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매스커스터마이징 - AMORE STORIES
#최진비 님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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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매스커스터마이징

칼럼니스트최진비 님
아모레퍼시픽 린 스타트업 TF 3팀


 안녕하세요? 2018년 칼럼을 연재하게 된 린 스타트업 TF 3팀 최진비입니다. 저는 사우분들께 올 한 해 재미있는 스타트업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업무에 몰입하다 두뇌에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 읽기 좋은 가벼운 칼럼, 머리를 식히기 위한 스낵 같은 칼럼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스낵 스타트업이라고 이름 붙여보았습니다.

 첫 화 테마에 맞는 스타트업들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칼럼을 쓰기 위해 고뇌의 시간을 보내다가 찾은 스타트업을 먼저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스타트업의 이름은 '스낵네이션'인데요. 스낵 스타트업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하고 괴로움에 구글 검색 창에 '스낵 스타트업'이라고 쳐 넣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입니다. 우스운 계기로 알게 되었지만 올 한 해 쓸 칼럼 성격과도 비슷한 스타트업인 것 같아 겸사겸사 1화에 소개합니다.
  • 스낵네이션의 우연한 발견. 사실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B2B 스낵 구독 배달 서비스, 스낵네이션

DELICIOUS HEALTHY SNACKS DELIVERED RIGHT TO YOUR DOOR

 열심히 회의를 하거나 업무를 하다 보면 한 번씩 급격히 '당 떨어지는' 신호가 오죠. 저는 이 신호가 올 때마다 허브로 향하는데, 도착한 허브에 남은 간식이 없으면 너무나 슬프고 가끔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간식을 매번 정기적으로 채워놓는 일이 회사 입장에서는 꽤나 귀찮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주겠다고 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스낵네이션은 회사 규모와 배송 주기를 선택하면, 그때그때 다양한 스낵을 회사로 배달해줍니다. 2014년 LA에서 시작해 창업한 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매출 470만 달러(약 53억 원)를 달성하며 매달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폭풍 성장 중인 스타트업입니다.

 스낵네이션이 내세우는 가치는 편리함과 비용 절감, 그리고 건강한 스낵의 선별과 종류의 다양성입니다.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약 40% 절감된 비용으로 스낵을 구매할 수 있고, 스낵 중에서도 당과 나트륨 함유가 적고 밀가루를 적게 쓴 건강한 스낵들을 선별해서 보내줍니다. 매번 신상품을 추천하며 새로움을 맛보는 즐거움도 주는 동시에 인기가 없는 과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분석(?)해 다음 배송에 반영도 해준다고 하네요.
  • 스낵네이션이 내세우는 서비스 가치
    (출처 : 스낵네이션 홈페이지)

 스타트업 소개라고 해서 혁신적인 사례들인 줄 알았는데 너무 별거 없는(?) 곳을 이야기해서 당황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IT 업체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물론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런 기업들만을 지칭하는 용어이기는 했습니다) 제가 한 해 동안 소개해드릴 곳들은 이 스낵네이션처럼, 소소한 것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입니다. 건강한 스낵을 선별해서 정기 배달해주는 스낵네이션처럼 튼튼하고(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받았고) 재미난 스낵 같은(소소한) 스타트업 소식들을 때가 되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 잠시 찾아 스낵을 먹듯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 화의 테마는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으로 잡아보았는데요.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은 미래학자 스탠리 데이비스(Stanley Davis)가 1987년 저술한 <미래의 완성(Future Perfect)>이라는 저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용어로, 커스터마이제이션에 대량생산을 의미하는 매스(Mass)가 결합된, 즉 개별 고객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뜻합니다.

나만을 위한 맞춤 샴푸, function of beauty

CELEBRATE INDIVIDUALITY

 펑션 오브 뷰티(function of beauty)는 미국에서 2015년 말에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샴푸와 컨디셔너를 커스터마이징해주는 곳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제품인 샴푸와 린스 딱 두 가지만 파는데도, 창업 1년 만에(2017년 기준) 약 130억 원이 넘는 투자에, 1,200억 원이 넘는 회사 가치를 인정받은 곳입니다. 이들은 셀러브레이트 인디비주얼리티(Celebrate individuality)라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드에 어울리는 멋진 브랜드 슬로건이 있는데,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이 슬로건을 잘 보여주는 매력적인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헤어 퀴즈(Hair Quiz)에 응답하라고 제안합니다. 이 퀴즈가 나만의 맞춤 샴푸를 만들기 위한 설문입니다.
 헤어 퀴즈를 풀기 위해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자신의 헤어 상태에 대해 곱슬기는 어느 정도인지, 굵기는 어떤지, 두피는 건조한지 지성인지를 묻습니다. 저는 제 실제 머리 상태대로 약간 곱슬, 가늘고, 보통이라고 답해보았습니다.
 그다음 샴푸에 들어갔으면 하는 기능을 선택합니다. 기능을 하나하나 선택할 때마다 정확히 어떤 기능인지 아래에 설명해주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선택하기 좋았습니다. 설명을 읽으면서 저는 deep condition(고영양) 대신에 fix split ends(머리끝 갈라짐 해결)를, 그러면서도 anti-frizz(부스스함 방지)와 curl definition(컬 살리기)을 동시에 선택해보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왠지 성가셨던 제 머리를 어떻게 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기대감에 정말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직은 미국 내 배송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원하는 색상과 향, 그리고 샴푸 이름을 정할 수 있습니다. 색상은 샴푸 린스 각각 선택할 수 있고, 원치 않는 경우 무염료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향의 종류는 물론 향의 세기까지도 선택할 수 있게 한 세세한 설계가 좋았습니다. 이름을 입력하면 이 샴푸 조합이 저장되어 다음에 똑같이 주문할 수도 있고, 실제 받는 제품에도 이름이 인쇄되어 나옵니다.
  • (출처 : function of beauty 인스타그램 @functionofbeauty)

 1)샴푸 용기와 패키지에 function of beauty가 function of '이름'으로 바뀌어 생산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주문하지 못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홈페이지 제목도 제가 입력한 이름으로 변경되어서 온전한 커스터마이징 브랜드라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1) 출처 : allies fashion alley 블로거
http://alliesfashionalley.com/2017/02/giveaway-function-of-beauty-custom-shampoo/)
 향 네이밍들도 재미있었는데, You칼립투스, 히비스Kiss, Musk해브, Peony테일, feeling Fine애플 등과 같이 어떤 종류의 향인지는 알 것 같으면서도 살짝 위트 있게 비튼 이름들을 볼 수 있습니다. 향을 선택하면 마찬가지로 설명이 아래에 등장하는데, 그냥 문장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림도 아닌 오묘한 수식처럼 생긴 표현으로 향을 설명합니다.
 읽는 것만으로 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영 모르겠기도 한 이 '향의 수식'들을 보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영리하다고 느꼈는데요. 바로 이 스타트업이 MIT 출신 공학자들끼리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스타트업이 매스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던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1)커스터마이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객의 응답을 기준으로 최적의 재료와 양 배합을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 알고리즘을 통해 용기에 담을 재료와 양을 컴퓨터가 알려주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생산 장비도 직접 만들었다고 하네요… (공대의 위엄) 2)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그들은 약 12억 개의 서로 다른 샴푸 조합이 가능하며,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똑같은 샴푸를 생산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1) 출처 : T times 배소진 기자, 'MIT 공학도들이 만들어 히트 친 샴푸'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7063015187782516

2) 2017년 4월 20, <비즈니스 인사이더>
 마지막으로 샴푸와 린스의 용량을 각각 선택하고, 한 번만 받을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받고 싶은지까지 선택하면 나만의 샴푸가 집으로 배송됩니다. 이렇게 만든 샴푸는 무료 배송되며 혹 나에게 효과가 없다고 느껴지면 30일 이내에 재조합을 요청하면 됩니다. 물론 새롭게 보내주는 과정도 모두 무료라고 합니다. 이런 사업 모델에 대해 공동 창업자 자히르 도사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같은 공학도가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매일 샴푸를 쓰지만 기존 뷰티 업계에선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절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했다. 사람에 따라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을지, 어떻게 생산할지를 모두 새로 발명했다"라며, 스스로 공학적 발상의 뷰티 비즈니스임을 설명했습니다.

내 몸에 딱 맞는 셔츠, Blank Label과 Stripes.

Experience the Custom Difference

 두 번째로 소개할 스타트업은 남성 셔츠를 커스터마이징해주는 곳입니다. 남성 슈트는 고급 맞춤 정장 시장이 이미 있어 커스터마이징이라는 것 자체가 색다르게 느껴지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를 새롭게 매스화한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블랭크 라벨(Blank Label)과 국내의 스트라입스(Stripes)가 주인공인데, 둘의 사업 모델은 거의 유사합니다. 남성 슈트는 다른 패션 분야에 비해 맞춤에 대한 니즈가 높은 것도 있지만, 또 비교적 규격화되어 있어 모듈화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스타트업들은 셔츠 디자인 요소와 신체 치수를 각각 모듈화해서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블랭크 라벨의 커스터마이징은 신체 치수는 1/4인치 단위로 직접 입력하고, 칼라와 소매 등 디자인 요소도 직접 선택해 변경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원하면 커스터마이저라는 메뉴를 통해 선택에 따라 바로 달라지는 사진을 직접 보면서 칼라와 포켓 등 부분 원단을 달리하거나 단추도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 Blank Label의 customizer 메뉴.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하나하나 고를 수 있습니다.

 스트라입스도 동일한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좀 더 직관적인 일러스트로 표현해놓았고 디테일을 선택할 때마다 실제 사진과 설명 팝업이 등장합니다. 신체 치수는 스트라입스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고객이 신청하면 스타일리스트가 방문해서 직접 치수를 측정해주고, 이를 기반으로 완전 맞춤형으로 제작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스마트 사이즈라는 온라인 설문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사이즈 분류가 있습니다.
 스마트 사이즈를 찾기 위해 설문을 시작하면 키와 몸무게, 본인이 알고 있는 평소 옷 사이즈와 특정 부분에 불편함은 없었는지 등을 물어봅니다. 몸무게와 체형(배가 나왔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서는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는 협박(?)까지 받고 나면, 기성복 브랜드 사이즈를 기준으로 비교한 특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이즈를 자동으로 입력해줍니다. 부분별로 사이즈를 다양화해서 같은 기존의 기성복 100 사이즈라고 해도 총 18개의 분류가 있고, 통틀어 총 90가지의 셔츠 사이즈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 스트라입스의 스마트 사이즈 예시. 물론 저는 아무렇게나 응답했습니다.

 옷을 생산하는 과정은 재단 공정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한 장 한 장 만드는 시스템이라 이 두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펑션 오브 뷰티처럼 자체 공정을 개발하는 수고로움 없이도 최초 생산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얼핏 대단한 혁신은 없어 보이는 듯한 이 스타트업들도 셔츠를 시작으로 남성복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스트라입스의 경우 2013년 론칭해 2년 뒤인 2015년엔 50억 매출을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아 이제 싱가포르와 홍콩에 지사를 낸 글로벌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매스커스터마이징을 사업 모델로 하는 기업과 브랜드들은 매우 많았습니다. 원하는 초콜릿을 원하는 모양과 토핑으로 만들 수 있는 초콜릿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chocri(https://www.chocri.de/), 앱으로 피부색을 측정해 딱 맞는 파운데이션을 만들어주는 bearMinerals(https://www.bareminerals.com/new/made2fit/), 반지와 목걸이의 요소 하나하나까지 고를 수 있는 주얼리 브랜드 Gemvara(https://www.gemvara.com/), 3D 스캐닝으로 왼발과 오른발 각각 편안하게 맞는 하이힐을 만들어주는 True Gault(https://www.truegault.com/) 등은 한때 '스타트업'이었지만 이미 오랜 시간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거나 큰 기업들에 인수되어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애매해 최종에서 탈락한 후보들입니다.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 under 30 CEO(온라인 미디어)의 맷 윌슨(Matt Wilson)은 첫째 SNS의 발달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커스터마이징 제품의 자발적 바이럴이 일어나기 쉬우며, 둘째 커스터마이징 제품은 주문이 이루어진 후에, 소량으로 생산하는 게 가능해 큰 자본 없이도 시작하기 쉬운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으로써 스낵 스타트업 첫 화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칼럼을 쓰면서 사우분들께 신선한 이야기가 아니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왜 어려운 주제를 잡았을까 후회하기도 했지만, 조금이나마 흥미로운 칼럼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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