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혜초'들의 현지 생활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혜초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 반대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와있는 혜초 지역전문가 전우주 입니다. 모두들 버킷리스트 가지고 계시죠?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남미에 가보는 것 이었습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15년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꿈이 '혜초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남미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긴, 최근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으로 '남미의 일본'이란 별명을 얻은 '칠레'에 오게 되었고, 이렇게 글을 통해 사우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소개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여러분은 칠레하면 어떤 게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와인? 칠레산 삼겹살? 아니면 지진? 대부분 이런 것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이곳에 5개월간 생활하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열정' 입니다. 그럼 산티아고에서 칠레인들의 열정을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축구팀 Colo-Colo의 홈구장 'Estadio Monumental' 입니다. Colo-Colo는 칠레 최고의 명문팀이며 산티아고 시민의 자랑이자 인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칠레 친구는 저에게 "Colo-Colo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다면 칠레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럼 그 열정의 현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날은 Colo-Colo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우선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총 4개의 검색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처음엔 '대통령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뭐 축구경기 보는데 이렇게 까지 검문이 심한가' 라고 생각했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게 이해가 갔습니다. 응원 열기가 제일 후끈한 골대 뒤의 서포터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펜스를 넘는 팬들은 보기만해도 아찔했고, 자욱한 담배와 마리화나 연기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었으니까요. 가장 충격적인 광경은 서포터들과 현지경찰인 까라비네로의 충돌이었습니다. 마리화나에 취한 서포터들은 단체로 몰려가 경찰을 때리고, 맞은 경찰은 지원군을 모아 다시 가서 때리는 모습을 보고 행여 누가 다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외국인의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항상 있는 일이라 경찰과 서포터 양쪽 모두 이 상황을 즐긴다(?)고 합니다. 정말 어메이징 하죠?
경기가 시작하자 모든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Colo-Colo의 응원가를 부르며 준비했던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아수라장이던 경기장이 순식간에 정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석에서 관전하던 저도 좀 더 가까이서 그들의 열정을 느끼고 싶어 펜스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고 개구멍을 발견해 주저없이 넘어갔습니다. 허나 넘어가자마자 이 친구들이 저를 보더니, 이제 Colo-Colo가 국제적인 팀이 됐다며 격하게 환영을 해주길래 살짝 겁이 났습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곧 Colo-Colo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그들과 하나가 되가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기를 보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들은 분명 한국사회에선 불법이며 비정상적인 모습들이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팀의 깃발을 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쉴 새 없이 철망을 오르는 소년, 온 몸에 Colo-Colo의 마크를 문신으로 새긴 여성, 마리화나에 취해 춤추는 청년들,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응원가를 부르는 노인, 이들을 저지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찰, 골이 터지자 행복에 겨워 모두가 얼싸안고 행복해하는 팬들. Colo-Colo는 단순한 '축구팀'이 아닌 '종교' 이며 그들의 '인생' 이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얼마 전 공동묘지에 방문했다가 봤던 무덤이 떠올랐고, 고인이 된 한 팬이 죽어서도 이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이유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미 전체에서 칠레는 가장 발달된 유통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42개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의 주요수출산업은 광산업, 임업, 농축산업 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산품은 다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FTA 발효 후 지난 10년간 현대 기아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30%, 삼성, LG 가전제품 점유율은 60%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탄탄한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공산품의 지나치게 높은 대외의존도로 인해 자국 제조업은 점점 쇠퇴하고 수입품의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물가에도 반영되어 칠레는 남미국가 중에서 브라질과 더불어 물가가 가장 높습니다.
그럼 오늘은 가장 발달된 채널인 쇼핑몰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칠레의 가장 큰 쇼핑센터는 'Costanera Center'와 'Mall Parque Arauco' 입니다. 칠레의 쇼핑몰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시죠? 일단 공통점을 들자면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타임스퀘어+롯데+신세계+현대+이마트+이케아를 합쳐 놓은 규모입니다. 이제 좀 느낌이 오시나요? 내부 시설 또한 훌륭합니다. 칠레인들은 주말을 쇼핑몰에서 하루 종일 보내며 쇼핑, 외식, 문화활동을 한번에 하는걸 좋아해서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몰링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통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당연히 주요 유통사 바이어들의 콧대는 하늘을 찌릅니다. 입점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줄을 서있기 때문이죠. 한 의류업체는 입점을 위해 2년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또한, 위에 말씀 드렸듯이 모든 유통사가 같은 장소에 있다 보니 유통사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합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고, 그 포인트로 'PB제품'과 'CRM제도'가 매우 발달하게 됐습니다. 화장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각 유통사만의 PB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자사 회원을 위한 다양한 특가상품 및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또한, 백화점 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업에까지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남미 다른 국가로의 해외진출도 매우 활발해 페루, 콜럼비아, 아르헨티나 에서도 칠레의 백화점과 마트를 볼 수 있답니다. 우리가 향후 진출해야 되는 중요한 시장 중에 하나인 이유입니다.
칠레에 오기 전에는 칠레의 음식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남미하면 타코와 부리또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칠레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칠레에는 타코와 부리또가 없었습니다. 칠레인들은 주식으로 햄버거(츄라스코), 핫도그, 스파게티, 피자, 치킨 그리고 엠빠나다(스페인식 만두)와 함께 감자튀김이나 샐러드를 곁들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국가입니다. 패스트푸드가 주식의 대부분이라니 말이죠. 한가지 특이한 점은 모든 음식에 아보카도를 수북이 넣어 먹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샐러드나 롤에도 아보카도가 많이 들어갑니다.
어떠세요? 이 정도면 칠레인들의 아보카도 사랑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처음에 아보카도에 적응하느라 고생 좀 합니다. 하나 재미있는 점은 칠레인들 조차 자기나라의 음식은 맛이 없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으면 아르헨티나나 페루 레스토랑을 찾아가라고 추천해준답니다.
칠레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건 당연 와인일겁니다. 풍부한 일조량과 병충해로부터 안전한 칠레의 포도밭은 좋은 품질의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주요 수출품이 되었으니 와인에 대한 칠레인들의 사랑은 대단합니다. 매끼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니 이들에겐 '술'이라기보다 '물' 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일 겁니다.
하지만 칠레인들에게 와인만큼 사랑받는 또 다른 전통주가 있습니다. 바로 포도 증류주인 'Pisco' 입니다. Pisco는 도수가 40도나 되는 강한 술인데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하지만 너무 독해서 칵테일 형태로 많이 마십니다. 식사와 함께 많이 마시는 칵테일은 'Pisco sour'라고 불립니다. Pisco와 레몬즙, 계란흰자, 설탕을 혼합해 만든 칵테일인데, 그 맛이 달달하다고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칠레를 넘어 남미인들이 사랑한 시인 'Pablo Neruda'의 시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 시에서 그는 자신이 시를 쓴 게 아니라 시가 자신을 어느날 문득 찾아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찾지 않아도 어느날 문득 나에게 오게되는 운명같은 '그것', 여러분의 '그것'은 무엇인가요? Pablo Neruda에게 그것은 '시(詩) 였고 우리 아모레퍼시픽그룹에게는 '미(美)' 가 아닐까요?
시(詩)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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