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Beauty Pie : 뷰티 산업의 가성비 혁신 - AMORE STORIES
#안현진 님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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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Beauty Pie : 뷰티 산업의 가성비 혁신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전략팀 안현진 님


칼럼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2017년 < Insighting room > 코너를 진행하게 된 칼럼니스트 5기 안현진입니다. 저는 '혁신'을 향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아모레퍼시픽 사우분들을 위해, 제품/리테일/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 관점에서 주목할만한 혁신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올 한해 < Insighting room >을 통해 SERICEO 뺨치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어가실 수 있도록 유용한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 여러분, 바야흐로 변하는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너무 어려운 세상입니다. 고객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늘 변함이 없었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요동 치는 트렌드 속에서도 주요한 본질을 캐치해내 고객의 환호를 받는 기업들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밀당 속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또한 고객에게 인정 받는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본격적으로 첫 칼럼의 주인공을 소개해드리기에 앞서, 6회의 칼럼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인 '혁신'이란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떻게 논의될 수 있는지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2가지 방향의 비즈니스 혁신 :

Sustainable innovation과 Disruptive innovation

  • Disruptive innovation 이론
    (출처 : Clayton Christensen, The innovator's solution, 2005)

 기본적으로 '혁신'이라는 용어가 '더 나은 상태로의 진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함'으로, 부정적인 상태에서 긍정적인 상태로의 변화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연관된 환경 전반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오거나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만한 강력한 변화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혁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넓게는 기업 경영 관점에서 체제/방식의 개선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이 강화될 때, 좁게는 마케팅 관점에서 고객이 유의미하다고 인식하는 차별화된 신 가치가 창출될 때 혁신이 일어난다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혁신 이론의 권위자인 교수 Clayton Christensen 님은 후자의 관점에서 혁신 가치가 창출되는 방법과 그것을 소비하는 대상에 따라 혁신을 좀 더 자세히 분류하고 있는데요. 'Sustainable innovation'과 'Disruptive innovat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먼저 '존속적 혁신'라고 번역되고 있는 Sustainable innovation은 주로 기술적 진보에 의해 쟁취되는 혁신입니다. 디지털 카메라 화소를 뛰어넘는 스마트폰의 출시, 무인 자동차의 발명, 증강 현실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포켓몬고 같은 사례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파괴적 혁신'이라고 풀이되는 Disruptive innovation은 단순히 문자 그대로 파괴적인 영향력을 가진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고/최상은 아니더라도 'Good enough' 수준의 제품/서비스에 합리적인 가격이나 편리성 등의 속성에 경쟁력을 더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혁신을 뜻합니다. 이는 Low-end disruption 혹은 New market disruption이라는 특성을 가지는데, 구매력이 낮아 Sustainable innovation을 향유하지 못했던 그룹이나 기존에는 수요가 없었던 신시장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시장에 제공되던 가치에서 불필요한 것을 감소/제거하여 가격을 낮추거나, 편리성/접근성 등의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의 변형을 통해 더 많은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지요. 30-40%의 마진을 남기는 백화점과 달리, 유료 회원제를 통해 15%의 마진만을 확보하는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10분 단위로 잘개 쪼개어 렌트카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카쉐어링 서비스 쏘카,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남는 빈 방을 연결해주어 로컬 경험을 극대화 시키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경우가 모두 이에 해당됩니다.

 최근 몇 년간 공유 경제의 급부상과 함께 Disruptive innovation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었는데, 앞으로 진행될 6회의 칼럼에서는 2가지 방향의 비즈니스 혁신 사례를 균형 있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급 파운데이션을 5달러에 샀다, 어디서 샀게?

 뷰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마에스트로 파운데이션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로레알 그룹 산하의 브랜드로, 사실상 로레알과 같은 연구소와 생산 공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로레알 매직 누드 리퀴드 파우더 파운데이션의 포뮬러와 거의 흡사하다고 합니다. 즉, 로레알 파운데이션($13)이 아르마니 파운데이션($64)의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실제로도 두 제품이 비슷하다는 루머가 있어왔고, 뷰티 유투버들은 두 브랜드의 제품을 비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생산 공장에서 제조되어 유사 퀄리티를 뽐내는 노브랜드 파운데이션을 단돈 $5에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3가지 제품 중 어떤 제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세상에 없던 가격의 아르마니 급 파운데이션, 과연 어디서 살 수 있을까요?

럭셔리 코스메틱을 제조원가에 판매하는 가성비 혁신, Beauty Pie

  • Beauty Pie 런칭 초기에 출시한 메이크업 제품(출처 : Allure)


설립자 Marcia Kilgore(Bliss Spa, Soap&Glory, Fitflop 설립자)
설립년월 '16.12, 영국/미국 서비스 런칭
컨셉 및
핵심 가치
• 컨셉 : Buyer's Club for Cosmetic Addicts
• 핵심 가치 : Luxury cosmetics at factory cost
- 럭셔리 뷰티 브랜드와 같은 생산 업체에서 유사한 포뮬라로 제품 생산
- 월 정액제 유료 회원 대상으로 '제조 원가'에 판매
취급 카테고리 및 SKU • 메이크업(face/eyes/lips/cheeks) 위주 135 SKU로 시작 ('16.12)
• 미용소도구('17.1) 및 스킨케어('17.4) 포함 연내 총 276 SKU 추가 계획(매주 신상품 출시 예정)
판매 채널 • 자사 온라인몰 단독 직거래(중간 유통 업체 無, 오프라인 매장 無)
- '17.01 기준 유료 가입 회원 3,000명 돌파
커뮤니케이션 채널 • 자사 및 매거진/인플루언서 SNS 채널 활용
• 자체 뷰티 블로그 'The Beauty Dept' 운영 예정
 카테고리 별 인기 브랜드 제품을 카피하여 제조 원가에 판매하는 신개념 뷰티 이커머스가 탄생했습니다. 화장품 샘플 박스를 정기 배송해주는 기존의 뷰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와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바로 16년 12월 런칭한 Beauty Pie입니다. 바비 브라운, 나스,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방시, 샬롯 틸버리 등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과 유사한 퀄리티를 보장하여 상대적인 가격에서 우위를 체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 원가라는 가격 하한선에 맞추어 절대적인 가격 또한 획기적으로 낮추어 가성비(=Value/Cost)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명 '저렴이 제품'보다 강력한 Beauty Pie의 가성비 혁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뷰티 계의 Zara : Value 제고 전략

Beauty Pie의 설립자 Marcia Kilgore의 젊은 시절 모습(출처 : Vogue)

 브랜딩이 아닌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Beauty Pie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런웨이 아이템을 카피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Zara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Beauty Pie는 자체 생산이 아니라 협력 업체를 통해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바로 여기에서 Beauty Pie만의 특별한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세상에 뷰티 브랜드는 수도 없이 많지만, 실제로 생산력을 갖춘 공장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브랜드가 ODM 업체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Beauty Pie는 이 점을 파고 들어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미국, 한국,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유명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 생산 업체 17곳과 계약하여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Bliss Spa와 Soap & Glory 등 뷰티 브랜드 설립 경험이 있는 Marcia Kilgore의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제품의 퀄리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Beauty Pie는 럭셔리함이 충분히 묻어 나오는 Look & feel을 발신하고 있습니다. 바비 브라운을 떠올리게 하는 용기 디자인과 더불어, 기존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게끔 제품 이미지 컷을 완성도 높게 신경 쓴 구석이 엿보입니다.

 실제 Beauty Pie 온라인몰이나 유튜브 채널의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면, 특정 럭셔리 브랜드명을 언급하며 포뮬러와 사용감이 거의 똑같다는 등 긍정적인 바이럴이 생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뷰티 계의 Everlane : Cost 최소화 전략

  • SKU 별로 투입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출처 : Beauty Pie)

  Beauty Pie는 원가 구조를 공개하여 가격 투명성을 제공하는 Everlane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SKU 별로 생산∙패키징/운반∙보관/안전성 테스트 비용 및 Tax 포함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며, 특히 패키지에서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규모의 경제' 법칙을 적용해 원가 변동 사항을 반영하는데, 인기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공장에서 원료를 대량 구입하게 되면 단위당 원료 구입비가 낮아지기 때문이죠. 업계 평균, 메이크업 카테고리는 제조원가의 약 10~12배, 스킨케어는 많게는 300배에 소비자가 책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Beauty Pie가 가격 측면에서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뷰티 계의 온라인 Costco : 회원제 및 수익 구조

  • Figure 5. 비회원을 위한 정가(좌) vs 유료 회원을 위한 제조 원가(우) (출처 : Beauty Pie)

 이쯤 되면 사장님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네, 실제로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제조 원가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 Beauty Pie는 정액제 유료 회원($10/월 가입, 첫 3달 계약 유지 의무)을 대상으로 제조 원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비회원에게는 마진이 포함된 정가에 판매함으로써 차등적인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조 원가는 어디까지나 Beauty Pie의 유료 회원만이 누릴 수 있는 독점 혜택인 것이죠. 이는 마치 연회비 가입 회원에게 독점 할인가 혜택을 제공하여 15%의 마진율을 확보하는 Costco의 전략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분 가입 조건 혜택 기타 이용 방법
회원 유료 회원권 • 월/년 단위 정액제 운영
- $10/월, $120/년 납부
- 첫 3달 간 계약 유지 의무
• 제조 원가(Factory Price)에 구매
- 매월 정가 기준 $100 한도 내 이용
- 첫 1달은 $50 보너스 한도 제공

• 연 회원권 구매 시 Gift 제공
- 정가 기준 $90 상당 제품 4종 제공
• 월별 구매 한도(Monthly shopping allowance)
- 월 기본 $100 기준, 추가 비용 지불 후 업그레이드 가능
- 가입 기간 중 미사용 구매 한도는 익월 이월

• 구매/배송
- 랜덤 샘플을 정기 배송하는 뷰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와는 달리, 원하는 제품을 선택 구매
- 배송비 별도 (현재, UK/US만 이용 가능)
Gift 회원권 • 3개월/6개월/년 단위 정액제 운영
- $30/3개월, $60/6개월, $120/년 지불
- 기프트 박스 포장 신청 시 $5 추가
• 유료 회원과 동일한 구매 혜택
- 첫 주문 시 Gift 제공
- 6개월/년 회원에게 첫 주문 시 정가 기준 $35/$100 상당 제품 제공
비회원 • 정가(Regular price)에 구매
- 카테고리 별 인기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평균가 참고해 합리적인 마진 책정
수익 구조 1인당 최소 $30 ~
연간 최대 $120 수익 확보
판매 마진을 통한
수익 확보
구매 한도 업그레이드를 통한
부가 수익 확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과제

  • Beauty Pie Gift box(출처 : Style Lobster)

 Beauty Pie가 고객 1명당 거의 제한된 수익을 확보하는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점에서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한계가 엿보입니다. CLV(Customer Lifetime Value) 측면에서 본다면, 최악의 경우 객당 평생 얻어낼 수 있는 수익이 $30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더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여 총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을 논외로 했을 때, 객당 CLV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회원권 유지 기간을 최대화하여 Retention rate을 높이는 것입니다. 꾸준히 재거래가 이루어질만한 고퀄리티 스테디셀러를 확보하는 것과, Zara처럼 1~2주마다 끊임없이 매력적인 신상품을 입고시켜 이탈률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점차 취급 카테고리와 SKU 수와 증가한다면, 자연스레 구매 금액이 늘어 월별 구매 한도(Monthly shopping allowance)를 업그레이드하는 고객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객당 투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한데요, Beauty Pie는 이미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하여 비용 감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중간 유통 업체나 오프라인 매장 없이,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뷰티 고관여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여 SNS 채널 위주의 바이럴 활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바이럴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가정했을 때, 객당 Acquisition cost는 차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화를 마치며…

 이번 화에서는 상품을 판매하기보다는 가성비를 극대화한 상품을 매개로 회원권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존 뷰티 시장에 Disruptive innovation을 가져오고 있는 Beauty Pie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Beauty Pie가 도입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은 뷰티 덕후들을 흥분 시킬만한 컨셉인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런칭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성공 여부에 대해 논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입니다. 앞으로 Beauty Pie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정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의 첫 칼럼을 읽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다음 화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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