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빠이기 때문에 - AMORE STORIES
#김영수 님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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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빠이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 ERP추진2팀
김영수 님

제 3화 아빠이기 때문에


아직은 낯설기 그지없도다

육아박람회를 핑계로 부부끼리만 외출할 일이 생겼었습니다. 간만의 외출에 들떠서 잔뜩 신나게 꾸미고 드라이브 하는 마음으로 일산까지 단숨에 도착을 했지요. 하지만, 즐거운 기분도 잠시… 여기저기 상담을 받으러 다니면서 한가지 불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직원1 : “아버님~ 이 책은 아기 정서 발달에 좋아요~ 구성을 보시면요~~~~~”
김군 : 아, 네~ (음… 뭔가… 이상한데)
직원2 : “아버님~ 태아보험은 가입하셨나요? 이번 상품은~~~~~~”
김군 : 네네… 알겠습니다... (기분이 조금씩 나빠짐)
직원3 : “아버님~ 이번~~”
김군 : 됐다구요오~! (뒷말은 들리지 않음)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아니 이런 개똥이들이! 이제 30대 중반밖에 안된 창창한 남자(더구나 동안인)에게 아버님이라니~

분노해서 와이프에게 ‘내가 아버님으로 보이냐~ 늙어 보이냐~’ 등등 막 투덜거렸더니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보고 아버님이라 그러는데 왜 ㅋㅋㅋ, 그러고 보니 이제 아저씨로 보이는 것 같네~”
“……아빠=아저씨…인 건가…..”

그날 밤, 참치캔과 분노의 소주를 흡입하던 중 무심코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 곳엔 깔끔하면서도 굉장히 시크하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할 것 같은 30대 도시남자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장 근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추레한 동네 아저씨 같은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이 거울 속 꼴사나운 놈은 누구지? 저건 내가 아닌데?’
김군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리고 아빠가 되면서 어느 샌가 나의 주위에 스며든 아저씨의 모습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아빠의 자동차

김군은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무지 좋아했습니다. 당연히 커서 갖고 싶었던 차도 늘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물론 머리 속에만…) 그러던 김군에게 차를 바꿀 기회가 왔습니다. 아내가 임신을 했을 무렵, 제 차가 슬슬 멈추기 시작하더군요. 이 위험한 차에 아이를 태울 수 없으니 차를 바꾸자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참고: 사고 싶은 걸, 먹고 싶은 걸 얘기 할 때는 아이를 파는 게 최고)

아내에게 제출한 자동차 원츄 리스트

차종 고성능 해치백 머슬 컨버터블 작지만 강한
사진
나의
선호도
최상
선정
기준
남자의 로망, 가성비 최고! 뚜껑 열리는 거 한번 타봐야지? 예쁘고, 빠른데, 연비도 좋아 *_*
아내
판결
사지마 정신차려 미쳤구나
사유 1. 유모차 탑재 시 트렁크 꽉 참 1. 유모차 탑재 시 트렁크 꽉 참 1. 유모차, 카시트 들어가긴 하니?
2. 뒷좌석이 좁음. 승차감도 딱딱 2. 난 뒤에 어떻게 타라고? 2. 니 몸뚱이는 들어가니?
3. 차에 사람하고 유모차만 싣니? 3. 내가 뚜껑 열리는 거 볼래? 3. 근데 비싸기까지 하네?
(솔직히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그냥 갖고 싶은 차를 넣어놓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꼭 갖고 싶었던 차를 사겠다고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적금통장까지 내보였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모든 아빠들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차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역은 아빠들의 종착역 SUV, SUV 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냥 SUV는 다 비슷하게 생김)

2-door 차를 타고, 빠른 스피드에 날카로운 코너링을 구사하려던 한 남자의 로망은… 결국 돼지 같은 SUV에 사람만한 카시트와 유모차를 싣고 다니는 아저씨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래도 MINI는 갖고 싶었다



(레고지만… 이거 나름 구하기 힘들었음)


아빠의 패션

요새 같은 간절기에는 겉옷을 하나, 둘 걸치게 됩니다. 저처럼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 입어도 전혀 멋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멋부리기 좋은 계절이지요. 평소에 제가 좋아했던 옷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지남의 아이템



(이 정도는 입어야 가을남자, 물론 김군의 얼굴과 몸은 얘들과 매우 다르다)

하지만, 김군은 아빠가 된 이후로 이런 옷들을 더 이상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안고 있으면 가슴에 얼굴을 마구 비벼대는 이상한 버릇 때문입니다.


크아아... 비빈다~


(……대체 이건 애교일까, 내 옷에 뭘 닦는 걸까)

이 요상한 버릇 때문에, 지퍼가 있거나 재질이 까실까실한 옷들은 착용이 불가합니다. 결국… 선택은 ‘100% 면티’. 거기에다 다음과 같은 추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조건 사유
옷 앞면에 프린트가 되어있으면 안 된다 프린트를 구성하는 재질 때문에 상처가 나거나, 형광물질을 입으로 빨 수 있음
옅은 색 계열 옷은 입으면 안 된다 침이나 토한 얼룩을 예쁘게 보는 사람은 아내뿐

(비웃고 있는가? 어린 아이를 둔 아빠라면, 이 옷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김군도 출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저런 티셔츠를 걸친 채 외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멋을 포기한 남자… 진정한 아저씨의 모습일 수밖에 없겠죠.



아빠의 취미

김군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게임 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한때는 WOW에서 ‘던전’ 좀 돌던 흑마법사였으며, 요새는 LOL을 틈틈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새벽을 불사른 후, 하얗게 재가 되어 잠드는 기쁨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지요.

참고
WOW(World of Warcraft)란?
- 2000년대 대표적인 MMORPG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줄임말)로 현재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의 선구자 역할을 했음

LOL(League of Legend)이란?
- 줄여서 ‘롤’이라고 부름. RTS(Real time strategy)라는 장르답게 5:5 파티끼리 실시간으로 파티를 맺어 전략과 전술로 상대를 이기는 게임. 요새 애들 사이에서 롤 모르면 완전 무시당하므로 꼭 알고 있을 것(과거 ‘스타크래프트’ 이상으로 인기몰이 중)

차도, 옷도 마음대로 못하는 김군은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 아이가 잠들기를… 그리고 드디어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5:5 총력전이 펼쳐지려는 찰나, 흡사 내가 게임하고 있다는 걸 안다는 듯이 아이가 잠에서 깨어 울기 시작합니다.


“응애~~응애~~~”


한 순간 펼쳐지는 인생극장!(‘빠밤빠 빠밤빠 빠밤빠 빰빠바바’ 이 음악이 귓가에 맴돌았다면 이미 아저씨?) 김군은 고뇌의 순간에 빠지게 됩니다. 선택은 2가지...

선택 기회비용
게임에 승리해 전장의 영웅이 된다 아내한테 욕을 먹고 소파에서 잔다
아이를 달래러 가는 자상한 아빠가 된다 팀원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욕설을 듣게 된다

이전에는 과감히 소파에서 자는걸 선택했으나, 요새는 날씨가 추워졌으므로 자상한 아빠를 선택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왜 새벽까지 안자고 게임을 하냐”, “철 좀 들어라” 등등… 아내의 잔소리… 결국 뭘 해도 본전도 못 찾는다는 걸 깨달은 이후, 요새 김군은 남자의 로망인 게이머의 꿈을 접고 새로운 취미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취미를 바꾸는 중


(재밌긴 한데 돈이 든다. 그것도 많이 ㅠ_ㅠ
아… 근데.. 나중에 애가 이걸 던지면 어쩌지???)

참! 팀원들에게 잊지 못할 욕설은 듣고 가야지



(가려진 건 다 욕... 살면서 들을 욕의 절반은 들은 것 같다)


아저씨, 정녕 피할 수 없는 건가?

Facebook 같은 곳을 보면 잘생긴 유럽남자가 아이와 커플룩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초보아빠들은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막대한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분들이라면 이런 얘기에서 열외겠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커서 케어에 대한 부담이 적어질 때 까지는 거대한 암흑기를 거쳐야 하는 것이 평범한 아빠들의 숙명입니다.


이런 사진…


(이건 아이가 좀 커서, 혼자 먹고, 자고, 걷고, 뛰고, 침도 안 흘릴 때쯤에 할 수 있다)

그리고, AP의 초보 아빠분들은 꼭 이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엄마, 아빠, 애기 세 가족이 누군가를 만날 때 남편이 좀 추레하지만 엄마와 애기가 잘 꾸미고 나온다면 자상한 남편을 둔 화목한 집안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남편이 잔뜩 멋을 내고 엄마와 애기가 추레하게 나온다면 철없는 남편을 둔 불쌍한 집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제 김군도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아빠스러운 아저씨가 되어 갈수록, 나의 아이가 좀 더 편하고 예쁘게 자랄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고 나의 아내가 좀 더 편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니,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라고 말이죠...

(사실, ‘이미 매인 몸… 뭐 꾸며봐야 별로 보여줄 데도 없잖아~’라고 생각한 것은 비밀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그래도 아직 게임엔 미련이 남았음       

(설마 지금은 안 일어나겠지…)         

비하인드 of the 비하인드 스토리
          헉!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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