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바람직한 변화 1화. 즐거운 변화, 스스로 함께 성과를 내야 - AMORE STORIES
#Exciting Changes 칼럼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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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바람직한 변화 1화. 즐거운 변화, 스스로 함께 성과를 내야



기업은 변화해야만 살아남는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 겨울 동안 응축됐던 생명의 기운들이 폭발하고 있다. 추위 속에 에너지를 담금질했다가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새봄이라 한다. 정지된 겨울, 활발한 여름, 느려지는 가을은 새롭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봄의 새로움에 반응하고 있는가? 새로움을 마음의 습관, 몸의 근육으로 만들고 있는가? 마음이 닫히고 몸이 굳어 있다면 인생의 봄은 지나가 버렸다.

 생명은 매 순간 새롭게 변화한다. 변화는 삶의 방식이며 그 멈춤은 죽음이다. 변화가 빠르면 발전하고 뒤처지면 쇠락한다. 적응하면 선택받고 거부하면 배제당한다. 스스로면 즐겁고 억지로면 괴롭다. 함께 변화해야 아름답고 엇박자면 추하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변화는 본성을 지키고 깨어있도록 한다. 변화는 살아있기 위한 조건, 살아가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도 생명체여서 변화가 생사·성쇠를 결정한다. 요즘 들어 내외부 환경이 거칠고 복잡해져서 나태·무지하면 가차 없이 도태당한다. 패자는 비참하고 승자의 전리품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 성과는 변화의 결과물, 어떤 핑계나 속임수도 통하지 않는다. 지금 성과가 나쁘다면 과거의 변화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미래 성과를 위해 지금 변화하고 있는가? 문제는 성과가 아니라 변화이다.

 한국 기업사에서 큰 변화의 순간들이 몇 차례 있었다. 해방 정국, 오일쇼크, 외환위기 그리고 지금. 일부 기업만 격동기를 이겨냈고 대다수는 사라졌다. 삼성과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전쟁 혼란기에 사업기반을 잡았다. 1990년대 담대한 변화에 성공해 장기성장을 이어왔다. 현재 사내외 어려움이 만만치 않아 다시 한번 큰 변화에 나서는 중이다. 둘 다 더욱 분발해야 과거 성공 신화의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다.


삼성, 톱다운으로 몰아친 신경영의 회오리

 1993년 초 삼성에 변화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 매장에서 먼지 쌓인 채 구석에 진열된 삼성제품을 본 직후였다. 그는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잠이 오지 않고 몸에는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그해 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열어 사장들이 참관토록 했다.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작동해 보도록 해서 고정관념을 깨트리려는 의도였다.

 하루는 이 회장이 비서실 재무팀장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천정 스피커로 중계해서 비서실 직원들이 듣도록 했다. 30분 이상 위기의식, 품질경영, 국제화 등을 설명했다. 재무팀장이 이해를 못한다며 여러 차례 짜증을 냈다. 재무팀은 '관리의 삼성'의 핵심 부서. 이 회장은 변화 저항이 예상되는 재무팀장을 첫 타겟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변화가 미진하다고 보았던지 계열사 임원들과 비서실 직원들을 해외 도시들로 불러모았다. 6개월간 9개 도시에서 1,800명을 대상으로 350시간의 마라톤 강의를 진행했다. 일정은 특급 호텔 숙박, 밤샘 수강과 토의, 현지문화 탐방으로 채워졌다. 6월 7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 그 정점이었다. 비서실과 각 계열사는 신경영 추진체제를 갖추어야 했다. 이 회장의 독려, 신경영조직의 선도, 현장 제안 등이 어우러져 변화에 가속이 붙었다. 7·4제(출퇴근 시간 변경), 불량품 소각, 채용·평가·보상 변경, 1페이지 보고 등을 단행했다.
  • 삼성 <신(新) 경영>.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의 주요 내용을 묶은 책 (출처 : 머니투데이)

 필자는 당시 비서실 재무팀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 회장과 재무팀장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 런던에서 이 회장 특강을 접했고, 냉장고 라인에서 부품조립을 해보기도 했다. 밤샘 강의 때는 졸렸으며 육체노동은 힘들고 지루했다. 위기의식, 품질, 디자인, 국제화 등의 용어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변화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꼈던 듯하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구성원들은 솔직히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역사적 현장에 있었으면서 변화에 몰입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신경영은 변화에 성공한 사례이다. 삼성은 미리 신경영을 추진한 덕분에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혁명에 편승해서 소니를 따돌렸고 애플, 인텔과 맞대결하는 위치에 올랐다. 지금 삼성에 4차 산업혁명과 사회민주화의 회오리가 불어닥쳤다. 신경영 정도의 큰 변화가 있어야 정상을 계속 지킬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 힘들며 그곳에 머물기는 훨씬 더 어렵다.
  • 1993년 신경영의 발단이 된 삼성의 불량 제품들. 오른쪽부터 미국의 가전 매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TV, 싸구려 취급을 받던 VTR, 모서리를 일일이 칼로 잘라내서 출고했던 세탁기, 높은 불량률로 불태워진 무선전화기. (출처 : 한국경제)



아모레퍼시픽, 위기 후 부드럽게 오랫동안 변화를 추구

 아모레퍼시픽도 비슷한 시기에 큰 변화를 했다. 상징적 사건은 1991년 5월 노조원들의 본사 점거. 본업의 국내 1등 자리가 위태로웠고 비관련 사업들은 경영에 부담을 주었다. 급기야 199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삼성 신경영이 의도적 충격이었다면 아모레퍼시픽의 위기는 실제 상황이었다.

 구원투수는 승계 수업 중이던 서경배 현 회장.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케토톱 히트로 역량이 입증된 상태였다. 먼저 비관련 사업들(여성 내의, 증권, 스포츠단)을 매각해 급한 불을 껐다. 몇 달 늦었더라면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뻔했다. 1997년 3월의 대표이사 취임사, '메마른 땅에서 새싹이 움트고.' 당시의 절박한 심정과 극복 의지를 보여준다.
  • 1997년 대표이사 사장 취임식

 이후 20여 년 변화가 가속되고 최고 실적을 갱신해왔다. 플라이휠이 탄력이 붙으면 별 힘을 주지 않아도 힘차게 돌아가는 것처럼. 기술개발, 브랜드 고급화, 히트상품 출시(레티놀, 윤조 에센스, 에어쿠션 등), 중국시장 개척, 물류 효율화, 유통채널 정비, 인사·업무 혁신 등. 고객과 투자자들의 호응은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한껏 부추겼다.

 아모레퍼시픽의 변화는 부드럽게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서 회장은 취임 이후 오늘까지 매월 초 직원들에게 조회사로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간 10회라면 200회 이상 주창한 것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햇볕을 비추어 행인의 옷을 벗게 하는 방식이다. 삼성 이 회장의 카리스마가 단기간에 스파크를 일으킨 것과 대비가 된다.

 필자는 신경영 선언 몇 개월 후 경제연구소로 복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인연이 닿아 1995년 4월 임원 워크샵에서 세계화 특강을 했다. 장소는 강원도 낙산. 강의장 창문 너머로 '태평양'이 보였다. 연구자로서 변화에 대한 원론적 내용을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거친 파도를 바라보며 비장한 감회에 젖었을 것이다. 경제연구소가 국제빌딩(현 LS용산타워)에 있었던 관계로 아모레퍼시픽의 변화와 성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 1995년 전략경영 임원 워크숍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실적이 정체 상태이다. 변화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는 신경영 선언 당시 매출이 8조 원, 현재 아모레퍼시픽보다 규모가 컸다. 작년 매출은 240조 원, 세계 1위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직 선진기업들과의 격차(특히 브랜드)가 상당하다. 현 어려움은 성공이 계속되어 긴장이 풀어진 데 기인한다. 실제 위기가 닥친 다음 변화하면 이미 늦다. 삼성 신경영과 같은 의도적 충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 함께 성과를 내야 변화가 즐겁다

 변화는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변화가 밋밋하면 그저 그렇고 압도당하면 괴롭다. 노력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높은 성취를 이루어야 진정으로 즐겁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통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는 뜻. 여기서 진(盡)은 없어짐이 아니라 지극 정성을 다함이다. 변화는 괴로움을 단련해서 즐거움으로 전환하는 연금술이다. 괴로움을 원료로 삼아 스스로 함께 성과를 내는 일이다.

 스스로 변화해야 즐겁다. 직장인은 자칫 무슨 척하며 지내기 쉽다. 출근하는 척, 회의하는 척, 변화하는 척, 그러지 말라고 하면 아닌 척한다. 자신은 척을 하면서 상대의 척을 나무란다. 변화는 척이 아니라 마음과 몸을 진짜 바꾸는 것이다. 마음은 몇 겹 가면을 쓰고 있어 본인만 진실을 안다. 행동의 타성은 본인만이 깨트릴 수 있다. 리더들이 진정성을 갖고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 선두에서 위기에 맞서고 솔선해야 구성원들이 따른다.

 함께 변화해야 즐겁다. 파킨슨의 법칙이 있다. 조직이 목적에 소홀하면서 존립을 우선하는 것이다. 쓸데없이 업무량과 인력을 늘리고 구성원은 패거리, 부서는 요새를 구축하기 쉽다. 외부 환경에 민감하면서 구성원들의 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깡통을 흔들면 그 안의 돌들이 움직이고 부딪친다. 변화가 즐거운 구성원들의 숫자가 임계치를 넘기면 저절로 굴러간다. 조정 경기의 에이트 종목에서 절정의 상태는 '스윙(swing)' 이다. 노잡이 여덟 명이 일치된 동작으로 노를 저을 때 나타난다. 선수들은 보트를 자신의 일부로 느끼며 보트는 생명체처럼 우아하게 전진한다. 구성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분위기도 뜨겁다.
 성과를 내야 변화가 즐겁다. 구체적 성과가 없는 변화는 괴롭고 헛되다. 실적 부진은 변화 속도가 느려서이다. 장기 침체는 고객·세상 변화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탓이다. 변화는 성장·이익을 실현하는 엔진이다. 그 엔진을 계속 가동하고 수시로 수리하고 때때로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 나아가 변화의 성과는 돈을 넘어서는 원대함이어야 한다. 변화를 통해 원대함에 도달한 기업은 극소수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평범함으로 추락하느냐, 원대함으로 도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변화를 즐겁게 수용하는 각자 마음의 각성, 몸의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그래야 기업의 문화(마음)와 구조(몸)가 자연스럽게 변화로 소용돌이친다. 새봄은 구성원들이 깨어나 움직이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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