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머금은 브런치 카페 ‘어프로치’, 린다 리 대표를 만나다 - AMORE STORIES
#한강대로 100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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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머금은 브런치 카페 '어프로치', 린다 리 대표를 만나다

신용산 골목에 자리한 오래된 2층 주택.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풀 내음 가득한 초록빛 정원이 펼쳐진다. 바로, 영국식 브런치 카페 ‘어프로치’. 영국 런던 현지의 감성과 브런치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어프로치’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오로지 아모레퍼시픽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어프로치’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생 여정을 뉴스스퀘어가 린다 리 대표에게 들어봤다.




▲ 신용산 ‘어프로치’에서 린다 리 대표 ⓒgoldenimageshouse



#1 한식으로 유럽을 사로잡다


파리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요식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파리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어요.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해서인지 조직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 결국 퇴사를 했죠. 그러다가 당시 영국에 살던 남편과 결혼을 하며 런던으로 가게 됐어요. 하지만 IMF 이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지인이 고깃집을 열었다고 해서 가보게 됐는데, 그때 눈이 뜨였어요. ‘이런 고깃집을 요즘 감성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거든요. 젊을 때라서 패기가 있었어요. 무작정 해보기로 했어요. 고기 잡는 법부터 고기 숙성하는 법, 김치 담그는 법 모두 맨땅에 헤딩하듯이 익혔죠. 그렇게 와인 숙성 삼겹살집을 연 것이 제 F&B 커리어의 시작이에요.




반응은 어땠나요?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어요. 자리가 없어서 난리였죠.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사업을 키워보자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당시 제가 스물아홉살이었는데,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많이 없으니 그런 제안들이 두려워서 다 거절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학로에 가게 됐는데,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여기에 카페를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 직감을 믿고 카페를 오픈했는데, 또 한번 ‘대박’이 났어요.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장사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거죠.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해 보고 싶어졌어요. ‘해외에서 한식집을 해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렇게 런던으로 건너갔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런던의 ‘코바’예요.


맞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난관이 있었어요. 한국과는 달리 런던에서는 쉽게 식당을 열지 못하거든요. 각 구역에 할당된 식당 라이선스가 있는데, 누군가 저에게 라이선스를 넘겨줘야 식당을 열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라이선스를 구하지 못해 하루 이틀 오픈이 미뤄지고 일 년이 지나게 되었어요. 자본금으로 가져간 돈은 식당을 열 때 써야 하니 그대로 남겨두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도시락 장사도 해보고, 지금의 우버 같은 미니캡 드라이버로도 일했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드디어 라이선스가 있는 식당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2005년, 드디어 ‘코바(KOBA)’를 열었죠. ‘코바’는 고급 한국식 바비큐 식당이에요. 브랜드부터 메뉴 구성, 플레이팅 하나까지 모두 다 관여했어요. 오픈한지 4개월 만에 런던 10대 레스토랑에 뽑히며 급부상했어요. 늘 예약이 꽉 차있었고, 웨이팅도 길어서 그야말로 문전성시였죠.


▲ 런던의 코리안 바비큐 레스토랑 ‘코바’ ⓒ린다 리



그 후엔 ‘온더밥(On The Bob)’을 런칭하셨어요. ‘코바’와 ‘온더밥’은 어떻게 다른가요?


‘온더밥’은 ‘코바’보다 캐주얼한 한식당이에요. 코리안 스트릿 푸드, 그러니까 분식을 파는 식당이죠. 저는 늘 분식집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한국 사람들이 매일 고기를 구워 먹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떡볶이나 덮밥 같은 분식류를 더 자주 먹죠. ‘코바’는 특별한 날에 가는 곳, ‘온더밥’은 언제라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했어요. ‘온더밥’ 역시 ‘코바’만큼이나 반응이 뜨거웠어요. 금방 런던에 5개 지점을 냈고, 지금은 파리까지 지점을 확장했어요.


▲ 코리안 스트릿 푸드 레스토랑 ‘온더밥’ ⓒ린다 리





#2 신용산의 리젠트파크, ‘어프로치’를 만들다


해외에서 한식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걷다가, 한국에는 영국식 브런치 ‘어프로치’를 열었습니다.
영국식 브런치를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한국에 식당을 내야지’ 하고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한창 코로나가 극심할 때 몸이 안 좋아져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우연히 신용산을 걷게 됐는데, 이 동네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곳에 영국식 브런치 카페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한식은 이미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일을 하다 보면 코로나가 끝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게 된 것이 ‘어프로치’예요. 이곳은 원래 오래된 가정집이었는데, 이곳을 보자마자 영국의 리젠트 파크를 떠올렸어요. 크림색과 보라색 꽃이 어우러진 영국식 가든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6개월 동안 공사를 했어요.


▲ ‘어프로치’ 공사 당시 ⓒ린다 리



이곳에 영국식 브런치 카페를 연 또 하나의 이유는 아모레퍼시픽이었어요. 파리 유학 시절 당시, 리리코스 런칭을 지켜 볼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엔 ‘태평양’이었죠. 그래서 아모레퍼시픽은 제게 굉장히 친숙하고 애정 있는 브랜드예요.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가까우니, 직원들이 이곳에서 오전에는 커피를 한잔하고 점심에는 브런치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끔 일이 안 될 때는 나와서 리프레시 하는 시간도 갖고요. 아모레만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전국에서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죠. 너무 감사하면서도 웨이팅이 길어서 아모레 직원들이 많이 못 오면 어떡하나 걱정한 적도 있어요.


▲ 영국 감성이 살아있는 ‘어프로치’ ⓒ린다 리



‘어프로치’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신용산 브런치의 대명사가 되었는데요,
성공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 브런치를 먹으면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어요. 진짜 영국식 브런치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 사람이 국밥집에 가는 것처럼, 영국에서 브런치는 생활의 일부거든요. ‘어프로치’의 헤드 셰프인 이수형 셰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민했어요. 이수형 셰프는 스페인과 싱가포르, 호주에서 경력을 쌓은 셰프예요. 파인 다이닝부터 캐주얼 레스토랑을 모두 경험해 연륜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죠. 둘이 머리를 맞대고 외국의 재료와 한국의 재료가 맛이 다른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는 무엇으로 대체할지, 한국은 외국에 비해 식자재 가격이 비싼데 어떻게 수지를 맞추면서 영국식 브런치 본연의 느낌을 낼지 치열하게 논의했어요.


‘어프로치’에서 꼭 먹어야 하는 메뉴를 하나 뽑는다면 무엇인가요?


단연 ‘샥슈카’예요. 런던에서 매일 아침 샥슈카를 먹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이수형 셰프에게 샥슈카는 꼭 메뉴에 넣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이수형 셰프가 제가 먹은 어떤 샥슈카보다도 훨씬 맛있게 만들어냈죠. 아니나 다를까, 손님들에게도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어프로치’에 오시면 삭슈카를 꼭 드셔보세요.


▲ ‘어프로치’의 대표 메뉴 ‘샥슈카’와 영국식 브런치 ⓒ린다 리





#3 디테일을 타협하지 않는 브랜딩의 힘


브랜딩을 할 때 꼭 지키는 철칙이 있나요?


브랜딩을 할 때 저의 좌우명은 ‘스스로에게 부끄럽게 하지 말자’는 거예요. 저희 직원들이 독립해서 창업을 할 때도 저는 꼭 이렇게 말해요. ‘3평짜리 호떡집을 해도 완성도 있게, 디테일 있게 하라’고요. 외국에 있는 한식당에 가면, 가격은 비싼데 맛이나 서비스에 실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아무리 작은 식당이라도 그 식당이 한국을,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를 대변하는 이미지로 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코바’를 열 때 누가 봐도, 누구를 데려와도 부끄럽지 않은 식당으로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식당이니 더욱 디테일에 신경 썼죠.


‘디테일’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어프로치’의 경우, 그릇부터 식기, 담요부터 컵 받침까지 모두 직접 제작했어요. 그릇은 세라믹 공방에서 직접 제작했는데 음식을 담았을 때의 느낌, 던졌을 때의 강도, 가장자리 두께, 직원들이 힘들지 않을 정도의 무게를 다 고려했어요. 테이블 역시 수치를 하나하나 계산해서 제작했죠. 가끔 테이블이 너무 작다는 의견을 듣는데, 유럽에서는 테이블을 작게 쓰거든요. 음식으로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요. 음식은 유럽식인데, 큼지막한 테이블을 놓으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감성까지 완벽하게 유럽식으로 연출하고 싶었거든요. 디테일을 타협하지 않는 것이 곧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 ‘어프로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 ⓒ린다 리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식당에 가보면 유독 섬세한 디테일이 느껴지는 곳들이 있어요. 작은 물건의 위치 하나까지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지죠. 요즘은 워낙 잘하는 식당이 많으니, 디테일에서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해요. F&B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아요. 잘하는 식당을 교과서처럼 보고 배우는 것이죠. 그래서 직원들이랑 회의를 할 때도 우리 식당이 아닌, 다른 식당에 가서 해요. 내가 만든 공간에만 있으면 거기서 시야가 멈추는데, 다른 곳에 가면 시야가 확장되거든요.




#4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


3개국을 돌며 매장을 관리하고 또 다른 기획을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드실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10년에 한 번씩 크게 아픈 시기가 있었어요. 2009년, ‘코바’가 한창 잘 될 때 처음으로 크게 아팠어요. 생존율 30%의 난치병이라고 했죠. 그야말로 ‘죽을 병’에 걸리면, 치료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항암 치료를 끝내고 런던에 돌아갔을 때 너무 기뻤어요. 이제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내일 죽어도 일을 하다 죽어야지’ 하고 다짐했어요. 10년 뒤, ‘어프로치’를 만들 때도 같은 상황이었고요. 아플 때마다 제가 한 유일한 생각은 ‘더 열심히 일해야지’였어요. 어쩌면 그게 저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대표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저의 행복은 ‘일’인 것 같아요. 몸이 아팠을 때, 코로나로 인해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느꼈어요.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거구나.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죠. 하지만 ‘내년에는 뭘 할까?’ ‘내후년에는 뭐 하지?’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도 제 머릿속에는 아이디어가 줄줄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한식을 소개하고 싶어요. 일식은 고급 스시바부터 테판야끼, 오마카세, 타코야끼, 퓨전 음식까지 굉장히 폭넓은 카테고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 음식’ 하면 비빔밥이나 불고기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새롭고 신선하게 한식을 소개할 수 없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먼 미래에는, 파리에 크지 않은 부티크 호텔을 만들고 싶어요. 아침에 정갈한 한국 반상이 나오는 호텔이요. 실력 있는 한국의 셰프들과 협업을 하며 우리 음식을 소개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 신용산 ‘어프로치’의 이수형 셰프와 린다 리 대표 ⓒgoldenimageshouse





한 끗이 다른 감각으로 유럽과 한국을 사로잡은 린다 리 대표. 그 디테일의 힘이 어떻게 더 큰 세계로 확장될지 궁금하다.




인터뷰 신혜원 / 사진 금상관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전체 인터뷰,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뉴스스퀘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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