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학과 약초이야기 - AMORE STORIES
#2016 팀장혜초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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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과 약초이야기

혜초
칼럼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팀장 혜초가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중의학과 약초이야기(한방화장품 인사이트)

박성일 님
중국 상하이

중국의 여러 매장을 돌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로컬 업체 제품들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로컬화장품사들은 글로벌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로우 매스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 경쟁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는데요. 기존 보습 위주 제품에서 기능성 화장품들에 힘을 실으며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출시, 강화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로컬업체들이 중국 고객들의 니즈와 선호도를 글로벌 업체보다 더 잘 파악할 것이기에 로컬 브랜드가 얘기하는 컨셉과 주요 성분들을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롱리치 브랜드의 뱀 오일과 같은 동물성 성분을 얘기하는 제품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식물성분, 천연성분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특히 중의학 기반의 약초 성분과 중의학 미용 스토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력 측면이나 중국 고객들의 인지도, 선호도 측면에서 중방 약초 성분은 중국 브랜드의 당연한 선택일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 익숙한 중의학과 관련하여 제가 상하이에서 접한 내용과 약초이야기, 로컬 제품에서 얘기하는 눈에 띄는 중방 성분들에 대해 고찰하고자 합니다.
비가 살짝 내리던 날, 상하이중의약 대학내에 있는 중의약 박물관과 약초 정원을 가보았습니다. 박물관에서는 한약의 역사부터 발달, 재료까지의 내용을 층별로 전시하고 있었고, 박물관 옆 야외공간에는 약초들을 곳곳에 심어놓은 백초원이라는 약초 정원이 있었습니다. 약초들 앞에는 식물 학명과, 약용 부위, 성미, 효능을 간략히 적은 푯대가 보였습니다.
전통 의학인 중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의 발전 과정을 보면, 전국(戰國)시대와 한(漢)나라 때 중의학의 이론체계가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중국 최고의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이 나오고, 한나라 말기에 이르러 난경(難經),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이 나오고, 그 다음에 신농본초(神農本草)와 같은 중의학의 경전에 해당할 만한 책들이 나오면서 중약 이론 체계 형성과 발전의 기초를 다져놓았습니다. 그후 진나라 때는 그때까지 전해 내려온 여러 가지 맥의 시스템을 체계화해서 정리한 의서 맥경(脈經)이 나왔습니다.
인체의 자극 반응 체계를 연구하여 경맥이 흐르는 노선을 설정하고, 기혈의 유형무형적 흐름을 생명현상의 주체로 파악하면서 경락학설을 정립했다고 합니다. 선으로서의 경락과 점으로서의 경혈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면서 인체의 생리 병리와 침구치료의 참조 체계로 발전했습니다. 경혈은 침구 치료의 자극점이면서 동시에 질병에 대한 반응 점이며, 임상에 있어 진단과 치료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라고 합니다. 침이나 뜸을 활용한 치료법과 함께 다양한 약용식물(藥用植物)을 이용한 약물요법이 발전되었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이 바로 중의학의 약용 식물인데요. 박물관 3층에 수많은 중의학 약재 표본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의 약초 관련하여 박물관에 기재된 내용과 인터넷으로 좀더 상세히 조사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초관련 최초의 의서 '신농본초경'에는 365 종의 약초 종류가 수록되어 있고, 청나라때는 본초 1,890종을 수록한 '본초강목'이 저술되었습니다. 약초로 쓰는 약용식물은 목본식물(나무)과 초본식물(풀)로 구분되는데, 그 중 약효가 높은 주류는 초본식물입니다. 초본식물은 채취가 쉽고, 처리하기도 쉬워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약초로 쓰이는 종류는 본래 자연상태의 야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이 많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약초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약초라도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씨앗 등 식물 부위에 따라 효능이 달라서 적용되는 질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간 처방으로는 전초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약재로는 뿌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당나라때 나온 도가서적에 소개된 9대 신선초는 철피석곡, 천산설련, 인삼, 하수오, 복령, 영지, 진주, 동충하초, 종용이라고 합니다. 진주는 약초가 아닌데 여기에 들어가는 것이 특이합니다. 이들은 과거에는 귀한 약재이었는데 요새는 많이 재배하여 구하기 어렵지 않을 거 같습니다만, 현재에도 중국인들에게 귀한 약재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합니다.
신농본초경'에서 약물을 상중하의 3품으로 분류하여 상품 약 120종, 중품 약 120종, 하품 약 125종으로 구별하였는데, 인삼은 물론 상품에 해당합니다. 인삼의 약효에 대해서 "오장을 보호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눈을 밝게 하고,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오래 살 수 있다"는 등의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하수오는 간(肝)과 신(腎)을 보강하고, 기(氣)를 수렴하며, 염증을 삭이고 가래를 없애며, 기운과 혈액을 도와 얼굴빛을 좋아지게 하고, 머리카락을 까맣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곤충이 되고 여름엔 약초가 되는 신비로운 식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곤충을 숙주로 삼아 겨울을 나고 여름에 성장하는 버섯이라고 합니다. 동충하초는 균주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으며, 항암효과, 면역증강,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복령은 소나무를 벌채한 뒤 3∼10년이 지난 뒤 뿌리에서 기생하여 성장하는 균핵으로 형체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신장염, 위장염, 거담 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석곡은 진액을 보충하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진액손상, 인후건조, 가슴답답증, 갈증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진액을 보충하며 청열 효과가 있다고 하니 스킨케어로서의 보습, 진정 성분으로 적합할거 같고, 이에 대해 석곡의 피부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영지는 강장, 진해, 항암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딱딱해서 직접 식용은 어렵기 때문에 말린 영지를 오래 달인 물을 마시는 방법으로 섭취한다고 합니다. 유효성분은 열에 약하므로 다리는데 적절한 온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장품에서 한방 성분을 사용할 때에도 유기 용매가 아닌 열수 추출을 우선하고 효능성분을 효과적으로 우려내면서도 열에 의해 변성되지 않게 적절한 추출조건이 필요하겠습니다. 진주는 새살이 돋아나게 하고 헌데를 잘 아물게 한다고 합니다. 진주성분을 스킨케어 제품에서 펄감과 화이트닝 성분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진주 가루의 피부 재생 효능에 대하여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물관 전시 마지막 섹션에는 중의학 기반으로 약초 성분을 사용하여 복용하기 쉽게 현대적으로 제약화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의약품 시장 중 TCM 약품의 비율은 24%가량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서양의학의 비중이 높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은 중의학을 신뢰하고 자국만의 고유한 의학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큰 중약방들이 종종 보입니다. 중약방에서는 인삼, 동충하초, 영지와 같은 약재를 판매하며, 내부로는 TCM 기반의 현대적 중의약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반 약국에서도 중의약이 많이 보입니다.
Herborist(佰草集)와 INOHERB(相宜本草)는 대표적인 중국 로컬 중방화장품 브랜드이며, 로레알의 YUESAI(羽西)와 에스티로더의 OSIAO도 중국 고객을 타겟으로 중방화장품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중방화장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성분으로는 인삼, 동충하초, 홍경천, 작약, 영지, 당귀 등이 있습니다. 제비집 성분도 피부에 탄력을 주는 성분으로 로컬 화장품에서 자주 보였습니다. 몇 가지 예를 보면(아래 사진), 이노허브에서는 홍경천을 피부 활력을 주는 성분으로, 허보리스트에서는 적작약을 피부 정화, 백작약을 영양 공급 성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Maysu는 인삼 씨와 인삼 꽃을 제품에 적용하여 피부 재생과 피부 에너지 활성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작약 성분은 여러 브랜드에서 보이는데, 백작약은 미백 성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YUE SAI는 영지를 주요 제품에 사용하여 피부 대사를 촉진하여 건강한 피부톤으로 가꾸어 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충하초 성분이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여 탄력을 높이고 주름을 개선하여 피부를 젊게 만들어준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중의학의 역사가 한의학보다 깊고, 로컬브랜드가 중의학의 약초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우리 한방화장품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만 잘 알려져 있고 중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성분은 중국 고객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 입니다. 한편, 중국인들이 잘 알지만, 너무 흔한 약재는 귀한 성분으로 인식되지 않겠지요. 먼저, 한의학과 중의학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알려져 있는 진귀한 약초를 선별하고, 이것의 피부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겠습니다. 인삼이 좋은 예이고, 인삼 심화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설화수 제품에 업그레이드 되어 적용되어야겠습니다.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 성분을 통해 신형 항말라리아제를 개발하여 말라리아 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습니다. 투유유 교수 연구팀은 개똥쑥에 아르테미시닌 외에 다른 항말라리아 성분이 존재할 뿐 아니라 면역계 질환인 루푸스(낭창)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신약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가지 약초를 깊게 파고 들어, 다양한 치료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는 인삼에서 안티에이징과 미백 성분을 별도로 분류하고, 이를 농축 원료화 하여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데요, 효능/안전성/경제성을 함께 올리는 심화연구를 지속하여 설화수의 인삼 헤리티지를 확고히 발전시켜야겠습니다. 한편, 우리는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중국인들의 선호 약재들에 대해서 한의학적, 피부효능적 가치를 재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약초를 컨셉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약초의 어떤 물질이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바이오 기작을 밝혀내는 과학적인 기초 연구로 차별화 해야 하겠습니다. 약재 내 핵심 성분을 우리만의 추출 기술로 고농축하여 효능을 높인다던지, 피부에 좋은 성분은 증대시키고, 자극 성분은 최소화하는 우리만의 원료 가공법을 개발하여 적용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지표 성분, 효능/안전성 연구, 추출/가공 기술에 대하여 특허로 지적 재산을 확보하고, 논문화하여 한방 화장품 기술 분야를 선도해 나가야겠습니다. 몸에 좋은 약초가 정말 피부에도 좋은지에 대하여 진정성 있게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원료화하는 기술과 효과적으로 피부에 전달하는 기술을 연구소 내외부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더욱 발전시켜야 하겠습니다. 한방의 과학화를 뚝심 있게 지속하여 설화수가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받는 절대 지존의 한방화장품으로 굳건히 자리 매김 하길 기대합니다.

어느덧 저에게 주어졌던 두 달 간의 상하이 생활을 마감합니다. 소중한 경험을 감사히 간직하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귀국을 준비하며 혜초 마지막 칼럼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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