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홍콩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명소에 대해 전해 드리는 저의 칼럼이 오늘로 벌써 네 번째라니 믿겨지지 않네요! 이번 화에서는 계절에 걸맞게 홍콩 현지인들이 여름철 더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찾는 해변 두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미 잘 알려진 스탠리 비치(Stanley Beach)와 리펄스 베이(Repulse Bay) 외에도 홍콩에는 가볼 만한 해변이 50여 곳 정도 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 하이킹을 좋아하는 분들도 즐기실 수 있을 만한 하이킹 코스와 연결된 해변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부.
빅 웨이브 베이 비치(Big Wave Bay Beach, 大浪灣)와 섹오 비치(Shek O Beach, 石澳)
이 두 해변은 홍콩섬(Hong Kong Island) 동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MTR(지하철) 샤우케이완(Shau Kei Wan) 역에서 버스나 미니버스를 타면 바로 도착합니다. 하지만 걷고 싶다면 드래곤스 백 트레일(Dragon's Back Trail, 공식 명칭은 '홍콩 트레일 섹션 8(Hong Kong Trail Section 8'))을 따라 걸어서 이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드래곤스 백(龍脊)'이라는 이름은 산등성이의 곡선 모양이 마치 바다 위에 앉아 있는 용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이킹 시작 지점
버스 또는 미니버스를 타고 해변에서 내리지 않고 섹오 로드(Shek O Road)에 위치한 토디완(To Di Wan)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이킹 시작 지점을 나타내는 지도와 표지판이 있습니다. 하이킹 코스의 중간 지점까지는 그늘이 되어 줄 나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는 점을 감안하여 물을 충분히 마시고 선크림도 충분히 발라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처럼 대부분 계단으로 이뤄진 200미터 거리의 오르막 길을 오르고 나면, 섹오 반도(Shek O Peninsula)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산 옆에 확 트인 공간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곳에서 주로 절벽에 걸터앉아(물론 매우 안전합니다) 멋진 광경에 푹 빠진 채로 많은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
드래곤스 백에서 바라본 섹오 반도
하이킹을 계속하고 싶다면 계단을 끝까지 오른 뒤 왼쪽으로 가면 됩니다. 이 길은 드래곤스 백의 산등성이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으며, 284미터 지점에서 섹오 피크(Shek O Peak)를 지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광경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곧 완참산(Whan Cham Shan) 중턱 숲길에 이르면 다양한 식물이 우거져 있고 돌, 바위, 개울이 계속 이어져 있기 때문에, 트레킹 초반에 여러분을 괴롭혔던 햇빛과 열기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집니다.
드래곤스 백에서 하강하는 패러글라이더
약 1시간 정도 더 걷다 보면 타이탐 갭(Tai Tam Gap) 또는 빅 웨이브 베이(Big Wave Bay)로 이어지는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옵니다. 넓은 콘크리트 길에서 빅 웨이브 베이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곧장 포팅거 피크(Pottinger Peak)에 위치한 가건물에 이르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차이완(Chai Wan)과 청관오(Tseung Kwan O)의 풍경을 바라 보며 짧게 휴식을 취한 후 남은 여정을 이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표지판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돌면 숲길의 끝자락을 맞이하게 되고, 약 30분 정도 뒤면 빅 웨이브 베이에 도착합니다.
가을과 겨울에 거센 파도가 친다고 하여 '빅 웨이브 베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홍콩의 서핑 명소로 꼽힙니다. 하지만 여름에도 사람이 매우 붐비는 곳이지요. 빅 웨이브 베이 지역에는 작은 식당들이 모여 있어 이곳에서 쉬면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면 가게에서 비치 파라솔, 비치 체어, 튜브, 캠핑 장비 등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퍼들을 위해 서핑 보드 대여샵과 함께 서핑 전용 구역이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경력에 상관 없이 서퍼라면 누구나 꼭 가봐야 할 곳인데요. 주말마다 굉장히 붐비는 해변이지만 도시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기에 너무나 좋습니다.
빅 웨이브 베이에서 쉬었다 가세요!
버스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섹오 비치(Shek O Beach)도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40개의 공공 바베큐 시설과 사설 바베큐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확인해 보세요.
1. MTR 샤우케이완(Shau Kei Wan)역 A1 출구에서 9번 버스를 탑니다.
2. MTR 샤우케이완(Shau Kei Wan)역 A3 출구에서 빨간색 미니버스를 탑니다.
2부.
타이롱사이완(Tai Long Sai Wan, 大浪西灣)과 함틴 비치(Ham Tin Beach, 鹹田灣)
재미있게도 광동어로 '빅 웨이브'라는 이름의 해변이 사이쿵(Sai Kung)에 또 있습니다. 물론 이곳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휴양지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실상 동일한 경로에 해변 4곳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여러 곳 중 눈길을 사로잡는 곳으로 가면 됩니다.
타이롱완(Tai Long Wan) 지역에 있는 해변 4곳을 간략하게 보여주는 사진
'함틴 비치'로 가려면 먼저 사이쿵(Sai Kung) 마을 중심지로 가야 합니다. 이곳까지는 갈아타는 곳에 따라 MTR과 버스 또는 MTR과 미니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 사이쿵 버스터미널에서 96R번 버스를 타고 팍탐아우(Pak Tam Au)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여기에서 맥클로즈 트레일(MacLehose Trail)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 함틴 비치까지 걸어 갑니다. 트레일 경로 상에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기 때문에 트레일의 속도에 따라 약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꽤 평화로운 모습을 간직한 부두가 있는 첵켕(Chek Keng)을 지나 구불구불한 길과 비탈면을 넘고 나면 함틴 마을에 도착하게 됩니다. 온키(On Kee) 매장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유명한 목조 다리를 살금살금 건너고 나면 파도가 거세게 치는 해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틴 비치로 향하는 길에 조심스럽게 건넌 목조 다리
함틴 비치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으로, 다른 공공 해변에 비해 사람도 덜 붐빕니다. 저는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일광욕을 하고 해변에서 친구들과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거나 요거트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리고 일출을 보기에도 아주 안성맞춤인 곳인데요. 다만 모기가 많기 때문에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엔 추천하지 않습니다.
위 해변들을 모두 구경하고도 아직 여행할 힘이 남아 있는 분들은 맥클로즈 트레일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어 타이롱사이완(Tai Long Sai Wan)에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등산로에서 서서 한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빛나는 청록색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은빛 모래사장과 투명한 푸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에 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텐데요. 함틴 비치와 타이롱사이완에는 안전요원이 없으므로 이곳에서 수영을 할 경우 꼭 안전에 주의하세요.
내려다 보이는 함틴 비치
하루 종일 태양 아래 푸른 바다를 즐기고 나면 아쉽게도 도시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돌아옵니다. 그럼 맥클로즈 트레일을 따라 사이완 파빌리온(Sai Wan Pavilion)까지 걸어가 택시 또는 29R번 버스를 타고 사이쿵 마을로 돌아가면 됩니다.
참고 : 제가 여러분께 알려드린 경로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리는 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이완 파빌리온에서 시작해서 팍탐아우까지 걷곤 하는데요. 어느 길이든 상관 없지만 제 경우에는 하이킹을 먼저 하고 싶어 팍탐아우에서 시작한답니다. 참고하세요.
1. MTR 초이홍(Choi Hong)역 C번 출구에서 1A번 녹색 미니버스를 타고 사이쿵으로 갑니다.
2. MTR을 타고 다이아몬드 힐(Diamond Hill)로 가서 C번 출구에서 92번 버스를 탑니다.
3. MTR을 타고 야우마테이(Yau Ma Tei)로 가서 A2번 출구로 나가 둔다스 스트리트(Dundas Street)에 있는 퀑와(Kwong Wah) 병원 앞에서 빨간색 미니버스를 기다립니다.
팍탐아우(Pak Tam Au)로 가는 방법 : 사이쿵 버스터미널에서 96R번 버스를 타고 팍탐아우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사이완 파빌리온(Sai Wan Pavilion)으로 가는 방법 : 사이쿵 마을에 있는 맥도날드 앞에서 29R번 사설 미니버스 또는 녹색 택시를 탑니다.
이번 칼럼이 여러분에게 홍콩의 아름다운 하이킹 트레일과 해변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을 벗어나는 방법은 굉장히 많지만, 여러분의 비타민이 되어줄 바다를 한번 보고 오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홍콩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또 있다면 저에게 알려 주세요. 다음 칼럼에서는 더욱 더 새로운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