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떠올리는 유년시절의 기억 - AMORE STORIES
#글로벌칼럼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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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떠올리는 유년시절의 기억

GLOBAL
COLUMN

글로벌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합니다

음식으로 떠올리는 유년시절의 기억

—— 톈타이(天台)의 먹거리

칼럼니스트
중국법인 R&D Center 상품연구팀 Edward Fan 님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우린 특정한 장소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그 장소와 인물을 함께 기억합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대상이 음식일 경우 그 맛과 향을 함께 떠올리곤 하죠. 첫번째 칼럼을 작성하려 컴퓨터 앞에 앉은 저는 '제 고향 음식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음력 12월이 되면 톈타이에선 집집마다 '쟈오빙퉁(饺饼筒, 만두 소를 전병에 넣고 둥글게 말아 먹는다)'을 준비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먹는 음식인 쟈오빙퉁은 텐타이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톈타이는 '불교와 도교의 고향', '신선이 사는 아름다운 도시'라 불리는 곳인데요. 톈타이 현의 융닝(永宁) 마을은 '살아있는 부처'라고 불리는 지공이 출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궈칭사(国清寺)로 출가 후, 허기를 느낀 지공은 어느 날 자신이 갖고 있던 밀가루와 물로 반죽을 빚어 전병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전병 안에는 평소 먹고 남은 야채를 넣고 둥글게 말아 먹었고, 이 음식이 쟈오빙퉁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청명절, 단오, 칠월칠석, 설날 등 전통 명절이나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만 쟈오빙퉁을 만들어 먹는 편입니다.

저도 어린시절, 설날이 되면 집에서 쟈오빙퉁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아침 일찍 밀가루 반죽을 시작하시면, 외할아버지께서는 야채를 사오셨습니다. 그럼 온 가족이 모여 야채를 다듬어 볶기 시작하고, 점심 즈음 쟈오빙퉁의 소로 들어갈 재료가 준비됩니다. 외할머니는 아오(鏊, 바닥이 평평한 냄비와 비슷한 것으로 전병을 굽는 데 사용함)에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 전병을 만들어 주시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 위에 각자 먹고 싶은 대로 소를 채워 넣었습니다.
  • 아오 위에서 익어가는 쟈오빙퉁 피와 그 안에 넣을 소


쟈오빙퉁 외에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먹는 음식이나 풍습은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음력 1월 1일은 일년 중 유일하게 어머니들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날이기도 합니다. 톈타이 지역 속담 중 '설날 아침밥은 남자가 준비해 일년 동안 고생할 안사람이 하루쯤은 편하게 늦잠 잘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설날 아침밥은 새해 첫 식사인 만큼 매우 중요한데요. 가족들은 모두 오곡죽을 먹는데, 여기서 오곡죽은 '다섯 가지 맛이 다섯 가지 복을 가져다 준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전통 오곡죽은 백미와 대추, 두부, 고구마, 토란을 익혀서 만들지만, 모든 식재료가 풍족한 요즘은 각 집에서 더욱 다양한 재료들을 넣고 만드는 편입니다.

백미, 대추, 두부, 고구마, 토란을 끓여 만든 전통 오곡죽

오곡죽을 먹고 나면 가족들은 친척집을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합니다. 풍습에 따르면, 설날에는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바닥에는 해바라기씨 껍질과 과일 껍질, 간식 포장지 등이 가득 쌓이지만, 톈타이 사람들은 이것이 복이 굴러들어오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새 가족이 생긴 집안이 있으면 '출산주'를 나눠 마시며 축하와 새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주안상에는 보통 꽈즈(瓜子, 해바라기 씨를 양념에 볶은 것), 땅콩, 사탕, 과자, 과일 절임 등이 있는데, 새해 인사를 하러 들린 어린 아이들에겐 간식거리와 함께 작은 봉투를 쥐어주곤 합니다.

새해의 첫 저녁 식사도 매우 특별합니다. 톈타이에서는 반드시 딤섬을 새해 첫 저녁 식사로 먹는데요. 톈타이의 딤섬은 상하이 대표 딤섬인 훈둔(混沌)의 확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훈둔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데요. 보통 음력 12월 31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가족들이 다함께 고기딤섬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새해가 아닌 그 전날 만드는 이유는 '새해 첫 날에는 힘든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첫 날이 힘들면 한 해가 힘들다'고 믿는 풍습 때문입니다.
  • 가족들과 함께 만드는 딤섬의 소


이밖에도 톈타이의 먹거리는 다양합니다. 톈타이 찹쌀떡, 고기 밀전병, 청명딤섬, 청명전병 등 톈타이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꼭 한번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타지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고향'이라는 단어가 종종 머릿속을 맴돌곤 합니다. 머릿속 고향의 모습은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기억되는데요. 그 시절 즐겨 먹었던 음식을 먹는 순간 그 시절이 바로 떠오릅니다. 여러분들도 과거의 추억이 생각나게 만드는 음식이 있지 않은가요? 그 음식을 찾아보며 잠시 과거를 추억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제가 이 칼럼을 쓰며 떠올렸던 제 유년시절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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