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Brandless: 소비재 업계의 가성비 혁신 - AMORE STORIES
#안현진 님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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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Brandless: 소비재 업계의 가성비 혁신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전략팀 안현진 님


1. #하태핫태 #가성비

  • Brandless에서는 어떤 상품이든 $3에 살 수 있다(출처 : 가을동화/야인시대 유튜브 캡쳐)

 '이케아, 샤오미, 에버레인, 달러쉐이브클럽, 다이소, 노브랜드' 등등 세계 각지의 산업 곳곳에서 가성비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1화에서 소개 드렸던 'Beauty Pie'도 철저히 가성비(=Value/Cost) 전략에 기반해 뷰티 산업에 Disruptive Innovation을 가져오고 있는 사례였는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Brandless' 또한 합리적인 가격에 알찬 퀄리티를 무기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싼 가격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었던 친환경/유기농/공정무역 제품들을 그 어떤 상품이든 온라인을 통해 단돈 3달러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투자자들도 저성장 환경 속에서 가성비로 무장한 Brandless에게서 돈 냄새를 맡은 모양인지, 런칭 전부터 Sherpa Capital, Google Ventures 등으로부터 $50m(한화 약 550억 원)의 펀딩이 이루어지는 등 그 열기가 뜨겁다고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2의 Jet.com 혹은 Dollar Shave Club로 주목 받는 온라인 3달러 스토어, Brandless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P&G를 꿈꾸는 Brandless

  • 출처 : Brandless


설립 • July 11, 2017 서비스 런칭, 미국 샌프란시스코&미니애폴리스 기반
• Tina Sharkey(Johnson & Johnson 자회사 CEO 외 다수 경력)와 Ido Leffler(소비재 브랜드 창업 경험)가 창업
사업 모델 • 미션: democratization of goodness.
• 비전: 프리미엄 소비재를 $3라는 단일 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 브랜드('P&G for millennials' 지향)
• 전략: Brand Tax와 중간 거래자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가격 거품을 제거, 양질의 제품을 생산∙온라인 유통
• 취급 품목: 신선 식품을 제외한 가공 식품류 및 생활 용품 등 소비재(CPG)
- Food/Houseware/Beauty/Personal care/Home & Office/Health 카테고리, 약 200여 SKU 취급
주요 특징 • 건강한 가치 소비 및 사회 환원 강조
- non-GMO, 유기농, 공정 무역, 코셔, 글루텐/인공색소/첨가당-free 강조
• 유료 회원제 'B.more' 운영(연회비 $36)
- $48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cf. 일반 회원의 경우, $72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 가입 즉시 10끼 + 1주문당 2끼 기부(Feeding America)(cf. 일반 회원의 경우, 1주문당 1끼 기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7월에 서비스를 갓 런칭한 Brandless는 프리미엄 소비재를 $3에 판매하는 '온라인 그로서리 스토어'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버전의 무인양품, 노브랜드, Trader's Joe 등 많은 비유를 받고 있는데요. Brandless가 직접 지목한 경쟁자는 다름 아닌 National Brand의 전통 강자 'P&G'입니다. 마케팅 사관 학교라고 불리는 P&G에 '밀레니얼 세대는 당신의 브랜드와 마케팅 방식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걸!'이라고 도전장을 내민 것과 다름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현재로서는 경영 목표가 유통보다는 제조에 무게가 실려있는 듯 합니다만, 가격 경쟁력과 콘텐츠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리테일러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면 Whole Foods나 Amazon과의 경쟁 구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온라인 버전의 코스트코를 지향하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단기간에 Amazon의 대항마로 등극한 Jet.com처럼 말이죠.
  • Brandless의 비용 절감 구조(출처 : Brandless)

▲ 핵심 경쟁력 :

 Brandless는 '착한 가성비'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에 투입되는 Brand Tax와 여러 유통 단계를 제거해 타사 대비 평균 40%로 가격을 낮춤으로써 그동안 비싸게 지불해야만 했던 건강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는데요. 대신, 제품의 퀄리티와 사회적 가치라는 프리미엄을 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객이 주문을 할 때마다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식사를 후원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좀 더 가치 있고 착한 소비임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또한, Brandless가 일반 소비재 기업들과 가장 큰 차이는 전통적인 소매 유통 채널이 아닌 온라인 채널만을 통해 직접 소비자와의 접점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창업자 'Tina Sharkey'는 "대다수의 소비재 기업들에게는 소비자와의 관계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고객은 유통 업체들이지, 제품을 구매∙사용하는 소비자가 아니다"라고 꼬집으며, 온라인 only 리테일러로서의 강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객 평점 및 리뷰 게시판이 없는 점은 소비자 접점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직관적인 패키지와 베이직 아이템으로 구성된 상품 포트폴리오(출처 : Brandless)

▲ 상품 포트폴리오 :

 Brandless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직관적인 패키지에도 잘 드러나있는 '단순함'입니다. 정글처럼 모든 것이 다 있는 'Amazon'과 달리, 동일한 가격에 단출한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결정 장애나 가격 비교 등의 피로감 없이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Brandless는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Target'에서 15년 근무 경력을 가진 'Rachael Vegas'의 노하우를 빌립니다. 우선, 더 많은 SKU를 취급할수록 경영상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베이직하고 필수적인 아이템만을 골라 SKU 수를 압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여러 variation보다는 단 하나만으로도 한 카테고리를 풍성하게 해줄 상품만을 결정한 것이죠. 여기에 퀴노아 튀밥이나 고추장 소스처럼 트렌드가 가미된 힙한 아이템과 시즌성 상품들을 일부 시도하여 재미를 주고 있고요. 머지 않아 새로운 가격대가 도입될 예정이며, 향후에는 P&G처럼 취급 카테고리가 생활 용품 전반으로 점차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번들링 기획전(출처 : Brandless)

▲ 프로모션 :

 식품 위주의 소비재를 취급하기 때문에 '1인당 방문 빈도나 구매 횟수'는 일반 이커머스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기본적으로 제품 가격이 낮다 보니 업셀링 프로모션 전략에 기대고 있습니다. <대표 상품 17종>, <뷰티 기본템 8종>, <스무디 DIY 키트>, Z세대를 겨냥한 <개강 맞이 기숙사 필수템 10종> 등과 같이 연관 상품들을 번들링하는 방식으로 기획전을 열고 있습니다. 한편 기본 배송료는 $9인데, 일반 회원의 경우 $72 이상 구매 시, 유료 회원의 경우 $48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면서 업셀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3. 질레트 & 에너자이저의 위기

 최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주역들을 살펴보면, 가격적인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경우가 많은데요. 시장에서의 가격,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성비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죠. 현존하는 가성비 갑(甲) 기업들의 가성비 포뮬러가 공유 경제, 서브스크립션 등의 형태로 조금씩 결을 달리 하고 있지만, 달러샵과 PB(Private Label Brand)도 자주 목격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Nielsen에 의하면 미국 내 $2.2b을 차지하고 있는 PB 시장의 2016년 연성장률은 +4.6%로, +1.1% 성장한 National brand 시장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Whole Foods의 경우, 10년 전엔 8%에 불과했던 PB 상품 매출 비중이 2016년 기준 전체의 15%로 성장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Trader's Joe와 Target, Aldi&Lidl의 경우에도 PB 상품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Dollar Shave Club 커머셜(출처: 유튜브)

  • Gillette와 Dollar Shave Club의 상반된 실적(출처: WSJ)

  • Gillette와 Dollar Shave Club의 온라인 채널 시장 점유율 비교(출처: WSJ)

 소비자들에게는 이 같은 소식이 반갑지만, 매스 마케팅에 의존해왔던 켈로그, 크래프트, 하인즈, 질레트, 에너자이저 등과 같은 National brand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런칭한 'Dollar Shave Club'은 유명 셀러브리티 광고도 없이, 기본 기능에 충실한 Good Enough 제품(도루코 제작)으로 320만 회원을 모으고, 온라인 면도기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재밌는 점은 미국 면도기 시장 1위인 P&G 그룹의 '질레트'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역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2010년 기준 7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질레트는 2015년 59%까지 추락했습니다. 그 와중에 Dollar Shave Club은 5%로 성장하게 되고요. 아무래도 Dollar Shave Club과 Harry's같은 다윗이 골리앗인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온라인 건전지 시장의 90%를 장악한 진격의 AmazonBasics 건전지(출처: Amazon)

 정말 무서운 점은 영향력이 큰 유통업체가 PB를 출시하여 시장을 독점해가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Amazon은 비밀스럽게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AmazonBasics라는 PB 육성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개밥그릇부터 강아지 용변 패드, 짐볼, 폼롤러, USB 케이블, 무선 키보드, 스테플러, 캐리어, 의자, 수건 등을 자체 브랜드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죠. 확연히 눈에 띄는 상품들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이 소비하는 틈새 소모품들이 많습니다. 그 중 베스트셀러인 건전지는 이미 온라인 건전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 온라인 건전지 시장은 전체의 5%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장이지만, 2025년에는 17%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하니, 에너자이저 같은 National brand에겐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인 것이죠. 이와 같은 상황은 비단 건전지에 그치지 않고, 식품/패션/뷰티 등과 같은 카테고리에도 조만간 적용될 것 같습니다. Amazon이 Whole foods를 인수한 데 이어 패션과 뷰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거든요.

4. 우리는 고객에 대해 정말로 알고 있을까?

  • 브랜드 로열티 설문(출처: CBS, McKinsey Research)

 McKinsey의 설문 결과에 의하면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고 언제든지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경향은 국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서 유명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보다는 '다이소, 미니소' 같은 저가형 실속 소비재 샵들이 흥행하고 있으며, 대형 마트와 편의점이 주도하는 PB 시장이 뜨겁습니다. 실제로 '이마트'의 3대 PB 브랜드인 피코크, 노브랜드, 데이즈의 매출은 2013년 3,198억 원에서 2016년 8,480억 원으로 급성장하여 National brand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일단 구조적인 문제가 크겠지만, 어쩌면 수많은 National brand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동안 받아왔던 사랑에 만족한 채, 결국 변해가고 있는 소비자 마음을 잘 몰랐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서 Brandless의 창업자 Tina Sharkey가 꼬집었던 것처럼 대다수의 National brand들이 실제로 소비자가 아닌 유통 업체들을 고객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뿐만 아니라, 회계 매출이 고객 판매 실적을 100% 반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어떤 상품이 얼마나 많이 팔렸고 적게 팔렸는지 만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왜 제품을 사는지 혹은 왜 안 사는지, 무엇이 Fad이고 무엇이 Trend인지 등 소비자에 대해 이해할 줄 아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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