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편. “French Wedding(Mariage Francais)”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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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편. "French Wedding(Mariage Francais)"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글로벌 도시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프랑스 편 : French Wedding(Mariage Francais)

김세라피나 님
프랑스 파리
이제 어느덧 파리의 일상에는 익숙해졌지만, 경조사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일은 아직 연습이 부족한지라 자리가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프랑스어 선생님에서 이제 친구가 된 JP의 결혼식에 초대받았을 때, 참석 여부를 매우 심각하게 고민했었죠. 하지만 한껏 멋을 내고 Full Make-up을 한 프랑스 여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다른 하객들과 친분이 없어 자리가 편치 않더라도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파리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쯤 떨어진 곳에서 토요일에 결혼을 한다고 해서 예식 시작에 맞춰 도착해 필요한 사진 몇 커트 찍고 축의금 전달하고 귀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결혼식이 1박2일 동안 치러지기 때문에 인근에서 1박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보다 피로연이 훨씬 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대체 1박2일 동안 할 것이 있을까 싶은 의아한 마음으로 결혼식이 열리는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 (왼쪽) 결혼식 시작 전 성당 안 / (오른쪽)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신랑

카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요즘 시청(Mairie)에서 혼인 서약에 사인하는 '시청 결혼식'이 일반화되고 있긴 하지만, 신랑인 JP의 부모님은 매우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시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성당에서 신부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축하의 박수와 행복한 웃음, 그리고 서운함의 눈물이 있는 것은 한국 결혼식과 같았지만 몇 가지 다른 전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기에 앞서 신랑이 어머니 손을 꼭 붙들고 입장을 합니다. 한국과또 다른 점은 신랑, 신부의 가족과 친구로 구성된 10여명의 들러리들이 멋진 정장과 드레스를 입고 함께 배석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결혼식처럼 관계자(?)들이 일제히 미장원에서 손질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 들러리들도 몇 시간 전에 식장에 도착해 공들여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매만진다고 합니다. 이들 모두가 이 결혼식에 증인이 되기로 약속하고 혼인서약문에 서명하는 순서도 별도로 있습니다.
  • (왼쪽) 혼인 서약문에 서명하는 들러리들 / (오른쪽) 식이 끝나고 하객들 앞에서 키스하는 신랑 신부

성가대가 축가를 부르고 식이 끝나면 축복을 기원하며 쌀이 든 페트병을 흔들긴 하지만, 본식은 대체로 엄숙하게 치러졌습니다. (원래 풍습은 쌀을 던지는 것이었지만, 음식의 낭비는 지양하자는 측면에서 병에 넣어 흔드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성당에 따라 예식 도중 지정된 사진사 말고는 사진 찍는 것을 금하는 경우가 있어, 다들 쉽사리 사진기나 휴대폰을 꺼내는 것을 망설이는 분위기였는데요. 성당 앞 뜰에서 사진 촬영하는 과정까지는 관습에 따라 매우 종교적이고 엄숙했지만,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2부 리셉션 장소로 이동하면서부터는 반전 분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이동하는 길에는 신랑 신부를 태운 웨딩카부터 하객들이 탄 승용차까지 모두 경적을 울려대며 온 동네에 결혼 사실을 알립니다. JP의 결혼식 리셉션 장소는 성당 인근의 Chateau(성)였습니다. 작은 성안에 넓은 잔디밭과 연회장, 그리고 하객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룸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장소였습니다. 많은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내고, 참석인수를 대략으로 예측하는 한국의 결혼식과는 달리 프랑스 사람들은 친분이 아주 두터운 사람만 초대하고, 사전에 꼭 참석의사를 확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딱 참석인 수에 맞춰 리셉션을 준비합니다.
  • (왼쪽) 삼페인을 마시며 담소 나누는 하객들 / (오른쪽) 가든파티가 열리는 정원의 전경

모든 하객이 Chateau에 도착한 후 피로연의 첫 순서인 가든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샴페인을 비롯한 시원한 음료, 그리고 핑거푸드가 서빙되고 선채로 정원을 거닐며 하객들 간의 친분을 쌓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은 약 150명 정도였는데, 모두를 기억할 순 없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통성명을 하고 짧게 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 (왼쪽) 부케던지기 / (오른쪽) 신랑의 고등학교 동창들

핑거푸드를 즐기는 동안 마당 한 켠에서는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데요. 부케 받을 친구를 미리 정하고, 그 친구를 향해 던지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에 참석한 미혼 여성들은 모두 앞으로 나가서 마치 외야수라도 된 듯이 부케를 향해 몸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왼쪽) 저녁 만찬장 테이블 세팅 / (오른쪽) 하객 각각의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단 냅킨과 저녁 메뉴를 적어놓은 카드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쯤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저녁 만찬 장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사전에 참석의사를 파악해서 식사를 준비했기 때문에 친분관계에 따라 자리가 지정되어있었습니다. 저는 불어를 못하는 신부 가족들의 의사소통을 도우라는 뜻으로 신부 가족들과 함께 앉았습니다. (프랑스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인 관계로 결혼식에 참석한 한국인 하객은 신부가족을 포함하여 총 4명이었습니다)
  • (왼쪽)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는 신랑신부 / (가운데) 신랑 가족들의 축하 합창 / (오른쪽) 저녁 만찬

신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축가를 부르는 영상

식전주(Aperitif)부터 디저트까지 매 코스 마다 신랑신부를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신랑신부의 형제자매가 축가를 부르고, 신랑의 아버지가 축사를 낭독하고, 친구들이 준비한 합창까지 듣다 보니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겼습니다. 이제는 슬슬 마무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겠거니 했는데, 주최측에서는 모든 하객을 1층 연회장으로 안내했습니다.
  • (오른쪽) 피로연이 여린 Chateau의 야경, 무도회장 입구 / (왼쪽) 춤추는 신랑 신부

결혼식의 하이라이트인 무도회(?)입니다. 현란한 조명을 달고 클럽처럼 꾸며진 연회장에서 DJ까지 초빙해 신랑신부를 비롯한 모든 하객들이 춤을 춥니다. 이 Clubing이 새벽 4시까지 계속되었는데, 신부도 드레스를 입은 채로 웨딩 슈즈를 벗어 던지고 하객들과 섞여 춤을 추었습니다. 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구분 없이 섞여서 춤을 추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대차이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존재하고, 프랑스 사람들도 세대간 소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들 하는데, 결혼식 피로연은 모든 세대가 섞여서 함께 즐기는 아주 특별한 기회인 모양입니다.

저는 체력의 한계로 무도회의 대미를 보지 못하고 숙소로 들어갔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남아 새벽까지 춤을 추고 즐겼다고 합니다. 다음날 늦은 아침 하객들이 신랑 신부와 브런치를 함께하기 위해 Chateau에 다시 모였을 때는 간밤에 다들 피곤하도록 놀았던 터라 외모를 꾸미지 않은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신랑 신부도 맨 얼굴에 편안한 옷을 입고 브런치를 함께하면서 1박2일 동안 뜨거운 축하를 해준 하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 커플은 특히 결혼식이 끝나면 한국으로 가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 시간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신랑 신부 연애시절 사진과 방명록

저는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 이 부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사랑으로 키운 아들을 타국에 장가보내는 신랑 부모님의 서운함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결혼 피로연 비용도 만만치 않음에도 신랑의 부모님이 성대한 프렌치 웨딩을 준비한 까닭도 바로 서운함과 그리움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언제나 새로운 가정의 출발은 있는 힘껏 응원하고 축하할 일이지만, 이번에 1박2일에 걸쳐서 웨딩 파티에 참석하고나니 마치 저도 이 결혼의 증인이 된 듯한 책임감까지 들었습니다. French wedding에 하객으로 참석했던 경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될듯합니다. JP 부부가 영원히 서로 사랑하고 위하며 건강한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2016년 도시 혜초는 9월부터 게시판을 통해 2주간 모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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