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함께 살아가는 법 - AMORE STORIES
#2016 혜초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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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함께 살아가는 법

혜초
칼럼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지진과 함께 살아가는 법

정예지 님
일본 도쿄

  • 2016년 7월 한달 간 도쿄 지진 발생 건수

어느덧 도쿄에 파견 된 지 벌써 4개월이 넘어가네요. 일본에서 지내다 보니, 지진은 일상이 됐습니다. 도쿄 기준으로 7월에는 22번, 8월에는 14번의 지진이 발생했거든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지금은 방이 좀 흔들려도 하던 일 그대로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경주에서 연속해서 지진이 발생해 한국에서도 지진 위험성과 대비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죠. 오늘은 일본이 지진에 어떤 방식으로 대비, 대응하고 있는지 몇 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1. "대지진은 반드시 온다."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재난이 발생하면 '안심해라, 이제는 괜찮다.' 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듣는데, 이 사람들은 잊을 만하면 지진 얘기를 꺼내고 훈련을 실시합니다. 얼마 전, 새로 당선된 코이케(小池) 도쿄 도지사가 도쿄 내의 모든 전봇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해서 전봇대가 기울어지거나 쓰러질 경우, 대피 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도권에서 30년 이내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한 도쿄 도에서는 작년 모든 가정에 '도쿄 방재'라는 책을 배포했습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시뮬레이션, 관련 상식, 행동 요령과 팁들을 총망라한 것인데, 기저귀로 임시 가방을 만드는 법, 스타킹으로 임시 붕대를 만드는 법 등 별별 내용이 다 기재되어 있습니다. 한국어판도 제공하고 있으니 한번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링크☞) 도쿄는 약 50만명의 외국인이 함께 사는 도시인 만큼, 이러한 방재 매뉴얼을 외국어로도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이 외에도 외국인을 위한 방재 페스티벌도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훈련 시 통역 방송 훈련도 함께 실시합니다.
  • 학교 피난 훈련, 시내에 비치된 방재창고

이번 칼럼을 쓰면서 여러 개의 지진 대응 매뉴얼을 봤는데, 그 내용이 상세하기 그지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학생들을 위한 지진 대응 요령을 보면, 학교에서 지진이 나면 책상 밑에 숨고, 학교 운동장에 집합한다, 정도가 아닙니다. 청소 중이라 책상이 없을 때, 복도에 있을 때, 실험실에 있을 때,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을 때 등 모든 상황을 전제하고 대응책을 가르칩니다. 물론 일반 주민 대상으로도 훈련을 실시하고, 시내 곳곳에 대피도와 안내문, 비상 창고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171번 시스템' 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대형 지진이 발생해서 통신 수단이 끊기면, 171번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메시지를 남기면 됩니다. 가족끼리 연락을 할 수 없을 경우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2. 초 단위 대응

일본에서 처음 받은 긴급재난문자

일본에 살면서 느린 행정, 업무 처리에 답답해 한 적이 많았는데, 재난 대응만큼은 가히 빛의 속도라고 할만합니다. 몇 주 전에 한 대형 빌딩 내의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과 전등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같이 있던 사람들도 두리번거렸고요. 그리고 20초나 지났을까, 바로 방송이 나왔습니다. '방금 진도 4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쓰나미의 위험성은 없다. 이 건물의 내진설계가 충분히 견딜 수 있으며 대피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진 프로들답게 대응이 정말 차분 신속해서 감탄했습니다.

심지어 지진의 영향이 사람들에게 도달한 후가 아닌, 도달 전에 재난 방송을 통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가끔 저도 'OO지역 에서 진도 OO의 지진이 발생했고, 곧 강하게 흔들릴 것이니 대비하라'는 문자를 받거든요. 2009년 구축한 지진 예보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입니다. 지진 관측센터에서 강한 지진이 관측됐을 경우, NHK 방송과 문자를 통해 즉시 국민들에게 알려 필요 시 열차는 즉각 운행을 중단하고, 사람들은 각자 대비합니다. 사실 이런 문자를 받으면 무섭긴 하지만; 나름대로 준비하고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 일본 지진 관련 긴급 방송

실제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TV에서는 경고음을 울리며 모든 방송을 중단하고, 바로 특별 재난 방송으로 전환합니다. 당연히 광고도 없습니다. 앵커와 기자는 흥분하지 않고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현재 상황과 행동 요령을 전달합니다.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자극적인 영상을 계속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장하지 않아 좋습니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앵커가 너무 흥분해 있으면 더 불안하잖아요.
  • 미츠이 홈 광고

최근 TV CF에서 자주 보이는 주택 건설회사 미츠이 홈(三井ホーム)의 광고 메시지는 '진도 7을 60번 견뎌 낸 집' 입니다. 건축 기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 가족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내진 설계가 어느 정도나 되어 있는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 너무나 기본적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충분치 않은 것들이죠.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 많은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 방재 페스티벌 참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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