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녹차에 항암작용이 있을까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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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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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녹차에 항암작용이 있을까



강호정(姜鎬玎) 교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주요 경력
  • 2007 - 현재 연세대학교 교수
    2013 - 2014 미국 Princeton University 방문교수
    2001 - 2007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조교수, 부교수
    1999 - 2001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박사후 연구원

  • 학력
  • 1986 - 1990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이학사
    1993 - 1995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1995 - 1999 영국 University of Wales, Bangor, Ph.D.

  • 대표 저서
  • 2020 다양성을 엮다, 이음출판사
    2012 와인에 담긴 과학, 사이언스북스




녹차가 비만을 억제한다는 효과는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서 암을 억제하거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가 특히 활발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많은 과학적 연구가 그러하듯 녹차의 항암 효과에 대한 가능성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찰에서 시작됐다. 특히 중국과 일본 남성들의 전립선 암 발생률이 서구인에 비해 훨씬 낮다는 사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녹차를 많이 마신다는 점에 주목해 녹차의 항암 효과 가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남성호르몬 수치의 인종적 차이, 서구의 고지방ᆞ고열량 식단과 같은 문화적 차이도 전립선 암 발생률에 미치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녹차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연구되는 중이다. 사실 수십 년 전에 수행된 ‘역학 연구(Epidemiological studies)’ 결과는 뚜렷한 경향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른 식습관, 생활패턴, 유전적 차이 등이 뒤섞여서 녹차만의 효과를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녹차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또 이러한 연구는 암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과거 생활 습관에 대해 기억하게 해서 조사하는 방법인데, 사람의 기억은 대개 왜곡되기 쉽다. 이런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현재부터 차를 마시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을 장기간에 걸쳐서 비교해야 하는데, 아직 그 자료는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녹차 섭취가 위암을 억제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한국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발표됐다.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대장선종(Colorectal adenomas)을 제거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녹차 추출물을 1년간 섭취하게 했더니 용종이나 대장선종 발생률과 숫자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관찰한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생물학자들의 자세한 실험 결과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암세포나 동물 모델에 녹차 추출물을 가했더니 암 발생 속도를 늦추거나 치유하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녹차의 여러 성분 중 특히 EGC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물질은 암세포 안팎에서 여러 가지 단백질과 결합해 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하고, 나아가 암세포의 파괴를 유도하기도 한다. 또 유해성 산소기를 없애 더 이상 DNA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고, 암세포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녹차 추출물 항암 효과 연구를 살펴보면 발표 논문 147개 중 133개에서 유의미한 항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연구 결과에만 근거해 녹차가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사용한 녹차 추출물은 농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마시는 정도로 치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과학자들은 원하는 결과가 잘 나타나는, 소위 양성(Positive) 결과만 논문에 발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과장해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보건상의 중요성 때문에 녹차 효능에 대한 연구는 더 꾸준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연구에 장애물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형 제약사들은 녹차와 같은 물질에 대한 연구보다는 면역치료제와 같이 특수한 물질에 연구비를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인체를 대상으로 약의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렇게 개발된 약은 비싸게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녹차의 뛰어난 항암효과가 과학적으로 잘 규명되더라도 녹차를 비싼 값의 치료제로 팔기는 어렵지 않을까? 또 일부 과학자는 녹차와 같이 식품에 근거한 치료제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녹차를 즐겨 마시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연구를 선도적으로 수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녹차를 마신다고 암세포를 당장 없애진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몸의 염증을 줄이고 비만을 억제하며, 심혈관계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만 크게 나타나더라도 전체 인구의 암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뚜렷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강호정의 차의 테루아르와 과학’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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