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베일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의 욕망 - AMORE STORIES
#김무현 님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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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베일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의 욕망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그룹 중동법인 김무현 님

 살람 알레이쿰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를'이라는 뜻의 아랍어 인사입니다)

 두바이는 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여름은 덥고 겨울이 추운 뚜렷한 사계절 구분은 없고, 여름은 많이 덥고 겨울은 덜 더운 정도입니다. 오늘 최고 기온은 46도네요. 50도를 넘는 날도 곧 오겠지요. 오늘은 중동의 뷰티 이야기입니다.

중동 뷰티 시장의 규모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으로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돈이 많다는 점입니다. 오일 수출로 얻게 된 국가 GDP는 넉넉한 소비 생활을 뒷받침합니다. 중동의 모든 나라가 기름이 펑펑 솟구치지는 않고, 일부 걸프만 국가만 검은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국가들의 1인당 GDP를 알아보면 UAE 4만 5천 불, 쿠웨이트 4만 5천 불, 사우디 2만 5천 불에 카타르는 자그마치 9만 5천 불입니다(2014년 IMF 데이터기준). 한국이 근면 성실을 무기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2만 8천 불로 올라선 역사를 감안할 때, 쉽게 얻어진 듯한 그들의 부에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GDP는 2014년 이후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2017년 현재는 이 규모보다 많이 감소했습니다.)

 뷰티 시장으로 본다면, 중동 시장의 크기는 아시아만큼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으로 그중 이란/사우디/터키가 전체 시장의 70%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은 아직도 미국 주도 경제 제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런 어려움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유로 모니터에서도 이 매력 넘치는 인구 8천만의 시장이 향후 20% 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럭셔리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바이 상위 10% 고객은 연간 2만 불 이상 고가 화장품을 소비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시사하듯, 걸프 시장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뷰티 제품의 카테고리별로 시장을 들여다보면, 중동은 상대적으로 향수/메이크업/바디 카테고리의 비중이 높습니다. 덥고 물이 귀한 기후적 요인으로 향수와 바디 시장이 전통적으로 발달하였습니다. UAE는 향수 인당 소비 세계 3위 국가로, 선진국 여성이 평균 6개월에 향수 1병을 소비한다면, UAE 여성은 두 달에 1병 이상을 소비할 정도입니다. 스킨케어는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지만, 최근 UAE 세포라의 동향을 보더라도 시장을 지목해 성장해 가는 트렌드가 있어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기회는 분명 존재합니다.
  • (좌) UAE의 세포라 매장의 Korean House 카운터
    (우측 상단) UAE의 Boots 매장 내 한국 제조사 마스크팩
    (우측 하단) 이란의 드럭스토어 내 한국 제조사 마스크팩


베일 속에 감춰진 욕망

 중동에 아모레퍼시픽이 진출한다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심심치 않게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여자들이 죄다 뒤집어쓰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화장을 해?", " 눈만 내놓고 다니니까 눈 화장만 해요?"

 모래바람 휘날리는 중동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고정관념은 어찌나 그렇게도 한결같은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한국인의 이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뷰티가 시장성이 있음을 증명하자면, 첫째, 여성의 외모를 많이 가리는 국가들은 걸프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위의 왼쪽 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로 사우디, 쿠웨이트, UAE가 있습니다. 반면, 오른쪽 사진은 터키입니다. 중동의 또 다른 빅마켓인 이란과 터키는 완연히 다른 관습을 가지고 있고, 해당 국가 외에도 여성의 패션과 뷰티만 봤을 때는 이곳이 유럽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둘째, 걸프국의 여성 역시 베일 안에는 아시안 여성보다도 몇 배 진한 메이크업을 선호합니다. 비록 베일로 가릴지언정 짙은 화장으로 여성이 가진 뷰티를 실현하려는 상상 이상의 욕구가 있습니다. 오히려 여성의 미를 발산할 수 있는 결혼식이나 파티 등의 기회에서는 억압된 사회의 금기로 눈치를 보던 뷰티의 욕구가 더욱 강하게 표출되는 듯합니다.
(※ 여성이 몸과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하는 의상은 이슬람에서 히잡이라고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베일이라는 일반 명사를 사용했습니다.)

걸프 여성의 강렬한 뷰티

 걸프국 아랍 여성은 자연스러움보다는 완벽한 메이크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높은 기온으로 인해 매트한 메이크업을 선호하고, 파운데이션으로 완벽한 커버를 한 뒤 입체적인 윤곽을 만들어주는 컨투어링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들인데 여기서 더 눈매를 도드라지게 하고, 립은 도톰하고 또렷하게 연출하면서 얼굴 윤곽을 살리기 때문에 동양인들의 눈에는 굉장히 강렬하게 보입니다.

 후다 카탄(Huda Kattan)은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별도의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도 런칭하여 세포라에도 입점시킨 사업가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천 9십만 명에 이를 정도의 메가 인플루언서입니다. 그녀가 소개하는 메이크업과 이미지들이 곧 중동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구 브랜드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랍 여성만의 차별적인 개성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여 아랍 여성이 추구하는 뷰티 뿐만 아니라 그녀들이 닮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삶까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일하는 이란 여성의 아름다움

 이란은 지금이야 사우디와 더불어 이슬람을 가장 보수적으로 지키는 나라지만, 20세기 이후 근대 역사는 개방과 보수가 뒤바뀌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란은 1930년대부터 1979년 이란 혁명이 발생하기 전까지 중동에서도 가장 서구화된 국가였습니다. 뷰티 역시 서구의 개방된 메이크업을 숨 가쁘게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국가로 돌아가자는 혁명의 깃발이 내걸리면서, 뷰티 역시 급격히 보수적이고 단조로운 트렌드로 위축됐습니다. 하지만 혁명 이후의 세대가 인터넷과 위성 채널을 접하며 다시 서구 문화를 차츰 닮아 가고 있습니다.

 이란 뷰티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의 사회 참여 비중이 높기 때문인지, 걸프 지역 여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눈 화장 위주의 메이크업을 중시하는데, 프랑스 여성은 마스카라를 4개월에 1개 사용하는 반면, 이란 여성은 매월 1~2개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이란 현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밌는 광경 중 하나는 코에 하얀색 반창고를 붙인 여성을 간혹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란 여성은 메부리코라고 할 정도로 큰 코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콤플렉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콧대를 낮추는 성형수술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뷰티는 우리가 오랫동안 알아왔던 스토리와 분명 다릅니다. 다르다는 사실은 피로일 수도 있고 호기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왜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있는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새로이 만나는 고객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한다면, 아주 많이 다른 뷰티의 세계가 마냥 피로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호기심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즐거운 지적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칼럼은 중동이 배경인 디즈니 영화의 OST를 소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알라딘의 OST 'Whole new world - Lea Salonga & Brad Kane'와 이집트의 왕자 OST인 'When you believe - Whitney Houston & Mariah Carey'를 들으며 여유 있는 하루가 되시길 두바이에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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