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로 살펴 본 김수현 작가의 작품 세계 - AMORE STORIES
#강승민 님
201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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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사랑이 뭐길래>로 살펴 본 김수현 작가의 작품 세계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
AMOREPACIFIC 인사팀
강승민 님

제 3화. 한류 드라마의 시초, <사랑이 뭐길래>로 살펴 본 김수현 작가의 작품 세계


배우 송혜교를 한류스타로 만들게 한 드라마 <가을동화> / 자료 출처 : K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대장금>, <가을 동화> 등의 드라마는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입니다. 배용준과 이영애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으며 당시 신인이었던 송혜교를 아시아의 연인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습니다. 결혼 후 성공적인 복귀작으로 컴백한 전지현 또한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들 이전에, 우리나라 최초로 수출되어 한류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의 91년 作, <사랑이 뭐길래(MBC)>입니다. 이 드라마는 국내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97년 중국의 CCTV에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습니다. 특히 외국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재방영까지 하며 한류의 초석을 닦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68년에 라디오 드라마로 데뷔한 이래 단 한번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국내 드라마 계의 큰 언니 "김수현".

이번 시간에는 한류 드라마의 시초를 만들었고 국내에서 경이적인 65%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에 대해 살펴보고, 동시에 지금까지 수준 높은 드라마로 아시아 고정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김수현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사랑이 뭐길래>, 한국 최초의 한류 붐을 일으키다.

최초의 한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 자료 출처 : MBC 드라마
높은 시청률로 인해 오히려 가려지긴 했지만 <사랑이 뭐길래>는 우리나라 주말 가족드라마의 시초이자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의 원형이 내포되어 있는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작품은 가부장적인 부모(부 : 이순재, 모 : 김혜자)아래에서 자란 장남 "대발(최민수)"과 민주적인 현대 가정(부 : 김세윤, 모 : 윤여정)에서 태어난 "지은(하희라)"의 결혼을 통해 서로 다른 두 가족의 대립과 화합을 그린 홈 드라마 입니다. 대발이와 지은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집안간의 다른 가치관과 차이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다가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삼십 평생을 너무나 다른 두 환경에서 자라온 당사자들의 갈등과 시집살이를 통해 드러나는 두 가족의 차이가 대발이와 지은의 사랑에 장애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김수현 작가는 짐짓 심각해질 수 있는 소재를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풀어가며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분법적인 두 가족의 대립은 인위적인 형식이 아닌 고전영화의 스크루불 코미디(screwball comedy)처럼 재치 있고 우아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혼 첫 날 화장실이 너무 급한 지은이 푸세식 변기가 있는 시댁을 참지 못하고 친정으로 뛰어가는 해프닝, 며느리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이 지켜온 고집을 꺾는 대발이 아버님(이순재)의 모습과 이를 시기와 부러움이라는 양가감정으로 지켜보는 대발이 어머니(김혜자)의 장면은 <사랑이 뭐길래>에서 제일 유명한 명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영 시간에는 남의 집에 전화하는 것이 민폐일 정도였다. / 자료 출처 : MBC 드라마
김수현 드라마가 항상 그렇듯이 <사랑이 뭐길래> 또한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처럼 저마다의 가치관과 발언권을 가지며 행동하는데, 각기 인물들이 당시 시대상황을 대표하는 상징이었음을 알고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대발이와 지은의 가족으로 드러나는 90년대 초반 한국사회의 과도기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계급 차이까지 끌어와 인물들이 저마다의 상황을 표현해내고 있는데 다층적인 인물들을 조율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불러내는 작가의 솜씨가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간에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민폐로 취급되었고, 도로에는 택시 한 대 지나가지 않았으며 방영 시간대에는 일시적으로 수도 사용이 줄었다고 하니 <사랑이 뭐길래>의 인기가 얼만큼이었는지 실감이 납니다.

최근 모 언론사에서 실시한 한국 드라마 베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사랑이 뭐길래>, 정교한 형식 속에서 집요한 캐릭터 분석과 대사, 그리고 상황설정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이끌어낸 국민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김수현, 한국의 도스토예프스키

김수현 작가 / 자료 출처 : 김수현 트위터
김수현 작가, 그녀의 작품 특징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바로 그녀가 한국 드라마의 격을 한 차례 높였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인물군상들이 각기 다른 입장과 윤리에 맞게끔 행동하고 이들의 발언이 민주적인 화합체로서 작용하는 모습은 일견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연상케 하며, 황혼의 권태와 세대간의 차이를 예술의 형식으로 승화한다는 점은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와 비견됩니다.

그녀의 작품은 가부장제 내부와 외부로 나눠 크게 구분되는데, 가족이라는 善을 둘러싼 한국인들의 삶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면(<부모님 전상서>, <목욕탕 집 남자들>, <무자식 상팔자>등), 다른 한 편으로는 가족의 외부에서 제도의 허상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드라마들이 있습니다(<내 남자의 여자>, <청춘의 덫>, <세 번 결혼하는 여자>등). 특히 관습적인 드라마 작법과 통속을 거부하고, 되려 어떤 경우는 통속에 정면돌파를 시도하며 한국 사회의 내부와 외부를 오고 가는 그녀의 거침없는 필력은 젊은 작가 못지 않은 정력으로 나타납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민주적인 공동체를 꿈꾸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 자료 출처 : SBS
일부 평자는 그녀 드라마는 너무 "말이 많다"고 하지만, 상황에 적합한 표현과 대구를 이루는 인물간의 대화는 오히려 더 현실감을 제공하며 드라마의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말들과 토론, 그리고 대화들은 모두 드라마 속 가족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생동감 넘치는 운동과 같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타협하고 또 의견을 개진하며 이 민주적인 공동체를 유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무자식 상팔자>는 이제 더 이상 혈연이 아닌 "소통이 가능한" 공동체들 간의 연대처럼 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의 차가움을 벗어나 여유와 연륜이 묻어나고 더 넓은 시각이 생겨나는 것 같아 작품을 매 번 즐길 수 있는 입장에서 매우 흐뭇하고 즐겁기까지 합니다.

김수현은 예우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는, 현재진행형 작가입니다. 그녀의 최대 장점은 완벽한 대본과 인물분석, 그리고 뒤쳐지지 않는 트렌드보다 바로 "인간에 대한 시선"이며 세상을 대하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이 말을 잘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월급 주는 사람에게 허리를 굽히는 대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 허리를 편 채 자신의 말을 하는"(웹진 "아이즈" 정서희 기자) 인물을 추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이 노 작가의 거침없이 꼿꼿한 작품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막장 드라마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불륜을 그린 <내 남자의 여자> / 자료 출처 : SBS

번외김수현 작가 명대사 BEST

1. "어머니, 며느리 몰래 집 찾아오시는 거요, 그거 게슈타포한테 수색 당하는 기분이에요" <무자식 상팔자>

2. "얼마면 우리 이날들이 추억으로 편입이 될까? 3년? 5년? 그리움이 없는 추억도 있을 수 있나? 그리움이 없으면 추억이 아니라 그건 기억이라 그러는 거 아닌가" <천일의 약속>

3. "총 들고 있어도 지금 당장은 못 쏘겠다. 아마도 이게 사랑이겠지" <세 번 결혼 하는 여자>

4.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모범답안이구, 윤리도덕은 통제 안되는 사람 통제하기 위한 강제수단이야.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 만큼 실패하기도 해" <내 남자의 여자>

5. "생 살 도려내 그 위에 소금뿌린 기분이야" <엄마가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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