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편. “보고, 듣고, 느껴본 라마잔”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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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편. "보고, 듣고, 느껴본 라마잔"

HYECHO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터키 편 : "보고, 듣고, 느껴본 라마잔"

이영재 님
터키 이스탄불

  • 터키어 수업 A2 과정 마지막 날 같은 반 학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왼쪽에 앉아있는 분이 박종훈 님,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접니다!)

안녕하세요. 터키 이스탄불 혜초 이영재입니다.
터키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종종 비도 오곤 했는데 요즘엔 비도 안 내리고 맑은 날의 연속입니다. 터키에 온지 어느덧 2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요. 2개월이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저도 모르게 입에서 '에벳(Evet)' 혹은 '타맘(Tamam)' (터키어의 'Yes')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것을 보면 인간은 역시 적응이 빠른 동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는 라마잔(Ramazan)이 끝나고 3일간의 바이람(Bayram) 기간이었습니다. 생애 처음 라마잔과 바이람을 경험해 보았는데요. 제가 보고, 듣고, 느껴본 라마잔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 라마잔 기간동안 이스탄불 모스크의 전경

라마잔은 터키인들(이슬람 신자들)에게 의미가 큰 기간입니다. 이슬람력으로 아홉째 달이고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메드가 알라신에게 Kuranı(쿠란)을 계시 받은 달이기도 합니다. 라마잔 기간은 무슬림들에게 있어 가장 성스러운 기간으로, 평상시보다 더욱 경건하게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는 편입니다. 이 기간 중 무슬림들은 오루취(Oruç)라는 금식활동을 합니다. 오루취 중에는 해가 뜬 시간 동안 음식을 먹어도, 물을 마셔도, 담배를 태워도 안됩니다. 터키어 수업시간에 박종훈 님과 저를 제외한 모두가 무슬림들인데, 이들을 위해서 라마잔 기간 동안 점심시간을 건너뛰고 다같이 금식을 하였습니다. 무슬림 친구들은 "너희들은 무슬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먹도록 해"라며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함께 느끼고 싶어서 동참했고, 우리들의 이런 모습에 크게 감동하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슬림들은 라마잔 기간 동안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 먹는 이프타르(İftar)와 해가 뜨기 전 새벽시간에 먹는 사후르(Sahur)입니다. 이프타르와 사후르 시간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스탄불에서는 이프타르가 저녁 8시 40분이었고 사후르는 새벽 3시 20분경이었습니다. 식사 시간이 평상시와 다르다 보니 생활 패턴도 상당히 달라지는데, 아래와 같은 패턴으로 생활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TimeEventActivities
PM 08:40 ~ PM 10:40İftar 식사 및 일상생활
PM 10:40 ~ AM 03:22Yatsı 기도
Sahur새벽 3시 22분전까지 아침식사
AM 03:22 ~ PM 08:40İmsak 금식 시작
  • 라마잔 기간 막바지에 뻗어버린 터키어 선생님 아흐맷 ^^
    라마잔 기간 동안 살이 5키로나 빠졌다고 합니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시간(개인마다 천차만별인데 기본적으로 위 스케쥴 중 짬을 내어 잠을 잡니다.)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은 라마잔 기간이 지날수록 지쳐갑니다. 예를 들어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다크서클이 잔뜩 낀 선생님과 기운 없는 학생들이 가까스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띕니다. 특히 이 기간에는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곤 합니다.
  • 무슬림 친구 에제(Ece)와 베귬(Begüm)

이들은 왜 라마잔 기간을 가질까요? 그리고 왜 금식을 할까요? 무슬림 친구 에제(Ece)와 베귬(Begüm)에게 라마잔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1.알라신에게 자신의 신앙을 더욱 경건히 고백하는 기간
신실한 무슬림들은 이 기간 동안 600페이지 가량의 Kuranı(쿠란)을 완독한다고 합니다. 가장 신성시 되는 달이기 때문에 이 때 기도하는 내용들은 알라가 더 잘 들어준다고 하더군요.

2.자신보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생각하는 기간
오루취(Oruç) 수행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혹시 금식을 안 하게 된다면 필히 기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라마잔 기간 동안에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합니다. 이프타르 및 사후루 시간에 이 무료 식사를 제공받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서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 왼쪽부터 무료 이프타르를 준비하는 모습,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무료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3.금식을 통해 자신의 정신 수양을 하는 기간
먹고 마시고 싶어도 참아내면서 인내심을 기릅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그 어떠한 것도 목으로 삼키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침도 삼키지 않기 위해 뱉어냅니다. 물론 해가 지고 8시 44분 모스크에서 기도(Azan)소리가 나면 식사를 시작하고 담배도 태우기 시작합니다.

4.이슬람 창시 당시의 무하메드가 겪은 고난을 생각하는 기간
무슬림들은 기도를 하며 이슬람 창시 때 피난 생활을 했던 무하메드의 고난을 다시 떠올립니다. 무하메드는 피난생활 중 해가 떠있을 때는 숨어 있다가, 해가 진 이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고행의 시간을 기리기 위해 라마잔 기간동안 해가 떠 있을 때 금식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새벽시간에 식사를 하라며 북을 치며 잠을 깨워주는 라마잔 다불주수들

라마잔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북을 치고 다니는 사람들인데요. 이런 아저씨들이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북을 치며 돌아다닙니다. 라마잔 다불주수(Rmazan Davulcusu)라 불리며, 사후르 시간에 일어나서 밥을 먹으라고 시민들을 깨워주는 일종의 알람 역할을 합니다. 시민들은 이 북소리를 듣고 자다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고 사후르 시간을 갖습니다. 북을 치는 분들이 각자 달라서인지 혹은 정해진 가락이 없어서인지 매일매일 장단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자주 잠을 설쳤습니다 ^^)
이렇게 시민들을 깨워주는 풍습은 예전부터 있었는데요. 시계가 많이 보급되기 전 터키에서는 매일 아침 잠을 깨워주는 직업이 따로 있었다고 합니다. 문물이 많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모습이 많이 줄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터키인들 덕분에 라마잔 다불주수의 전통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라마잔 기간이 끝나면 바이람(Bayram)이라고 3일간의 휴일이 주어집니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큰 명절이라고 생각하시면 적절합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모든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한 터키인 친구의 경우 UAE에 거주하는 삼촌 가족 전체가 바이람 기간 동안 방문한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터키 가정들이 이렇게 가족들과 모여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이런 풍토도 조금씩 바뀌어서 휴일을 이용하여 해외나 유명한 장소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터키도 우리나라처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풍속도가 점차 변하는 것 같습니다.
바이람 기간에는 쇼핑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물론 평상시에도 어디를 가든 할인 경쟁이 치열한 터키이지만, (터키에 체류한 2개월 내내 세일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면, 보여주기 식 마케팅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바이람 기간에는 할인 폭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쇼핑을 즐기는 터키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바이람 할인은 쇼핑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이 기간에는 이스탄불 전체 대중교통도 50% 할인에 들어갑니다. 대중교통 수요가 엄청난 이 대형도시에서 정말 통 큰 할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이람 기간 동안 무슬림 친구에게 "이제 오루취(Oruç, 금식) 안 해서 좋겠다?"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라마잔이 끝나서 슬퍼..." 30일간의 불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으로 인해 힘겨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던 저는 놀랐습니다. 라마잔이 왜 좋은지 물었더니 "라마잔 기간에는 알라와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고, 많은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베풀고, 바이람 기간에 멀리 사는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거야" 라고 답했습니다. 무슬림들이 바이람 기간에 단순히 금식을 안 해도 되고, 할인행사도 많이 하기 때문에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흔히 이슬람이라 하면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무력 갈등, 특정 과격단체들의 잔인한 행위들을 접하면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점점 각인되어 가는 요즘입니다. 저 또한 그런 선입견 때문에 무슬림들을 만나는 것이 약간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2개월이란 기간, 그리 오랜 시간을 두고 이들과 함께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과격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더 많이 느껴가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 늦게 오는 학생들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선생님’, ‘길거리 바닥에서 꽃을 파는 할머니에게 가장 못생긴 꽃을 일부러 골라 사주는 행인’, ‘다른 사람들도 질 좋은 고기를 살 수 있도록 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양을 조절하는 정육점 아저씨’ 등등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베푸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터키의 무슬림들인 것 같습니다. 라마잔의 진정한 의미 중 하나가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자”인 것처럼 말이죠. 닫힌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이들의 진정한 마음을 느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열린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존중하며 그들의 진짜 모습을 전달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앞으로 총 18인의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들의 이야기가 계속 소개됩니다
2016년 글로벌 도시 전문가 혜초는 올해 8월부터 모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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