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 '호치민'에 거주하고 있는 Soojin Ánh Mai Park입니다. 여러분, 저에게도 베트남 이름이 생겼습니다! Ánh Mai는 '새벽별'이라는 뜻으로 朴修辰(박수진)의 마지막 '辰(별 진)'을 고려해 이곳 '베트남 삼촌'이 직접 작명해주셨는데, 아주 맘에 듭니다.
Phúc 님네 가족 점심식사 모임에 초대되었던 날
제 이름을 지어준 베트남 삼촌은 이곳에서 처음 만나 제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Phúc 님의 사촌오빠입니다. 사진 속 할아버지 포스를 풍기는 분이죠. 베트남의 가족 구성원 수는 보통 4명에서 많게는 10명 정도로, 도심 외 지역에서 온 분들은 형제·자매가 5~8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의 베트남 친언니 Phúc 님(32세)은 총 8남매 중 막내인데요. Phúc 님의 부모님은 각각 10남매를 두고 계십니다. 그래서 사촌'오빠'가 3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그것도 모르고 저는 베트남 삼촌을 처음 봤을 때 Ông(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실례를 범했습니다(죄송해요, 삼촌 흑흑…).
Phúc 님 집에서 점심식사로 먹은 음식입니다. 먼저 제일 위 사진은 마카로니를 넣은 닭고기 스프인데요. 밥이나 쌀로 만든 국수일 줄 알았는데, 마카로니라니…! 그리고 아래 왼쪽 사진처럼 쌀가루를 쪄낸 전병에 나머지 사진에 보이는 내용물을 함께 싸먹기도 했습니다. 양념장은 우리나라 갈치젓갈에 까나리액을 풀어놓은 맛 같았고, 세번째 사진은 돼지 수육, 네번째 요리는 다슬기를 삶아서 다진 뒤 마늘과 볶은 음식이었습니다. 식사 초대를 받았는데 혹시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못 먹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모든 요리는 맛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밥을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 가족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가족 구성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하고요. 웃음이 넘치는 Phúc 님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니, 저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생활 속의 발견!
호치민 일반 가정집의 부엌 모습입니다. 굉장히 단출하죠? 이곳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고, 더운 날씨 때문에 불을 이용하는 것이 번거로워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식을 즐깁니다. 집에서 요리를 한다고 해도 간단하게 해먹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제가 거주할 집을 찾을 때도 애를 먹었습니다. 원룸의 경우 대부분 부엌대신 가스레인지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고, 부엌이 있다면 집세가 굉장히 비쌌기 때문입니다.
호치민 현지 결혼식에 가다!
다음은 베트남 결혼식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베트남에서는 결혼식 때 웨딩드레스를 입을까요? O? X? 정답은 '▵'입니다! 그 이유는 결혼식이 진행될 때는 베트남의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이후 피로연에서는 '웨딩드레스'를 입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결혼식' 절차(반지 교환, 혼인서약서 낭독 등)들은 모두 낮에 신랑 집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고 합니다. 청첩장을 받고 결혼식을 가면 대부분 저녁 때 진행되는 피로연이며, 친구나 일반 지인들은 이 피로연에서 신랑·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청첩장(좌), 웨딩사진(우) 호치민 상류층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식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방명록
피로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입구에 놓여진 방명록에 이름을 적습니다. 그리고 이 빨간 봉투! 익숙하시죠? 초대받은 사람들은 부주 봉투를 건넵니다. 청첩장과 아오자이(결혼식 때 입는 아오자이는 흰색이 아닌 빨간색이 대부분입니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을 펜과 축의금 봉투까지… 모두 붉은 것을 보면 베트남 사람들도 중국 사람들과 비슷하게 빨간색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피로연장에서 이곳 사람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었던 또한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청첩장에는 분명 피로연 시간이 17:30~19:30로 적혀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하객들은 신부대기실에서 사진 촬영이나 미리 인사하기 위해 식전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피로연에 초대받은 제 현지인 지인은 18시 30분에 도착도 아닌 집에서 출발을 하자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늦을 테니 이 정도면 문제 없을거 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정말 거의 19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피로연장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피로연 종료 예정 시간이었던 19시 30분이 되어서야 식장이 거의 찼고, 더 신기했던 사실은 그제서야 피로연이 시작됐습니다. 이것을 호치민 사람들의 시간에 대한 너그러움과 여유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저는 당시 무지 배가 고파서 기다리기가 힘들었는데 말이죠... 피로연이 시작되자, 모든 조명이 꺼지면서 무대 위엔 반짝이 옷을 입은 남자 3명과 발레 의상을 입은 여자 3명이 등장했습니다. 이 세 커플은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춤으로 선보였는데요. 이처럼 현지 피로연에선 신랑·신부 등장 전 이렇게 발레 공연이 한다고 합니다.
신부와 만난 지 2분만에 같이 찍은 기념 사진
현지 결혼식에 참석했던 외국인으로서 총평을 하자면, 한국에서는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느낌이지만 호치민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했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 받아야 하는 날, 초대 받은 사람들이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야기 나누며 함께 축하해 주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길어야 30분인 식을 끝까지 보지 않고 자리를 뜬 적이 종종 있었던 제 자신을 뒤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축복받는 날엔 '빨간색'이 참 많다는 사실도 느꼈는데요. 빨간색은 '부'를 상징하는 것 외에도, 고결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화장품에 빨간색을 매칭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우리도 이 강렬함의 상징인 빨간색을 이용한 전략들을 세우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2016년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는 올해 8월부터 모집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