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편. “Easygoing Australia!”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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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편. "Easygoing Australia!"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호주 편 : Easygoing Australia!

김진솔 님
호주 시드니

안녕하세요. 쌀쌀한 남쪽나라 호주 시드니에서 인사 드리는 지역전문가 김진솔입니다. 한국은 요즘 장마 기간이라고 하던데 이곳 시드니에는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눈이 오거나 영하의 온도는 아니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매우 차가워서 두꺼운 옷과 목도리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닐 정도 입니다. 하지만 낮의 햇살은 제법 따뜻해서 추운 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광합성 하듯 녹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기온은 낮아도 남반구답게 뜨겁고 눈부신 햇살 덕분에 선글라스는 사계절 내내 이곳 사람들의 필수품 입니다.
오늘은 제가 이곳 시드니에 처음 정착하면서 느꼈던 첫인상과 원주민들의 축제 'NAIDOC WEEK'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드니 도심의 바쁜 사람들

제가 주로 생활하는 시드니 시티의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 지역은 주요 정치, 경제 시설과 상권이 밀집되어 있는 중심 업무 지구 입니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항상 정장과 구두를 신고 앞만 보고 분주하게 걸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도 함께지요. 그래서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받은 첫인상은 매우 바쁘고 차가운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리의 특성은 여느 대도시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모습일 뿐, 실제로 호주인들의 시간은 굉장히 여유 넘치고 느리게 흐르는 것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주말의 해변 모습

이곳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취미생활이며, 이들은 여유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호주인들에게 이들의 국민성을 물으면 가장 많은 대답이 "Easy-going"이라 할 정도로 여유와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국민성을 갖고 있습니다. 업무시간 외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특성 때문인지 커피숍은 오후 4시, 쇼핑몰은 오후 6시, 대부분의 펍은 밤 12시만 되면 문을 닫는데요. 일과를 끝내면 운동을 하거나, 동료들과 간단한 맥주 한잔 후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삶이 보편적이라고 합니다. 주말엔 관광지역 외에는 텅텅 비고, 공원이나 해변에서 가족, 친구들, 애완견과 하루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말의 공원 모습

하지만 이렇게 여유있는 사람들과 시스템의 특성상 저는 이곳에 초기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6개월간 생활할 집을 구할 때는 온갖 재정 서류와 렌트 지원서를 제출하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듯 떨리는 마음으로 2주간 승인 여부를 기다리기도 했고, 은행계좌를 열고 카드를 수령 하는 데만 1주일이 걸렸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인터넷과 히터 수리입니다.
  • 구세주 같았던 설치, 수리기사님들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했던 일은 인터넷 신청인데, 제가 인터넷의 광명을 보기까지 장장 보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두번이나 약속 날짜에 바람 맞은 건 기본이고요. (호주는 무료 인터넷이 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스타벅스에서도 1시간 제한으로 제공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지인 분이 한달은 걸릴 거라고 한 말을 농담처럼 웃어 넘겼는데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다음으로 저를 곤경에 빠뜨린 난방은 하필 일주일 내내 겨울비가 내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던 때 고장이 나서 급하게 수리 요청을 했지만, 그들의 프로세스 때문에 제가 방에서 온기를 느끼기까지 무려 열흘이나 걸렸습니다.

원주민을 위한 특별한 일주일, NAIDOC WEEK

모든 정착을 위한 준비를 마친 후, 지난 7월 첫째주에는 원주민 축제, NAIDOC WEEK에 다녀왔습니다. (*NAIDOC: The National Aborigines and Islander Day Observance Committee)호주의 원주민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으로 6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백인 이주민들이 호주 땅을 밟으면서 이들의 슬픈 역사가 시작되었고 아이들과 가족들을 떼어 놓은 '잃어버린 세대' (The Stolen Generation)도 경험하였지요. 현재는 약 60만명의 원주민(호주 전체 인구의 약 2.7%)들이 호주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주로 모여 사는 토레스 해협은 호주의 북쪽과 파푸아뉴기니 사이의 도서지역으로, 이곳 출신의 주민들은 'Torres Strait Islander'라고 불립니다. 해협지역과 본토의 총 인구를 합하면 약 5만명이 있다고 합니다.

NAIDOC WEEK의 유래

1920년대 이전까지 호주 원주민들과 호주 정부의 사이에는 깊은 갈등이 존재했습니다. 1월 26일 호주의 날(Australia Day)에는 호주 원주민 단체들이 정부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기 위해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한계를 마주한 원주민들은 1938년에 권리 신장 문제를 대중들에게 보다 널리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NAIDOC WEEK을 시작한 것입니다. 매년 7월 첫째 주에 다른 테마와 도시에서 열리며 원주민들이 한데 모여 화합을 도모하고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벌입니다.

좌: 원주민 상징 깃발. 검정색은 원주민을, 노란색 원은 그들에게 생명을 주고 보호해주는 태양을, 빨간색은 그들의 전통 의식에 사용되는 황토색 땅을 뜻함
우: 토레스 해협 주민을 상징 깃발. 초록색은 땅을, 검정색은 토착민을, 파란색은 바다를, 흰색은 평화를 뜻함


2015 NAIDOC WEEK에 가다

올해 NAIDOC WEEK은 운이 좋게도 제가 생활하는 시드니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NAIDOC WEEK의 테마는 'We all Stand on Sacred Ground: Learn, Respect and Celebrate'으로, 육지와 바다에 그들이 영적∙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들의 생활 터전과 문화를 신성하게 여기고 존중한다는 뜻이지요. NAIDOC WEEK에는 원주민 출신의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일반 시민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그들의 문화, 음식을 체험 할 수도 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에는 항상 NAIDOC Awards를 통해 그들 사회에 기여한 사람들을 축하하기도 합니다.

그들도 모두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축제를 함께 즐기기 위해 메인 장소인 하이드 파크에 가서 힙합 공연을 보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원주민이 어디 있는지, 그들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이들, 그 춤을 따라 하는 이들, 잔디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제 눈에는 일반 시민처럼 보였습니다. 전통 분장을 한 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고민하다 지나가는 자원봉사자에게 '어딜 가야 원주민들을 만날 수 있느냐?' 라고 물었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미 여기에 수 많은 원주민들이 있어'라고 답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구별 할 수 있는지 묻는 제게,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누가 원주민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알려주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저도 조금은 구별이 되었습니다. 피부색, 머리카락, 표정 등으로 말이죠. 특별한 모습으로 참가했을 거라는 제 생각과 달리 그들은 너무도 평범한 모습으로 그 곳에서 그들의 축제를 함께 즐기고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 축제를 즐기는 그들은 굉장히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 청년은 자신을 굉~장히 멀리서 온 원주민이라 소개하면서, 제게 어디서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일일이 설명해 주며 자신들의 문화를 함께 즐겨 주길 당부했습니다. 많은 이벤트들 중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흥겹게 원주민 전통춤을 가르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통춤을 가르쳐주고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

원주민과 이민자의 만남으로 역사가 시작된 호주. 각자 아픔과 갈등의 시기가 있었지만 이렇게 특별한 일주일을 함께 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하는 삶을 고민하는 호주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또한 제게 원주민은 더 이상 특별한 종족이 아닌, 호주 곳곳에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배울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종족과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호주에서 가장 중요할 '개방'의 가치는 오늘도 이러한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문화와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 바쁘지만 느린 도시 시드니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더 많이 경험하고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2016년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는 올해 8월 부터 모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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