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편 : “Arkadaş(알카다쉬, 친구)”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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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편 : "Arkadaş(알카다쉬, 친구)"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도시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터키 편 : Arkadaş(알카다쉬, 친구)

이영재 님
터키 이스탄불
터키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Arkadaş(알카다쉬, 친구) 입니다. 뒤를 뜻하는 Arka와 동료를 뜻하는 daş가 합쳐진 형태로, 뜻을 풀이하자면 나의 뒤를 보살펴주는 사람, 즉 친구라는 뜻입니다. 오랜 유목생활을 해왔던 이들에게 있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의 뒤를 보호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터키에서 비단 친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직장동료로도 쓰이며 영어의 "Hey guys~" 처럼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 안에서 누군가 승객들에게 말을 전할 때 Arkadaşlarım! (알카다쉬라름, 나의 친구들아)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터키에서 생활하면서 크게 배우고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Arkadaş의 중요성 입니다. 비즈니스에서나 일상생활이던 거의 모든 일들은 Arkadaş들과의 관계, 다시 말해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스탄불 곳곳에서 경험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를 만나려거든 Arkadaş를 찾아라!"

  • 이스탄불 주요 럭셔리 쇼핑몰. 왼쪽부터 İstinye Park, Kanyon, Zorlu Center

이스탄불의 상권은 3개의 High Street(이스티크랄, 니샨타쉬, 바으다트) 그리고 각 지역마다 자리한 대형쇼핑몰 형태로 분류됩니다. 그 중 쇼핑몰은 80년대 후반에 생긴 Galleria Ataköy 쇼핑몰을 필두로 현재까지 거의 모든 거점마다 생겨났으며 현재에도 쇼핑몰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스탄불에서 사람들이 쇼핑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가 이런 대형 쇼핑몰인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백화점들은 이런 대형 쇼핑몰 안에 Shop in Shop 개념으로 입점해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 안에 우리가 OBS형태로 입점하는 것을 가정하고, 기초적인 정보를 얻고자 이스탄불 주요 11개 쇼핑몰에 미팅을 위한 연락을 취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미팅 요청 메일에 대한 답변은 그 어디서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답답했던 저는 수소문 끝에 몇몇 쇼핑몰 입점 담당자들과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분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엔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쇼핑몰 자체적으로 입점 후보자를 찾는 경우가 아닌 이상 Arkadaş(관계된 사람) 없이는 담당자를 만나 미팅하기 힘들다." 중간에서 연결해주었던 분을 통하지 않고서는 잠시 만나 이야기도 못했을 수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지만 잠시 후 담당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인기 있는 쇼핑몰들은 유명 브랜드들이 카테고리별로 가득 입점해 있으며, 세계 각지의 대기업들 미팅 요청이 너무 많기 때문에 지인의 소개 없이는 만남이 성사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 터키인 친구 중 한 명이 했던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일을 할 때는 직접 알거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만 만난다." 친구를 통해서 검증된 사람을 주로 만난다는 이야기였는데, 터키의 어떤 분야에서는 관계된 사람을 통해야만 일이 비로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함께하는 동료가 누구인지가 급여보다 더 중요해요!"

  •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 인터뷰. 왼쪽부터 Derin, Zeynep, Ceran, Sena

지역전문가 활동을 하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터키인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장차 이 나라의 주역이 될 대학생들과의 미팅도 있었는데, 화장법과 관련된 인터뷰 후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취업할 회사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었는데 이들의 가장 첫 번째 대답은 급여, 두 번째는 같이 다니는 직장동료였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꽤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는 동료가 누구인지가 급여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입니다. 아무리 급여가 높아도 동거동락 하는 동료가 자신과 맞지 않다면 그 곳에서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초봉이 낮더라도 연차가 오를수록 연봉도 같이 상승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초봉의 높낮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 또한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과 관계되어 있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 터키의 최저임금 및 4년제 대졸자 평균 초봉
구분TRYKRW
최저임금(15년)1,00040만
최저임금(16년)1,30052만
4년제대졸자 초봉1,500~2,00060~80만

터키환율은 11월 현재시점으로 편의상 400원으로 계산함 / 4년제 대졸자 초봉은 직장인 및 대학생 인터뷰를 통한 추정치


"조금이라도 인연이 되었다면 너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

  • 일일장터(좌) / 화장품 암거래 매대(우)
    이스탄불 몇몇 장소에서는 일일장터가 열리며 이러한 일일장터나 번화가 등지에서 암시장이 펼쳐집니다. 보통 담배, 주류, 공산품 등이 판매가 되는데 화장품도 포함됩니다.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이 30~40%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나 시즌이 지났거나 제품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품 암거래 시장을 보고 싶어서 화요일에만 장이 서는 화요장터를 찾던 길이었습니다. 가는 방향을 몰라 지나가던 어르신에게 물었습니다. 60대 가량 되어 되어 보이던 어르신은 가던 길을 멈추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본인이 가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앞장서서 당차게 발걸음을 옮기는 어르신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거의 1km 가량을 함께 동행해 주셨는데, 골목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이스탄불 행인들은 도움을 청할 때마다 종종 '자신의 일을 대하듯'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이러한 친절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치 매일 되풀이하는 일상을 대하는 듯한 그들 모습이 인상 깊어서 터키인 친구에게 이러한 문화에 대해 칭찬해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일단 터키인들은 자신과 인연이 조금이라도 이어진 사람과 동료애를 빠르게 느끼는 편이고, 상대의 어려운 일을 보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어딘가 찾아갈 때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 물어 찾아가며, 이러한 방식이 바로 터키 스타일이라고 하였습니다. 터키인들은 서로 인연이 되면 빠르게 유대감을 느끼고 상부상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통해서 직접 듣고 부딪히며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면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와 달리 버스의 맨 앞에만 교통카드 단말기가 있는데, 만원이어서 중앙이나 뒷문으로 승차하게 되면 영상에서처럼 교통카드를 앞으로 전달합니다. 이 교통카드는 현금이 충전되어 있으며 몇몇 종류는 신분증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카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앞에 있는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카드를 맡깁니다. 버스에 동승한 Arkadaş들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문화입니다.


"이스탄불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

학생용 박물관 출입카드 Müzekart

복귀를 거의 한 달여 앞두고 학생용 뮤제카르트(박물관들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학생들이 발급 받는 출입카드)를 발급 받았습니다. 그 전 까지는 제가 갖춘 서류로 학생용 뮤제카르트를 받을 수 없었는데 어느 발급소에서 이야기를 잘 하면 발급해 준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렴하게 뮤제카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설레임과, 역시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신기함에 해당 발급소로 냉큼 달려가 보았습니다. 첫 시도에서는 담당자가 난색을 표하며 거절하였습니다. 하지만 꼭 발급받고 싶어하는 갈망의 표정과 동정에의 호소로 인해 담당자는 상급자에게 문의하고서 발급해 주었습니다. 다른 발급소에서 단칼에 거절당했던 것을 이곳에서 몇 분간의 대화와 설득을 통해 발급받은 것입니다. 만약 처음 안 된다고 했을 때 그대로 포기하고 돌아섰다면 결국엔 발급받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부딪힘으로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과 득템의 기쁨이 교차되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일상이든 비즈니스든 어디서든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탄불에서는 그 점이 각기 다른 형태로 조금씩 더 부각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라는 보증이 없으면 만나기도 힘들고,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회사에서 근무하기를 꺼려하는 나라. 주변인의 어려움을 보면 열성을 다해 도와주고, 도움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라. 규정 상으로는 안되지만 담당하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뀔 수 있는 나라. 사람들 간의 교류를 통해 무엇이든 가능하기도, 불가능하기도 한 여기가 바로 터키라는 생각이 듭니다. 터키에서 무언가 시작하고자 한다면 주변인들과의 관계, 즉 Arkadaş의 중요성을 꼭 이해해야 하며 이런 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유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복귀 날짜가 얼마 안 남았네요. 남은 기간 동안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더 많은 경험을 안고 건강히 돌아가겠습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도시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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