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 3탄: 시선 추적(eye-tracking) - AMORE STORIES
#권구상 님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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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 3탄: 시선 추적(eye-tracking)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효능연구팀 권구상 님


# 내 눈을 바라봐

 사우 여러분은 오감 중 어떤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시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눈의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을 붙들기 위한 화려한 자극물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우리의 뇌는 다양한 정보 처리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남녀가 처음 만나 첫눈에 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0.1초라고 하니 시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정말 그렇게 느끼시나요?). 이렇게 중요한 시각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법이 바로 이번 화에서 소개해 드릴 시선 추적 기법(eye tracking)입니다.

 어떤 대상을 마주쳤을 때 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바라보고, 특정 부분을 언제, 얼마나 응시하는지, 동공의 반응과 눈이 깜빡이는 순간의 정보까지, 시선 추적 기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눈의 활동을 측정하는 것이지만 세부적인 눈의 위치와 움직임, 나아가 시각적 주의(visual attention)를 포함한 다양한 인지 기능까지 평가할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시선 추적 기법을 시장 조사에 활용해 왔습니다.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광고에 고객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제품 패키지 디자인, 매장 내 상품의 진열 위치를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자 경험을 측정하는 데 활용이 되었는데요. 이 밖에도 시뮬레이션(운전 상황 등),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연구, 웹사이트 테스트, 전통 심리학, 의학 연구, 게임, UX, AR, VR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 시선 추적 기법 활용 사례

 현대의 시선 추적 장비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근적외선 기술(near-infrared)을 활용하며 동공의 위치와 각막에서 반사되는 빛의 정보로 눈(눈동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선의 위치를 알아냅니다. 요즘에는 스크린 방식과 글라스 형태로 장비가 간소화되고 편리해졌지만 초기 단계였던 백여 년 전에는 꽤나 거추장스럽게 측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 시선 추적 장비의 과거와 오늘


# 시선이 말해 주는 것들

 시선 추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표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먼저 기본적인 측정 단위로는 gaze point, fixation, saccade 등이 있습니다. Gaze point는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로 시선 추적 장비인 아이 트래커에서 얻어지는 데이터 각각이 모두 gaze point가 되며 1초에 60개의 시선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장비의 경우 하나의 gaze point는 16.67millisecond(1/60초)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gaze point가 모이게 되면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되고 이를 fixation(응시점)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 숫자가 써 있는 원들 각각이 fixation을 가리키며 보통 100-300millisecond 정도의 지속 기간을 갖습니다. 이러한 fixation 사이의 시선의 움직임은 saccade(도약 운동)라고 부르며 책을 읽을 때와 같이 한 응시점에서 다른 응시점으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운동을 가리킵니다. 보통 1초에 4~5회의 도약 운동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시선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 합니다. 만약 이것을 느끼게 된다면 멀미를 호소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생기게 되겠지요.

 이러한 기본 지표들을 활용하여 시선 추적 기법으로 도출되는 주요 결과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히트맵(Heat map) 방식은 gaze point와 fixation을 모두 뭉쳐 놓은 것으로 시선이 머문 곳의 빈도를 색으로 코딩한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시각적인 주의의 분포를 보기 쉽게 나타내 주는 것으로 뜨거운 색일수록 빈도가 높고 차가운 색일수록 빈도가 낮은 것입니다. Fixation sequence(응시점 순서)라는 방식은 응시점의 위치와 시간 정보를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정보로 참가자들이 어디를 바라보았고, 그 곳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표현해 줍니다. 시각적인 주의를 기울인 순서를 알려 주기 때문에 어떤 영역에 주의를 먼저, 오래 기울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선 추적 기법의 결과를 분석할 때 일반적으로 관심 영역(Areas of Interest; AOI)을 설정하게 되는데요, 자극물 중 분석하고자 하는 관심 있는 영역을 미리 나누어 놓는 것입니다. 동일한 사진 또는 비디오 자극물 내에서 여러 영역 간 주의를 기울인 정도를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는 Time to First Fixation(TTFF, 첫 응시점을 바라볼 때까지 걸린 시간, 특정 관심 영역을 처음 바라보는데 걸린 시간을 알 수 있음), Time spent(특정 관심 영역 내에서 시선이 머문 시간), Respondent count(특정 관심 영역으로 시선이 얼마나 갔는지를 알려 줌, 숫자가 높을수록 주의를 많이 기울였다고 해석함) 등이 있습니다.
  • 히트맵, 응시점 순서, 관심 영역 결과 예시

 이외에도 동공의 크기나 확장 정도로 감정적인 각성이나 인지적인 강도 등을 간접 해석할 수도 있으며 자극이 제시되는 스크린과의 거리를 계산해 줌으로써 자극물에 다가가려고 하는지, 회피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행동을 유추하기도 합니다. 또한 눈의 깜빡임 정도를 통해 집중력의 정도와 졸음, 과제의 난이도 정도 등을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시선 추적 기법을 통해 우리는 자극의 어떤 요소가 즉각적인 주의를 (평균 이상으로) 이끌었는지, 혹은 무시하거나 간과했는지, 어떤 순서로 자극물을 바라보았는지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시선 추적 기법으로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see)는 쉽게 알 수 있지만 무엇을 지각(perceive)하는지에 대한 인지 처리 과정까지는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얼굴 표정 인식(Facial expression analysis), 전기 피부 반응(Galvanic skin response), 뇌파(EEG)와 함께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시선 추적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인지/감성 정보 처리 반응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 뷰티 연구 접목 사례

 이번에는 시선 추적 기법을 뷰티 연구에 접목한 사례를 두 가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IFSCC(International Federation of Societies of Cosmetic Chemists) 매거진에 소개되었던 연구로 시선 추적 기법을 새로운 관점에서 적용한 사례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시선 추적 기법을 '향' 평가에 활용한 연구입니다(Application of eye-tracking methodology for fragrance evaluation, IFSCC Magazine 2-2015).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의아 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 연구에서는 향이 시각적 주의를 기울이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하고 시선 추적 결과를 해석하였습니다. 이미지와 이름을 결합한 시각 자극과 향을 동시에 제시하여 평가하였는데요. 다음 그림에서처럼 라벤더의 시각 자극에 라벤더의 향을 결합했을 때와 커피의 향을 결합했을 때 시선 도약의 패턴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향이 시각 자극과 일치하지 않았을 때 자극 간의 정보를 맞추어 해석하기 위해 더 많은 시선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였는데, 고객들이 제품 또는 제품의 컨셉을 지각하는 데 있어 향이 미치는 중요성을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한 연구였습니다. 연구 개발 관점에서 향을 후각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의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시각 정보와 후각 정보의 일치/불일치 여부에 따른 시선 데이터의 차이

 다음은 헤어 '윤기' 평가에 시선 추적 기법과 생체 신호 평가를 결합하여 활용한 연구입니다(Investigation of consumers' hair shine perception by eye tracking technology in combination with assessment of physiological body reactions, IFSCC Magazine 3-2015). 윤기가 나는 헤어는 젊음이나 건강과 연계되어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에 헤어 케어 제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속성이기도 한데요. 이 연구에서는 헤어 트레스를 자극으로 활용하여 시선 추적 기법, 뇌파, 피부 전기 반응, 심전도, 안면 근육 움직임 등의 다양한 생체 신호를 종합적으로 활용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탈색 정도를 변화시킨 헤어 트레스를 자극으로 제시하여 자극 내 색상 대비와 빛이 반사되는 강도의 정도에 따라 시선 추적의 경향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시선 추적뿐 아니라 다양한 생체 신호 기법을 통해 감정적인 반응을 함께 관찰함으로써 헤어 윤기 평가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 (위) 헤어 트레스 자극 별 시선 추적 결과 차이
    (아래) 생체신호 결과를 종합하여 자극 별 감정의 활성화 정도를 비교함

 뷰티 연구에서 시선 추적 기술은 얼굴 자극을 평가하는 데 좀 더 쉽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조건에서 무의식적으로 먼저 바라보는 부위를 알아보거나 메이크업 조건을 다르게 한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더 많이 바라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위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거울 시선 추적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미지가 아닌 실제 자신의 얼굴을 거울처럼 실시간으로 바라보면서 시선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언젠가 스마트 거울 화장대가 보편화 된다면 시선 추적 기술을 접목하여 고객들의 시선 데이터를 자동으로 DB화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시선 추적 기술의 미래

 최근 애플이 시선 추적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SMI(SensoMotoric Instruments)라는 업체를 인수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바로 시선 추적 기술이 VR과 AR의 핵심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시선 추적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보고 있는 특정 영역의 디스플레이는 그래픽을 선명하게 하고, 나머지 영역은 해상도를 낮추는 과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애플은 얼마 전 개발자들을 위한 증강현실 앱의 개발 도구인 'AR키트(ARKit)'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https://www.youtube.com/watch?v=-o7qr1NpeNI). 조만간 AR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안경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은 또한 지난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Emotient'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Siri와 연계하여 음성과 표정 인식을 통한 친밀감 있는 서비스 제공이 목표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술에 시선 추적 기술까지 보유하게 되었으니 추후 어떤 놀라운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큽니다.
  • 애플의 시선 추적기술 인수

 이 밖에도 구글은 시선 추적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Eyefluence사를 인수했으며 Daydream View라는 VR 헤드셋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https://vr.google.com/daydream/smartphonevr/). 페이스북의 Oculus 또한 Eye Tribe라는 시선 추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VR 기술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기술을 보유한 룩시드랩스(http://looxidlabs.com/) 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요, 가상현실에 최적화된 시선-뇌파 인터페이스 기반 감정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VR 헤드셋에 시선 추적 카메라와 뇌파 센서를 장착하여 사용자의 뇌파, 시선, 동공 정보를 측정하고 감정을 분석해 주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며 VR 콘텐츠의 감정적인 몰입감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TechCrunch Disrupt Battlefield 2017' 행사의 'Startup Battlefield'에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10년 만에 본선에 진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시선 추적 기술이 수동적으로 자극물을 바라볼 때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VR 등의 첨단 기술과 접목되며 미래에는 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치며

 이렇듯 눈동자의 움직임으로부터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움직인 시선 하나 하나가 어떤 이들에게는 간절한 눈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지금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그 곳에는 무엇이 존재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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