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서동현 님
이니스프리 TM팀
Prologue
1. 안동에서 성북동까지
언덕배기 주름진 골목길로 접어든다. 작은 나무 간판 긴 처마 아래로 반쯤 접힌 어깨를 들이민다. 북적이는 사이를 곱이곱이 돌아 자리를 찾고, 말을 앞세워 칼국수를 부른다. 마른입 다시며 젓가락 노려보니, 허연 그릇에 정구지만 비죽비죽하다.
뜨거운 국물에 국숫가락 젓가락이 얼기설기 휘감긴다. 넓적 납작 가닥들이 제멋대로 어울린다. 붉어서 매콤하고, 하얗게 쫄깃거린다. 젓가락 한 바퀴 을러 타래를 풀어본다. 말캉한 호박이 자박자박 그득하다.
2. 눈이 나리면, 나를 뿌려주오
"천 억 이래 봤자,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날인다(내린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中
"내가 죽거든 눈 많이 오는 날, 길상사 뒤뜰에 나를 뿌려주오." - 김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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