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 기자 칼럼 2화. 거세지는 4차산업혁명 파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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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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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기자 칼럼 2화. 거세지는 4차산업혁명 파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페스토, 생체공학적 로봇을 스마트공장에 적용

 작년 4월말 독일 하노버메쎄에서 페스토(Festo)에 관람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회사가 선보인 박쥐로봇을 보기 위해서였다. 박쥐로봇은 복잡한 전시장 공간을 펄럭이며 날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야행성인 박쥐는 컴컴한 밤에도 벽에 부딪히지 않고 먹이를 잡는다. 스스로 소리를 내어서 그것이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음파를 귀로 포착해 그 물체의 거리·방향·크기 등을 감지하며 행동한다. 이른바 '반향정위(echolocation)'기능이다. 이번에 개발된 박쥐로봇은 반향정위 기술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지상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모션 트랙킹 시스템이 박쥐의 날개와 다리에 설치된 적외선 마커를 추적하면서 사전에 설정된 비행경로와 실제 비행경로를 비교하면서 비행한 것이지만 동작은 박쥐와 똑같아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동물을 연구하면 효과적인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   
  • 페스토의 박쥐로봇(출처: 직접촬영)

  페스토의 부스 앞에선 거미로봇이 기어 다녔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중간에 몸을 둥글게 말아 굴러가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체공학적 로봇은 앞으로 응용할 분야가 많다"며 "먼저 개발한 뒤 응용 분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물고기로봇부터 코끼리코로봇, 개미로봇, 해파리보롯, 캥거루로봇 등을 개발했거나 연구 중이다. 코끼리코로봇은 기존에 축의 제한으로 작업하기 힘들었던 공간에서 물건을 집어서 옮기는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개미로봇은 서로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플라스틱과 금속, 세라믹 소재로 제작됐다. 눈에는 3차원 스테레오카메라, 어깨엔 7.2V 전지, 배에는 추적용 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가 달려 있다. 이를 스마트공장에 적용해 일부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다른 경로로 작업과정이 자연스레 옮겨지는 솔루션을 산·학·연 협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동화업체인 페스토는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4.0(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이다.

 지난 해에 열린 '파리국제복합소재전시회'에선 '하늘을 나는 차(플라잉카)'와 가오리 모양의 '태양전지자동차'가 눈길을 끌었다.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이 출시한 플라잉카는 도로를 질주하다 하늘로 날아가는 자동차다. 이륙에 필요한 거리가 595m에 불과하며 시속 259㎞로 날 수 있다.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가오리모양의 태양전지자동차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공대 학생들이 창업한 라이트이어원에서 출품한 제품이다. 길이 500㎝, 폭 165㎝, 높이 122㎝로 무게는 380㎏에 불과하다. 무게가 중형차의  5분의 1 수준이다. 태양전지와 경량화된 보조배터리를 달고 시속 130㎞로 달릴 수 있다.  그 옆에 전시된  프랑스 엘릭시르항공의 초경량 비행기는 무게가 265㎏인데도 두 명을 태우고 거뜬히 날 수 있다. 이 회사는 전시회 당시 창업한지 3년 된 기업이고 직원은 6명에 불과하지만 벌써 23대나 팔았다.

 생체공학적 로봇이나 플라잉카, 가오리자동차는 '4차산업혁명'을 둘러싼 기술개발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첨단로봇인 코봇 등 갖가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다. 


지멘스, 디지털 트윈 이용한 다양한 스마트공장 솔루션 내놔

 쿠카와 ABB 등 기존의 로봇 강자들은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코봇을 개발하고 있다. 쇠로 된 로봇에 사람이 접근하면 자칫 부딪쳐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대부분의 로봇이 안전펜스 안에서 작업하는 이유다. 하지만 코봇은 옆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로봇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봇을 만들지 않는 보쉬가 '로봇옷'을 제작했다는 점이다. 보쉬 계열사인 보쉬렉스로스는 로봇용 재킷인 'APAS'를 개발했다. 이 재킷은 로봇이 사람과 부딪히면 즉각 정지시키는 장치다. 이 회사의 자비에르 스틸리히 부장은 "재킷 한 벌에는 100개 이상의 센서가 내장돼 사람과 접촉할 경우 곧바로 정지토록 설계돼 있다"며 "이는 어떤 로봇에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 보쉬의 로봇옷(출처: 직접촬영)

 스마트공장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공장이나 제품의 효율을 극대화한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실제 환경과 똑같은 사이버공간을 소프트웨어로 구축해 실험을 병행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지멘스는 항공기나 자동차와 같은 조립산업, 석유화학 등 연속공정에서 필요로 하는 '디지털 트윈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조립공정과 연속공정에서 어떻게 사이버 물리시스템에 의해 설계-생산계획-생산 엔지니어링-생산실행(작동)-서비스로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지멘스코리아의 최유순 부장은 "한국에서도 이제 일부 완성차업체가 부품업체에 디지털트윈을 통해 설계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모형(목업)을 통한 작업은 풍동실험 성능테스트 등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기하우징업체인 피닉스컨택트는 유연생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 생산라인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수천 종의 전기하우징을 생산하려면 다양한 기계와 생산라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연생산시스템을 도입하면 대형 하우징과 소형 하우징을 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자동차업체에 적용하면 벤츠 생산라인에서 BMW를 생산할 수도 있다.


예지정비 등 스마트서비스 속속 등장

 스마트공장에 이어 스마트서비스솔루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 ABB는 다양한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선보였다.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를 통해 고장 나기 전에 미리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다. 고장 난 뒤 사후 정비할 경우 사용 중단 등에 따른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이 회사의 로베르트 루거리 부사장은 "우리는 센서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스마트공장 솔루션은 물론 우리 제품에 대한 예지정비를 통해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사 변압기에 센서를 달아 이를 통해 해당 변압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만약 이상이 예상되면 미리 부품을 교체하도록 조치하는 서비스다. 지멘스도 마찬가지다. 지멘스는 모터에 센서를 달아 예지정비를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스마트공장의 효율을 높여주는 스마트물류

 생산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물류 역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원자재의 입출고, 생산라인 투입, 완제품 이송, 정확한 수량 파악, 트럭 적재 등 모든 과정이 물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는 곳은 도르트문트의 프라운호퍼IML이다. 이 연구소 내부로 들어서면 '자동운반장치(AGV)'가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이곳의 랄프 노이하우스 홍보책임자는 "1981년 설립된 프라운호퍼IML은 30년 이상 물류시스템을 연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과학자 200명과 보조연구원 250명 등 450명의 연구 인력이 미래형 물류산업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사물인터넷(IoT)과 무선통신기술·자동운반장치 등이 결합된 지능화된 물류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원자재투입에서 완제품 이송까지 전 과정의 최적화를 추구하고 있다. 노이하우스 책임자는 "무인자동화는 다양한 재질과 크기의 물체를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화가 중요하다"며 "2020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혁명 대응을 위해선 글로벌 협력 긴요

 4차산업혁명의 거센 파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산학연협력을 중시해야 한다. 독일 기업은 산학연협력을 통해 이를 개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지멘스, 보쉬, SAP, 쿠카, 페스토, 아디다스 등 대기업과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 프라운호퍼연구소, 아헨공대 등 연구기관 및 대학이 있다.   

 '이츠오울(It's OWL)'이 대표적인 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동쪽 리페라는 지역에 있는 기업·대학·연구소 등의 클러스터라는 의미다. 세계적인 공작기계업체 DMG모리, 명품가전업체 밀레, 빌레펠트대, 파더보른대, 프라운호퍼연구소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가 모여 있다. 이들 중 170여 곳이 손잡고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연구하기 힘든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지능형 센서, 자동화 부품, 지능형 전력망,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등이다. 개발된 기술은 여러 기업에 제공된다. 이츠오울은 2016년까지 총 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기술개발 프로젝트도 자동화, 전기자동차, 농업용 기기, 지능화 기계, 스마트 그리드 등 총 33건에 이른다. 국내에 마땅한 협력처가 없으면 글로벌 협력을 염두에 둬야 한다. 독일 프라운호퍼나 아헨공대, 산학연클러스터 등 실무에 강한 곳과 우선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스마트물류시스템'과  '유연생산시스템'을 중시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스마트공장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에 마찬가지로 중요한 게 물류다. 예컨대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경부고속도로가 왕복 8차로로 뚫려있는데 경기도 죽전에서 공사가 있어 왕복 2차로로 좁아지면 전체 고속도로는 2차로 구실밖에 할 수 없다. 지능화된 창고시스템·운반자동화·스마트배송시스템이 결합된 물류체계 구축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다품종 소량주문이 대부분인 해외직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유연생산시스템은 로션 생산라인에서 스킨을 생산할 수도 있다. 수요변화에 따라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은 어렵다. 투자비도 많이 들고 공장 부지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유연생산시스템을 도입하면 이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한 기본 제품의 제조 판매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헨공대 경영대학원의 프랑크 필러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이며 그게 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는 맞품형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앞으로 아디다스가 대리점에 3D프린터와 로봇 등을 제공하고 대리점이 고객이 원하는 운동화를 5시간 만에 제작할 수 있다면 아디다스는 신발 자체보다 스피드팩토리 공급업체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제조업체가 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항공기엔진업체가 엔진 대여와 서비스업체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주력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도 있다. 
  •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출처: 직접촬영)

 필러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플랫폼은 혼자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디다스가 스마트 운동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혼자서 모든 산업 생태계를 만든 게 아니다"며 "많은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운동화는 바닥에 모터 배터리 케이블 센서 등을 장착해 운동할 때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신발이다. 그는 "과거엔 핵심 기술 중 '연결'이 불가능했지만 이젠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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