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온 가족 저녁 만찬 - AMORE STORIES
#강유선 님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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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온 가족 저녁 만찬

칼럼니스트강유선 님
아모레퍼시픽 디자인센터


 아침 만찬에 이어, 이번 주는 저녁 만찬을 소개해드립니다. 만드는 과정은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맛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게 되지요.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요리는 모두 미리 만들어두기에 좋은 요리입니다. 시간 있을 때 미리 준비했다가 주말 저녁,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내어보세요.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함께하는 식사는 다시 한 주를 시작하는 힘이 됩니다.

LA갈비

 제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어머니의 요리 중 하나가 LA갈비입니다. 고기 조각을 서른 개, 마흔 개씩 먹으며 가족들과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내기를 하곤 했습니다. 요즘 인기 TV 프로그램에서도 LA갈비가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해주셨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 어머니가 주신 레시피 그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LA갈비는 오븐에 넣어 한 번에 구우면 되니 누군가 계속 조리할 필요가 없어 식구들 모두 한자리에 둘러 앉아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갈비를 구울 때, 오븐이 없다면 잘 달군 두꺼운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사용하면 됩니다. 넉넉한 크기의 프라이팬 두어 개를 한 번에 올려두고 기름을 조금 둘러 구우면 어렵지 않게 구울 수 있습니다. 스테인리스가 아닌 코팅 팬에 구우면 팬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 고기에서 물이 나오고, 삶아지듯 익어서 맛이 떨어집니다. 맛있는 고기를 먹으려면 160℃ 이상의 온도에서 가열해야 합니다. 1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맛'을 내게 됩니다. 또 고온에서 가열해야 냉동 고기 특유의 잡내도 없앨 수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팬이 없다면, 집에 하나쯤 있을 법한 스테인리스 냄비에 하셔도 좋아요. 이 점 꼭 지켜서 구워보세요. 굽지 않은 갈비는 냉장고에서 일주일 정도 보관 가능합니다. 오래 둔다고 짜지지는 않으니 먹을 만큼 덜어서 구워드세요.
1"단백질의 기본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이 설탕 분자(고기에도 약간의 설탕이 들어 있다)를 만나면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새로운 물질은 스스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셀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합쳐지고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쳐진다. 이때 수백 개의 새로운 물질이 탄생하는데, 그중 일부는 갈색이며 대부분이 냄새를 가지고 있다."
( <사이언스 쿠킹>, 슈트어트 레리몬드, 시그마북스, 2018)

- 재료 (4~5인분 기준) : LA갈비 2kg, 양파 1개, 배 1개, 마늘 2~3알, 간장 10T, 꿀 3T, 참기름 1T, 통후추 10알
* 계량 기준 1cup = 200ml / 1Ts = 15ml / 1ts = 5ml

1. 갈비는 찬물에 담가 1시간 정도 핏물을 빼줍니다. 너무 오래 담가둘 필요는 없습니다.

2. 갈비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블렌더에 넣고 갈아줍니다.

3. 큰 밀폐용기에 2를 담고 갈비를 차곡차곡 넣습니다. 양념이 잘 배도록 골고루 묻혀주세요. 이 상태로 이틀 동안 냉장고에서 숙성시켜주세요.

4. 200℃의 오븐에서 20분간 굽습니다. 15분 굽고, 갈비를 뒤집은 다음 5분 더 구워주세요. 전기 오븐인지 가스 오븐인지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상황에 맞추어 온도와 시간을 가감해주세요. (*오븐 매뉴얼을 참조해서 구우면 됩니다.) 스테인리스 팬에 구울 경우,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중∙강불에서 30초에서 1분에 한 번씩 계속 뒤집어주세요. 뒤집는 때를 놓치면 양념이 있어 팬이 까맣게 타니 주의하세요.


5. 고기를 담는 그릇은 온도를 보존해주는 그릇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놋그릇에 담고, 위에는 잣을 다져서 뿌려주었습니다. 통깨보다 잣가루가 훨씬 어울려요.


아지타마고

 달걀만큼 한 가지 재료로 풍부한 맛을 내는 재료가 있을까요? 달걀은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한 재료로 늘 준비되어 있어 무심코 요리하기 쉽지만 무척 예민한 재료입니다. 아지타마고는 이런 달걀의 섬세함을 살린 반숙 달걀 조림입니다. 반숙으로 익힌 달걀을 간장 물에 담그면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며 달걀노른자가 맛있게 쫀득해지거든요. 달걀을 반숙으로 익히려면, 달걀을 익힐 때 조금 신경 써야 합니다. 또 먹음직스러운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껍질을 잘 벗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지타마고를 수없이 만들며 껍질을 잘 벗기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달걀 삶는 물에 소금이나 식초를 넣기도 하고, 숟가락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벗겨보기도 했지만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찾은 가장 좋은 해법을 알려드릴게요. 달걀을 물에서 꺼낸 다음 바로 찬물에 넣어주세요. 이때 찬 수돗물로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너무 높고, 얼음은 쉽게 녹아버리는 만큼 얼려둔 보냉팩을 넣으면 효과적으로 물 온도를 내릴 수 있어요. 이렇게 아주 찬물에 담그면 달걀 내막(안쪽의 얇고 투명한 껍질)이 수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얇은 내막이 바깥의 딱딱한 껍질과 분리되죠. 시간은 1분 30초 지났을 때가 가장 적당해요. 2분을 넘기면 내막이 필요 이상으로 수축해 달걀흰자에 붙어버려 오히려 껍질을 까기 어려워지니까요. 이후에도 껍질을 잘 까기 위한 약간의 과학과 요령은 필요합니다. 방법은 조리법과 함께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아지타마고는 앞서 소개해드린 LA갈비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은 LA갈비가 있다면 구워서 한 입 크기로 잘라 흰 밥 위에 얹고, 위에 잘게 썬 쪽파와 아지타마고 반쪽을 올려서 덮밥으로 활용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싱거울 수 있으니 밥에는 아지타마고 국물을 몇 숟가락 뿌려주세요. 물론 그냥 아지타마고만 먹어도 반찬으로도 좋습니다. 하루 정도 지난 후에 맛이 가장 좋고 이후에는 조금씩 짜지니 염두에 두세요. 냉장고에서 4~5일 정도 보관 가능합니다.

- 재료 (4알 기준) : 달걀 6알, 간장 1/2C, 미림 1/2C, 물 혹은 다시 국물 1C, 다시마 약 5ⅹ5cm 1조각
* 계량 기준 1cup = 200ml / 1Ts = 15ml / 1ts = 5ml

1. 간장, 미림, 물(다시 국물)을 냄비에 넣고 중불에서 가열하다가 작은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다시마를 넣어주세요. 이대로 완전히 식혀서 준비해주세요.

2. 냄비에 물을 붓고 물이 끓으면 달걀을 넣어주세요. 찬물일 때부터 달걀을 넣으면 시간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달걀을 넣다가 깨지면 모양이 흉해지니 국자로 하나씩 넣어주세요. 강불에서 중∙강불로 줄인 다음, 6분 30초 동안 익혀주세요.

3. 달걀을 냄비에서 꺼내면 미리 보냉팩을 넣어둔 찬물에 담갔다 1분 30초 후 바로 꺼내주세요.

4. 이어서 껍질을 벗기는데 벗길 때는 달걀의 봉오리 부분을 먼저 깨주세요. 양쪽 봉오리에 모두 실금을 낸 다음 옆면을 쳐서 달걀 전체에 골고루 균열이 생기게 해주세요.

5. 껍질을 물속에서 벗기면 달걀 내막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습니다.

6. 완전히 식힌 간장 물에 달걀을 담근 뒤 다시마도 같이 넣어두세요. 약 12시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 후에 드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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