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편. “여긴 터키야”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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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편. "여긴 터키야"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터키 편 : Burası Türkiye (여긴 터키야)

박종훈 님
터키 이스탄불

안녕하세요. 혜초 지역전문가 과정으로 터키 이스탄불에 거주 중인 박종훈입니다. 이스탄불에서의 인상적인 모습, 순간을 정리해 사우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시작으로 "Burası Türkiye"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한국말로 번역하면 "여긴 터키야."라는 뜻이 됩니다. 혹시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나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살펴볼만한 글이 있습니다. 터키에서 5년을 거주한 사람이 쓴 "74 lessons from 5 years in Turkey"라는 글인데요. 그가 얻은 교훈 중에 저도 동의하는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터키 단어를 많이 안다는 사실이 터키어를 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 거주증(IKAMET)을 신청하고 발급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다.
3. 판매하는 물건에 가격이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은 판매자가 당신의 소득 수준과 행색을 보고 가격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4. 헤어디자이너는 대부분 남자다.
5. 돌무시(마을버스) 기사들은 운전하며 요금을 받고, 동시에 담배까지 핀다.
6. 이스탄불의 버스 기사들은 은퇴한 F1 선수들이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7. 1.45TL(한화 약 700원)면 두 대륙(아시아-유럽)을 오갈 수 있다.
8. 이스탄불은 다른 여느 도시와 확연히 다르다. 당신을 밀어내기도 하고, 강하게 끌어당기기도 하며, 당신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고난을 주기도 할 것이다.이스탄불은 당신의 삶에서 최고의 사랑으로 기억될 것이다.
9. 심지어 나폴레옹 조차도 이스탄불이 세상의 수도여야만 한다고 믿었었다.


출처 : "74 lessons from 5 years in Turkey"(https://lovelifeistanbul.wordpress.com/2015/04/08/74-lessons-from-5-years-in-turkey/)

터키에 처음 온 날,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요. 출발한지 5분쯤 지났을까요? 기사님이 바쁘게 핸드폰으로 이것저것을 검색하시더니 저에게 뭔가를 부탁하셨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쉴새 없이 핸드폰으로 번역을 하는 모습도 놀라웠지만, 기사님이 부탁한 내용이 더 놀라웠는데요. 급하게 어머니에게 돈을 전달해야 하니 자기 집에 잠깐 들렀다가 숙소로 이동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오만 가지 걱정이 들었지만 일단 기사님의 표정이 안쓰러워 보여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실제로 고속도로를 이탈하여 기사님의 집을 방문하였고, 기사님의 어머니에게 돈을 전달한 후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경로를 이탈한 부분에 대해서는 요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터키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니 그 분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Burası Türkiye, 여긴 터키야".
위의 사진은 Bilgi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진행된 전시회 사진입니다. 전시회의 주제는 바로 개와 고양이.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사진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는 실제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길 강아지'와 '길 고양이'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에서 고양이와 개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책임을 나눠 돌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교내에 입점한 스타벅스에서는 '아티제'라는 이름의 개를 돌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스탄불을 다니다 보면 많은 수의 고양이와 개를 볼 수 있는데요. 놀랍게도 관공서 바로 앞부터 골목 구석구석까지(심지어 버스정류장 바로 옆까지) 개집들이 놓여 있습니다. 한국에선 자신의 애완동물을 길에다 버리고, '길냥이'들을 보신용으로 잡아서 판매한다는 기사를 주로 보던 저에게는 정말 놀라운, 그리고 감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 감동 때문이었을까요? 이날 이후로는 돌무시(마을버스) 기사님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신호등을 지키지 않아도, 잔돈을 엉망진창으로 계산해주어도, 이카멧 발급에 6개월이 걸린다고 해도(무비자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90일임에도!) "그래도 마음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어 분노를 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길에 있는 고양이나 개를 보고 손가락질하거나 피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뒤에서 "쯧쯧"이라고 혀를 찬다고 합니다. "Burası Türkiye". 네, 여긴 터키입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터키는 라마잔(라마단)기간에 판매하는 고기의 질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요. 지인 분이 작년 라마잔 기간에 정육점에 갔는데 고기 상태가 매우 좋아서 4kg을 달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정육점 주인이 지인에게 원래 얼마를 구매하러 들어왔냐고 물었답니다. 그래서 지인이 원래는 2kg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와서 보니 고기 질이 너무 좋아서 4kg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솔직하게 말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주인은 지인에게 2kg만 구매해서 가라고 하면서 "당신이 좋은 고기를 다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지 않나요?" 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육점 주인이 좀 특이하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거주를 할수록 터키인을 제대로 묘사한 일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한 건물에 슈퍼가 3~4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같은 물건을 파는데도 별 다툼 없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만원버스에 타면 뒷문으로 승차한 사람들의 교통카드를 앞사람에게 전달하고, 앞사람은 또 그 앞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정산합니다. 때문에 출퇴근시간에 버스를 타면 교통카드 뭉치가 뒤에서 앞으로 오가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고기를 나눠 먹는 바로 그 마음, 터키인 특유의 공동체주의(확장된 가족주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Burası Türkiye"가 어떤 뜻인지 아시겠나요? "이건 정말 말이 안되잖아?"라는 모든 질문에 대한 터키의 대답이 바로 "Burası Türkiye"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그건 너의 생각이고" 정도에 느낌이겠네요. 처음에는 이런 대답이 당황스러웠지만 잠시 숨을 돌리며 생각해보니 왜 터키사람들이 "Burası Türkiye"라는 말을 당당하게 사용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말이 되고 안되고를 판단하는 기준은 스스로의 상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는 상식의 범주 안에서 기준을 설정하게 되고 그 기준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말이 안되잖아?"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문화적 맥락을 마주하게 되면 인정하고 적응하기 보다는 저항의 감정부터 생기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건 정말 말이 안되잖아?"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경험이 부족하거나, 스스로의 경험을 맹신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남도 나와 같이 옳다.

'우리의 가치(Our Values)'에 대한 정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터키에 거주하는 첫 2주 동안 저를 반성케 하고, 성장케 하는 멘토와도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혜초가 누구보다 앞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비단 불심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긍정,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옳음을 인정하며 나의 옳음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전인미답의 험난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혜초로서, 나의 옳음을 맹신하기 보다는 터키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의 옳음을 완성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마음의 교집합이 차곡차곡 쌓이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오리라 믿습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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