반이셨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처음 소개하는 음식이고 또 직업을 바꾸어서 도전하신 거니까요.
설레는 마음이 더 컸어요. 빨리 이 맛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망원동에 처음 오픈했을 때 감사하게도 라오스 대사관에서 찾아주셨어요. 라오스에 대한 저희의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서 정말 기쁘더라고요. 퓨전식의 현지화된 라오스 음식점은 있어도 라오스 국숫집은 처음이라 그랬던 건지, 대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직원들 모두 드시고 고향의 맛 재현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누군가에게 그리운 맛을 다시 선사하셨네요. 뿌듯했겠어요.
이후에도 계속 인연이 됐죠. 마침 대사 사모님이 라오스 요리 전문가라 저희에게 어떤 대가도 없이 라오스 음식 레시피를 알려주셨어요. 훌륭한 현지 선생님께 배우고 계속 만들어 보면서 레시피를 수정했고, 지금은 완성된 저희만의 레시피를 갖게 됐죠.

우리로 치면 명인에게 배운 셈이네요.
맞아요. 쉽게 구하지 못하는 식재료도 가지고 계셔서 라오스만의 맛을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한국의 김치 명인이 외국인에게 귀한 젓갈과 고랭지 배추를 주면서 김치를 가르쳐준 것 같은 식이죠. 그때 재료, 손질법, 양념, 국물 내는 순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영상으로 찍어서 계속 돌려보면서 공부했습니다. 이번에 원성훈 대표가 흑백요리사2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라오스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꼭 자일라일라이, 인사를 전합니다. ‘꼭 자일라일라이’는 라오스어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뜻이에요.
라오삐약 메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저희 메뉴는 밥도 되고 해장도 되고 술 안주도 되는 두루두루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든 누구든 먹을 수 있는, 라오스의 평범한 사람들이 먹는 가정식이에요. 대표 메뉴인 까오삐약은 말 그대로 쌀국수라는 뜻이거든요. 라오스 사람들이 매일 먹는 주식이죠. 또 도가니 국수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유명 도가니 국수 집의 맛을 재현한 메뉴에요. 한국 분들이 정말 많이 가는 곳이거든요. 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메뉴죠. 그 외에도 라오스 어딜 가든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요리들이 메뉴판을 채우고 있어요. 참 저희 라오스 맥주도 있어요. 시중에서 쉽게 구하지 못해서 그 맛 때문에 찾는 분들도 계세요. 라오스 음식과 라오스 맥주 참 잘 어울리거든요.

인테리어도 이국적이에요.
라오스 현지를 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거기 가면 주렁주렁 뭐가 많이 달려 있거든요. 그걸 살렸죠. 저희 포스터도 약간 키치하게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했고, 색감도 더운 나라의 화려한 느낌을 살렸어요. 라오스에 한 번도 안 가보신 분들이 호기심에 찾아주시거나 또 라오스 여행 후 그리운 마음에 찾아주시는데 그 분들에게 일상의 작은 여행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한강대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올 수 있겠네요.
그러셨으면 합니다. 더 자주 찾아 주세요. 사실 아모레퍼시픽 보고 이 자리를 결정했어요. 트렌드를 앞서 가는 멋진 분들이 많은 곳이니 색다른 맛에 대해 열려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2020년에 문을 열고 코로나도 잘 견뎌내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앞으로도 관심 부탁 드립니다. (웃음)
소개하고 싶은 단골이 있으신가요?
소개하고 싶다기보다 아모레에서는 주로 젊은 여자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익숙한 얼굴들은 인사하고 양을 조절해서 드리고 있어요. 양이 적은 분은 좀 적게, 많은 분은 좀 많게요. 쌀국수는 라오스에서 진짜 편하게 먹는 음식이라 주변 이웃들이 이제는 그런 편한 마음으로 찾아주세요. 특별한 분을 꼽자면 최근에 자주 오시는데 전 메뉴를 다 주문해서 3시간 정도 천천히 드시고 가는 남자분이 계세요. 맛이 있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도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은 느낌이라 음식만 내 드리고 있거든요. 저희 메뉴 빠짐없이 사랑해주시는 그 분께 라오스 음식이 왜 좋은지 여쭤보고 싶어요.
대표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건 뭔가요?
육수에요. 라오삐약만의 레시피로 만든 육수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육수는 꼭 직접 만들어요. 소스 등 다른 것들은 직원들에게 알려주지만 육수만큼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맛집 비법 육수는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 마음입니다. (웃음)

라오삐약을 운영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손님으로 붐빌 때가 제일 좋죠. 처음 오픈했을 때는 골목 끝까지 줄을 섰어요. 여름에 비가 오는데도 웨이팅하는 분들이 계셔서 일찍 닫고 싶어도 최대한 손님께 맞춰드렸죠. 또 그런 순간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오스 음식 정말 맛있습니다. 태국, 베트남과는 또 다른 맛이에요. 한번쯤 경험해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2026년 새해입니다. 새해 계획이 있을까요?
올해는 <흑백요리사2>라는 세계적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오스 음식을 알렸습니다. 원성훈 대표와 함께 앞으로도 라오삐약 잘 지키면서 라오스 음식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저희 메뉴 중에 찹쌀밥에 돼지고기볶음을 곁들여 먹는 랍이라는 메뉴가 있어요. 랍이 행운을 뜻해서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잔칫날이나 새해 같은 특별한 날 꼭 해먹는 음식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라오삐약에서 랍 드시면서 새해 행운을 기원하세요.
Information
라오삐약
한강대로 100은 아모레퍼시픽 주변 사장님들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업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바탕으로,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위기를 타개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콘텐츠 제작 가야미디어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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