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인도 시장을 선점하라. - AMORE STORIES
#2017 도시 혜초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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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인도 시장을 선점하라.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메이크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그 립스틱 어디 꺼야?"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일 겁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진한 아이라인 외에는 메이크업을 한 여성을 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장소에서든지 파우치를 꺼내 가볍게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말이지요. 친구들과 식사 후 잠시 립메이크업을 수정하며 서로의 화장품을 구경하는 일상도 여기 인도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입니다. 5월부터 시작되는 40도가 넘는 폭염과 몬순기의 폭우와 습기를 겪으면서 왜 이곳 여성들이 메이크업을 일상이 아닌 이벤트로 여기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되긴 했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 인도 학생들 사이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 섞여 공부하고 있는 영국 문화원에서 한 여학생이 저를 쪼르르 쫓아왔습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 한 마디.

"혹시 그 립스틱 어디 꺼야? 눈에는 뭐 바른 거야?"
  • 인도 여학생이 궁금해한 제품과 'Nykaa(나이카)' 검색 화면(좌) /
    아이섀도우는 아직 인도에 런칭되지 않아 아쉬워했습니다.(우)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저는 즉각 "Korean Brand! innisfree!"를 외쳤고, 그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어플리케이션을 하나 켜더니 저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검색 창에 브랜드와 제품명을 입력해 달라면서 말이죠. 그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은 'Nykaa(나이카)'였습니다. 인도 친구들에게 화장품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구글보다는 여기서 제품을 검색해서 정보와 리뷰를 보고, 할인 프로모션이 뜰 때마다 구입한다면서요.
  • 인도의 모바일 사용자수는 곧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7년 현재 인도의 모바일 서비스 사용자 수는 10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처럼 큰 시장의 잠재력만큼이나 많은 스타트업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배달 서비스, 공유 경제, 헬스케어 등 미국/중국/한국에서 유명한 비즈니스 모델은 인도에서도 이미 유사한 스타트업들을 다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인도의 뷰티 스타트업에 대해서 '버티컬 이커머스(Vertical E-Commerce)', '온디맨드 플랫폼(On-demand Platform)', '뉴 미디어(New Media)', 뉴 트래디셔널(New Traditional) – 이렇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알려드리겠습니다.

① 버티컬 이커머스(Vertical E-Commerce)

 고객이 선택하기 쉽도록 H&B 관련 상품만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독보적인 대표 주자는 서두에 언급했던 Nykaa인데요. 이니스프리도 메인 배너 노출을 통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스크팩 프로모션을 보고 이니스프리 제품을 처음 구입했다는 고객들을 상당수 만날 수 있었습니다.

 Nykaa는 인도 벵갈지방 언어로 '배우', '각광받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25년간 투자 은행에서 일하던 Falguni Nayar가 2012년 창업했는데요.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게 된 그녀의 스토리는 매우 독특합니다.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없던 그녀는 세포라 매장에 들렀다가 판매사원의 진솔한 조언을 듣고, 거금을 들여 다양한 화장품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녀는 화장품 쇼핑이 여성의 자긍심 고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인도에 '넥스트 세포라'를 열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금융권에서 잘 나가던 커리어를 뒤로 하고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화장품을 사는 여성을 도와주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서 말이지요.
  •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자긍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Nykaa 대표 Falguni Nayar

 불과 5년 만에 Nykaa는 화장품을 사랑하는 인도 여성들에게 독보적인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400개 이상의 브랜드, 4만 가지 이상의 상품들이 판매 중입니다. 판매하는 상품의 카테고리는 H&B만이 아니라 살롱 예약 서비스, 패션 아이템까지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뷰티&헬스 분야의 전문가 패널들이 고객들의 선택을 도와줄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오프라인 매거진 와 협업을 통해 매년 뷰티 어워드도 발표하고,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까지 전격 확대하는 공격적인 경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는 4개에 불과하지만 2020년까지는 인도의 모든 대도시에 매장을 한 곳 이상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Nykaa 브랜드를 단 PB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가 수입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사이, 인도 규정에 맞는 네일 에나멜을 발빠르게 출시해 히트시켰고 바디 용품과 립스틱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의 스타트업이라면 '미미박스'가 떠오르는데요. 한창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다가 최근에는 주춤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② 온디맨드 플랫폼(On-demand Platform)

 다음은 한국에서는 O2O 서비스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해 주는 온디맨드 플랫폼입니다. '배달의 민족(배달음식)', '대리주부(가사도우미)', '띵동(대행서비스)', '인스타워시(세차)'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유독 뷰티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눈에 띄게 성장한 사례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살롱 예약 서비스 '헤이뷰티'도 대세라고 하기엔 미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요.

 인도에서는 의외로 살롱 문화가 굉장히 보편적입니다. 헤어, 네일 케어에 대한 관심이 엄청난데요. 눈썹과 얼굴, 팔의 제모를 위해 살롱에 가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미 2010년에 '홈 살롱'이라는 컨셉으로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약해 피부관리사나 스타일리스트가 집에 방문해 피부와 헤어를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At Home Beauty Service를 메인 컨셉으로 내세우는 'MyGlamm'입니다. 이미 록시땅 스파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의 오프라인 살롱을 운영하고 있던 Darpan Sanghvi가 바쁜 고객들이 가정 방문 서비스 원하는 것에서 착안해 설립했습니다. MyGlamm Artists Incubators라는 큰 규모의 아티스트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록시땅과 모로칸오일 등 글로벌 브랜드와 제휴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 것이 성공 요인입니다. 최근에 프랑스 록시땅 본사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기도 했으며 MyGlamm의 브랜드로 자체 상품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칼럼을 처음 작성했던 7월에는 MyGlamm이 방문 살롱 서비스용 브랜드였는데, 10월 말 다시 확인해보니 기존 서비스는 ELLE Salon at Home과 파트너십을 맺고 브랜드를 변경했으며, MyGlamm은 유럽 제조를 강조하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서비스/제품 브랜드를 분리했습니다.

 뷰티만을 다루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현재 인도에서 온디맨드 플랫폼의 최강자는 'UrbanClap'입니다. 이전에도 온라인 전화번호부 같은 역할을 하는 서비스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고객이 모든 것을 뒤져서 찾아야 하는 시스템이고 단순히 결제를 대행해 주거나, 리뷰를 공유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고 합니다. 이 틈새를 공략해 2014년 런칭된 UrbanClap이 2년만에 시장 1위로 올라섰습니다.
 UrbanClap은 서비스를 100여 개 카테고리로 세분화해서 출장 살롱 서비스를 비롯해 요가&피트니스, 개인 과외, 웨딩 서비스, 이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로컬 서비스 공급자와 고객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이중 뷰티 카테고리는 매달 재구매고객이 65%를 차지할 만큼 정기적 반복 구매 일어나고, 수익성 높아서 UrbanClap 전체 이익의 2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피부 관리사를 교육하는 전문적 트레이닝 시스템 구축, 고객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살롱 서비스/사용 제품의 표준화가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UrbanClap의 공동 창업자는 IIT(인도공과대학) 출신으로 미국 BCG에서 일했던 Abhiraj Bhal와 Varun Khaitan인데요. 인도의 스타트업에 대해 알아볼수록 IIT(인도공과대학)와 IIM(인도경영대학) 출신들이 업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잠시 생활하며 선진 서비스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의 취약한 사회 구조에 주목해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③ 뉴 미디어(New Media)

 한국에는 페이스북 기반으로 재미있는 뷰티 콘텐츠를 선보이는 '딩고뷰티', '다이아스타일' 등이 있습니다. CJ E&M은 과거 온스타일의 방송 다시보기에 머물러 있던 것에서 벗어나, 모바일 전용 뷰티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지요. 인도에서는 'GLAMRS(글래머스)'가 뷰티에 특화된 뉴미디어의 대표 주자입니다. GLAMRS는 2014년 6월 뷰티 전문 미디어로 설립되었으며, 현재 뭄바이 소재 미디어기업 Newgen Internet Networks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딩고뷰티와 다른 점은, 굳이 채널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포맷 안에서 뷰티를 비롯해 패션/헬스/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며 협업 브랜드를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홈페이지, 페이스북(424만 명), 유튜브(90만 명)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형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수에 비하면 그 규모가 아직은 작다는 것이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인도 뷰티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협업해 브랜디드 콘텐츠를 발신하고 있는 브랜드는 로레알의 메이블린(Maybelline)과 가르니에(Garnier)입니다.
 뷰티/패션/헬스 각 영역별로 GLAMRS 전속 에디터들이 영상에 출연해 절제된 톤으로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다양한 팁을 제공합니다. Young+Fun 중심의 국내 뉴 미디어와는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브랜드 홍보 영상만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피부과 전문의, 트레이너, 요리사, 이미지 컨설턴트) 인터뷰로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발리우드 영화의 중심 뭄바이에 기반을 둔 회사인 만큼 영화계 종사자들이 참여하여 영상 퀄리티가 굉장히 높고, 모든 영상에서 GLAMRS만의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으며 댓글&공유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④ 뉴 트래니셔널(New Traditional)

 한국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자극적인 동영상 광고나 광범위한 품평 제공을 통해 급부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도에서는 이와 달리 전통의 아유르베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럭셔리 아유르베다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업력이 10년 이상으로 길지만 꾸준히 투자를 유치하면서 실질적으론 스타트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먼저 'FOREST ESSENTIALS(포레스트 에센셜)'은 첸나이의 스텔라마리스 컬리지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한 Mira Kulkarni가 2000년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럭셔리 아유르베다 케어를 지향하는데요. 인도에서 기존에 인기를 끌고 있던 아유르베다 화장품이 저품질 원료를 사용하는 것에 착안하여, 가장 양질의 원료와 전통적인 추출 방식(Cold-Pressing)을 고집하는 것을 브랜드의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영어/중국어/일본어 제품 브로슈어만 있었는데, 최근 매장에 다시 방문해 보니 한국어 브로슈어가 새로 배치되어 있어서 한국 관광객들이 인도에 들렀을 때 기념품으로 많이 찾는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2008년부터 에스티로더 그룹이 포레스트 에센셜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KAMA AYUREVEDA(카마 아유르베다)'는 뉴욕 파슨스스쿨 출신 디자이너 Vivek Sahni가 2002년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가장 인도 전통을 잘 반영한 것 같은 디자인인데, 창업자가 뉴욕 심지어 파슨스 출신 남성이라는 사실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2005년 5성급 호텔 어메니티로 공급되면서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했다고 하네요. 매장을 섣불리 확장하기 보다는, 인도의 전통 아유르베다 기반으로 과학적이면서 효과적이라는 컨셉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매장 내 VMD 및 온라인 제작물에서도 제품에 사용된 아유르베다 원료를 배치하는데 그 고급스러움에 '인도답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히말라야 화장품은 이제 한국의 드럭스토어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니, 인도에서 선물을 구입하신다면 포레스트 에센셜과 카마 아유르베다의 여행용 미니사이즈 제품들을 추천드립니다. 둘 다 디자이너들이 창업한 브랜드인 만큼 아름다운 패키지에도 놀라실 겁니다.
 메이크업 제품 중에는 예상과 달리 아유르베다 성분을 내세운 브랜드가 잘 눈에 띄지 않았는데, 최근에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아유르베다 인디 브랜드 'SoulTree(소울트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도 북부의 우트라칸드 지방 유기농 농장과 거래하던 Vishal Bhandari가 유기농 농산물을 활용한 진정한 자연주의를 내세우며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인도 여성들의 필수품 카잘 아이라이너는 물론이고, 립스틱까지 유기농 아유르베다 처방을 강조하는 독보적인 컨셉입니다.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인도 여성을 인터뷰했을 때, 자연주의 성분을 쓰고 싶어도 메이크업 브랜드 중에서는 그런 제품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쉽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틈새 시장을 이 브랜드가 잘 노리고 온라인 홍보는 물론 입점 매장도 확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천천히 기지개를 켜는 인도 시장과 로컬 기업들

 인도 시장은 늘 '12억 명', '평균 연령 29세'라는 장밋빛 숫자로 포장되지만, 뷰티 브랜드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은 5천만 명 정도로 추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도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와 삶의 질 향상은 더딥니다. 그래도 인도의 스타트업을 비롯한 로컬 기업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며 글로벌 기업들의 파이를 잠식해 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의 K-beauty는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5년 만에 인도 뷰티 이커머스를 평정하고 인도 뷰티업계의 대모로 떠오른 Nykaa의 대표 Falguni Nayar가 사업을 시작할 때 염두에 두었다는 문장으로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Think Big, but Start 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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