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된 셰프, ‘효뜨’,’꺼거’,’키보’의 남준영 셰프를 만나다. - AMORE STORIES
#한강대로 100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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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된 셰프, '효뜨','꺼거','키보'의 남준영 셰프를 만나다.

베트남 비스트로 ‘효뜨’부터 쌀국수 음식점 ‘남박’, 홍콩식 볶음요리 전문점 ‘꺼거’, 일식 스탠딩 바 ‘키보’, 베트남 프랜차이즈 ‘굿손’, 퓨전 한식 와인바 ‘사랑이 뭐길래’까지. 요즘 ‘용리단길 핫플레이스’ 하면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음식점이다. 이 음식점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픈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점과 이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 바로, 셰프 남준영이다. 부유한 청년 셰프일까? 풍부한 연륜을 가진 나이 지긋한 사업가일까? 베일에 싸인 이 남자를 최근 오픈한 ‘사랑이 뭐길래’에서  뉴스스퀘어가 만났다.




▲ 신용산 ‘사랑이 뭐길래’에서 남준영 셰프 ⓒgoldenimageshouse



#1 꾸준히 해오던 것들을 했더니 ‘브랜딩’이 됐어요


신용산에만 브랜드를 여섯 개나 가지고 있어요.
오픈하는 식당마다 성공하고 있고요.
어떻게 이 길에 들어서게 됐나요?


원래는 공무원을 하려고 행정학과에 진학했어요. 1년 정도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에 갔다 와서 23살에 복학을 하지 않고 바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공무원이 된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호주에서 처음 일한 식당이 시드니 타워 1층에 있는 중식당이었어요. 그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식당을 여러 개 운영하셨는데, 마침 아시아 식당을 새로 오픈해서 그쪽으로 옮겨서 일하게 됐죠. 그때부터 아시아 음식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언젠가는 나도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동남아 음식점에서 일을 했어요. 그때 좋은 계기를 만났는데, 신세계 아카데미 쿠킹 클래스에서 동남아 요리 강사를 맡게 된 거예요. 당시 또래 셰프들은 대부분 양식을 선호해서, 동남아 음식을 하는 셰프가 흔치 않았거든요. 수업을 맡으면서 음식 연구에 더욱 집중했고, 셰프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죠.


▲ 쿠킹 클래스 강의를 하고 있는 남준영 셰프 ⓒ남준영



그렇게 셰프의 길을 걷다가 2019년 ‘효뜨’를 창업을 하셨죠.
왜 신용산이었나요?


효뜨를 오픈할 당시에는 신용산의 상권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였어요. ‘용리단길’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었을 때였죠. 그런데도 저는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큰 회사들이 많은 이곳이 매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지역이 인기가 많아져서 상권이 발달한다고 해도, 그 흐름이 쉽게 꺼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직장인들은 한두 끼 식사는 꼭 회사가 있는 곳에서 해결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저도 오래 할 수 있는 식당을 찾고 있었으니 딱 맞아떨어졌죠. 그래서 직장인 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용산과 나름 인연도 깊어요. 용산에 산 적도 있고, 오래 일한 첫 직장도 용산이었어요. 신혼집도 용산이고 제가 또 용띠고요(웃음).


▲ 남준영 셰프의 첫 식당 '효뜨' ⓒ남준영



신용산과 인연을 맺은지도 3년이 넘어가는데요,
나만 알고 싶은 신용산의 명소가 있나요?


‘옛집국수’라는 30년 전통의 국숫집이 있어요. 보통 아침 일찍 업무를 시작하고, 미팅이 많으면 점심을 못 먹을 때도 많거든요. 그래서 아침 일찍 끼니를 해결하는 편인데, ‘옛집국수’는 아침 7시부터 문을 열어요. 할머니가 국수를 만드시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특별한 맛이 아닌데도 굉장히 위로를 받는 맛. 그래서 자주 찾게 되는 곳 이에요.

’사랑이 뭐길래’가 있는 태성빌딩 1층의 ‘밀크+허니’도 좋아해요.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야외 벤치에 앉아서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요,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모레퍼시픽 뷰가 정말 멋지거든요. 아침에 햇빛을 맞으며 명상 하듯이 그곳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해요.




‘효뜨’ 이후, 다양한 컨셉의 브랜드를 런칭했고
모두 오픈과 동시에 굉장한 반응을 얻었어요.
‘나 소질 있는 것 같아’라고 처음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질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언젠가 내 식당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 건, 세 번째 브랜드 ‘꺼거’를 오픈할 때였어요. 주변에서 저를 ‘브랜딩 잘하는 기획자’라고 부르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브랜딩’이 뭔지도 몰랐고, ‘기획자’라는 말도 생소했는데 말이죠. 처음부터 치밀하게 브랜딩하고 계획해서 만든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원래 하던 것들을 계속했을 뿐이에요. 식당을 내기 전부터 셰프로 일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를 만들고, 불편 사항이 생기면 해결해왔던 것들은 모두 원래 하던 것들이었거든요. 그런 반복적인 일들이 모여 ‘효뜨’가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그후 내가 한 것들을 돌아보며 기획과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되었고요.




#2 지친 직장인들에겐 온전한 쌀국수 한 그릇이 필요해요


브랜드마다 색깔이 다르다 보니,
직장인들에게 맞춤형 식당 추천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번아웃이 온 직장인에게 추천해 줄 만한 식당이 있나요?


번아웃 온 직장인에겐 ‘남박’을 추천해요. ‘남박’은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조용한 베트남식 쌀국수집이에요. ‘끼니’는 우리 삶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잖아요. 힘들거나 상처받았을 때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밥 먹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기운 없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밥 먹고 힘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삶이 너무 바쁘다 보니 그 시간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남박’은 그런 분들을 위한 곳이에요. 누구나 혼자 와서 쌀국수 한 그릇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즐기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공간이죠. 그래서인지 ‘남박’에는 혼밥하는 손님이 많아요. 이곳에서 번아웃이 온 직장인들이 오롯이 음식에만 집중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 쌀국수 전문점 '남박' ⓒ남준영





실연 당한 직장인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실연당한 분들은 ‘사랑이 뭐길래(SAD CLUB)’로 오시면 돼요. 이곳의 부제가 ‘슬픔 치료소’거든요.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신청곡을 적어서 신청할 수 있는데요, 슬픈 노래만 신청할 수 있어요. 우리가 실연 당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오히려 더 슬픈 노래를 찾아 듣게 되잖아요. 그 이유가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구나’하는 위로와 공감을 받으며 마음이 치유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연 당한 분들은 ‘사랑이 뭐길래’에 와서 펑펑 울고, 슬픈 노래 들으면서 위로받으세요.


▲ 최근 오픈한 퓨전 한식 와인바 '사랑이 뭐길래' ⓒ남준영





반대로, 사랑에 빠진 직장인은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겐 ‘꺼거’를 추천해요. ‘꺼거’는 홍콩 스타일의 음식점인데요. 마치 홍콩 골목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술은 백주를 추천해요. 중국 음식이 자극적인 편이라 향이 독특한 백주를 곁들이면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죠. 너무 차분한 이태리 음식점보다는 ‘꺼거’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고량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 내부 분위기가 몽환적인 홍콩식 음식점 '꺼거' ⓒ남준영





마지막으로, 퇴사 충동이 들 정도로
힘든 하루를 보낸 직장인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키보’로 가야죠. ‘키보’는 일식 스탠딩 바인데요, ‘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곳이거든요. 그래서 ‘키보’에 가면 공사장 노동자가 맥주잔을 들고 있는 그림의 입간판이 있어요. 스탠딩 바 문화에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일본의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 가볍게 술을 한잔 즐기는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자연스럽게 용산의 직장인들을 떠올렸죠. ‘직장인들이 스트레스 받고 가장 위로받을 때가 언제일까?’, ‘나는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를 생각해 보니, 거창한 게 아니더라고요. 퇴근해서 맛있는 안주에 생맥주 한 잔을 마실 때였어요. 그래서 힘들고 지친 날, 퇴근하는 길에 잠깐 들러서 술 한 잔하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희망’이라는 뜻의 ‘키보’라고 이름 지었어요. 뭐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 딱 한 잔이 부족할 때, 일식 스탠딩 바 '키보' ⓒ남준영





#3 인생은 항상 슬프고 행복하다


여섯 개의 브랜드를 관리하려면 정신없이 바쁠 것 같아요.
일상을 건강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꼭 지키는 루틴이 있나요?


제가 이걸로 주변에서 꽤 유명하기도 한데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요. 브랜드의 기획부터 설계, 메뉴 개발, 가구와 집기를 사는 것까지 모두 관여하다 보니 고민해야 할 것도, 판단해야 할 것도 많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오후 세 시 이후에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든요. 세 시 이후에는 좋은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죠. 그래서 세 시 이후에는 이미 몸에 익은 일들과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깊이 고민해야 할 일들은 새벽 다섯 시부터 오전 열 시 사이에 하려고 노력해요.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 꼭 지키는 루틴이죠.




‘효뜨’ 오픈 후 계속 성공 가도를 달린 셰프님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지금도 계속 있고요. 때때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고, 잠만 자고 싶은 시기가 찾아와요. 요즘 요식업이 정말 힘들거든요. 재료비는 오르고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요. 예전에는 '욜로’를 멋있다고 했잖아요. 저는 요즘 '견뎌내는’ 사람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번아웃이 오거나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옳은 판단을 할 수 없잖아요. 그때 제자리를 지키며 견뎌내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떻게 ‘견뎌’내시나요?


저는 작은 성공들을 많이 경험했어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목표를 세우고 이뤄내면 ‘성공’이잖아요. 그런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이것도 지나갈 것이고, 이것으로 인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하는 믿음이요. 또 제가 늘 외우는 주문이 있는데, ‘인생은 항상 슬프고 행복하다’예요. 돌아보면 인생에는 늘 슬픈 일과 행복한 일이 동반됐거든요. 그런 믿음을 되새기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책도 많이 읽어요. 남들에 비해 맷집이 센 편이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에요. 다만, 생각을 빨리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책이에요.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책을 다 읽어요. 이건 저의 작은 자랑거리기도 한데요, 군 생활하며 260권 정도의 책을 읽었어요. 군 복무 기간이 97주였으니까 일주일에 두 권 이상은 읽은 셈이죠. 행정병이기도 했고, 학창 시절에 운동부여서 공부에 대한 미련이 있었거든요. 군대에서 책을 읽은 습관이 남아 있어서인지, 슬럼프를 겪을 땐 책을 찾게 돼요.


▲ 남준영 셰프의 책장 ⓒ남준영





슬럼프를 겪을 때 읽으면 좋은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추천해요. 총 세 번 읽었는데요, 세 번째 읽을 때는 사업을 하며 겪은 어려움과 고민의 해답이 그 안에서 보이더라고요. 인생뿐 아니라 사업의 지혜도 얻을 수 있는 책이에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신다면서 피부가 굉장히 좋으시네요.
특별한 피부 관리법이 있는지?


라네즈의 오랜 팬이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쭉 라네즈를 쓰고 있어요. 피부가 건성이고, 어릴 땐 아토피도 있었는데 친구에게 라네즈를 추천받았어요. 거의 15년 동안 이 제품만 쓰고 있어요. 피부가 원래 밝은 톤이고, 뾰루지가 잘 안 나는 편이라 따로 크게 관리하는 건 없어요. 술 마시고 세수도 안 하고 잘 때도 있어요. 꾸준히 라네즈 하나만 썼어요.


▲ 남준영 셰프가 실제 사용하는 라네즈 제품 ⓒ남준영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식당을 하고 싶다고 한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할아버지가 된 나를 상상해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그때도 계속 사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제 상황이 변할수록 저의 시야도 달라지더라고요. 아빠가 되고 나서 아이들과 갈 수 있는 식당이 많이 없다는 것이 보이고, 가족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진 것처럼요. 할아버지가 돼도 여전히 꿈을 꾸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지 않을까요?


▲ 신용산 ‘사랑이 뭐길래’에서 남준영 셰프 ⓒgoldenimageshouse





희뿌연 미래의 불안함을 안고 무작정 호주로 떠난 청년이 신용산을 대표하는 셰프가 되기까지, 남준영 셰프는 모든 것이 신용산의 직장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식당을 기획할 때면 자연스럽게 이곳의 직장인들을 떠올린다는 그가 선보일 일곱 번째 브랜드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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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혜원
사진 goldenimageshouse
디자인 DD

전체 인터뷰,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뉴스스퀘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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