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팬을 만드는 체험 마케팅, 암스테르담 하이네켄 체험관 - AMORE STORIES
#박샛별 님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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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팬을 만드는 체험 마케팅, 암스테르담 하이네켄 체험관

칼럼니스트박샛별 님
아모레퍼시픽 뷰티플랫폼팀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사우 여러분.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 뷰티플랫폼팀 박샛별입니다.

 여러분은 '축구' 하면 어떤 음료가 떠오르시나요? 치킨과 함께라면 천하무적인 시원한 맥주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휴식 시간에 선수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이온 음료나 관중석에 앉아 스낵과 먹기 좋은 탄산 가득한 콜라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는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답니다. 저는 유럽 축구를 좋아해서 유럽 축구 연맹(UEFA)이 운영하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자주 챙겨 보는데요, 하이네켄은 챔피언스리그를 공식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를 떠올리면 하이네켄의 상징인 초록병과 함께 그 주제가(Ligue Des Champions)가 귓가에 맴도는 거죠. 이처럼 특히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꽤나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브랜드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축구팬이라면 익숙하실 비주얼입니다.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시도하는 하이네켄

 하이네켄은 재미있고 혁신적인 소셜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특히 09/10 시즌에 이탈리아 축구팀 AC밀란과 스페인 축구팀 레알마드리드 경기 일에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진행했던 이벤트는 성공적인 소셜미디어 광고로 꼽힙니다.

 5분 남짓한 이 영상에서, 하이네켄에서는 미리 AC밀란 팬들의 여자친구나 교수, 직장 상사들을 섭외해 놓습니다. 두 강 팀이 맞붙는 경기일에 섭외된 사람들은 저마다의 남자친구, 제자, 부하직원인 AC밀란 팬들을 데리고 가짜 클래식 콘서트에 오게 되죠. 축구 경기를 못보고 마지못해 콘서트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15분 정도 공연을 관람하던 1,000명이 넘는 AC밀란 팬들의 분위기는 침통 했는데요.

 갑자기 공연장 앞의 스크린 화면에서 "상사에게 싫다고 말하기 참 힘들죠? 여자 친구에게 싫다고 못하겠죠?" 하는 장난스러운 글귀가 뜹니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연주 곡이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으로 바뀝니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팬들 앞에 "어떻게 이 중요한 경기를 안 볼 생각을 했죠?"라는 글귀를 마지막으로 하이네켄 로고가 뜨고, 스크린은 경기 시작 화면으로 바뀌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크게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 하이네켄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 속에서 관람한 경기는 아마 평생 기억에 남겠죠?

 이탈리아 AC밀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 하이네켄의 이 재치 있고 감동적인 이벤트는 Sky sports 방송사를 통해 150만 명이 시청했고, 다음 날 1,000만 명이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으며, 이벤트 2주 후에는 전 세계 500만 명의 네티즌들에게 노출되었습니다. 기획, 방송사 섭외, 공연장 대관 등 비용이 상당히 들었을 것 같은 이벤트지만, 수없이 많이 공유되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효과를 생각하면 그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것이었을 것 같네요.

 이처럼 명확한 콘셉트로 사랑받는 하이네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탄생했는데요. 저는 작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환승으로 10시간 정도 암스테르담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한나절 정도 되는 짧은 시간 암스테르담을 돌아볼 기회를 잡은 저의 선택은, 단연 하이네켄 체험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답니다.

네덜란드 국민의 자랑, 하이네켄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내려 트램을 타고 가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곳에 하이네켄 체험관이 있습니다. 하이네켄 체험관은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는데요, 사전 예약하면 현장보다 2달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요.

 저는 미리 준비를 안 했던 터라, 현장에서 30분 정도 기다려 18달러에 입장권을 샀습니다. 표를 사면 초록 토큰이 두 개 달린 팔찌를 채워주는데요, 토큰 하나당 신선한 하이네켄 생맥주 한 잔을 교환해 마실 수 있습니다. 보통 현장에서 표를 사는 경우, 주말에는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니 방문하실 분들은 표를 예약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저기 멀리 하이네켄 체험관이 보였어요. 기대감에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습니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혼자 여행 온 동양인에게 쏟아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애써 피하고 있었는데, 제 뒤에 줄을 서 있던 중년 부부가 참지 못하고 말을 거셨어요. 하이네켄 체험관 근처에 살면서 한 달에 한두 번은 이곳에 온다는 이 호쾌한 부부와의 대화는 제가 어디서 왔는지, 네덜란드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등 여러 질문으로 시작했고, 본인들이 하이네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토큰을 주셨어요! 덕분에 저는 신선한 맥주를 세 잔이나 마실 수 있었습니다.

 또 기다리는 동안에 투어를 마치고 나오던 노부부가 다가와 저에게 맥주를 교환해 마실 수 있는 토큰을 내미셨어요. 이분들 또한 할아버지가 하이네켄을 너무 좋아하셔서, 암스테르담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르시는데 할머니는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내 몫은 네가 마시고 즐겁게 놀다 가라"는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아무리 봐도 주변에 맥주를 오크 통째 들이부을 것 같은 건장한 청년들이 이리도 많은데, 굳이 저에게 주신 것은 낯선 여행자가 암스테르담과 하이네켄을 더 좋아해주길 바라는 호의였을 거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하이네켄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받는 브랜드인지 알 수 있었죠.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저마다 하이네켄의 자율적인 홍보 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 팔찌가 참 초록초록한 게 하이네켄스럽죠!


진정성이 느껴지는 열정적인 크루들의 노력

 체험관에 입장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하이네켄은 출신국이나 피부색, 종교, 재산에 관계없이 이곳에 온 모두를 좋아하고, 환영한다는 인사말이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과연 남녀노소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어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개방성은 하이네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강력한 한 축이 아닌가 싶어요.
  • 사람들이 하이네켄의 개방성이 물씬 풍기는 이 환영사를 많이 찍어가더라구요!

  • 로고 변천사 등도 살펴볼 수 있답니다. 디자인과 메인컬러가 많이 바뀌었네요.

 하이네켄 브랜드 로고의 변천사를 쭉 훑으며 들어가면 하이네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재료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크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명을 해와서 그렇겠지만, 이 크루의 말솜씨는 개그맨 저리 가라였어요. 물, 보리, 홉, 이스트의 단순한 재료로 어떻게 하이네켄의 청량한 맛을 낼 수 있는지, 하나의 연극처럼 설명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투어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각 나라의 맥주는 어떤 게 있는지 익살스럽게 설명하거나, 본인이 하이네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 이 크루의 설명은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마치 우리 회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분들을 보는 듯 했어요.

 크루들에 감탄했던 또 한 가지는 저처럼 혼자 방문한 여행자들이 심심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사실 이곳저곳 살펴보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지만, 체험관 곳곳에 포진한 크루들이 혼자 온 여행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여러 체험 프로그램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챙겨준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도 부담스럽거나 무례하지 않은 방법으로요. 누구든지 이 하이네켄 세상 안에서는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 정말 일을 즐기는 듯한 인상의 크루들이었습니다.


부담없이 즐기는 오감 체험

 하이네켄의 역사를 눈에 담으며 크루의 열정적인 설명을 듣고 이동하다 보면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갓 뽑은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이곳의 크루는 사람들에게 작은 맥주잔에 하이네켄을 따라 나눠 주면서 그 아름다운 황금빛과 살아 올라오는 기포를 눈으로 즐기게 하며, 다 함께 건배를 하도록 제안해요. (여기서 마시는 맥주는 교환 토큰에서 차감되지 않아요.)

 입 안 가득 상쾌함이 퍼지며, 목 넘김이 정말 좋았는데요. 지금까지 마신 라거 맥주 중에 가장 맛있다고 느꼈어요. 최고의 상품력을 보여준 이 순간이 방문객들이 가장 흥분하고 즐거워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 다함께 외칩니다. Cheers!

 그리고 하이네켄 체험관에는 'The brew you ride'라는 아주 재미있는 코너가 있어요. 롤러코스터 기다리는 것처럼 줄을 서 있으면 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조를 이루어 컨테이너 같은 공간에 한꺼번에 입장하게 되는데요. 어느덧 친구처럼 친해진 크루들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도 웃기만 할 뿐 알려주지 않아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알고 보니 말 그대로 입장객들이 하나하나의 보리알들이 되어서 하이네켄 맥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거였어요. 앞의 큰 스크린에 설명과 상황에 맞는 화면들이 나오는데 그와 함께 보리알을 볶을 때는 바닥이 흔들리고, 물을 부을 때는 수증기가 나오며, 열기를 쐴 때는 어디선가 뜨거운 김이 쏟아져 나왔어요.

 다 큰 어른들이 애들처럼 '우와~' 하며 해맑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답니다. 맥주 데뷔를 앞둔 보리알들은 이런 과정을 겪는구나 하고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니, 이토록 귀여운 발상을 하는 하이네켄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우리도 화장품을 만들고 있으니까 팝업 스토어 같은 곳에서 화장품 성분이 되어 다른 성분과 섞이고, 물과 혼합되고, 살균 처리되어 패키지에 담기는 체험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 맥주 제조실에서 이렇게 직접 저어볼 수도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아주 인상 깊었던 체험 공간은 바로 미디어룸이었습니다. 보리알에서 맥주로 데뷔한 감동을 안고 나오면, 하이네켄의 역대 광고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와요. 이쯤 되면 사람들이 하이네켄과 자신을 거의 동일시하게 되기 때문에 광고의 감동이 극대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광고들 중 단연 눈에 띄는 메시지는 'Drink responsibly'였답니다. F1 월드 챔피언십을 3회나 석권하며 전설의 카레이서로 불리는 '재키 스튜어트 경(Sir Jackie Stewart)'이 등장하는 이 광고 시리즈에는 승리를 자축하고 술을 권하는 파티 상황에서 나이 든 재키 스튜어트가 나는 아직 운전을 하니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어 'When you drive, never drink'라는 메시지가 뜨죠.

 어두운 조명에 커다란 스크린까지 설치해 영화관처럼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도록 해놓으니 안 그래도 멋진 하이네켄의 광고들이 더 멋있게 보였답니다. 주류 회사 입장에서는 쉽게 하기 힘들, 공익광고 같은 멘트지만 이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하이네켄을 오래도록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뇌시키듯 나오는 하이네켄의 재미있는 광고 영상들은 꽤나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영화같은 하이네켄 광고들을 홀린 듯 보고 있었어요.

 입장하며 받은 토큰 두 개를 루프톱에서 맥주로 교환해 마실 수 있었는데요.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암스테르담의 풍경을 보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정말 더 바랄 게 없었어요. 무엇보다 브랜드의 역사와 아이덴티티를 몸소 보고 느낀 직후라 그런지 하이네켄 맥주의 황금빛 색깔과 찰랑거리는 기포와 암스테르담의 분위기까지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답니다. 하이네켄의 팬으로 전환된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체험관에 써 있었던 문구, 'Born in Amsterdam. Raised by the world'처럼 내가 애정을 가지고 키워야 할 브랜드처럼 느껴졌습니다.

 체험 막바지에는 스티커 사진 기계 같은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내거나, 축구 게임도 할 수 있고, 가상으로 맥주를 따라보는 게임도 있습니다. 사진 찍을 만한 곳도 많고, 기념품점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새긴 컵을 만들 수도 있으니 즐길 거리가 정말 넘치는 곳이었어요.
  • 루프탑에서는 멋진 암스테르담 시내 전경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이네켄 체험관에서는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의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박 겉핥기식 체험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다양한 재미 요소를 반영한 게임이나 압도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니 인상에 강렬히 남을 수밖에요.
  • 귀여운 미디어 아트로 맥주를 브루잉하는 과정을 설명해줍니다. 과정 설명을 쉽고 귀엽게 꾸며 놓아서 모두 눈을 떼지 못했어요.

 브랜드가 팬을 만들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고객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파운데이션 컬러들을 조합해서 본인의 피부색에 가장 잘 맞는 컬러를 찾아주는 홍대 에스쁘아 '메이크업 펍 스토어'의 페이스 테일러링 서비스나, 쿨/웜 등 피부 톤을 진단해서 가장 잘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를 추천해주는 에뛰드 하우스의 퍼스널 컬러 진단/맞춤 립스틱 제작 프로그램은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죠.

 이 외에도 놀이기구 타듯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거나, 갓 만든 신선한 상품을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특별한 곳에서 사용해보는 것, 각 상품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를 VR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등 오감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해주는 것이 임팩트가 클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체험 과정에서 형성되는 고객들 간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는데 힘을 보태지요. 마치 제가 하이네켄을 떠올리면 그 신선한 맛과 풍미를 체험한 것과 더불어, 하이네켄의 세상 안에서 같이 건배하고 웃고 떠들었던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함께 생각나 미소 짓게 되는 것처럼요.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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