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갈루루의 한류와 K-beauty - AMORE STORIES
#2019 도시 혜초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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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갈루루의 한류와 K-beauty


 안녕하세요. 도시 혜초 조윤입니다.
K-beauty와 한류는 항상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특히 브랜드의 초기 정착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품질과 브랜드 파워로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해야겠지만, 브랜드를 인지하고 구매를 고려하게 하는 단계에서는 한류의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칼럼에서는 '벵갈루루의 한류와 K-뷰티'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벵갈루루 거리에서 만난 한류

 벵갈루루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상권은 MG Road와 Brigade Road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교차로에는 큰 규모의 나이키 매장을 비롯해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부분 포진해 있는데요. 스타벅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스타벅스 매장의 바로 옆에는 '일라휘'라는 이름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이 있습니다.

 Korean Designer Brand를 표방하는 일라휘는 2층 규모의 큰 매장을 갖추고 있고 제품 대부분에는 한글 이름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평일 낮에도 많은 인도 현지 고객들로 붐빕니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데다 매장에는 K-pop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와서 글로벌 체인을 갖춘 한국 기업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라휘는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 본사를 둔 '짝퉁 한류' 브랜드입니다. 이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매장을 확대해 왔는데요. 최근 인도 내 한류가 확산되면서 벵갈루루의 핵심 거리 상권에도 진출했습니다.

 일라휘뿐만이 아닙니다. '원조 짝퉁 한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무무소' 또한 MG로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무소는 중국 내에만 1,000개 이상의 매장이 있으며,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에도 매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판에 '.kr'을 넣는 것을 비롯해 매장 내부에서도 Korea를 셀링 포인트로 인테리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Brigade Road에서 서쪽으로 MG Road를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한 이름의 헤어 살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에 오픈한 '강남'이라는 이름의 헤어살롱입니다.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고 평점과 리뷰도 상당히 좋습니다. 이 살롱은 에스테틱도 겸하고 있는데, 건물 2층에 위치한 에스테틱 시설은 강남 설레임피부과에서 운영하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설레임코스메틱과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한국 화장품들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인도 현지 고객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하는 COSRX, 클레어스 등을 비롯해 설레임코스메틱의 제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인도인들이며, 그들은 '강남이 한국의 지명'이라는 것, 그리고 '이 제품들이 한국 제품들'이라는 것을 알고 찾아온다고 합니다. 20~30대의 젊은 중산층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벵갈루루는 거리 곳곳에 한류의 영향이 묻어납니다. 헤어살롱 강남과 같이 한국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뿐 아니라 일라휘나 무무소와 같은 중국 기업의 짝퉁 한류에 이르기까지, 성장하는 K-culture에 대한 우호적 관심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K-뷰티 고관심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무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응답도 있어 놀라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2. K-culture를 좋아하는 이유

 인도는 아시아 대륙의 역사에서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나라입니다. 특히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여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는 물론, 한중일의 동아시아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국의 식민 지배가 있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의 하나였기에 고유한 문화를 오랜 시간 유지해왔고 현재도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그들만의 문화를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그래서인지 파견 전에 읽었던 여러 인도 관련 서적들에서는 인도를 '한류의 영향력이 닿지 못하는 아시아 국가'로 묘사하곤 했습니다. 오히려 '인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지에 와서 만난 인도의 젊은이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영 밀레니얼'들은 달랐습니다. 저는 들어보지도 못한 한국 드라마, K-pop 밴드의 멤버 이름을 줄줄 읊어대고, 대화를 위해 저는 뒤늦게 한국 아이돌을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현지 친구의 소개로 한 유투브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벵갈루루의 한 쇼핑몰에서 플래시몹을 하는 인도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영상은 블랙핑크의 뚜두뚜두에 맞춰 춤을 추는 다섯 명의 소녀들로 시작합니다. 이어 트와이스, 마마무 등의 한국 걸그룹과 BTS, EXO로 이어지는 보이그룹의 K-pop 댄스 음악들이 연이어 나오며 관객석에서 광장 가운데로 사람들이 모이고 마지막에는 약 50~60여 명이 함께 싸이의 뉴페이스를 추며 플래시몹이 마무리됩니다.
 영상을 본 후, K-pop에 빠진 인도의 젊은이들이 궁금해졌습니다. Pop이 아닌 'K'-pop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지, 혹시 K-beauty에도 관심이 있는지… 수소문 끝에 플래시몹을 진행한 벵갈루루의 한류 콘텐츠 동호회 Indhangul의 리더 Raisa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도 동북부에 위치한 Assam 주

 25세의 치대생, Raisa는 인도의 Assam 지역 출신입니다. 우리에겐 Assam Tea로 잘 알려진 지역입니다. 영국에 의해 차 재배지가 된 이곳은 인도의 동북부에 위치하여 중국, 동남아 지역과 인접해 있습니다. 이 지역엔 우리와 유사하게 생긴 몽골계 인도인들도 많고 집에서는 TV를 통해 일상적으로 Arirang TV를 시청한다고 합니다. Raisa 또한 어린 시절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며 자라왔고 자연스럽게 K-pop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O의 팬인 그녀는 대학 진학과 함께 벵갈루루로 온 후 K-pop을 좋아하는 주변 친구들을 모아 3년 전에 Indhangul이라는 한류 콘텐츠 동호회를 조직했고 지금은 벵갈루루에서 300여 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인도의 젊은이들이 K-culture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K-drama와 K-pop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 달랐는데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K-drama는 '비슷해서', K-pop은 '달라서'로 요약됩니다.

 그들이 K-drama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시아 문화 전반에 흐르는 '관계중심주의'입니다. 가족과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는 인도인들의 관계지향적 성향은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갈등 요소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출생의 비밀, 사랑과 우정의 갈등, 사회적 계급을 극복하는 사랑과 같은 주제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인도인들에게도 흥미를 끄는 요소입니다.

 반면 K-pop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소 신선합니다. 바로 '귀여워서'입니다. 한국 아이돌들이 가진 귀여움, 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보이그룹 멤버들이 애교를 하는 모습에 인도의 영 밀레니얼들이 반한다는 것입니다.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인도 남자들이 절대 드러내지 않는 중성적인 매력을 오히려 그들은 좋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K-pop 그룹들의 완성도 높은 음악과 훌륭한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젊은 인도인들 사이에서 K-pop의 인기는 급속히 커지고 있습니다.


#3. K-beauty가 전달되는 과정

 그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K-pop contest현장입니다.
이 행사의 organizer이기도 한 Raisa를 통해 행사장 입구에 부스를 설치하고 K-culture를 사랑하는 인도의 영 밀레니얼들을 만났습니다. 인도한국문화원과 LG전자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K-pop 커버송과 커버댄스 경연 대회입니다. 영상을 통한 1차 예선을 거쳐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 지역 예선을 치르고 최종 결선 진출자들은 한국에 가서 무대를 하게 됩니다. 저희는 남인도 지역 예선이 치뤄지는 벵갈루루의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들에게는 인도에 미진출한 자사 브랜드들의 샘플을 지급했습니다.

 설문과 인터뷰 결과 중에 흥미로웠던 부분은 국내에서는 점유율이 높지 않은 작은 브랜드들 중 인도 현지에서 잘 알려진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클레어스와 COSRX의 인지도가 눈에 띕니다. 앞서 보여드렸던 헤어살롱 강남의 에스테틱샵에서도 이 두 브랜드를 볼 수 있었는데요. COSRX는 COSMOPROF INDIA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인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고객들은 뷰티 유투버를 통해 이 브랜드들을 접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여 사용합니다.

 이 두 브랜드는 많은 비용이 드는 TV광고나 오프라인 매장 운영 등이 없이도 K-culture 관심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도의 발달한 디지털 환경을 이용한 효율적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클레어스를 운영하는 위시컴퍼니는 유투브 채널 위시트렌드 TV를 통해 흥미로운 영문 뷰티 콘텐츠를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로 진행하는 뷰티 유투버를 통한 노출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COSRX는 acne에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피부 트러블에 민감한 인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도의 밀레니얼 고객들은 유투브 채널을 통해 K-beauty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뷰티 유투버들과 그를 통해 알게 된 K-beauty 브랜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외의 다양한 현지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인도의 밀레니얼 고객들이 K-beauty를 인지하고 사용하게 되는 경로는 일반적으로 (1) K-drama, K-pop 등을 통한 Korea에 대한 관심, (2) 뷰티 유투버를 통한 K-beuaty 브랜드 추천, (3) 추천 제품을 온/오프라인 통해 구매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물론 실제 구매 결정을 하는 과정에는 가격, 주변 지인의 사용 경험, 프로모션, 매장 테스트 등 더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됩니다. 또한 재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도 고객 특성에 맞는 제품력이 중요할 것입니다. 다만 제품과 브랜드를 인지하고 고려하는 하는 단계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 요소는 한류와의 연계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장하는 K-culture에 대한 선호와 디지털 채널의 영향력은 아직 많은 미진출 브랜드를 보유한 우리에게 큰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인도의 젊은이들을 만나고 그들이 이니스프리, 라네즈를 말할 때마다 반갑고 고마웠던 때가 많습니다. 성장하는 인도 시장, 꿈틀대는 한류의 힘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다른 브랜드들도 그들과 함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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