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피나의 일과 결혼,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생각들 - AMORE STORIES
#2017 도시 혜초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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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피나의 일과 결혼, 그리고 사랑에 대한 생각들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사우 여러분. 마닐라 도시 혜초 윤상일입니다.

 어느덧 마닐라에서 생활한지도 4개월 가량이 흘렀습니다. 저는 마닐라 중에서도 경제, 상업의 중심지인 MAKATI 지역에 머물고 있습니다. 서울의 강남과 견줄만한 지역이구요. 도시화가 매우 잘 진행되어 있어서 지내는데 불편함없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답니다. 돌아가는 날까지 안전하게 지내며, 이곳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궁금했던 '필리핀 여성들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입니다. 이른바 '필리피나(Filipina, 필리핀 여성)'에 대한 저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진 생각들 중에는 '왜 그토록 싱글맘이 많고',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고', '이혼은 왜 그리 많이 하는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왜 그토록 헌신하는지' 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행동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그녀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에 대해 가상의 인물 '마릴린(Marilyn)'을 통해 시기와 이벤트 별로 그녀의 삶을 엿보며 이해를 넓혀 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은 성년이 된 이후 그녀의 삶과 생각들에 대해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그녀의 유년 시절의 경험들은 혜초 홈페이지를 참조 바랍니다.) 그럼 한번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그녀의 일에 관한 이야기들"

 마릴린은 마닐라의 명문 대학교 중 하나인 De la salle 대학교를 졸업한 유능한 친구입니다. 그녀가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대학을 졸업할 무렵, 필리핀에서도 여느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은 각종 전문직(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나 금융권, 대기업 종사자(통신/IT BPO/건설/부동산)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전혀 높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무원 일자리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근무 환경이나 급여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각종 비도덕적인 상황(뇌물과 이권 개입을 통한 배임/횡령 등)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아울러 이러한 좋은 일자리들은 그 수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했다고 합니다. 이 경쟁에 실패한 또는 애초에 다른 기회를 엿보고자 했던 많은 이들은 엔지니어 또는 간호사 자격을 취득해 해외로 나가는 기회를 노렸다고 합니다. 참고로 최근 10여 년간 이곳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 필리핀 해외 노동자 대륙 별 구성 현황 / 출처 : 필리핀 통계청

 한국의 70년대와 닮아 있는 이런 모습은 해외에서 일하는 필리피노(OFW, Overseas Filipino Worker)들이 받는 급여 차이로 인해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상당히 큰 돈을 송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트렌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필리핀 GDP의 약 10%에 달하는 경제 공헌 및 민간 소비를 떠받치며 필리핀의 특이한 경제 구조도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리피노가 한국 지방 중소도시 공장에서 월급 80만원을 받아 자취방을 구해 동료들과 함께 먹고 지내며 이곳 가족들에게 40만원을 송금한다고 치면, 이는 거의 현지 대졸 신입사원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기에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안정되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 실시간으로 해외 일자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중개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출처 : 필리핀 해외 취업 포털

 또한 필리핀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마닐라 드림'을 꿈꾸며 이곳 메트로 마닐라로 이주합니다. 이 또한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데, 예를 들어 같은 BPO 콜센터에서 근무한다 하더라도 마닐라에 위치한 회사의 급여가 지방 동일 직무 보다 2배 정도 많다고 하는군요. 이는 생활비(Cost of living)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마닐라로 '상경'한 이들은 아직까지 대가족 부모 세대에서 맺고 있는 끈끈한 유대를 활용해 친척 집에서 머무르거나, 메트로 마닐라 외곽 지역의 저렴한 방에서 지내며 돈을 모으게 됩니다.
  • 마닐라 마카티와 바기오시의 물가 비교
    출처 : 물가 정보 사이트 NUMBEO

 아울러 유명한 로컬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체인인 졸리비(Jolibee)에서 닭다리 한 개, 쌀밥 한 덩이 세트가 99페소(한화 약 2,300원)가량 하는데요. 만일 밥을 해 먹을 경우 이보다도 싼 값에 끼니를 해결 할 수 있어 동료들 중에는 도시락을 싸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여, 이곳의 빈부격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참고로, 제가 살고 있는 마카티 지역에서는 1인당 500페소(한화 12,000원 가량, 쌀국수-닭꼬치 2개-음료수) 정도의 레스토랑에 손님들이 항상 가득 차 있습니다.)

"필리피나의 사랑"

 마릴린에게 이곳 여성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 물었습니다. 제 질문은 대략 '왜 이렇게 싱글맘이 많으냐?', '남자들은 왜 죄다 애를 놓고 책임을 안 지고 도망가느냐?', '애는 누가 키우냐?' 등이었는데요. 마릴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한번 전해 드려보지요.

 전 세계의 수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육체적인 관계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피임을 진행하는 한편, 마릴린이 들려주는 이곳의 대중적인 피임 방법은 여성의 생리 주기에 기초한 자연적인 피임 방법을 너무나 대중적으로 여기고 활용한다고 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날에 관계를 갖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는 가난할수록 흔하며 교육을 받지 못 했을 수록 더 크다고 합니다. 참고로 10대 여성의 출산율이 필리핀 전체 출산의 12%(한국 1.4%)를 차지하고, 24세 이전에 엄마가 되는 비율은 60%(한국 14%)에 육박하는데, 태어난 아이 3명 중 1명은 계획되지 않은 아이(36%)라고 하네요. (필리핀/한국 통계청 인구센서스 참조)

 한국과 마찬가지로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는 지천에 널려있고 손쉽게 콘돔을 구입할 수가 있습니다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3개들이 1세트가 100~150 페소 정도 하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하는군요.(편의점 산미구엘 맥주 1병이 40페소, 맥도날드 빅맥이 130페소입니다.)
아울러, 이곳의 독실한 카톨릭 신자들 가운데 일부는 '피임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명의 탄생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곳에서의 낙태(Abortion)는 1870년대에 제정된 스페인 형법을 1930년에 그대로 들여옴으로써 현재까지도 개정 없이 꾸준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이 강간을 당해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하게 될 경우에도 낙태는 허용되지 않으며, 강간 이후 5일 이내에 먹는 사후 피임 알약 - 호르몬 조절을 통해 임신을 막는 - 만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간 5일 이전에 신고를 하고 보건 당국으로부터 약을 받아 먹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곳에서도 낙태 수술을 받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돈을 위해 의사 면허를 버리고 블랙마켓에 뛰어든, 또는 의사 면허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는 암시장의 시술꾼(?)들을 통해서 말이죠. 이곳에서 받는 수술은 위생과 안전이 담보 되지 않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받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여성의 건강을 염려하여 제한적으로라도 낙태를 허용하자는 움직임과 그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있지만, 90%에 육박하는 강력한 카톨릭 신자를 가진 이 나라에서 낙태 허용은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낙태 반대 운동 시위 모습 / 출처 : retiringtothephilippines.com

 아울러 수술에는 대략 5,000페소(한화 12만원)를 상회하는 비용이 들어 이 또한 경제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되는 일이지만, 필리피노 여성들은 더 이상 아이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리고 아이를 가져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이를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낙태라는 '낙인'은 카톨릭 국가인 이곳에서 금기시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부모 또는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비밀로 하고 진행을 한다고 합니다.

 다소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필리핀의 여성들이 어떻게 아이를 '갖게' 되고 '낳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너무 답답해서 마릴린에게 전형적으로 한국인스럽게 물었습니다. '아니, 사랑해서 애를 가졌으면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싱글맘이 많은 거냐?', '아이한테는 아빠가 있어야 좋은 거 아니냐?' 등등 말이죠. 그 이후 마릴린은 이 사회의 사랑 방식과 과정에 대해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마닐라의 연인들, 만남과 헤어짐"

 요즈음 마닐라에서는 연인이 사랑에 빠지고 상황이 허락하게 되면 - 부모님 집에서 안살면 - 자연스레 동거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필리핀의 뉴욕'인 마닐라에서 동거를 하는 것은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돈 버느라 바쁜 삶을 사는 마닐라 연인들에겐 더 자주 데이트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덜컥 애기가 생기면 자연스레 '결혼'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고 그냥 동거를 계속 이어간다고 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된 여성들은 이 남자와 1~2년 더 살아 보면서 결혼 여부를 '판단'해 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만약 '같이 살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 않고 그냥 동거를 쭉 이어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특히 서민층에게는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돈이 많이 들고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동거 형태로 살거나 값이 비교적 적게 드는 공동 결혼식을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Marriage License도 필요하다고 한데요. 이를 발급 받으려면 몇 가지 필요 서류와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21살 이전에는 부모가 허락했다는 것을 입증할 결혼 동의서를 가져와야 하고, 2*2 사이즈 사진과 수수료비, 그리고 혼인 전 부부 수업에 관한 수업도 들어야 한다고 하네요.
  • 필리핀 각종 자치 단체, 종교 기관에서 주관하는 Civil wedding /이미지 출처 : google

 영원히 사랑할 것만 같았던 동거인이 바람이 나서 도망가든, 사랑이 식어 내빼든 없어지게 되면 아이 엄마는 법정에 양육비를 신청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목한 아이 아빠가 맞는 것으로 판명되면, 아이 아빠는 세금이 신고되는 직업을 갖는 한 양육비의 일정 부분(소득 수준에 따라 다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지요. 유전자 검사나 소송을 제기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가족들에게 양육에 대한 도움을 청한 채 살아간다고 합니다.
  • (좌)필리핀 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솔로 육아 ID 발급 권장 홍보물
    (우)카드 실물 / 이미지 출처 : google

 2000년에 제정된 필리핀 '한 부모 가정 지원법'(Solo parents welfare act of 2000)에 의하면 유연 근무제, 직장 내 차별 금지, 육아 휴직, 심리 상담, 최저 생계 지원, 장학금 혜택, 의료/주거 지원책 등 많은 혜택들이 싱글맘들을 돕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시선이 나쁘지 않고요. 이러다 보니 이곳에서 싱글맘으로 산다는 것은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관념들과 굉장히 다른 것 같습니다.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인연이 다 되면 또 다른 짝을 찾고 그렇게 사는 방식 말이지요.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아이인데, 필리핀에서 아이들은 다행히 너무도 사랑받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존재라서 엄마가 비록 싱글맘이어서 일터에 나가 있더라도 다른 가족들의 돌봄 아래 잘 자라게 된다고 합니다.
  • 솔로 육아에 대한 혜택을 받는 방법을 안내하는 홍보물 / 이미지 출처 : 필리핀 복지부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여성들이 이렇게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결혼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비단 경제적인 이유 뿐 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한번 결혼을 하면 이혼을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데요. 가령 남편의 폭력과 가혹 행위, 바람을 피다 걸려도 이혼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신 앞에서 서약을 했기 때문이지요. 필리핀은 교황이 사는 '바티칸' 빼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혼 제도가 없는 나라입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필리핀 여성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남자에게,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어떠한 속박과 굴레가 있더라도 꾹 참고 살아야 하는 제도'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한편, 부자들의 세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들은 혼인 무효(Annulment) 소송을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도 그럴 권리는 가지고 있으나, 소를 제기해 법정 비용을 부담하다 보면 보통 5만 페소+알파(한화 120만원 이상)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답니다. 소송 제기자인 남편이던 그의 아내의 문제이던,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과 유능한 변호사가 합작하면 혼인 무효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는군요.

 혼인 무효 소송의 주 목적은 사랑도 사랑이지만, 결국 '돈'인 것 같습니다. '혼인을 없었던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이에서 생겨난 자식이 법적으로 성년인 18세까지 일부 부양해야 하는 의무는 있으나, 재산을 상속하진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나중에 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아이를 갖게 되어 그를 상속인으로 설정하면, 안정적으로 부를 세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 동안 부자인 남편은 제왕처럼 살 수 있게 됩니다. 맘에 안 들면 바꾸면 되기 때문이지요.
  • 혼전 협의서 양식 / 이미지 출처 : google

 또한 부자 부모 중 일부는 자녀가 결혼을 할 때, 혼전 협의서(Prenuptial agreement)를 작성하게 하기도 한답니다. 주로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부분이 다뤄지는데요. 이를 통해 혼인 무효 또는 상속 시 가문의 재산을 지키는 쪽으로 작성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사위 또는 며느리 될 사람이 거부하면 결혼이 성립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릴린의 아버지는 마릴린이 5살 때 이혼을 – 사실은 혼인 무효 소송 - 했습니다. 13살 때까지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이후에는 아버지와 같이 살기로 결정을 했다고 하는데요. 흥미로운 제도 중 하나는 혼인 무효 시 아이가 7살 때까지는 무조건 엄마와 함께 살아야 하며, 7살 이후에는 아이가 법정에서 발언을 하는 것을 통해 누구와 함께 살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마릴린 아버지 쪽 남매 5명 가운데 3명이, 그리고 엄마 쪽에서는 6명 가운데 3명이 2번 이상 결혼(동거)을 했답니다. 이런 이혼 환경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친구나 직장 동료들 중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마릴린의 아버지는 최근 새 여자 친구와 아이를 가져 마릴린에게 28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릴린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행복해하더군요. 저로써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2017년, 지금 마릴린은 아버지의 허락 하에 남자 친구와 동거를 하며 지내고 있고, 장밋빛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 나이로 26~27세 되면 '결혼이 늦었다. 큰일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지금 29살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빨리 결혼을 하라고 성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결혼 연령이 늦춰지는 추세인 것처럼, 그녀도 아직 하고 싶은 게 한창 많은 눈치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교육도 잘 받아 더욱 하고 싶은 것이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가족을 대표해서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마닐라 상그리라 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살이 쪄서 드레스 하나 새로 사야겠다고 하네요.

 더 많은 얘기들을 들려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마릴린을 통해 본 필리핀 사회의 모습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떠신가요? 이곳 여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조금 더 이해하실 수 있게 되셨는지요? 항상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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