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슬픔의 문 앞에 선 예멘 - AMORE STORIES
#이은주 님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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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슬픔의 문 앞에 선 예멘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그룹 감사팀 이은주 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국가는 지금 같이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가 일 년 내내 유지되는 예멘입니다.

 석유가 풍부한 아라비아반도에서 두 번째로 큰 예멘은 덩치에 비해 중동에서 제일 가난한 이슬람 국가이고 GDP(IMF 2017년 기준)는 272억 불(전 세계 100위)에 못 미칩니다. 대한민국 GDP가 1.5조 불 가까이하는 것에 비하면 거의 55배가 차이 나는 규모이지요. 다시 말해, 예멘의 생활 수준은 전쟁 직후 1950년대의 우리나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멘의 1인당 GDP는 1,235불(IMF 2017년 기준)로 북한의 1인당 GDP 1,800불보다도 뒤처집니다. 즉, 북한보다도 못 살 정도로 빈곤한 개발도상국입니다.

 예멘이란 국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겠지만 뉴스에는 내전 피해 또는 폭탄 테러와 같이 심각한 소식으로 간간이 등장하고 합니다.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콜레라가 수도 시설의 붕괴와 의료품의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WHO 발표에 따르면 2016년 4월 콜레라 발병 이후 현재까지 2,127명이 사망했으며, 2017년 말까지 감염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국제 사회에서는 예멘에 대한 경종이 울린 상태입니다. 게다가 반 이상의 피해자는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들이며, 약 38.5만 명의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침울한 사실들은 예멘의 지리적 배경과 장기적인 내전에서 기인하는데, 상당히 무거운 내용에 앞서 예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드리겠습니다.

# 예멘을 한 눈에

  • 예멘 지도. 예멘은 홍해, 아덴만, 아라비아 해와 근접해있습니다.(출처 : 네이버 이미지)

 예멘은 지구에서 50번째로 큰 국가이고 인구의 99%가 이슬람교인 만큼 아랍의 문화와 전통을 제일 잘 보존하고 있는 중동 국가 중 하나입니다. 여러 대륙과 근접하면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예멘은 성경과 코란을 포함한 다양한 고전에서 언급되는데, 천일야화의 주요 배경지이기도 하고 솔로몬 왕을 시험하러 남쪽에서 올라온 여왕 시바(Sheba)가 통치한 국가로 등장합니다. 또한 예수의 탄생에 경배하러 찾아간 동방박사들이 들고 온 세 가지 선물 중에 유향과 몰약의 근원지가 예멘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지도에 보이듯이 예멘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국가로서 역사적으로 오토만제국과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탐낼 만큼 중요한 무역 지점이었고 현재도 군사적, 지리적 요충지입니다. 특히 예멘과 아프리카 지부티 사이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하루에 470만 배럴의 원유가 유럽으로 수송되기 위해 통과되는 주요 관문입니다.

 바브엘만데브의 최단 거리는 불과 30킬로 밖에 안돼서 한 번에 두 대의 배가 지나갈 수 있는데, 소말리아 해적들이나 인접 국가들의 불안정한 정세로 경로가 차단될 경우 유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예멘의 경제적, 정치적 몰락은 예멘 당국뿐만 아니라 세계 강대국들이 막고자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 남북 내전의 시작

  • 반(反) 정부군인 후티 세력이 대통령궁을 장악하면서 예멘의 정권을 빼앗았습니다.(출처 : 구글 이미지)

 예멘은 현재 수니파 출신의 하디(Hadi) 대통령의 정부군과 시아파 무장단체인 후티(Houthi) 반(反) 정부군 간에 예멘 통치권을 두고 팽팽한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후티 세력은 2015년 1월에 대통령궁을 점령하여 하디 대통령을 강제로 사임시킨 이후 현재 수도인 사나를 근거지로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여 예멘의 통제권을 쥐고 있습니다. 하디 대통령은 남쪽에 아덴으로 도피하여 후티군의 반란으로 인한 자신의 사임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으로 후티군에게 뺏긴 정권을 탈환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내전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틈타 알카에다와 IS 같은 테러리스트 단체들이 예멘을 주요 활동 거점으로 삼아 세력을 넓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멘의 내전은 단순히 정부군과 반(反) 정부군 간의 갈등으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예멘은 원래 남북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분단 국가인데요. 남예멘은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에 있다가 1967년에 독립하면서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주의 체제를 택한 반면, 북예멘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1918년에 독립하면서 예멘 아랍공화국을 세웁니다. 예멘은 1990년에 가까스로 통일되었으나, 1994년 북예멘 출신의 살레(Saleh) 초대 대통령이 남북 차별 정책을 펼치자 이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남예멘 출신의 베이드(Beidh) 부통령파의 반발을 기점으로 남북 간의 내전이 전면화됩니다. 반면, 2004년에는 예멘 북부 지역 세력인 후티의 지도자 알후티(Al-Houthi)가 정부군에 사살되면서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레 대통령은 강한 집권으로 두 차례의 재선을 통해 2012년까지 무려 33년(통일 이전 북예멘 12년 통치 포함) 동안 예멘을 다스립니다.
  • 살레 대통령이 하디 부대통령에게 대통령직 권한을 위임하면서 장기집권은 끝나게 됩니다.(출처 : 구글 이미지)

 2011년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면서 예멘의 전국적인 정권 교체 시위에 마침내 살레 대통령이 물러서면서, 부대통령이었던 하디가 유일한 대통령 후보로 2012년에 선출됩니다. 당시 하디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임하면서 예멘 지도자로서 해결해야 할 지대한 과제들에 숨이 턱 막혔을 겁니다. 정부에 저항하는 후티 세력을 제압하고, 간헐적인 폭탄 테러를 자행하는 알카에다 및 IS 세력도 견제해야 했으며, 예멘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남쪽의 분리주의자들도 예의주시해야 했지요. 그리고 2015년에 후티 세력이 정권을 탈취하면서 현재 예멘의 정치적 불안정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 최근 예멘의 정세를 보여주는 지도.
    현재 예멘은 친(親) 하디 대통령 연합 세력, 후티 반(反) 정부군, 알카에다 및 IS 단체 간에 세력 다툼으로 정치적,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상태입니다.(출처 : Political Geography Now)

 상단에 현재 정세를 나타낸 사진을 보시면 하디 대통령의 연합 세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군과 남쪽의 분리주의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북쪽의 후티 반군 세력은 친(親) 살레 전 대통령 세력과 연합한 것으로 표기됩니다.

 하디 대통령은 남부의 항구 도시 아덴에서 출생한 수니파이고, 살레 전 대통령은 북부 출신의 시아파입니다. 따라서 하디 대통령의 연합 세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른 수니파 국가들(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이 지원하는 반면, 후티 반군 세력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우방 세력으로서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 외에도 주요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예멘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원유 수송 경로이고, 아랍 반도에서 유일하게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게 예멘은 자신의 세력을 더욱 키우기 위한 기회로 작용합니다. 그 외에도 알카에다 및 IS와 적대 관계인 미국 역시 하루 빨리 예멘 정부의 안정화를 위해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비단 예멘 내의 세력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조차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예멘의 내전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인도주의적 구조의 필요성

  • 내전으로 인한 폭격 이후 여자 아이가 구출되고 있는 모습(출처 : 구글 이미지)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멘의 내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2,700만 명의 예멘 국민들입니다.

UN의 통계에 따르면:
- 최근 3년 동안 내전으로 인해 8천 명 넘게 사망했으며, 4만 2천 명의 부상자들이 발생했습니다.
- 300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어 실향민 신세입니다. 다수는 학교나 임시 거주지에 머물고 있습니다. - 700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현재 예멘은 UN에서 기아 4개국 중 하나로 지정되었습니다.
- 1,000 만 명의 사람들이 수도 시설의 파괴로 물을 구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 약 1,480만 명의 사람들이 부족한 의료 시설로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고 있습니다. 예멘 의료 시설의 25%가 전력 차단, 물품 부족, 건물 붕괴로 폐쇄되었습니다.
- 약 1,880만 명의 민간인이 매일 불안 속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멘 인구 7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더불어 콜레라까지 강타한 예멘은 수액과 항생제로 치료가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한정적인 인프라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이, 특히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10분마다 5살도 안 되는 어린아이가 세상을 떠난다고 하니 믿어지시나요? 현재 예멘은 어느 국가보다도 인도주의적 도움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 마무리

 인도주의 (人道主義) :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인종, 민족, 국가, 종교 따위의 차이를 초월하여 인류의 안녕과 복지를 꾀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사상이나 태도.

 네이버 사전에 나와있는 인도주의의 정의입니다. 인간이 제일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복지와 안녕인 의식주와 치료를 예멘 사람들은 못 누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신문에 보도되는 수많은 죽음들은 가볍게 머릿속에 머물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뼈 깊숙이 와닿듯,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안타까움이나 죄책감, 슬픔, 분노와 비슷한 미약한 수준의 감정을 느끼다가 금방 다시 품의나 보고서를 쓰는 일상적인 작업으로 돌아가기 바쁘시겠죠. 말 그대로 인도주의는 단지 같은 인간이란 이유로, 조금 더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타인의 행복을 보존하고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상입니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번 칼럼을 읽고 조금이나마 예멘의 처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달에 커피 몇 잔을 아껴 유엔 난민기구에 기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매달 1.5~5만 원이 1년간 모이면 말라리아 치료제부터 급수시설, 서바이벌 키트까지 예멘 국민들에게 작지만 큰 손길을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다음 달부터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예멘을 감싸고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랍어로 '슬픔의 문'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예멘도 슬픔의 문을 닫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예멘에 대한 마지막 칼럼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회차보다는 더 가볍고 즐거운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두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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